190 화
10시간 전 거점 돌발 이벤트.
‘아바타 생존 게임’의 미로.
김창현은 유아라와 대결 도중, 마 법을 구현해 벽에 그대로 방출했다.
콰아앙!
마법의 여파로 벽이 무너졌다. 이 내 숨어있던 김선우가 모습을 드러 냈다.
“……감지 능력이 있을 줄은 생각 도 못 했는데.”
김선우는 당황한 얼굴로 조용히 중 얼거렸다.
유아라는 김선우를 바라보다가 눈 을 찌푸렸다.
“김선우?”
갑작스러운 김선우의 등장에 유아 라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기습에 대 비했다.
김창현과의 전투로 이미 많은 마력 을 소모한 지금, 잠깐의 방심으로도 김선우에게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선우 역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남과 동시에 곧바로 전투 자세 에 돌입했다.
이미 들켜버린 이상 전투를 피할 순 없다.
그렇다면 지속된 전투로 지쳐있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김선우는 그대로 유아라에게 달려 들었다.
파앗!
김선우의 돌진에 유아라는 침착하 게 화염의 장막을 구현했다.
김선우가 발현계 마법사답지 않게 근접전을 즐긴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또 오래전부터 김선우를 연 구해왔기에 어느 정도 그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었다.
파아앙-!
유아라의 몸을 중심으로 화염의 장 막이 넓게 퍼졌다.
장막은 단순히 마법을 막아내는 효 과뿐만이 아니라 다가오는 무언가를 밀어내는 힘 역시 있다.
빠르게 퍼지는 장막에 김선우의 몸 이 뒤로 밀려났다.
“......후우.”
유아라는 뒤로 밀려난 김선우를 바 라보며 숨을 내쉬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김선우가 돌진해 것이라고는 예측
하긴 했지만, 막상 직접 당해보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아마 0.5초만 늦었더라면 그대로 김선우의 마법에 크게 당했겠지.
김선우와 겨루는 것이 처음이었지만, 그녀가 느끼는 압박감은 이서준 을 상대할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지고 싶지 않은데.
이서준한테도 김선우한테도.
절대로 지고 싶지 않은데 김창현과 의 대결로 마나를 너무 많이 사용해 버렸다.
이대로라면 분명 얼마 안 가 마나 가 부족해 패배하겠지.
괜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최고의 컨디션에서 김선우 와 맞붙어서 진다면 패배에 수긍이 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유아라는 힐끔 김창현을 바라보았 다.
김창현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과 다르게 표정에서 여유가 느 껴 괜히 기분이 나빴다.
그때 김선우가 다시금 자신을 향해 돌진했다.
‘쟤는 왜 나만 공격하는 거야!’
유아라는 다시 장막을 펼치려 했다. 그 순간 김선우는 잠시 움직임 올 멈추더니 곧바로 손 위에 마법 구체를 구현했다.
구체의 마력은 점차 강해졌다.
김선우의 특기라 할 수 있는 압축 구현술이 시작된 것이다.
‘……당했다.’
장막을 유지하고 있던 유아라는, 낭패를 느꼈다.
만약 장막을 풀어내 마법을 구현한다면, 압축된 마법 구체를 곧바로 자신에게 쏘아낼 것이다.
장막을 계속 유지한다고 해도, 점 점 압축되는 김선우의 마법을 장막 으로 막아내기 힘들 것이다.
어쩌면 그 전에 자신의 마나가 부 족해져 장막을 유지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강화계를 조금만 더 잘 다뤘더라 면……
어떻게서든 장막을 풀어내고 공격 을 피해낼 수 있었을 텐데.
아니, 이중 형태 구현이라도 다룰 수 있었더라면.
아쉬운 기분이 들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유아라는 마나 의 한계를 느끼고 장막을 풀어냈다.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김선우는 유 아라를 향해 마법을 방출했다.
파앙一!
압축된 마법 구체는 유아라를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마나가 부족한 유아라였기에 대처 하는 건 불가능했다.
유아라는 그대로 김선우의 마법에 맞으며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후.”
김선우는 눈앞에 사라져가는 유아
라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김창현이 가만히 지켜본 덕에 다행 히 한 명은 빠르게 처치했다.
이제 남은 건 3학년 1위인 김창현.
김선우는 다시 마력을 끌어올리며 김창현과의 전투 준비를 했다.
김창현은 김선우를 빤히 바라보다 가 마법을 구현했다.
파지지직…….
김창현의 손 위에서 뇌기로 이루어 진 창이 구현되기 시작했다.
구현된 창은 점차 길어지더니, 어
느새 장창의 형태가 되었다.
파앙!
전기의 창은 김선우를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김선우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창 을 향해 구체를 방출했다.
콰아앙!
마법과 마법이 허공에 부딪히고 마력이 파동이 김선우와 김창현의 몸 을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김선우는 재빠르게 김창현에게 달 려들었다. 질질 끌어서 좋을 게 없
기 때문이다.
하지만 3학년 1위라는 실력자답게 김창현은 김선우의 공격을 아슬아슬 하게 피해내었다.
그때 김선우는 ‘순간 가속’을 사용 했다.
그의 몸이 순식간에 빨라지며 김창 현의 코앞까지 빠르게 다가섰다.
S등급의 마법사라고 할지라도 순간 가속이 사용되는 그 순간만큼은 대 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진다.
고작 19살인 김창현이 대응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때 였다.
파지지지직!
김창현의 몸 전체에서 강한 전류가 솟구치며 퍼지기 시작했다.
“큭!”
김선우는 몸이 감전되는 것을 느끼 며 뒤로 물러섰다.
전기 속성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전 기 내성이 많이 상승했지만 그럼에 도 온몸이 짜릿했다.
김선우는 김창현을 뗀히 바라보며 작은 의문을 느꼈다.
전기 속성의 마법은 다른 마법에 비해 더 많은 마나를 소모한다.
그리고 저렇게 정갈하게 구현되지 않은 전기를 몸 전체로 방출하는 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마나가 필요하다.
분명 유아라와 대결로 마나를 꽤 소모한 줄 알았는데.
이 정도 마나량이면 유아라한테도 밀리지 않을, 아니. 유아라보다 더 뛰어난 수준이 아닌가?
표정 보니까 아직도 여유가 넘치는 거 같은데.
그러다 문득 김선우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김창현이 자신을 시험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
왜 그런 생각을 들었는지는 김선우 자신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자꾸 그 런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유아라와 전투 중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것도 이상하고.
‘……착각이겠지?’
자신올 시험한다니. 긴장감에 헛된 생각을 한 것 같다.
거점 점령이 걸린 이상, 굳이 그럴 이유는 없을 테니까.
김선우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빠르 게 구체를 구현해 그를 견제했다.
김창현은 이를 가볍게 장막으로 막 아내고는 전기의 창을 쏘아냈다.
이렇게 정석적이고 정갈한 공방으 로는 김창현을 이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인 공격과 방어의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물론 김선우가 기본기가 부족하다 거나 하지는 않다.
그러나 기본기보다는 근접전이나 심리전을 이용해 상대방을 혼드는 방식을 더 선호했다.
하지만 그렇게 상대를 흔들기 위해 서는 자신이 상대에게 접근할 수 있 어야 한다.
만약 ‘대자연의 심장’이라던가 ‘투 쟁심’을 사용할 수만 있었다면 대결 을 훨씬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 을 테지만. 이것들은 거점을 점령하 고 ‘마력의 폭우’를 사용할 때까지 아껴둬야 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김창현의 마력을 지속적으로 소모 시켜 그의 마나를 고갈시키는 수밖 에.
김선우는 다시 한번 김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김창현은 접근을 막기 위해 여러 개의 전기의 창을 쏘아내었지만.
김선우는 마법을 방출해 격추하는 것과 신체 강화를 이용해 피하는 것 으로 공격을 막아내었다.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지자 김창현 은 다시 전신에 전기를 방출했다.
파지지직!
“크윽!”
김선우는 다시 뒤로 떨어져서 황당 한 눈으로 김창현을 바라봤다.
아직도 저렇게 방출할 수 있는 마
나가 남았다고?
김창현은 지치는 기색 없이 김선우 를 공격했다.
그래도 전처럼 마나를 막 사용할 수는 없는지 구현하는 전기의 양이 줄어들기는 했다.
그렇게 약 3분 정도의 시간이 지 났다.
어느덧 ‘순간 가속’의 재사용 시간 이 돌아왔다.
김선우는 평소와 같이 근접전을 유 도하는 척 김창현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김창현이 김선우의 접근을 막기 위해 다시 전기를 몸 전체에
방출하려는 그 순간.
김선우는 멈춰서서 순간 가속을 사 용했다.
동시에 김선우의 몸이 폭발적으로 빨라졌다.
김창현의 코앞까지 다가서더니 구 체를 구현해 그대로 김창현의 배에 쑤셔 박았다.
콰아앙!
김창현의 몸은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전투에서 승리한 것이다.
“휴우.”
전투 과정을 생각하면 꽤 허무한 결말이었다.
그래도 1년 단위로 실력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마법의 세계에서, 3 학년 1위인 김창현의 실력은 이서준 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다.
대자연의 심장이나 투쟁심 없이 숭 리한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건 최서윤과 전민 기인가?”
여유 부릴 시간 없다. 김선우는 그 들을 찾아 이동했다.
시간이 흘러, 김선우는 거점 돌발 이벤트 ‘아바타 생존 게임’에서 승 리했다.
이벤트가 끝나자 김선우는 자신이 있던 4층에 도착해 있었다.
그의 손에는 다음 층으로 향하는 황금빛의 티켓이 쥐어져 있었다.
거점 점령을 위해서는 5층에 올라 야 하니, 이것으로 거점 점령은 확 정이다.
김선우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 다는 것에 안심했다.
시간을 질질 끌 필요는 없었기에 곧바로 티켓에 마나를 주입했다.
우우웅……
티켓은 마나를 잡아먹으며 주변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이내 티켓이 가루처럼 홑어지더니 김선우의 앞에 뭉쳐지며 작은 문의 형태가 되었다.
“오호.”
김선우는 문을 열었다.
[5층에 입장했습니다.]
거점의 통제실이 있는 5층에 드디 어 도착했다.
거점의 5충은 조금 특별하게 생겼 다. 마치 어딘가에 존재하는 낡은 통제실처럼 생겼다고 해야 하나?
그때 주변이 확 바뀌었다.
김선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하얀 공간.
이전 은월가에서 ‘신비의 시련’때 보았던 우주와 반대되는 색상이었지만 공간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비슷
하게 느껴졌다.
김선우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공간은 ‘신비’가 만들어낸 공간 이라는 것을.
[미안. 갑자기 불러서 놀랐지?]
새하얀 공간에서 검은 실루엣의 무 언가가 등장했다.
은월가에서 보았던 ‘신비’와 똑같 이 생겼다.
“……신비냐?”
[신비? 아, 너희 인간들은 우리를 그렇게 부른다고 하지? 맞아. 난 신 비야. 너 눈치가 정말 빠르구나?]
신비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김선우는 그런 신비를 빤히 바라봤 다.
은월가에서 만났던 신비도 그렇고 신비들은 하나같이 어린 아이 같은 면이 있다.
“왜 날 부른 거야?”
[그냥 호기심에 불렀어. 네가 가진 ‘혼돈’이 너무 강렬해서. 그나저나
갑자기 초대했는데 놀라지도 않네.]
저번에 만난 신비와 같이 이번에도 이해하기 힘든 말을 한다.
“……할 말 없으면 돌려 보내줘. 지금 시험 중이라 바쁘거든.”
김선우의 말에 신비가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 어차피 이곳의 시간과 네가 사는 세계의 시간은 달라서 크 게 문제는 없을 테니까.]
“그래?”
김선우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원작에 등장하지 않은 설정이라던가.
“궁금한 게 있는데. 뭐 좀 물어봐 도 되냐?”
[뭐가 궁금한데? 어떤 질문이냐에 따라 정보료를 요구할 수도 있어.]
“너희 신비는 개체마다 가진 권능 의 힘이 달라?”
[이 정도는 무료로 대답해줄 수 있 지. 맞아. 우리는 하나지만 또 다르 기도 해. 당연하겠지만 가진 힘도 달라.]
신비마다 가진 권능의 힘이 다르다
아마 이 가상 세계는 정확한 어떤 신비의 힘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 지만, ‘성유물’이 이용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눈앞의 신비는 상당 한 상위 개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 너는 꽤 강하겠네?”
[상위에 속한다고 볼 수는 있지.]
“흐음.”
김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가 할 수 있는 권능은 뭐가 있는데?”
[그건 못 알려줘. 알고 싶으면 정
보료를 내놔.]
“뭘 원하는데?”
[뭐가 좋을까? 아! 네 마력의 10배 를 가진 인간의 영혼을 줘. 그럼 알 려줄게.]
김선우가 눈을 찌푸렸다.
자신의 마력의 10배를 가진 인간 의 영혼이라니.
단순한 s등급 마법사도 그건 힘들 겠구만.
[왜? 싫어?]
“다른 건 없어?”
[그럼 70살 이상 산 인간 1,000
명.]
신비와 거래를 할 때 그들이 요구 하는 것은 대개 이렇게 기괴하다.
특히 신비만이 알고 있는 한정된 정보라면 그들이 원하는 대가는 더 더욱 기괴하고 난해해진다.
그런데 원작에서는 그런 기괴한 정 보료를 지불하고 정보를 얻어낸 녀 석이 있었다.
소설로 읽었을 때는 별 생각 없었지만, 이게 현실이 되니 정말 미친 놈이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됐어 안 궁금해.”
[싫으면 어쩔 수 없고.]
신비가 아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 맞다. 근데 아까 미로에서 너 랑 싸우던 애는 누구야?]
신비의 물음에 김선우는 고개를 갸 읏했다.
나랑 싸우던 애라면 유아라를 말하 는 건가?
“유아라?”
[아니, 걔 말고. 너처럼 근본이 보 이지 않는 녀석 있잖아.]
……나와 같이 근본이 안 보인다
고?
“그게 무슨 소리야?”
김선우가 자칫 심각해진 목소리로 묻자 오히려 의아한 반응을 보인 건 신비 였다.
[몰라?]
“몰라. 알아듣게 설명해.”
[너랑 같이 근본이 보이지 않는 녀 석 있잖아. 물론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뭐가 다르다는 거야?”
[너는 정말 혼돈 그 자체라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고, 텅 비어있는데. 걔한테는 조금 우리한테 친근한 느
낌이 들거든.]
신비의 말에 김선우의 표정이 사늘 하게 변했다.
정확한 뜻은 알 수는 없지만, 어렴 풋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것 같 았다.
“그거, 누구를 말하는 거야?”
[김창현인가? 그 애 말하는 건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