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화
[4층에 입장했습니다.]
“후우……
거점에 입장하고 7시간.
나는 2층과 3층을 넘어 4층에 도 착했다.
원래라면 복잡한 미로 속에 갇혀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 헤맸을 테지 만, 외부자의 혜택 덕에 훨씬 수월 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물론 1층 때와 비교하자면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기는 했다.
하지만 이건 1층을 너무 빠르게 공략해버린 거지 2, 3충의 공략 속 도가 늦춰진 게 아니다.
나는 곧바로 스마트 학생 수첩으로 실시간 현황판을 살폈다.
[실시간 위치]
[3충 : 김창현, 전민기, 최서윤, 유 아라]
[4충 : 김선우]
“홈.”
예상했던 대로 현재 1등은 나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기에 기쁘 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4층부터는 나도 꽤 힘든데.”
1층부터 3충은 함정과 미로가 주 를 이루었다면 4충부터는 몬스터와 의 전투가 주를 이룬다.
1:1 전투 능력에서는 다른 팀들에 게 내가 밀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팀은 두 명이고, B팀에서는 나 혼자였기에 혼자서 몬스터들과 싸워 야 한다는 건 조금 부담이었다.
아마 그들이 4층에 오르게 된다면 공략 속도에 밀려 따라 잡힐 가능성 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대책은 미리 세워뒀다.
“슬슬 나타날 때가 됐는데.”
나는 시간을 보며 때를 기다렸다.
그때 였다.
[1분 뒤 거점 돌발 이벤트, ‘아바 타 생존 게임’이 시작됩니다.]
“나왔다.”
거점 돌발 이벤트인 아바타 생존 게임.
마수, 함정, 환영 등 온갖 위험이 가득한 특수한 장소에서 아바타로 최대한 오래 생존하는 게임이다.
여기에 한가지 룰이 더 있는데 상 대 팀의 아바타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이벤트에서 ‘대장’이 죽 는다고 해도 대장전의 진행에는 큰 상관이 없다.
어디까지나 아바타가 죽은 것이지 본체가 죽은 건 아니니까.
[보상은 원할 때 다음 층으로 입장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특수 입장 티켓’입니다!]
내가 이 돌발 이벤트를 기다린 이 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 이벤트에서 내가 승리한다면 나 에게 가장 까다로운 4층을 건너뛸 수 있고 단번에 거점 통제실이 있는 다음 층으로 올라 거점을 점령할 수 있다.
또 거점 점령 시, 어마어마한 개인 포인트를 벌어낼 수 있기도 했다.
팀의 숭리뿐만이 아니라 어마어마
한 개인 포인트를 벌어내야 하는 나 기에 이 이벤트를 목숨걸고 임해야 한다.
[이벤트 시작까지 10초 남았습니다.]
[5, 4, 3, 2, 1……]
[‘아바타 생존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번쩍!
눈앞이 번쩍이자 장소가 바뀌어 있
었다.
어두운 공간과 복잡한 미로.
거점의 1층과 비슷했지만, 이곳이 훨씬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드르르륵!
그때 였다.
등 뒤에서 강한 소리가 울리기 시 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마력이 담긴 창이 나를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마법을 쏘아내며 마력 의 창을 허공에서 격추시켰다.
콰앙!
마력의 창은 허공에서 사라졌다.
입장과 동시에 일어난 일이라 조금 놀랐다.
“시작부터 매섭네.”
나는 벽에 달린 함정 장치를 바라 보았다.
이런 마법 함정이 이 미로에는 수 도 없이 깔려 있을 것이다.
당하지 않게 조심해야지.
“다른 팀은 어디 있으려나?”
2:1이니 괜히 마주쳐서 좋을 건 없으니 조용히 피해 다녀야 할 텐 데.
그렇게 다시 미로를 걸으며 10분분 쯤 지났을 때였다.
콰아아앙一!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거대 한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거.…”
유아라의 마법이 분명하다.
이 정도의 마력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은 교내에서 유아라밖에 없었으 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새로운 굉음.
콰아앙!
그것을 듣자 나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A팀과 C팀이 벌써 마주친 모양이 다.
그게 아니면 이렇게 연속적으로 다른 성질의 마력이 느껴질 수 없었다.
나는 ‘은밀한 발걸음’을 사용해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중간중간 함정이 발견되었지만, 외 부자의 혜택이 있어 크게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력의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에 도착했다.
쾅! 콰아앙!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장소 는 미로의 밖으로 꽤 넓은 지형이었다.
그런데 조금 예상 밖의 상황이 눈 에 들어왔다.
김창현과 유아라가 아닌, 최서윤과 전민기가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이 다.
“이렇게 1:1로 싸우게 되는 건 오 랜만이네. 저번 중간시험의 복 수…… 꼭 하고 싶었는데.”
1학년 2위, 전민기가 최서윤을 바 라보며 말했다.
최서윤은 이 상황이 탐탁지 않은지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아마 저 둘이 붙게 된다면 최서윤 이 숭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른 학년의 1위와 2위와 달리, 저 둘의 실력 차이는 정말 종 이 한 장 차이라고 할 만큼 미세하 기에 전민기가 승리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최서윤이 1위에 목숨 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실력 차이가 거의 없는 만큼, 언제 라도 전민기에게 1위를 빼앗길 수 있으니까.
‘……근데 유아라랑 김창현은 어딨
지?’
저 둘보다 중요한 게 바로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유아 라와 김창현이다.
그 둘의 위치를 먼저 찾아야 한다.
나는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다 시 장소를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폭발과 연기 속에서 대치하고 있는 남녀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안경 쓴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성, 김창현. 그리고 유아라.
최서윤 전민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저 둘은 과묵한 성격이라 서로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홈……
만약 전투 구경을 하게 된다면 최 서윤 전민기의 대결보다는 김창현 유아라의 대결이 더 궁금하긴 하다.
무엇보다 김창현의 마법 능력은 나 도 자세히 알지 못하니까.
김창현은 여러 가지로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현시점 3학년 1위라는 뛰어난 실 력을 갖췄음에도 원작의 비중이 거 의 없다시피 하기도 했고 독자들 사 이에서도 ‘그래서 김창현은 대체 뭐 냐? 맥거핀이냐?’라는 평이 마지막
까지 들릴 만큼 여러 의문을 남겼던 캐릭터이기도 했으니까.
과연 유아라를 상대로 김창현은 어 떤 실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그때 유아라가 화염의 구체를 구현 했다.
화르륵!
화염 구체는 빠르게 김창현을 향해 쏘아졌다.
김창현은 예상했다는 듯 마력의 장 막을 펼치며 유아라의 공격을 막아 냈다.
이내 장막을 빠르게 없애버리고는 손을 뻗어 전기의 창 5개를 구현해
유아라에게 쏘아냈다.
파지지직!
전기의 창은 마치 번개와 같은 속 도로 유아라를 향해 나아갔다.
유아라 역시 김창현과 같이 장막을 구현하며 대응했다.
콰아앙!
마법과 마법이 부딪히면서 강한 굉 음과 충격파가 발생했다.
발현계의 교과서와 같다고 알려진 김창현답게 그의 전투는 발현계 마법사들이 참고할만한 탄탄한 기본기 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나저나 방금 짧은 공방이었지만 10대 학생의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힘들 만큼 수준이 높았다.
슬쩍 김창현의 얼굴을 살피는데 얼 굴에 여유가 넘쳐흘렀다.
역시 1위 출신은 다르긴 다르네.
지금 이 상황은 나에게 청신호다.
자기들끼리 전투를 하게 되면 그만 큼 나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생길 테 니까.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을 이용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떠 올려야 한다.
답은 바로 나왔다.
저 둘의 전투를 지켜보다가 빈틈이 보이는 순간 개입해서 단숨에 저 둘 을 처치해야 한다.
어차피 ‘은밀한 발걸음’의 효과로 내 존재감은 크게 줄어 인기척을 느 끼지 못하고 있을 테니 가능성은 충 분했다.
그렇게 기회를 엿보기 위해 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 조용히 숨어들었다.
시간이 홀러.
전투가 길어지자 슬슬 ‘은밀한 발 걸음’을 유지하는 마나가 부족해지
기 시작했다.
물론 마나 소모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문제는 지금 꽤 긴 시간이 홀렀다는 거다.
저들의 전투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마나를 갖고 있어야 하기 에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풀어냈 다.
거리가 꽤 가깝긴 하지만 발소리만 내지 않는다면 들킬 위험은 없을 테 니 괜찮겠지.
그때 였다.
한참 전투에 몰입하던 김창현이 공 격을 멈추고 가만히 멈춰 섰다.
그러곤 공격을 멈추라는 듯 유아라 에게 손짓을 했다.
“기다려. 근처에 누가 있어.”
“......네‘?”
유아라는 공격을 멈추고 김창현을 바라봤다. 김창현은 계속 주변을 두 리 번거 렸다.
“근처에 누가 있는지 어떻게 아는 데요?”
김창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아라는 빤히 그를 바라보더니 알 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감지 능력 비슷한 게 있으시구나.
어쩐지 우리를 빨리 찾더라.”
김창현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유아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흠. 여기서 우릴 지켜볼 사람은 한 명밖에 없는데.”
김창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 게 오른팔을 휘두르며 전기의 창을 속사했다.
하지만 전기의 창이 쏘아지는 방향 은 유아라가 아닌 나였다.
콰아아아앙!
벽이 무너지고 지금까지 숨겨졌던
내 모습이 드러났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감지 능력이 있을 줄은 생각 도 못 했는데.”
거점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 이 내부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거점 외부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진 행되고 있었다.
거대 마수 처치 외에도 수많은 이
벤트가 치러졌고, 이서준과 장수연 의 활약으로 B팀은 외부 이벤트를 거의 독식하다시피 했다.
A팀과 C팀은 이 상황이 탐탁지 않았지만, B팀을 섣불리 공격할 순 없었다.
자신들은 팀의 에이스 두 명을 거 점으로 보내 전력이 많이 약화된 상 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B팀은 팀의 에이스 두 명 이 모두 거점 외부에 있는 상황.
최상급 실력을 갖춘 인물은 일당백 의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너무나도 불리한 싸움이었다.
“저거 B팀, 아까부터 이벤트 독식 하고 있는데 저대로 놔둬도 되는 거 야?”
“냅둬. 거점은 그래도 우리 팀이 차지하겠지. 그리고 대형 이벤트가 시작되면 B팀은 알아서 몰락할 텐 데 뭐.”
“음. 그렇게는 한데. 상대가 또 이서준이라.”
그때 였다.
우우우우우웅一!
갑작스러운 마력의 기운이 거점을 중심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거점 외부의 모두가 놀라서 거점으 로 시선을 돌렸다.
동시에 그들의 귓가에 ‘의지’가 들 려왔다.
[거점의 주인이 탄생했습니다!]
[거점의 주인에게 개인 포인트 1,000이 주어집니다!]
“……벌써 거점이 공략됐다고? 아 직 7시간인가 8시간밖에 지나지 않 았는데?”
거점 외부의 누군가가 조용히 중얼
거렸다.
바로 그 순간.
파아아앙一!
거점을 중심으로 거대한 마력의 파 장이 거점의 외부를 휩쓸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 라 학생들은 대처할 수 없었다.
“이게 뭐야?!”
바닥을 구른 학생들은 어느새 거점 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왜 휩쓸리지 않은 거 지?”
거점의 근처에서 이서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300명의 학생은 마력의 장판에 휩 쓸렸지만 남은 150명의 학생은 휩 쓸리지 않았다.
그 150명의 학생은 B팀이었다.
[5분간 거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거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는 동 안 외부의 공격이 차단됩니다.]
후우웅!
다시 한번 마력의 파동이 거점에서 퍼져 나왔다.
반원 형태의 보호막이 거점을 중심 으로 B팀 학생들을 감쌌다.
그때 보호막 외부의 바닥에서 4개 의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이내 그 안에서 4명의 학생이 모 습을 드러냈다.
김창현, 전민기, 유아라, 최서윤이 었다.
학생들은 놀란 눈으로 그들을 바라
보다가 거점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뭐야? B팀이 거점 점령한 거야?”
“B팀 김선우 혼자 오른 거 아니었 어?”
유아라는 거점을 바라보다가 옆의 김창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임시 동맹해야겠네요.”
김창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대장전에서 거점을 빼앗긴 팀들의 암묵적인 룰이기도 했기에 지체 없이 동맹이 결성되었다.
김창현과 최서윤은 자신의 팀원들 에게 동맹 사실을 전달했다.
“어떡할래요? 보호 시스템 없어지 기까지 5분 남았는데. 끝나면 바로 공격할까요? 아니면 정비 좀 했다가 공격할까요?”
“시간 끌어서 좋을 건 없지.”
김창현의 대답에 유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은 3일까지 진행되지만 굳이 3일을 꽉 채울 필요는 없었다.
“그렇긴 하죠.”
그때 신영준이 유아라에게 달려들
었다.
“야. 어떻게 된 거야? 왜 한 명한 테 진 건데?”
“방심했어. 김선우가 타이밍을 잘 노리기도 했고.”
유아라가 약간의 분함이 담긴 목소 리로 대답했다.
신영준은 유아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김선우였기에 지 금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어 더 묻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미 지나간 일.
지금 A팀과 C팀의 최우선 목표는 거점 탈환이기에 이것에 집중해야
한다.
......거점 포기하고 외부 포 인트 독식하는 전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그게 무슨 소리야?”
유아라가 묻자 신영준은 고개를 저 었다.
“그런 게 있어.”
그렇게 말하던 신영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B팀. 저거 거점 먹어도 지키지도 못할 텐데 왜 먹은 거지?”
“김선우잖아. 무슨 생각이 있겠지.”
김선우잖아.
황당한 근거였지만 신영준은 납득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점 영역 내부의 B팀에게 축복이 내려집니다.]
[자연의 마나가 마나 회복을 돕습니다.]
[거점을 차지하는 2시간마다, B팀 에게 3,000의 팀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2시간마다 3,000의 포인트.
c팀이 시험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모은 팀 포인트가 2,500쯤 되는 것 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포인 트였다.
후우우웅!
그때 거점 영역 안의 필드에서 새 로운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곳에서 번쩍하고 빛이 나오더니 김선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점에서 나온 김선우는 자신의 팀 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무언가 지시 했다.
광역 마법 없이 2배나 많은 인원 을 상대로 전투를 치러야 하는 상황 임에도 김선우의 모습은 여유가 느 껴졌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데. 이 번엔 또 무슨 수를 쓰려고.”
유아라는 착잡한 눈으로 김선우를 바라보다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20초 뒤, 거점 보호 시스템 작동 이 중지됩니다!]
[거점의 축복은 다른 팀이 거점을 공략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유지됩니다.]
[5, 4, 3, 2, 1……]
거점을 감싸던 반투명한 마력의 보 호막이 사라졌다.
[거점의 보호가 풀렸습니다!]
동시에 A팀과 C팀은 B팀을 향해 돌진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