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거점 외부에 등장한 거대한 뱀은 재앙급 마수와 비견될 만큼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뱀의 신체가 움직일 때마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바닥이 흔들렸다.
각 팀의 공격대는 곧바로 전투 준 비에 돌입했다.
물론 뱀과의 전투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팀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기 에 수호대와 지원대가 공격대의 뒤
를 지켰다.
—츠으으!
그렇게 이어지는 거대 마수와의 전 투
수많은 마법이 뱀의 몸통을 정확히 맞춰내었지만 뱀의 단단한 가죽을 뚫어낼 수 없었다.
뱀이 필드 보스급의 단단함을 가지 고 있다는 중거였다.
한편, 신영준은 포인트를 벌기 위 해 뱀을 공격하는 도중 계속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대체 B팀은 무슨 자신감으로 김선 우 한 명만을 거점으로 보낸 걸까?
김선우가 아무리 공략 시험에 뛰어 나다 해도 다른 팀의 에이스 두 명 을 상대한다는 건 도박 수일 텐데.
차라리 이서준, 하다못해 장수연과 함께 거점에 입장했다면 훨씬 유리 했을 것이었다.
그 둘의 실력이라면 분명 다른 팀 의 에이스 조합보다 더 강력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또. 이서준의 마지막 말이 신경 쓰였다.
—김선우가 여기서 이벤트 포인트 나 잘 받아먹으라고 하더라고.
이 말은 즉, 지금 B팀의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은 김선우의 전략이라는 의미였다.
대체 무슨 전략이기에……
“ 아.”
그 순간, 신영준은 김선우의 전략 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것 말고는 B팀의 움직임을 설명 할 수 없었으니까.
곧바로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서준.”
신영준의 부름에 이서준은 뱀과의 전투를 잠시 멈추고 신영준을 바라 보았다.
“왜?”
“거점 공략 포기하고 이벤트에 올 인하는 거냐?”
“뭐?”
“거점 차지해도 지킬 자신 없으니 까 외부 이벤트를 독식하려는 거잖 아. 맞지?”
B팀은 광역 마법에 특화된 마법사가 다른 팀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 말은 즉, 거점을 차지한다고 하 더라도 거점을 지키기 매우 어렵다 는 이야기였다.
만약 거점을 차지하게 된다면 두
팀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텐데 B팀 은 그게 불가능했다.
어쩌면 당연한 판단이었다.
한 가지 의문이 있다면 포기할 거 면 확실하게 포기할 것이지 김선우 는 왜 거점에 입장했느냐인데.
이건 아마 혹시 모르는 거점 내부 의 변수를 대비해 입장한 거겠지.
그리고 이서준은 신영준의 말에 잠 시 생각에 잠겼다.
신영준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는 단번에 이해했다.
확실히 광역 마법이 없어 거점 수 비에 불리한 B팀인 만큼, 이게 팀에 더 맞는 전략이기는 했으니까.
그러나 어젯밤 김선우가 말한 뉘앙 스를 들어보면 김선우는 거점을 포 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애초에 거점을 포기할 생각 이었으면 김선우도 거점에 입장하지 않고 이곳에 남아있었을 테니까.
이서준도 문득 궁금해졌다.
김선우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이내 생각을 지우곤 신영준에게 다 시 시선을 돌렸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거점에 입장했습니다.]
[실시간 위치]
[1 층 : 김창현, 전민기, 김선우, 최 서윤, 유아라]
거점에 입장하자 어두운 복도를 밝 히는 머리 위의 전광판이 눈에 들어
왔다.
거점 안의 사람이 현재 어느 위치 에 있는지 대략으로나마 알려주는 실시간 현황판이었다.
A팀에서는 김창현과 전민기가.
C팀에서는 최서윤과 유아라가 입 장했다.
각 팀의 대장 겸 에이스들이었다.
“ 예상대로네.”
거점을 차지하면 얻을 수 있는 이 득보다는 거점을 차지하지 못 했을 때의 손해가 워낙 크다 보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나는 전광판을 보다가 복도의 끝을 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으스스한 것이 괴물이나 귀신이 튀 어나올 것 같다.
“……혼자 가기 무서운데.”
이럴 줄 알았으면 동행 한 명을 데려간다고 할 걸 그랬네.
[당신의 눈이 어둠에 적응합니다!]
그때 진화와 적웅 특성이 발동되며 눈앞의 어둠 속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괴물이나 귀신은 없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이 세계에서 귀신은 몰라도 괴물은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으니까.
그렇게 복도를 걸으려는 순간.
“맞다.”
거점 1층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바로 환영 마법이 걸려 있어 계속 같은 길을 반복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곧바로 은월환절을 사용했다.
[사용 효과, ‘환영 절단’을 발동합니다.]
후웅!
동시에 눈앞의 시야가 바뀌었다.
단 하나의 길목 옆에 숨겨진 비밀 통로가 생겨났다.
“흐흐. 쉽구만.”
나는 가볍게 웃고는 비밀 통로 안 으로 들어갔다. 통로 역시 어둡고 긴 복도의 연속이었다.
거점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5층 꼭
대기에 있는 ‘거점 통제실’을 장악 해야 한다.
당연하겠지만 5층에 오르기 위해서 는 계단을 찾아야 한다.
탑 등반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쭉 복도를 걷는데 멀리 어 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눈 에 들어왔다.
어둠 속에 숨은 ‘그것’이 진화와 적응의 효과로 또렷하게 보았다.
짐승의 얼굴.
등에 솟아난 가죽으로 된 큰 날개.
220cm쯤 되어 보이는 키.
혹색 수호 가고일이었다.
—긔 O《> O.
‘은밀한 발걸음’ 특성을 사용해 발 소리와 존재감올 낮췄기 때문인 걸 까.
가고일은 내가 접근했다는 것을 모 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은밀한 발걸 음을 사용했던 건데 올바른 판단이 었다.
나는 곧바로 녀석을 향해 손을 뻗 었다.
가고일의 특징이라면 역시 A등급
의 강화계 마법사만큼이나 빠른 움 직임.
1:1 전투 상황이 되면 귀찮은 일 이 일어날 수 있으니 녀석이 나를 인지하기 전에 빠르게 처치해야 한다.
그나마 가고일의 약점이라고 한다 면 낮은 방어력이니 짧게 구현해서 속사해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후우웅……
마력을 끌어모으고.
내 손끝에서 마력의 점이 하나둘씩 모이더니 구체의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구체의 형태가 완성되는 그 순간.
나는 빠르게 속사했다.
파앙一!
마법 구체는 어두운 복도를 환하게 밝히며 빠르게 쏘아졌다.
내 예상대로 가고일은 마력을 감지 하고는 빠르게 반웅하며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피하게 둘 생각은 없었다.
곧바로 대자연의 손길을 사용해 가 고일의 다리를 꽉 잡았다.
악력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녀
석을 당황하게 만들었으면 충분하 다.
—키엑?
콰아앙一!
[거점의 수호 가고일을 처치했습니다.]
[개인 포인트 50을 획득합니다.]
[‘은밀한 몬스터 암살자’ 업적을 달 성했습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휴.”
생각보다 손쉽게 쓰러트렸다.
가고일의 사체로 다가가자 가고일 의 몸이 점점 먼지가 되어 홑어지더 니 작은 열쇠 하나를 남겼다.
[신비로 만들어진 2충 열쇠]
설명 : 마력을 주입하여 거점의 2 층 문을 열 수 있다.
“드디어 2충이네.”
생각보다 싱거운 결말이었다.
나는 곧바로 열쇠를 쥐어 마력을 주입했다.
동시에 열쇠에 강한 빛이 뿜어지더 니 빈 공간에 차원의 문이 열리며 계단 하나가 생겨났다.
“가볼까.”
나는 계단을 올랐다.
한편, 최서윤과 유아라는 아직도 1 층을 헤매고 있었다.
1층에 환영 마법이 걸렸다는 사실 을 아직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걸었을까.
최서윤은 이상함을 눈치챘다.
“저희 아까부터 계속 같은 장소만 돌아다니는 거 같지 않아요?”
최서윤의 말에 유아라가 고개를 끄 덕였다.
“웅. 나도 느꼈어.”
“이거 환영 마법 아니에요? 뭔가
이상한데.”
계속 같은 장소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건 1층에 환영 마법 이 걸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 였다.
그렇다면 서둘러 환영 결계를 풀어 내야 한다.
그러나 유아라는 발현계 마법 이외 에는 딱히 재능이 없었다.
물론 환영과 관련된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내기는 했지만, 그것은 전통 방법이 아닌 그녀만의 특별한 방법을 사용해서였다.
유아라는 최서윤에게 시선을 돌렸
“너 환영 풀어낼 수 있어?”
“아뇨. 보조계 마법은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기는 한데 환영 쪽은 아 직 못 배웠어요.”
역시.
최서윤이 1위라고 해도 1학년.
아직 한참 기초 마법을 익힐 나이 니 환영 쪽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럼 그 방법뿐인가?”
“그 방법이요?”
최서윤이 의문에 찬 시선을 보냈
“뒤로 물러나 봐. 될 수 있으면 멀 리.”
최서윤은 그녀의 말대로 뒤로 물러 섰다.
유아라는 최서윤을 힐끔 보고는 양 팔을 크게 벌렸다.
동시에 그녀의 신체 안에서 강렬한 마력의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로 떠 오르 는 여러 개의 화염 구체.
최서윤은 그것을 보더니 입을 벌렸
“서, 선배님? 지금 뭐 하시는……”
“환영을 풀어낼 수 없으면 부숴야 지!”
유아라의 대답과 동시에 구현된 화 염 구체가 복도 사방에 뿌려졌다.
콰아앙! 콰앙! 콰아아아아앙!
계속되는 폭발.
다소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범위 공 격에 특화된 유아라였기에 가능한 특별한 방법이기도 했다.
이렇게 사방팔방 마법을 쏘아 내다 보면 어딘가에 숨겨진 환영 마법 장
치가 파괴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녀의 무식한 전략은 먹혀들었다.
계속되는 범위 공격에 환영 장치에 영향이 간 것인지, 눈앞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됐다.”
유아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후배 앞에서 조금 무식한 모습을 보인 건 아닐까 걱정이 들었지만, 결과가 좋으니 상관없겠지.
숨겨진 복도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 했다.
“저기로 가면 돼.”
최서윤은 충격받은 눈으로 유아라 를 바라봤다.
유아라의 마법 스타일과 거의 무한 한 마력을 타고났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훨씬 파괴적 이고 강렬했다.
‘……환영 마법을 그냥 부숴버린다 고?’
세간에서 유아라의 평가는 ‘이서준 만 아니면 역대급 천재라 불릴 재 능’이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이번 2학년이 ‘역대급 세대’라고 불리는 이유 역시 단순히 ‘이서준’ 만 대단해서가 아니라 유아라라는 최강의 2인자가 있었기에 그런 평가 를 받을 수 있던 것이니까.
그러나 1학년의 1위인 최서윤은 그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기 세대에 자부심이 있었 고 2학년에게 뒤지지 않는 강한 경 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유아라의 마법을 보고 는 생각이 바뀌었다.
확실히 이번 2학년 세대는 괴물이 많다.
이서준, 유아라 뿐만이 아니라 국 외에서도 루크, 릴리 로즈와 같은 천재들이 득실거리고 있었으니까.
“혼자 무슨 생각해?”
그때 유아라의 말에 최서윤이 번득 정신을 차렸다.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빨 리 가요.”
“그래? 그럼 가자.”
“네!”
최서윤은 힘차게 대답했다.
그렇게 유아라와 최서윤은 숨겨진 방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다 유아라는 문득 거점 현 상황이 궁금해졌다.
스마트 학생 수첩을 켜자 거점과 연동된 실시간 현황판이 떠올랐다.
[실시간 위치]
[1 층 : 김창현, 전민기, 최서윤, 유 아라]
[2충 : 김선우]
예상했던 결과가 눈에 보였다.
“……역시 김선우인가?”
유아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경쟁심 강한 유아라였지만 분함보 다는 허탈함이 느껴지는 표정을 짓 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최서윤은 문득 궁 금증이 생겼다.
“저, 선배님.”
최서윤의 부름에 유아라가 고개를 돌렸다.
“근데 거점에는 왜 김선우 선배님 만 올랐을까요?”
“그야 이런 공략 시험에서는 독보 적이니까.”
유아라의 말에 최서윤은 고개를 끄 덕였다.
김선우가 이런 공략 시험에서 독보 적인 실력을 갖고 있다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긴 했으니까.
“흐음. 근데 B팀이 거점을 차지한다 해도 지키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렇긴 하지. 광역 마법에 특화된 애들이 없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던 유아라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돼. 김선우. 걔가 끼어들면 또 어떤 변수가 생길 지 모르거든.”
유아라의 말에 최서윤은 순간 새로 운 궁금증이 생겼다.
“선배님. 근데 김선우 선배님은 전 세계 2학년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 도라고 생각하세요?”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과연 김선우의 실력은 전 세계를 기준으로 몇 위 정도의 실력을 지니 고 있을까?
김선우의 마법을 가까이에서 오랫 동안 지켜본 유아라라면 이 정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번 대장전 영상으로 봤을 땐 이서준 선배님한테 살짝 밀리는 정도
로 보이기는 하던데.”
1차 중간시험 대장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불리는 이서준 VS 김선 우
유아라는 당시 전투에 집중하느라 실시간으로 그 전투를 살펴보진 못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워낙 말이 많았기 에 유아라는 시험이 끝나고 영상으 로 따로 그 둘의 전투를 챙겨 보았 었다.
당시 김선우는 이서준에게 조금씩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중간중간 이상한 움직임을 보 이며 이서준올 발로 걷어 차버리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 만. 그것도 잠시.
이서준은 각성이라도 한 듯 엄청난 음직임을 보이며 김선우를 몰아붙이 기 시작했다.
만약 팀원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김선우가 그대로 패배했을 것 같은 흐름이었다.
딱 영상만 봤을 때는 그랬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 역시 그 둘의 전투를 보고는 김선우가 의외로 실 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이서준에게는
안되구나.
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었고.
그러나.
유아라는 그 둘의 전투에서 사람들 에게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알 고 있었다.
“……그때 대장전. 이서준 말로는 김선우가 봐줬다던데.”
유아라의 작은 중얼거림에 최서윤 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네? 이서준 선배님 상대로 김선우 선배님이 봐줬다고요?”
“어. 이서준 본인이 그렇게 말했
어.”
최서윤은 강한 충격을 받았다.
김선우 선배님이 알려진 것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이 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계에 찬사 를 받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이서준 선배님보다는 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서준 선배님 상대로 봐주 는 여유를 부렸다니.
그 말은 즉……
“김선우 선배님이 이서준 선배님보 다 위라는?”
유아라는 고개를 젓더니 진지한 목 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모르지. 근데 나는 김선우가 이서준한테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