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5화 (184/535)

185화

“……이거 뭐야?”

박인환이 나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뭐겠어?”

내 대답에 박인환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벤트의 보상이 ‘1:1 콜로세움 소 환권’이라는 건 박인환도 알고 있었 을 거다.

굳이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더라도

이 상황에 대해 알고 있겠지.

박인환은 나를 죽일 둣이 노려보더 니 서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래, 잘됐네. 나도 너한테 하도 당해서 네 전투 패턴 좀 연구했거 든?”

내 전투 패턴?

단순한 허세인지 아니면 진짜로 내 전투 패턴을 연구한 건지는 잘 모르 겠지만 꽤 흥미로운 말이긴 했다.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 지만.

“잘도 그런 걸 연구했네.”

“……건방진 새끼!”

박인환의 외침과 함께 화염의 가시 가 등 뒤로 구현되었다.

화르륵一1

뜨겁게 타오르는 화염의 가시.

박인환이 손을 뻗자, 가시는 나를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공격 자체는 뻔했기에 가볍게 발걸 음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녀석의 공 격을 피할 수 있었다.

휘웅!

“쳇!”

깨물었다. 나는 그런 박인환을 빤히 바라봤다.

그래도 예전에 싸울 때는 조금 위 협적으로 느껴지긴 했었는데 최근 강자들이랑 싸운 경험 때문인지 박 인환의 공격이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

잦은 실전 경험으로 나도 꽤 성장 한 거겠지.

내 여유로운 모습에 박인환은 불쾌 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진짜!”

화르르륵!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

20개가 넘은 수많은 가시가 박인 환의 등 뒤로 구현되었다.

저 정도의 동시 구현이라니.

마법사관학교의 최상위 실력자답게 상당히 뛰어난 구현 능력이었다.

저건 나도 힘든 건데. 재능 부럽 네.

“핫!”

박인환이 손을 뻗자 화염의 가시들 이 다시 나를 향해 쏘아졌다.

나는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해 앞으

로 내달렸다.

그렇게 가시가 내 몸에 닿으려는 순간, 곧바로 마력의 장막을 펼쳐 냈다.

파앙-!

내 앞에 펼쳐진 반투명한 하얀 빛 의 장막은 나에게 쏟아지는 모든 화 염의 가시를 막아내었다.

장막은 마나 소모가 크고 형태도 익숙하지 않아 자주 사용하진 않지 만, 최근 많은 연습을 통해 어느 정 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개가 넘는 마법이 나를 향해 쏘아진다면 피하는 것보다는

막는 게 더 좋은 선택이기도 했고.

박인환은 내가 장막류의 마법을 사 용할 줄 예상 못 했는지 당황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잠시 멈춰서서 박인환을 바라 봤다.

“……너 설마 전투 패턴을 연구했 다는 게, 내가 피하는 거 밖에 할 줄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거냐?”

박인환은 순간 정곡에 찔린 표정을 지었다.

“어…… 아니었냐?”

내가 장막을 사용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았으니 그렇게 착각할 수 있기는 하지.

언제나 오만한 모습만 보여주던 박 인환이었기에 그 노력이 가상해 보 이기는 한다.

그건 그거고.

나는 다시 마력을 끌어올리며 빠르 게 마법 구체를 구현해 속사했다.

파앙一!

구현과 동시에 방출된 마법 구체는 섬광처럼 박인환을 향해 쏘아졌다.

“끄악!”

속사된 마법은 박인환의 어깨를 정 확히 강타했다.

그래도 뒤늦게 호신강기라도 사용 했는지 깊은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통은 여전한 듯 몸을 웅크 리며 괴로운 신음을 내었다.

“크으윽! 비겁하게!”

“전투 중에 비겁한 게 어딨어.”

나는 쉬지 않고 새로운 마법을 구 현했다.

거기다 쉽게 막아낼 수 없도록 마력을 조금 압축했다.

우우우웅!

“아씨!”

박인환이 입에서 욕지거리를 내뱉 더니 품 안에서 어떤 문양이 그려진 종이 하나를 꺼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종이였다.

의문이 들었지만 수상한 행동을 지 켜볼 수 없어 곧바로 마법을 방출했다.

그것과 동시에 박인환은 종이에 마력을 주입했다.

후우웅一!

그 순간.

종이에서 머리가 두 개 달린 거대

한 개 한 마리가 튀어나오더니 내 손에서 쏘아지는 마법을 몸으로 막 아냈다.

콰아앙一!

—깨애행!

개는 고통스러운 듯 바닥 위에서 크게 점프하며 날뛰었다.

워낙 덩치가 커서 그런지 한번 뛸 때마다 바닥이 쿵쿵 울렸다.

“……저건 또 뭐야?”

1:1 상황에서 갑자기 개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나는 박인환의 손에 들린 종이를

보았다.

분명 저기서 튀어나왔는데.

저거 설마 마수 소환서인가?

맞는 것 같다.

나도 저것과 비슷한 마수 소환서를 소유하고 있었으니까.

박인환. 저 녀석…….

기어코 금기를 깨버렸구나.

저런 특수한 효과를 가진 아이템은 당연하겠지만 시험에서 사용이 금지 되어 있다.

만약 저런 아이템이 허용된다면 돈 많은 학생이 아이템에 의지해 더 좋 은 성적을 받아내려 할 테니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시험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는데 저런 짓을 하다니.

어지간히 열 받았나 보다.

아마 죽더라도 나는 죽이고 간다는 생각이겠지.

“크흐흐! 물어뜯어!”

박인환은 광기에 찬 웃음을 보이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크어엉!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개는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빠르게 뒤로 이동하여 날카로 운 이빨을 피해내었다.

움직임과 단단함 등을 보았을 때, A둥급 이상의 몬스터로 보였다.

A등급이라면 최선을 다하지 않으 면 이기기 힘든 상대. 심지어 녀석 의 뒤에는 박인환까지 있어 더욱 상황이 까다롭다.

나는 외부자의 혜택으로 녀석의 약 점을 살폈다.

“……저긴가?”

머리와 몸통 사이를 이어주는 기다 란 목두개.

나는 침착하게 압축해놨던 구체를 녀석의 목을 향해 방출했다.

파앙一!

손끝에서 섬광이 번쩍이더니 마법 이 녀석의 목을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하지만 녀석의 움직임이 워낙 날렵 하다 보니 공격은 빗나갔다.

나는 다시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A등급의 몬스터를 근접에서 상대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만 녀석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개가 나를 물려는 그 순간.

‘순간 가속’을 사용했다.

동시에 개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이 고 적당한 빈틈을 보이는 그 순간 바닥을 박차고 크게 점프했다.

그리고 빠르게 녀석의 털을 잡고 몸 위에 올라탔다.

—컹컹!

개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나를 떨어트리려 했다.

그러나 위에 올라탄 이상 승부는 끝난 것과 마찬가지다.

후우우웅一!

다시 마법을 구현했다.

“하아앗!”

그리고. 나는 녀석의 목을 향해 마 법을 쏘아냈다.

파아앙!

—커어엉!

[‘소환 마수 처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후우.”

마수의 육체는 점점 먼지처럼 홑어 졌다. 흩어진 먼지는 한곳으로 모이 더니 박인환의 손에 쥐어진 종이로 모여들었다.

박인환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나를 올려 보았다.

“미, 미친…… A등급 몬스터를 혼 자서……

나는 박인환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박인환은 전의를 잃은 얼굴로 나를 올려 보았다.

“쯧. 왜 그랬냐? 너 이번 일로 최 소 정학, 잘하면 퇴학인 거 알지?”

“아무튼. 퇴학 안 되게 잘 해봐라.” 나는 마법 구체를 구현해 그대로

박인환의 머리에 쏘아냈다.

콰아앙!

[승자, 김선우.]

[1:1 콜로세움에서 숭리했습니다!]

[보상으로 100의 개인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후우……

종합 5위로 가기 위한 첫 번째 관 문인 박인환의 조기 탈락.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박인환이 갑자기 금기를 써서 내년 3학년 때 못 볼 수도 있다는 특이 점이 생겨났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어 차피 빌런이 될 녀석이니까.

지금 중요한 것은 종합 5위에 들

첫 발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는 거다.

[콜로세움에서 숭리하셨으므로 원 래 장소로 이동합니다.]

번쩍!

다시 한번 눈앞이 번쩍이더니 내가 서 있던 공간이 바뀌었다.

은은한 풀 내음.

시원하고 맑은 공기.

아까 내가 서 있던 산 정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후우……

그럼 돌아가 볼까.

꽤 긴 시간이 홀러. 첫 번째 밤이 찾아왔다.

해는 저물고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 아무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완 전한 야생이었기에 밤은 평소보다 더 어둡게 느껴졌다.

타닥. 타닥…….

화염을 다루는 학생들은 자신의 마

법을 이용해 장작을 태우며 어둠을 밝혔다.

식량 공급 팀이 초원 어딘가에서 잡아 온 돼지고기가 지글지글 익어 가고 있었다.

“냄새 좋은데?”

내 맞은편에 앉은 이서준이 눈앞의 모닥불에 익어가는 고기를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나를 바라봤다.

“아, 맞다. 아까 콜로세움 티켓은 잘 썼냐?”

“어. 덕분에 박인환은 탈락시켰어.”

“오……

이서준이 작게 감탄하더니 다시 입 을 열었다.

“생각보다 쉽게 이겼나 보네. 되게 멀쩡해 보이는데.”

“……그렇게 쉽게 이긴 건 아니야. 걔가 막판에 이상한 짓을 했거든.”

“이상한 짓?”

“그런 게 있어. 시험 끝나면 알아 서 알게 될 거야.”

내 말에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눈앞에 타오르는 고기를 살폈다.

도= 이상하게 해서 그런지 모양 이 삐뚤삐뚤했다.

내 옆의 장수연은 신경 쓰지 않는 둣 고기를 집더니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음~ 맛있네. 너네도 먹어.”

“예……

나는 고기 한 덩어리를 집었다.

그리고 입으로 크게 한입 베어 물 었다.

우물우물.

막 엄청 맛있는 건 아닌데 야생에서 먹다 보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고기를 삼키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 겨 이서준에게 물었다.

“너는 다른 이벤트 잘했냐?”

오늘 타임어택 이벤트 외에도 여러 이벤트가 있었다.

참고로 나는 콜로세움에서의 전투. 그리고 정찰과 거점 주변을 미리 살 펴보느라 이벤트에 거의 참가하지 못했다.

“이벤트로 개인 포인트 좀 벌긴 했 지.”

“그래?”

그렇게 이서준과 대화를 나누는데

장수연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근데 내일 거점 점령전은 어떻게 할 거야?”

거점 점령전.

내일 3팀이 속한 자리 중앙에 ‘거 점’이라 불리는 건물이 하나 생겨날 것이다.

내일 일어날 이벤트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점령해야죠.”

거점 점령 자체는 어렵지 않다.

우선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 진행되 기도 하고, 또 보통 각 팀의 대표 2

명에서 3명 정도만 입장하기 때문에 1:1에 특화된 B팀에 이점이 많았다.

하지만 장수연은 우려에 찬 시선으 로 나를 바라봤다.

“괜찮겠어?”

“네.”

장수연이 무엇을 우려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거점 점령에 성공했을 때 주어지는 수많은 혜택.

그것을 막기 위해 다른 팀들은 힘 을 합쳐서 거점을 점령한 상대 팀을 몰아내려 할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두 팀을 상대로 거점 을 지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특히 광역 마법사가 적은 B팀에게 는 더더욱.

“점령하면 어떻게 지킬 건데?”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저한테 맡기세요.”

“……이거 믿어도 되는 거야?”

장수연이 이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서준은 어색한 미소를 흘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쟤가 자신 있어 하면 다 근거가

있더라고요. 그냥 믿어봐요.”

2일 차.

본격적인 팀 단위 이벤트, ‘거점 점령전’이 시작되었다.

모든 팀은 거점 점령과 거점 주변 에서 일어나는 몇몇 이벤트를 위해 중앙 거점으로 모였다.

작은 신경전이 일었지만, 그것도 잠시 학생들은 대치 상태를 유지했다.

섣불리 공격했다가는 역으로 2:1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팀의 신영준은 B팀을 살펴보더니 의아함을 느꼈다.

“뭐냐? 이서준, 거점에 안 들어갔 네?”

거점은 보통 팀의 에이스가 들어가 는 게 일반적이었다.

A팀은 김창현과 전민기.

C팀은 최서윤과 유아라가 입장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B팀의 에이스 는 이서준.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서준은 이곳에 남아 있었다.

심지어 이서준의 옆에는 그다음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장수연도 있었다.

이서준과 장수연.

둘 다 거점에 입장하지 않았다니. 신영준은 의아함을 느꼈다.

신영준은 이서준을 향해 작게 소리 쳤다.

“야. 이서준!”

신영준의 부름에 이서준이 그를 바 라봤다.

멀리서 크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니 괜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신영준은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움직임으로 이서준에게 조금 다가갔 다.

이서준은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해 전투 준비를 했다.

“왜?”

“아니, 너네 거점 누가 들어갔나 해서.”

신영준의 물음에 이서준은 잠시 입 을 다물었다.

그러자 이서준의 옆에서 있던 장

수연이 그에게 말했다.

“그냥 대답해. 딱히 상관없잖아.”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선우인데?”

“김선우? 아……

신영준이 이해했다는 둣 고개를 끄 덕였다.

김선우. 확실히 이런 ‘공략’ 관련 부분에서는 그 누구도 못 이기기는 사기캐니까 납득이 됐다.

“근데 김선우 한 명만 보냈어?”

“어. 걔가 그게 편하다고 우겨대 서.”

“……아니, 그래도 혼자는 좀 그렇 지 않냐?”

그때 였다.

[거점을 지키는 마수가 소환됩니다.]

[마수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팀에게는 팀 점수가 주어집니다!]

우우우웅!

거점 주변의 마법진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내 3층 건물 크기의 거 대한 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서준은 침착하게 뱀을 바라보더 니 검에 빛의 마력을 둘렀다.

그러곤 신영준에게 말했다.

“김선우가 여기서 팀 포인트나 잘 받아먹으라고 하더라고.”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