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그레텔과 치 킨을 먹고 있었다.
우물우물 한참 치킨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레텔이 치킨 다리를 집더 니 내 접시 위에 올려놨다.
“뭐야? 나 먹으라고?”
내 물음에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그레텔 많이 먹어.”
내 접시 위에 올려진 다리를 그레
텔에게 넘겼다.
그레텔은 치킨 다리를 바라보더니 나를 올려보았다.
이게 제일 맛있는데 왜 안 먹냐는 눈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를 양보 해주는 마음씨가 상당히 감동적이기 는 하나, 이게 부모의 마음이라는 걸까?
그레텔이 먹는 것만 봐도 나는 배 가 부르거든.
“그레텔, 그레텔은 다리가 제일 맛 있지?”
“응애.”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가 제일 맛있으면 다음엔 다 리만 있는 거로 시킬까?”
“옹애?”
그레텔이 그게 가능하냐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레텔이 원하면 다리만 시킬 수 있어. 아니면 다리랑 날개 둘이 같 이 나오는 것도 가능하고.”
“웅애!”
그레텔은 기쁘다는 둣 껑충껑충 뛰 었다.
한층 신나 보이는 모습에 나도 모
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다리를 쿨하게 양보할 수 있 었던 이유는 다리보다는 날개 파라 서 그렇다.
살덩어리보다는 날개 특유의 바삭 한 껍데기.
그게 가장 맛있거든.
어찌 됐든 그레텔과 치킨 최애 부 위가 겹칠 일이 없어서 좋다.
“다음부터는 다리, 날개만 나오는 거로 시킬게.”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치킨 다리를 입에 물었다.
나는 그런 그레텔을 흐뭇하게 바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념이 묻은 손을 물로 닦아내고는 소파에 앉았다.
식곤중에 하품을 하다가 슬쩍 그레 텔의 머리를 보았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열매가 며칠 사 이에 제법 커졌다.
이 크기면 2주 안에 완전히 익지 않을까?
“흠.”
그렇게 그레텔 머리의 열매를 보는 데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열매 색이 이전과 달라졌다.
저번 열매는 녹색빛이었지만 이번 에는 노란빛을 띠고 있었다.
“……효능이 달라져서 그런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노란빛이라. 이번에는 어떤 효과가 있을지 기대된다.
그렇게 그레텔 몰래 입맛을 다시며 열매를 바라보고 있던 때였다.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알람이 울렸다.
[발신인 : 한국 마법사관학교]
[전 학년 합동 대장전 룰북, 그리 고 시험이 진행될 장소 안내입니다.]
룰북이 도착했다.
곧바로 룰북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거의 20페이지에 가까운, 여러 복 잡한 룰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인원수가 몇 배로 늘어나다 보니 단순하게 대장을 처치하면 그만이었 던 이전과는 달리 여러 복잡한 룰이 추가됐다.
이번 대장전의 룰을 쉽게 설명하자 면 기존 대장전에서 1학기 기말시험 때 겪었던 ‘탑 등반 서바이벌’을 섞 은 느낌이다.
뭐, 룰 정도는 회귀 전의 경험. 그 리고 원작에서 보았던 내용이 있기 에 다시 굳이 살펴볼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내 머릿속에 완벽하게 기억 되어 있었으니까.
[종료]
룰북 페이지를 종료하고 장소 안내 페이지를 보았다.
4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모여 진 행될 시험인 만큼 장소 역시 규모에 걸맞은 크기로 바뀌었다.
[마법사 협회 산하 특수 목적 인공 섬 대규모 가상훈련 센테
한국 마법사 협회가 소유한 작은 인공섬.
그곳에 설치된 ‘대규모 가상훈련 센터’가 바로 이번 시험 장소이다.
영국에 있던 탑과 함께 최고의 가 상훈련 센터로 알려진 곳이었다.
“흐아암.”
나는 메시지를 종료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주 화요일부터 시험이 시작된 다. 슬슬 컨디션도 관리해야 하니 일찍 자야지.
월요일 오후.
이번 주의 마지막 실전 훈련인 ‘환
영 미로 탈출’을 끝낸 나는 대기실 로 돌아왔다.
“후.”
숨을 푹 내쉬고 대기실 내부를 쭉 둘러보았다. 대기실의 좌석에는 빈 자리로 가득하다.
“……
“그래, 네가 1등이다. 아주 압도적 으로.”
혼잣말로 중얼거리는데 내 뒤에서 장안철이 불쑥 나타났다.
뒤에서 기척이 어느 정도 느껴졌기 에 화들짝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장안철은 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는 정말이지 볼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구나. 살면서 그렇게 환 영 저항이 높은 녀석은 처음 봤다.”
환영 저항.
은월가에서 ‘은원환절’을 익힌 것 올 장안철은 모를 테니 이런 반웅도 당연하다.
“쯧.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B팀에 투표하는 건데……
“투표요?”
장안철의 뜬금없는 말에 묻자 장안
철이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뭔가 수상한데.
장안철은 어색한 미소를 홀리며 손 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쪽에 대기실이 있으니 저기서 쉬고 있으면 된다.”
“……네.”
그렇게 장안철이 가리킨 대기실 방 향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남은 시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능력치를 살펴보기로 했
다.
[능력치]
체력 : 73.2
근력 : 76.57
마력 : 64.1
속도 : 40.2
순발력 : 73.3
손재주 : 29.2
이미 많은 능력치 상승을 이루어서 그런지 눈에 띄는 상승은 없었다.
물론 능력치는 어디까지나 능력치 고 사실 그렇게 중요한 수치는 아니 긴 하다.
능력치는 어디까지나 ‘체급’을 보 여주는 용도니까.
아무리 힘이 센 헬스 트레이너도 격투기 선수와 싸우면 아무것도 못 하는 것처럼 능력치가 높아봤자 마 법 제어 능력, 체술 둥이 받쳐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어디 가서 꿇리
진 않는다.
기술은 좋은데 신체나 마력 때문에 손해 본다는 소리는 안 들을 테니 까.
번쩍!
그때 포탈에서 이서준이 등장했다.
아무래도 환영 미로 탈출 훈련의 2등은 이서준인 모양이다.
나와 함께 은월환절을 익혔으니 당 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서준 2등이다. 너도 상당히 빠 른 속도로 탈출에 성공했구나.”
장안철의 말에 이서준은 기쁨보다
는 낭패라는 표정을 보였다.
“2둥……
늘 1등만 노리던 이서준이라 그런 지 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 이다.
그런 이서준의 심정을 눈치챘는지 장안철이 이서준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 기분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지금 네 기록도 오늘 1둥만 아 니었다면 마법사관학교에서 신기록 이니까.”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1등은 김선우죠?”
“역시 바로 눈치채는군. 맞다.”
장안철이 힐끔 나를 바라보며 대답 했다. 이서준 역시 장안철을 따라 나를 흘겨봤다.
“……탈출 시험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네.”
“너무 낙심하지 마라. 네 결과도 충격적일 만큼 뛰어나니까.”
“……넵.”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뚜벅 뚜벅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그런 이서준을 바라보며 장난
식으로 말했다.
“2둥 왔냐?”
내 말에 이서준이 눈을 찌푸리며 정색했다.
숭부욕이 강하다 보니 성적과 관련 해서는 농담이 통하지 않는다.
“쯧.”
억울하면 1둥 하던가. 누가 2등 하 래?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하나하나씩 탈 출에 성공한 학생들이 모습을 드러 내기 시작했다.
유아라, 신영준, 이현주, 박인환.
탈출 순서는 2학년 종합 순위와 같았다.
뒤늦게 탈출한 박인환은 전광판을 확인하더니 이를 악물었다.
그러곤 죽일 듯이 나를 노려본다.
“하. 열 받네.”
“……쟤는 또 왜 저래?”
최근 박인환은 나를 저렇게 노려보 는 일이 잦아졌다.
괜히 뒤에서 내 욕을 하기도 하고 지나가다가도 일부러 어깨빵을 치기 도 한다.
물론 그때마다 어깨를 마력으로 강
화해 역관광을 내주긴 했다.
그때 내 옆에 앉은 신영준이 킥킥 웃었다.
“쟤 이번 기말시험에서 너한테 5위 빼길까 봐 저러는 거야. 엄청 예민 하더라고.”
“아.…”
뭔가 했더니 그것 때문인가?
나는 피식 웃었다.
“난 또 뭐라고.”
내 중얼거림에 박인환이 표정이 한 충 사납게 변했다.
나는 그런 박인환의 시선을 아주
여유롭게 받아냈다.
그나저나 쟤는 몇몇 훈련에서 나한 테 그렇게 당해놓고는 아직도 정신 을 못 차린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박인환 저거 아직도 애들 괴롭히고 다니는 거 같던데.
“홈.”
이번 대장전에서 혼 좀 나야겠네.
시간은 빠르게 홀러 기말시험이 시 작되 었다.
주 종목인 ‘대장전’은 내일, 수요일 에 시작되고 오늘은 필기시험을 보 는 날이다.
당연하겠지만 나에겐 외부자의 혜 택이 있기에 5분도 안 돼서 모든 답안지를 채워 넣었다.
띠리리링-
시험 종료를 알리는 알람 소리가 울리고 교사는 답안지가 마킹된 카 드를 수거해갔다.
“자, 학생 여러분 필기시험은 끝입 니다. 시험 보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교사의 말이 끝나자 학생들은 기지
개를 켜며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러더니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와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내 쪽으로 몰려들었다.
“선우야! 6번 정답 뭐야?”
“야야. 김선우. 19번 답 뭐냐?”
‘……뭐야?’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당황했다.
“야야. 답안지 좀 줘봐.”
심지어 내 시험지를 ‘답안지’라 부 르며 달라고 한다.
이것들이 평소에는 필기시험에 관 심도 안 가지더니 올해 마지막 시험 이라고 아주 난리네.
“아오!”
귀찮음에 내 시험지를 저 멀리 뒷 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시험지를 따 라 뒷문으로 향하더니 그곳으로 달 려갔다.
다음날.
필기시험이 끝나고 드디어 세계에 큰 관심을 받는 한국 마법사관학교 기말시험의 주 종목, ‘전 학년 합동 대장전’ 시험 날이 되었다.
약 450명의 전교생은 시험을 위해 포탈을 타고 ‘대규모 가상훈련 센 터’에 도착했다.
가상 탑 등반 시험과 같이 이 훈 련 센터는 성유물의 신비로 이루어 져 있기에 450명의 학생을 가상 세계로 수응할 수 있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시험은 모두 알다시피 최대 3일간 진행된다.”
이전 대장전과 큰 차별점이 있다면 역시 시험 기간이다.
이전 대장전은 하루 만에 끝나지만 이번 합동 대장전은 최대 3일간 진 행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최대’라는 뜻이 다.
이건 시험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채 하루가 되지도 않아 시험이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대장을 빠르게 처치할 수 있다 면 시험이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장전에서 대장이 죽고 시
험이 빠르게 끝나는 일은 거의 불가 능할 것이다.
1:1 상황도 아닌 1:1:1 상황이다 보니 서로 눈치 싸움만 하게 될 예 정이니 말이다.
이것을 방지해 이번 시험에는 몇 가지 장치가 준비되어 있었다.
하나는 ‘거점 점령’.
또 하나는 ‘이벤트’이다.
거점 점령은 말 그대로 시험에서 다양한 축복을 얻을 수 있는 장치였다.
게다가 전략적으로 다양한 이점까 지 있어 점령할 수만 있다면 수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대량의 포인트라던가.
그리고 이벤트는 말 그대로 저번 가상 탑 등반 훈련 때와 같이 시험 중간중간에 시작되는 이벤트를 뜻한다.
이벤트에서 승리 시 팀 포인트와 개인 포인트. 그리고 특별한 보상을 얻게 되는데 이 특별한 보상은 나중 에 있을 이벤트와 전투에서 큰 영향 을 끼칠 만큼 강력하다.
“저번에 공지한 룰북을 보면 알겠 지만, 이번 시험에서 3일간 숭자가 나오지 않을 시, 가장 높은 포인트
를 획득한 팀이 1둥을 차지하게 된 다.”
이번 대장전에서 ‘포인트’제도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1:1:1의 형태로 시험이 진행되는 만큼 전투를 피하고 어부지리를 노 리는 흔히 말하는 ‘버티기’ 플레이 를 방지하기 위해서.
“자, 그럼 시험을 시작하겠다. 각 팀은 진영에 맞게 입장할 수 있도 록.”
나를 포함한 모든 학생은 각자 자 기 팀에 맞는 포탈로 입장했다.
번쩍!
포탈을 타자 드넓은 녹색 빛의 초 원이 눈에 들어왔다.
내 주변에는 150명에 가까운 B팀 의 팀원들이 있었다.
[시험은 약 3분 뒤에 시작됩니다.]
“……뭔가 저번 탑 등반 시험이랑 비슷하네.”
“그러게.”
“흐음.”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장은 어디에 있지?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걷다가 가 까운 곳에서 이서준과 지원대 대장 인 장수연을 발견했다.
“김선우? 찾고 있었는데. 일로 와.”
이서준의 부름에 그쪽으로 다가갔 다. 그 옆에 있던 장수연은 나를 힐 끔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네가 김선우지? 잘 부탁한다.”
장수연이 손을 내밀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굵직한 승모근 때 문인지 덩치가 더 커 보인다. 키도 나랑 비슷해 보이는데.
“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장수연의 손을 맞잡았다. 손 에 굳은살이 느껴졌다.
악수를 마치자 장수연이 생각났다 는 둣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저번 중간시험 대장전은 잘 봤다. 상당히 뛰어나던데.”
“아, 예.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칭찬에 고개를 살짝 숙 였다. 고개를 들자 장수연은 내 눈 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다.
“이서준이 1등을 못 한 게 그때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장수연의 말에 옆의 이서준이 어색 한 미소를 흘렸다.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여전히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김창현도 쭉 1등을 했거든. 근데 나도 김창현 그 녀석 한 번만 이기 고 싶다. 도와줘라.”
침착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
하지만 목소리에 담긴 진심이 느껴 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1둥 같이 해보죠.”
내 대답이 흡족스러운지 장수연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때 하늘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시험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 겠습니다.]
[5, 4, 3, 2, 1……]
[전 학년 합동 대장전이 시작되었 습니다.]
드디어 2학년, 올해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