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아오. 더럽게 덥네……
온몸이 타들어 갈 것 같은 동아프 리카의 사막 어딘가.
나는 아공간에서 물통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꿀꺽.
“ 으.”
당장의 갈증은 해소되었지만 몸의 피로는 사라지지 않았다.
새로 얻은 스킬인 ‘마력의 폭우’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모든 마력을 소 모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마력의 폭우는 룬의 속박과 같이 마나를 잡 아먹는 하마였다.
대자연의 심장과 투쟁심을 동시에 사용했음에도 마법을 유지하는 것이 벅찰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아 니 만족스러웠다.
괴물 메뚜기 떼 상대로 시험했던 스킬의 위력이 내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S등급은 S등급이라
는 건가.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메뚜기를 잡는 순간 메시지가 엄청 떠올랐었는데.
기말시험에서 김선우의 모습으로 ‘마력의 폭우’를 사용해야 하다 보 니, 남들에게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자리를 피하다가 미처 확인하지 못 했다.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이용해 이전 메시지를 확인했다.
[‘사막의 여행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대량 학살’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메뚜기 학살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앞으로 ‘메뚜기’ 몬스터는 당신에
게 두려움을 느낍니다.]
[스킬을 이용한 몬스터 학살에 성 공했습니다. ‘마력의 폭우’ 숙련도가 8% 상승합니다.]
“오호.”
한순간에 1만 1천 포인트를 벌어 냈다.
상당히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그것 보다 ‘마력의 폭우’ 숙련도가 상승 했다는 문구가 더 내 시선을 잡는 다.
최근 얻었던 스킬들은 숙련도가 없는 고정형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마력의 폭우(S)] [등급 : 1(8%)]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위력과 속성 이 달라지는 만큼 숙련도를 올려 스 킬을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한 모양 이다.
지금도 이렇게 좋은데 등급이 상승 하면 대체 얼마나 좋아지는 거지?
“기대되네……
이렇게 만족스럽다 보니 더더욱 아 쉬운 부분이 하나 있었다.
능력의 개성이 워낙 뚜렷하다 보니 김선우가 아닌, 김진우의 모습으로 이 능력을 사용할 순 없다는 것이다.
김선우가 사용하는 능력을 김진우 가 사용하면 동일 인물이라는 게 세 상에 알려질 테니 말이다.
“쩝.”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사 막을 걷는데 멀리서 내 몸보다 살짝 작은 크기의 거대 사막 거미가 눈에
들어왔다.
유적 수호 거미.
상당히 온순한 성격을 갖고 있는 몬스터였다. 웬만해서는 인간을 먼 저 공격하지 않는다.
나는 유적 수호 거미를 유심히 살 펴봤다.
거미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이 주 변에 유적지가 있다는 얘기다.
‘유적 수호’라는 이름이 그런 의미 로 지어진 것이니까.
“……사막 유적지라.”
생각해보니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 신비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사막 유적지를 다녀와야 할 상황도 있었다.
이왕 이렇게 사막에 온 거, 유적지 공략도 시도해보고 싶지만 오늘은 사막 외에도 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을 꺼내 메 시지를 확인했다.
[오늘 오후 6시, 현자관 제2 대강 당에서 B팀 전략 회의 있습니다. B 팀 모두 꼭 참석해 주시길 바랍니
다.]
“바쁘구만.”
지금 시간이 오후 4시니까 약 2시 간이 남았다.
물론 출입국 게이트를 이용하면 이 곳에서 서울까지 한순간에 도착할 수 있기는 하다.
문제는 여기서 출입국 게이트까지 거리가 꽤 된다는 거지만.
다시 생각해도 차 렌트를 하지 않 은 게 후회된다.
이걸 또 언제 걸어가?
“ 에휴.”
그렇게 한숨을 푹 내쉬고 다시 사 막을 걸을 때였다.
멀리서 사막의 모래를 해치며 달리 는 거대한 차량 3대가 눈에 들어왔다.
차량은 내 쪽을 향해 달려왔다.
나는 긴장감을 유지한 채 차량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프리카의 사막은 몬스터의 잦은 출몰과 습격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무법지대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렇기에 무장 강도의 가능성도 충
분히 염두에 두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마나가 어느 정 도 회복되었다는 점.
저 차량 안에 무장 강도들이 있다 하더라도 내 몸을 지키는 것은 충분 할 것이다.
무장 강도라고 해봤자 마법 능력은 별 볼 일 없을 테니까.
“진우 씨?”
그러나 차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완 전히 내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동시에 뒷좌석의 창문이 열리며 익 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검은 혹발. 보는 사람을 혹하게 만 드는 아름다운 외모.
“한세연 씨?”
한세연이었다.
한세연은 나를 마주친 것에 크게 놀랐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여긴 무슨 일이세요? 설마 이런 곳에서 진우 씨를 마주치게 될 줄은 생각 못 했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한세연이 왜 여기에 있어?
그렇게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
다가 그녀가 왜 이곳을 오게 되었는 지 깨달았다.
아프리카는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무법지대지만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 이 열려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다양한 에너지 자원과 유적지. 그 리고 수많은 필드 몬스터가 사막 곳 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 자체가 하나의 거대 한 ‘몬스터 필드’라고 할 수 있었다.
원작 속 한세연은 이런 가능성을 노리고 아프리카로 사업을 크게 확 장하며 큰 성과를 거두었었다.
먼 미래, 한세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였던 한성가에서의 입지를 추격 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그러게요. 저도 한세연 씨를 여기 서 마주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내 대답에 한세연이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저는......
잠시 입을 다물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고민했다.
김진우의 신분으로 메뚜기 처치와 엮이면 좋을 게 없었으니까.
“사막 유적지를 조사할 일이 있어
서 왔습니다.”
“아~ 최근 이 근처에서 유적지가 많이 발견되고 있기는 하죠. 그래서 성과는 있었어요?”
“말 그대로 어떤가 조사만 하려고 온 거라서요. 뭐, 보니까 나쁘지 않 은 거 같네요. 한세연 씨는요?”
“저도 비슷해요. 사막을 조사하러 온 거죠.”
한세연이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진우 씨, 그럼 지금은 어디 가세 요?”
“저는 이만 서울로 돌아가려고 포 탈 게이트 쪽으로 가고 있어요.”
“어? 저돈데. 그럼 같이 가요. 출 입국 게이트까지 태워드릴게요. 양 부장님 괜찮죠?”
한세연이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 더니 누군가에게 물었다. 옆에 일행 이 함께 앉아 있었나 보다.
오케이 사인이 나왔는지 한세연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팀원들도 괜찮다고 하네요. 같이 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목적지까지 언제 가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태워주신다고 하면 저야 좋죠.”
내 대답에 한세연이 빙긋 웃었다.
그러고선 문을 열고는 한세연이 다 시 차에 올라탔다.
나 역시 그녀를 따라 옆에 앉으려 는데 그 순간 한세연 옆에 앉은 30 대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아, 이쪽은 양 부장님이시라고 우리 회사에서 개발 산업 쪽을 담당하 고 계세요.”
“반갑습니다. 양원주라고 합니다.”
양원주라 불린 여성이 내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양원주라…… 처음 들어보는 이름 이다. 크게 신경 쓰진 않아도 되겠 지.
“반갑습니다. 김진우라고 합니다.”
양원주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 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한세연의 옆에 앉았 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시원한 에어 컨 바람이 느껴져 천국같이 느껴졌다.
차량은 곧바로 출발했다.
거친 모래를 지나 차가 앞으로 나 아갔다.
그나저나 뒤에 3명이나 앉아 있으 니 조금 좁게 느껴진다.
몸이 낑겨 차가 혼들릴 때마다 한 세연의 무게가 내 어깨에 전해졌다.
괜한 미안함에 슬쩍 한세연에게 시 선을 돌리는데 그 순간 눈이 마주쳤 다.
괜한 어색함에서로 작게 웃었다.
귀국하자마자 나는 서둘러 마법사 관학교 강당으로 향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세연과 대 화를 나누다가 조금 늦어버렸다.
약속 시간은 오후 6시. 지금 시각 은 6시 12분이니 12분 지각이다.
덜컹.
강당의 문을 열자 약 150명쯤 되 어 보이는 많은 학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모두 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맨 앞에서 회의를 진행하던 이서준
은 눈을 찌푸리고는 내게 말했다.
“왜 이리 늦게 와?”
“아, 미안.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내 대답에 이서준이 나를 흘겨보다 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회의를 진행했다.
나는 적당한 뒷자리에 혼자 앉았 다.
회의 내용은 뻔하고 예상되었다.
대장전에서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역할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공격 대와 수호대. 그리고 지원대가 있습
니다.”
역시 인원수가 많아지니 이전 대장 전과 달리 역할이 세분화되었다.
공격대, 수호대, 지원대. 어떤 역할 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공격대는 상대를 공격하는 역할이 고, 수호대는 말 그대로 대장을 수 호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지원대는 공격대와 수호대 사이에서 상황에 따라 지원하는 역 할을 말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이해하기 간단한 게 설명한 것이고, 사실 자세히 설
명하자면 조금 복잡하다.
예를 들면 공격대는 단순히 적을 공격하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포 인트 획득’과 ‘축복’을 위해 ‘거점 점령’도 병행해야 한다.
참고로 거점 점령의 보상인 ‘축복’ 에는 마나 회복과 마법 저항의 축복 등이 있다.
“우선 1차로 원하는 역할을 투표할 겁니다. 투표 주소는 스마트 학생 수첩 대화방에 메시지로 보냈습니다.”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으로 내용을 확인했다.
고민하지 않고 ‘공격대’에 투표했다.
투표가 끝나자 다시 회의가 시작되 었다.
나는 적당히 듣다가 잠시 지루함을 느끼고 스마트 학생 수첩으로 인터 넷 기사로 눈을 돌렸다.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2만 마리 의 메뚜기 사체, 그 범인은 누구인가?]
메뚜기 몰살 소식이 생각보다 빠르
게 퍼졌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니 이 사체들 의 첫 발견자인 투왕 길드에서도 누 구 소행인지는 알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중간에 투왕 길드와 마주쳐서 혹시 의심당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던 모양이다.
뭐, 광역 마법을 다루는 마법사는 흔하기도 하고 ‘김진우’의 마법 전 투 스타일이 1:1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려졌기에 의심받 지 않은 거겠지.
“어느 정도 역할도 정해졌으니, 이
제 각 역할의 리더 투표를 하겠습니다.”
뉴스 기사를 보다가 이서준의 목소 리에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리더 투표를 한다고 한다.
“혹시 리더로 지원하고 싶으신 분 있으신가요?”
그때 앞에 앉은 검은 단발을 한 여성이 손을 들었다.
“지원대 리더 지원한다.”
뒷모습으로 보는데도 단단하고 큰 덩치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3학년 2위 장수연.
검을 다루는 강화계 마법사로 원작 에서의 비중은 거의 없는 인물이다.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또 리더 지원하시는 분 없나요?”
“나, 수비대 리더 지원할게.”
이번에는 왼쪽 구석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원작에서는 등장도 하지 않아 이름 은 잘 기억 안 나는데, 아마 3학년 4위로 알고 있다.
주특기는 결계와 속박을 다루는 보 조계.
수비대나 지원대나 리더 지원자의 스펙이 워낙 좋았기에 학생들은 수 긍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대 리더만 남았는데…… 지원 자 없습니까?”
아무도 선뚯 손올 들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다른 A와 C팀의 공격대는 광역 마법이 가능한 발현계 마법사들로 똘똘 뭉쳐있는데 B조에는 상대적으 로 강화계 마법사가 많이 있었으니 까.
실패할 확률도 높으니 그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다는 거겠지.
나는 손을 들었다.
“공격대 리더 지원할게.”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