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7화 (177/535)

포인트가 제법 쌓였다.

당장 이번 주말 동안만 1만이 넘 는 포인트를 획득했으니까.

그리고 최근 모은 포인트를 모두 합치면 S등급의 특성이나 스킬 하나 는 충분히 구매할 수 있올 정도다.

“특성이라.”

마음 같아서는 당장 구매하고 싶지 만…….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게 있다.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의 스케줄표 를 확인했다.

훈련이나 특별반 같은 일상을 제외 하고 곧 다가올 가장 큰 사건은 역 시 3주 뒤의 기말시험이다.

이번 기말시험은 정말 중요하다.

다름 아닌 내년 세계 마법 학교 최대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성무제’ 의 최소 자격 조건인 5위 이내로

들 수 있는가 없는가가 결정되는 마 지막 시험이기 때문이다.

“……이거에 맞춰서 능력을 구매해 야 할 거 같은데.”

기말시험의 종목은 대장전.

그렇다면 전투와 관련된 능력을 사 야 한다.

전투와 관련된 것.

특히 대장전에 효율적인 능력이라 면 미리 생각해둔 능력이 몇 개 있 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시험까지 3주의 시간 이 남았다.

지금 구매하는 것보다 3주 동안 조금의 포인트라도 모아서 더 좋은 특성을 사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 남은 시간 열심히 포인트를 모아서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비싼 능력을 사자.

그렇게 계획을 정하고 가만히 누워 있는데 그레텔이 불쑥 내 앞에 나타 나더니 치킨을 내밀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살짝 당황했다. 얘가 왜 내게 음식을 내밀지?

“왜? 맛없어?”

그레텔이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맛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럼 배불러서?”

이번에도 그레텔이 고개를 저었다.

하긴 그레텔이 배불러서 음식을 거 르는 건 지금까지 본 적이 없긴 했다.

그러면 대체 왜?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 이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레텔에게 물었다.

“……설마 맛있어서 같이 먹자고 나눠주는 거야?”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애!”

“그레텔……

동시에 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78화

새로운 첫 주의 시작인 월요일 오 후.

정규 수업이 모두 끝나고 선택 교 양 시간이 찾아왔다.

내가 선택한 교양 과목은 ‘약초학’.

나는 본관 3충의 대강의실로 이동 했다.

드르륵.

문을 열자 듬성듬성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중에는 낯선 얼굴들도 꽤 있었다. 아니, 대다수라고 해야 맞는 표 현인가?

“야. 저거 김선우 선배님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나를 흘겨보 며 속닥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향한 시선들은 모두 1학년이 었다.

선택 교양 수업은 강사의 스케줄로 인해 가끔 이렇게 다른 학년, 다른 반과 함께 수업을 듣기도 한다.

적당한 빈자리에 앉자 1학년들이

신기해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가 그리 신기한 건지.

무슨 동물원의 동물이 된 거 같네.

“ 흐음......

그렇게 자리에 앉아 있는데 따분함 이 느껴졌다.

친한 녀석 한 명쯤은 있어도 괜찮 을 텐데. 뭔가 쓸쓸하네.

유아라와 윤하영은 고전 마법 역사 수업을 들으러 간다고 들었고.

이서준과 신영준은 듣기로 마공학 수업을 들으러 간다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마공학 수업은 진

짜 따분하던데 어떻게 그런 걸 듣는 건지 참 대단하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시간도 때울 겸 포인트 상점에 접속했다.

포인트도 모았으니 미리 아이쇼핑 좀 하려는 생각이었다.

[포인트 상점에 입장합니다.]

[보유 포인트 : 101,200]

«흐..”

포인트 상점을 둘러보는데 문득 보 유 포인트가 눈에 들어왔다.

10만 포인트.

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은폐 비약이 나 마인 탐지 나침반 같은 소모형 ‘특수’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았더라 면, 더 많은 포인트가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쓴 포인트만 다 합쳐도 S 등급 특성 하나는 구매할 수 있을 정도니까.

쩝.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안전을 위해서니까. 애초에 마력 은폐 비약은 효과가 너무 좋아서 안 쓸 수가 없다.

웅성웅성…….

그렇게 포인트 상점을 둘러보고 있 는데 뒤에서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뭔가 싶어서 뒤를 돌아보니 많은 학생에게 둘러싸인 최서윤의 모습이 보였다.

“어?”

그 순간 최서윤의 시선이 나를 향 했다.

“선배님?”

최서윤이 나를 부르더니 말했다.

“얘들아 나 가볼게!”

“웅? 어디 가는데?”

최서윤은 주변 무리를 뿌리치고는 내게 다가왔다.

그러곤 웃으며 내 옆자리에 앉는 다. 뒤의 학생들이 묘한 눈으로 나 와 최서윤을 바라보았다.

“선배님 약초학 선택했었어요?”

“……어. 너도 듣는지는 몰랐네.”

“넵. 관심 있는 분야라서요.”

최서윤이 싱글벙글 기분 좋은 듯 웃으며 말했다.

“아, 맞다. 선배님 그거 들었죠?”

“뭐가?”

“오늘 대장전 팀 발표하는 거요.”

“ 아.”

대장전 팀 발표.

이번 기말시험에 치르는 ‘전 학년 합동 대장전’올 말하는 거다.

총 3개의 팀으로 나누어지는데 벨 런스를 위해 학년과 성적을 따져 나 눈다.

“오늘 밤 9시 발표라고 했나?”

“네. 메시지로 공지한다고 했어요.”

“팀이 어떻게 되려나……

5위 안에 들기 위해서는 무조건 1 등을 해야 하는데.

게다가 1둥을 위해서 뛰어난 팀원

도 데리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1학 년, 2학년보다는 경험이 많은 3학년 이 많을수록 유리하기도 하고.

“아, 맞다. 선배님 혹시……

그때 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더니 이서준과 신영준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 김선우 너도 약초학이야?”

이서준이 나를 보더니 놀란 표정으 로 말했다.

그리고는 내 옆에 앉은 최서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윤이도 있네.”

“아, 안녕하세요.”

최서윤이 잠시 내 눈치를 살피더니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나는 이서준을 바라보며 의문을 느 끼고 있었다.

이서준이 왜 여기 있지?

“너 마공학 수업 듣는 거 아니었 냐?”

“아, 그게……

그때 옆에 있던 신영준이 말을 자 르고 끼어들었다.

“내가 강의 신청 도중에 실수해서

정원 인원이 꽉 찼거든. 흐흐.”

신영준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 같아서 납득했다.

이서준과 신영준은 자연스럽게 내 자리 옆에 앉았다.

어찌하다 보니 내 주변에 학교 유 명 인사들이 잔뜩 몰려 앉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아, 맞다. 야 김선우. 너 그거 봤 냐?”

신영준이 손에 든 약초학 서적을 책상 위로 올리며 말했다.

“뭐가?”

“대숲에서 앙케트 한 거.”

대숲이라면 ‘대현자의 숲’의 줄임 말로 한국 마법사관학교 커뮤니티 를 말한다.

그리고 학교 커뮤니티답게 거의 모 든 학생이 이용하고 있어 글 리젠도 상당히 높다.

물론 나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쓰잘데기없는 내용이고 별로 공감도 안 되니까.

프로 마법사 커뮤니티는 가끔 여러 소식을 듣기 위해 간간이 접속하기

는 하지만.

“무슨 앙케트를 했는데?”

“이번 전 학년 대장전 팀원 선호도 조사했거든.”

기억났다. 회귀 전에도 그런 걸 하 긴 했었지.

“보나 마나 이서준이 1위겠지.”

그 말에 조용히 듣고 있던 이서준 이 어색한 미소를 홀렸다.

부정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지 잘 난 건 아는 거지. 쯧.

내 말에 신영준이 피식 웃으며 말 을 이었다.

“1위는 이서준이 맞아. 2위랑 3위 는 누구인지 알아?”

“2위는 최서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최서윤은 놀 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근데 최서윤이 2위인 건 당연하다.

능력 좋고 이쁘고 성격 좋으니까.

아마 남학생들이 엄청나게 찍었을 거다. 물론 최서윤과 비슷한 케이스 로 유아라가 있기는 한데 얘는 성격 때문에 무서워하는 애들이 꽤 있다.

“3위는 김창현이겠지.”

“김창현이 아니라 김창현 선배님이

야. 어휴 김선우. 예의 없는 거 봐.”

신영준이 쯧쯧 고개를 절레절레 저 었다.

“그거나 그거나.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어? 그럼 저도 선배님한테 말 편 하게 해도 돼요?”

최서윤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 편하게 해도 되냐고? 그야……

“되겠냐? 이게 어딜 나랑 맞먹으려 고.”

내 말에 최서윤이 들릴 둣 말 둣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꼰대.”

꼰대는 무슨. 내가 무슨 꼰……

[‘꼰대’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뭐야 이건?

갑작스러운 업적 달성에 황당해하 고 있는데 최서윤이 다시 말했다.

“그럼 선배님 말고 다른 호칭은 요?”

“무슨 호칭?”

“어. 음. 오, 오빠라던가……?”

최서윤이 부끄러운 듯 쭈뼛쭈떗 말 을 더듬었다. 그 모습에 괜히 나까 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냥 선배님으로 불러.”

“졸업 후에도?”

“어. 평생.”

“그럼 남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요?”

“그래도 하지 마.”

“싫은데.”

“……너 은근히 말 놓으려 하는데 적당히 해라.”

“쳇.”

최서윤이 입을 삐죽였다.

신영준은 그런 나와 최서윤을 보더 니 능글맞게 웃었다.

“뭐하냐 너네? 귀엽네.”

“뭐래.”

“아무튼. 2위는 최서윤이 맞는데 3 위는 땡.”

신영준의 말에 나는 는을 찌푸렸다.

3위가 김창현이 아니라고?

“그럼 유아라인가?”

내 말에 신영준이 피식 웃었다.

그러곤 스마트 학생 수첩을 켜더니 내게 내밀었다.

팀원 선호도 조사 1위. 이서준(35%) 2위. 최서윤(19%) 3위 김선우(18%) 4위 김창현(14%)

뭐야.

내가 3위라고?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교 양 수업이 끝나고 체력단련, 이론 수업을 진행했고 그렇게 학교의 모

든 수업이 끝이 났다.

그 이후 시간이 홀러 방과 후 1:1 실전 지도 시간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최일현은 더욱 악독 해져서 돌아왔다. 며칠 쉬었던 대련 을 몰아서 하겠다며 나를 끝도 없이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 갔다.

온갖 회복 특성으로 덕지덕지 붙어 있던 나지만 최일현과 대련을 마치 고 나니 몸의 모든 근육이 찢어질 것처럼 떨렸다.

거기다 마력 탈진 현상까지 왔다.

[대련으로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

다.]

[마력 제어 능력의 숙련도가 0.5% 상승합니다.]

[체력과 마력이 0.1 상승합니다.]

“체력이 아주 조금 늘었구나. 아~ 주 조금.”

최일현은 나를 보더니 쯧쯧 혀를 차며 팔짱을 끼었다.

진심으로 덤볐는데 손끝 하나 제대 로 건들지 못했다.

물론 최일현은 세계에서도 손꼽히 는 최정상급의 마법사.

마력 수준이 고작 B에서 A등급 사 이를 오가는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기는 하다.

분한 건 어쩔 수 없지만.

“……허억! 허억!”

나는 숨을 차며 바닥에 대자로 드 러누웠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다음에 또 보자. 근데 너 움직일 수 있겠냐? 오늘 좀 빡세게 굴러대서 힘들 거 같은데.”

“……괜찮아요.”

“아니, 내가 걱정돼서 그래. 너 지

금 마력 탈진까지 왔잖아.”

“......후우!”

나는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자리 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그래도 특성 들이 폼으로 있는 건 아니다.

잠깐 사이에 체력이 꽤 회복되었다.

“……자, 움직일 수 있죠?”

최일현은 나를 질렸다는 눈으로 쳐 다봤다.

“전부터 느끼는 건데 너도 참 독하 다.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뭐가요‘?”

“볼 때마다 정신력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 외에도 회복력이 상당히 빠른 편인 거 같기는 하지 만.”

최일현은 말을 이었다.

“회복이 빠르다는 건 정말 특별한 재능이지. 그만큼 많은 훈련을 소화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일단 오늘 훈련 정도로는 멀쩡하 다는 건 알았으니 다음엔 더 빡세게 굴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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