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6화 (176/535)

[흐흐. 넌 대체 뭘까? 궁금해서 미 칠 거 같네.]

그 이후로 신비는 계속해서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번쩍!

순식간에 이틀의 시간이 지나 현실

로 돌아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은월산의 동굴이 었다.

[‘영혼석의 시련 극복’ 업적을 달성 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신비의 관심’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멍하니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 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까 신비와의 대화가 계속 머릿속 에 맴돌았다.

무언가 이야기를 더 해줬으면 했는 데 계속 혼자 웃기만 해서 그 이후 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그러다가 문득 내 옆에서 땀에 홈 뻑 젖은 이서준을 발견했다.

“이서준.”

내 부름에 이서준이 나를 바라봤

다. 아직 시련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모양이었다.

“너 괜찮냐?”

“어어. 웅. 괜찮아.”

“시련은?”

“잘 극복했지. 너는?”

“나야. 뭐. 당연히 극복했지.”

내 대답에 이서준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네. 역시 너라면 잘 통과할 줄 알았어.”

그때 은혜수가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모두 수고했다. 웬만한 마법사도 미쳐버릴 만큼 위험한 시련인데 잘 통과했구나.”

“네. 가주님이 주신 약 효과가 컸 던 거 같아요.”

“흐흐. 내가 3일 밤새워서 만든 약 이니까. 그러나 시련을 극복한 건 너희들의 강한 정신력 덕이다. 약이 있어도 열에 아홉은 시련을 통과하 지 못할 테니까. 그럼…… 어디 은 월환절을 제대로 익혔는지 시험해볼 까?”

파앗!

은혜수가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동시에 우리가 서 있는 바닥의 마 법진에서 빛이 뿜어졌다.

그리고 바닥에서 어둠이 올라오더 니 나와 이서준을 집어삼켰다.

동시에 환영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박쥐가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동시에 스킬을 발동했다.

[사용 효과, ‘환영 절단’을 발동합니다.]

환영 절단을 사용하자 눈앞에 보이 던 모든 환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옆을 돌아보니 이서준 역시 평온해 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은혜수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나와 이서준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훌륭하다. 모두 제대로 능력을 사 용할 수 있게 되었구나.”

“네. 가주님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서준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때 였다.

꼬르륵. 내 배에서 허기진 소리가 들려왔다.

괜히 민망함에 나는 어색하게 웃었

다. 은혜수는 나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3일간 굶었을 테니 배가 고플 만 도 하겠지. 식사를 준비해놨으니 어 서 돌아가자.”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77화

북유럽 어딘가에 위치한 작은 별 장.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별장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별장의 정체는 테러리스트, 자운의 숨겨진 아지트 증 하나이다.

그리고 오늘.

세계에 흩어져 각자 임무를 수행하 던 자운의 일행 모두가 이곳에 모였다.

“베르트〜 잘 지냈어?”

문이 벌컥 열리더니 검은 머리의 동양인 여인, 이청이 손을 흔들며 베르트에게 다가갔다.

“잘 지냈지. 넌 일본 임무는 잘 완 수했고?”

“웅. 세력도 어느 정도 안정화됐고, 테러 자금 조달에도 문제없을 거 야.”

“그래? 다행이네.”

“베르트는 최근 임무 잘했어? 마수 의 심장 노리러 갔잖아.”

“잘 완수했지. 마수의 심장도 손에

넣었고.”

베르트가 뒤쪽 테이블 위에 올려진 ‘마수의 심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와. 이게 마수의 심장이구나. 신기 하다.”

이청이 신기하다는 듯 테이블 위의 마수의 심장을 바라보았다.

죽은 괴수의 심장이었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것처럼 뛰고 있었다.

“마수 잡는데 힘들진 않았어?”

“힘들진 않았는데 대마도정화기기 의 충전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 서 좀 애먹긴 했어.”

베르트의 말에 이청이 눈을 반짝 빛냈다.

“와. 결국 대마도정화기기 써 본 거야? 써보니까 어때? 진짜 전설만 큼 엄청 쌔?”

“재앙급 마수도 못 버티는 걸 보면 화력이 엄청나긴 해. 내 생각에는 용도 제대로 맞추면 한 방에 죽일 거 같아.”

“그 정도야? 직접 가서 못 본 게 너무 아쉽네.”

그렇게 이청과 베르트가 대화하던 사이, 백은성이 그 둘 사이에 끼어 들며 이죽거렸다.

“아쉽기는. 우리처럼 고생하는 것 보다 일본에서 애들 부려 먹으면서 쉬는 게 훨씬 낫지.”

“쯧. 백은성 오랜만에 봤는데 부정 적인 성격은 여전하네.”

이청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팔짱 을 끼었다.

백은성은 그런 이청을 무시하고는 베르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베르트. 그래서 최일현이 그때 비 의 섬에 온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못 알아냈어?”

“웅.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 그분의 연구 일지도 다시 살펴봤는데 비의

섬과 관련된 내용은 마수의 심장밖 에 없었어.”

“......그래?”

백은성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최일현이 등장했다는 건 단순하게 넘어갈 사항이 아니었다.

그는 오랜 시간 그분의 친우 관계 였고, 연구도 함께 진행했던 동료였다.

어쩌면 ‘비의 섬’에서 자운이 놓치 고 있던 무언가를 최일현이 가져갔 올지도 몰랐다.

“베르트, 연구 일지 어딨어?”

베르트가 뒤로 걸어가 책 하나를 집어 그에게 내밀었다.

“자, 여기.”

“땡큐.”

백은성은 연구 일지의 겉면을 보았 다.

만들어진 지 15년은 훌쩍 넘긴 책 이라 그런지 살짝 낡아 있었다.

책에는 신비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진천우가 추가로 메 모한 내용도 있었다.

쭉 내용을 살피는데 중간중간에는 사라진 페이지가 보였다.

진천우의 책이 이렇게 된 이유는 과거 자운이 협회에 패배 순간, 책 일부가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이 훼손된 부분은 방법이 없는 거 지? 혹시 이 부분에 최일현이 왔던 이유가 적혀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미 훼손된 걸 무슨 수로 고쳐. 그건 신비로도 못 해.”

“흐음. 그렇긴 하지.”

백은성은 생각에 잠기며 연구 일지 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 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원본.”

“응?”

“원본을 찾으면 되잖아.”

현재 자운이 소유하고 있는 연구 일지는 복제품이다.

진짜 원본은 그분이 따로 소유하고 있었다. 그 원본을 다시 찾는다면 앞으로의 계획에 허점이 완전히 사 라질지도 모른다.

“원본을 어떻게 찾아? 그분이 따로 보관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찾아낼 방법이 없을까?”

“그럴 시간 없어. 됐고. 최일현한테 너무 신경 쓰지 마. 우리는 우리 할

일만 하면 돼. 애초에 원본을 찾아 낼 단서조차 없잖아.”

베르트의 말에 백은성은 아쉬운 눈 으로 다시 일지를 확인했다.

아쉽긴 하지만 베르트의 말은 틀리 지 않았다.

저녁 9시 은월 가문의 정문 앞.

은월 가문의 사람들이 모여 우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며칠간 신세 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서준이 꾸벅 고개를 숙이자 은혜 수가 부드러운 미소로 대답했다.

“됐다. 나도 너희에게 신세 진 게 있으니.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너는 우리 은월가의 은인이다. 은월가는 은인을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도움 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라.”

은혜수가 품 안에서 종이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종이에는 검은 글씨체로 전화번호 가 적혀 있었다.

“내 연락처다.”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나는 종이를 받아 주머니 안에 보 관했다.

이것으로 은월가라는 든든한 아군 을 얻게 되었다.

앞으로의 전개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명 문가이니만큼 큰 도움이 되어줄 것 이라 생각한다.

“그래. 그럼 슬슬 돌아가거라. 아 참. 설아야 너도 인사해야지.”

은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와 이서준을 바라보았다.

“제 병을 고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년 마법사관학교에서 다시 봬요!”

은설아가 용기에 찬 목소리로 힘차 게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어줬다.

“그래. 내년에 만나자.”

은설아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더니 내게 종이를 내밀었다.

아까와 같이 연락처가 적힌 종이였다.

“……제 번호예요. 혹시 무언가 도 움이 필요하시면 저도 도와드릴게 요.”

나는 종이를 받았다.

“웅. 필요하면 연락할게.”

그렇게 인사를 마치자 은혜수가 피 식 웃었다.

“인사도 끝났으니 그럼 돌아가거 라.”

“네. 이만 가보겠습니다.”

작별 인사까지 끝내고 나와 이서준

은 포탈 게이트를 향해 쭉 걸었다.

이서준은 길을 쭉 걷다가 내게 말 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

“뭐가?”

“아니. 잠깐 사이에 정든 것 같아 서.”

“정은 무슨. 그래봤자 은월가에서 지낸 건 고작 3일 정도야. 저번 주 포함해서.”

“……그렇기야 하지. 근데 특이한 일들을 워낙 많이 겪었잖아.”

특이한 일.

겪긴 했다.

은설아의 병을 고치기 위해 마인을 처치하고, 진천우의 혼적도 찾았으 며 영혼석의 시련까지 겪었으니.

“됐고 앞으로 뭐 할지나 생각해.”

“앞으로라……

이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선 네 말대로 우리 목표인 환영 보호 마법을 익혔으니 결계로 막힌 그 공간부터 다녀와야겠지.”

“언제 갈래? 그냥 오늘 서울 올라 가자마자 바로 갈래?”

이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주말 내내 고생했는데 오늘은 쉬 어야지. 너도 시련 때문에 피곤한 거 아니야?”

나야 각종 회복 특성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다.

정신적으로 좀 지칠 뿐이지.

“난 괜찮아. 별로 피곤하지도 않 고.”

“그러냐? 역시 체력 하나는 대단하 네.”

이서준이 질렸다는 둣 중얼거렸다.

“그래도 오늘은 쉬자. 내일 수업도 있잖아.”

“그러고 싶으면 그러던가.”

“아 참. 그리고 고맙다.”

뜬금없는 감사 인사에 나는 이서준 올 바라봤다. 그는 평온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걷고 있었다.

“뭐가?”

“은월가에서 마법 익히는 거 말이 야. 네 조언이었잖아.”

“ 아.”

그걸 말하는 거였나?

“네가 힌트를 주지 않았으면 아마 결계 뚫을 방법도 생각 못 하고 포 기했을 거야.”

그건 아니다.

내가 굳이 조언해주지 않았더라도 이서준은 결계를 통과하기 위해 은 월가에서 은월환절을 익혔을 것이다.

원작의 이서준도 그랬으니까.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았어도 알아 서 생각해 냈을걸?”

“에이. 결계만 보고 어떻게 은월가 에서 보호 마법을 배울 생각을 해?”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내 단호한 말에 이서준은 잠시 입 을 다물었다. 그러곤 긴가민가한 표

정을 짓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뭐, 그것 외에도 너한테 고마운 건 많긴 해. 여기까지 따라 온 것도 나 도와주려는 거잖아.”

“그런 감사 인사라면 받아줄게.”

내 대답에 이서준이 피식 웃었다.

삐빅!

기숙사의 문소리가 경쾌하게 울리 며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그레텔이 나를 반 겼다.

“응애.”

나는 웃으며 그레텔올 안아 들었다.

며칠 사이에 무게가 더 늘었다.

정확히 몇 kg인지는 모르지만 한 15kg은 되지 않을까?

“그레텔. 무럭무럭 크고 있네.”

“응애.”

“열매도 무럭무럭 크고 있고.”

“옹애?”

그레텔의 눈에 순간 불안감이 깃들 었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그레텔 올 위아래로 살폈다.

“흐음…… 이러다 나보다 더 커지 는 거 아니야?”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만약 그레텔이 계속 성장해서 나보 다 더 커진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응애 거릴 것인가.

상상해봤는데 뭔가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웅애가 아닌 다른 말을

하는 그레텔을 생각해봤는데 그것 역시 뭔가 어색했다.

“그레텔. 여기서 더 크지 말고 이 대로 귀여운 모습으로 남아있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그레텔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 참. 그레텔 먹으라고 맛있는 거 사 왔어.”

그레텔을 내려놓고는 손에 들린 치 킨 상자를 그레텔에게 보였다.

종족은 나무인 녀석이 하도 육식을 좋아해서 샀는데 얘 입맛에 맞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레텔과 몇 달 함께 살면

서 느낀 건, 그레텔의 입맛은 사람 에 매우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니 튀김 요리도 잘 먹지 않을 까?

“이건 치킨이라는 건데 닭을 튀긴 거야.”

상자에서 치킨을 꺼내자 그레텔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 차올랐다.

달콤한 향기를 감지한 모양이다.

“뼈는 삼키지 말고 봉지에 넣어 알 았지?”

그레텔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툭툭 그레텔의 등을 두들겨주

고는 소파 위로 몸을 던졌다.

“ 후우......

기숙사 소파에 앉자마자 깊은 한숨 이 나왔다.

역시 방 안에 있을 때 가장 마음 이 편안하다.

“……슬슬 특성 살 때도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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