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는 어느 동굴 앞에 도 착했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음에도 동굴 안에서 특수한 성질의 마력이 느껴 졌다.
“여기가 바로 영혼석의 시련을 겪 을 장소이다.”
은혜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혼석의 시련은 인간의 정신력을 갉아먹고 미치게 만든다. 웬만한 S 급 마법사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게 바로 영혼석의 시련이지.”
은혜수는 품 안에서 작은 알약을 꺼내 우리에게 내밀었다.
“그래서 따로 준비했다. 영혼석을 사용하기 전에 이걸 먹어라.”
[은월 가문 특제 보호 알약(B)] 분류 : 약
설명 : 3일간, 은월가의 환영 마법
내성이 20% 상승합니다.
“가문의 마법에 저항력을 상승시켜 주는 약이다. 너희를 위해 내 특별 히 만들었지. 영혼석의 시련을 극복
하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바로 삼키면 될까 요?”
“그래.”
나는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재료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약 간의 쓴맛이 느껴졌다.
[‘은월 가문 특제 보호 알약’ 효과 로 3일간 은월가의 환영 내성이 20% 상숭합니다.]
[약성 증폭의 효과로 약의 효능과
지속시간이 20% 상승합니다.]
약을 삼키자마자 몸 안에 특수한 기운이 올라왔다.
보호 마법의 기운이었다.
환영 내성 20%는 꽤 큰 효과이다. 아마 재료도 특별한 걸 사용해 값이 상당하겠지.
“으. 조금 쓰네.”
이서준이 눈을 찌푸렸다.
은혜수는 만족스럽게 나와 이서준 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동굴 안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동굴은 평범한 동굴의 형태였다.
던전 같은 느낌도 아니고, 말 그대 로 평범한 동굴.
몇 가지 차이가 있다면 벽면에 마 법진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이곳은 특수한 의식을 치를 때 사 용하는 장소이다. 가주 숭계식도 이 곳에서 진행되지.”
은혜수가 동굴 안을 걸으며 말했다.
그녀가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동굴 안에 설치되어 있는 초에 불이 들어 오며 주변을 밝혀주었다.
“여기 벽면의 마법진들은 영혼석과 은월가 가주의 마력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은혜수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이 바로 3일간 영혼석을 이용 해 은월환절을 익힐 장소다.”
은혜수의 발밑에는 거대한 마법진 하나가 설치되어 있었다.
동시에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되며 마법진에 담긴 정보가 머릿속에 들 어왔다.
영혼석과 반웅하며 새로운 가상 공
간을 창조하는 공간 마법진이었다.
“모두 준비됐나?”
“네. 준비됐습니다.”
이서준이 대답하자 은혜수가 고개 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봤다.
“저도 준비됐습니다.”
“그래, 그럼 바로 시작하지.”
은혜수가 마력을 방사했다.
그녀의 손에 쥔 영혼석은 점차 그 녀의 마력을 흡수하며 허공에 떠올 랐다.
휘이 잉一
영혼석에서 스멀스멀 푸른 빛의 기 운이 뿜어졌다.
동시에 푸른 빛의 기운이 나와 이서준을 집어삼켰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76화
정신을 차렸을 땐 나는 어두운 공 간에 홀로 서 있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둠을 밝히는 수많은 별.
아름답게 빛나는 화려한 은하수.
마치 우주 속에 떠 있는 듯한 기 분이 들었다.
갑작스럽게 변한 몽환적인 분위기 에 살짝 감성에 젖다가 눈앞에 떠오 른 메시지를 보았다.
[‘시련의 공간 입장’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아무래도 이곳이 영혼석이 주는 시 련의 장소인 모양이다.
원작에서 묘사된 배경과 같았기에 눈치챌 수 있었다.
애당초 저번 주에 이것과 비슷한 환경에서 적웅 훈련을 거치기도 했 으니까.
아마 은월가의 보호 마법인 은월환 절을 익히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3일 의 시간을 버텨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지 알고 있 기에 절로 긴장이 되었다.
나는 멍하니 무중력의 우주 속을 걸었다.
시련이 시작되었다고 하나 공간이 바뀐 것 이외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슬슬 따분함이 느껴질 때쯤, 어디 선가 특별한 기운이 느껴졌다.
우주의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공간의 뒤틀림은 마치 전염병처럼 넓게 퍼지더니 내가 서 있는 곳까지 다가왔다.
나는 공간의 뒤틀림으로부터 피하 기 위해 뒷걸음질을 했다.
그러나 이곳은 신비의 힘으로 만들 어진 가상의 공간.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뒤틀어진 공간은 내 팔과 다 리를 꽉 쥐어 잡더니 움직일 수 없 게 속박했다.
피 .융—
그때 어딘가에서 바람을 찢는 소리 가 들려왔다.
뇌기를 머금은 창이 나를 향해 쏘 아진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팔과 다리가 속박된 상태였기에 창을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푸욱!
“큭!”
창은 그대로 내 가슴을 꿰뚫고 옷 에 피를 가득 적셨다.
고통이 느껴졌다.
실제가 아닌 환영으로 만들어진 가
짜 고통이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 는 고통은 현실과 다를 바 없었다.
[환영 내성의 효과로 고통이 크게 감소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약을 먹어서 그 런 것인지, 아니면 저번 훈련으로 환영 내성 특성을 획득해서 그런 건 지 견딜 만했다.
피융一!
피옹一!
그러나 나를 향한 환영 공격은 멈
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창, 화살, 검, 구체.
다양한 병장기가 나를 향해 쏘아졌다.
뒤틀린 공간에 구속되어 팔과 다리 를 움직일 수 없었기에 나는 이를 악물며 모든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 냈다.
“크으윽!”
방금은 버틸 만했지만 여러 공격을 동시에 받으니 고통은 배가 되었다.
“허억! 허억!”
……이런 곳에서 3일을 버텨야 한
다니. 말이 시련이지 고문이나 다름 없었다.
다시 생각해도 이건 미친 짓이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부릅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 겠다.
과연 시련이라는 이름답게 정말 견 디기 힘든 시간들이 이어졌다.
지금 내 몸에는 세기 힘들 만큼 수많은 병장기가 꽂혀 있었다.
[적웅형 특성, ‘환술 저항’의 등급 이 상숭합니다.]
[능력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마력이 1 상승했습니다.]
[환술 저항력이 5% 추가 상승합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시련을 통 해 여러 추가 능력을 획득했다는 점 이다.
거기다 은혜수가 준 약물의 효과와 중첩되어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수 준까지 와 버렸다.
이 가상 공간은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여러 가지 환술로 나를 공격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내게 통하지 않았 다.
“후우.”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어느 순간 병장기를 이용한 환영 공격은 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몸에 박혀 있던 수많은
병장기 역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끝난 건가?”
그렇게 시련이 끝난 것 같다는 안 도감에 차오를 때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너 대체 뭐냐?]
은혜수조차 개입할 수 없는 이 신 비의 공간에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방금 들린 목 소리는 귀에 들리는 음성이 아닌 내
머릿속에서 울렸다는 점이다.
즉, 이 목소리는 음성이 아니라 누 군가의 ‘의지’다.
“......뭐야?”
시련 도중 들려오는 의문의 목소 리.
이건 원작에서도 다뤄지지 않은 부 분이었다.
대체 누구지?
[너 같은 녀석은 처음 봤다. 네게 는 시련이고 뭐고 소용이 없구나.]
목소리는 질렸다는 듯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목소리의 정체를 어 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공간은 신비의 마도구인 ‘영흔 석’이 만들어낸 공간.
그렇다면 내게 의지를 전달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밖에 없다.
“……신비인가?”
[눈치가 빠르군. 바로 내 정체를 알아채다니.]
역시.
이 목소리의 정체는 신비였다.
정확히는 ‘영혼석’ 속에 숨어있는 ‘신비의 자아’겠지.
그때 어둠의 저편에서 인간 형체의 검은 실루엣이 내게 걸어왔다.
얼굴에 입만 덩그러니 보여서 기괴 한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너 대체 정체가 뭐냐?]
“정체라니?”
[왜 정신이 오염되지 않느냐는 거 다.]
‘정신 오염’이라면 환술과 같은 정 신계 마법에 노출됐을 때 간헐적으 로 일어나는 현상의 이름이었다.
정신 오염의 중상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심한 경우에는 사람이 미쳐 버려서 평생 폐인처럼 살아간다고 한다.
[정말 신기하네. 단순히 특성으로 환술 내성이 강화되어 있다고 해도 정신 오염까지는 보호할 수 없을 텐 데.]
신비는 계속해서 신기하다는 듯 중
얼거렸다.
나는 예상치 못한 이 상황에 계속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대체 왜 내 앞에 신비가 나타난 것인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말이 없자 신비가 피식 웃었다.
[이런, 혼자 너무 떠들었군. 참고로 시련은 통과다. 아직 외부 시간으로 는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여기 서 시험이 지속되는 건 어차피 무의 미하니까.]
뭐야?
못해도 이틀 이상은 지난 줄 알았 는데 고작 하루밖에 안 지났다고?
[그럼 약속대로 네게 ‘은월환절’의 사용법을 각인시켜주마.]
신비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동시에 그의 손 위에서 푸른 빛의 구체가 떠오르더니 내 몸을 향해 쏘 아졌다. 푸른 빛의 구체는 내 몸에 스며들었다.
[적응형 스킬, ‘은월환절(A)’이 추 가되었습니다.]
[비슷한 능력이 통합됩니다!]
[적웅형 특성, ‘환술 저항(B)’이 은 월환절(A)에 흡수되었습니다!]
[환술에 저항하는 힘이 크게 상승 합니다!]
[‘은월환절’의 등급이 으로 격상합니 다!]
[‘능력 통합’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눈앞에 이것저것 특이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진화와 적웅으로 얻은 ‘환술 저항’ 이 이번에 획득한 ‘은월환절’에 홉 수되 었다.
나는 곧바로 스킬의 효과를 확인했다.
[은월환절 (S)]
분류 : 스킬
설명 : 은월 가문의 환영 보호 마 법
[지속 효과]
►은월의 정신력
환술로 얻는 고통이 70% 감소합니다.
혼란 확률이 60% 감소합니다.
은월 가문의 힘으로 만들어진 환술 에 90%의 환술 저항력을 얻습니다.
[사용 효과]
►환영 절단
마력을 사용하여 일정 시간 정신계 마법에 면역 상태가 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24시간
*지속 시간 : 30분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좋다.
특히 사용 효과인 환영 절단.
정신계 마법으로부터 일정 시간 면
역 효과를 가질 수 있는 뛰어난 능 력을 갖고 있었다.
“좋네.”
이것으로 목표는 완수했다. 생각보 다 싱거운 결말이었다.
단 하루 만에 시련이 끝날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나는 눈앞의 신비를 바라봤다.
“야. 신비.”
[왜 부르지?]
“시련도 끝났으니 날 내보내 주는 건가?”
신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다. 이 공간이 유지되는 건 3일. ‘약속’이기에 그 전에 너를 내보낼 순 없다.]
“뭐야? 그럼 남은 시간 동안 여기 있어야 돼?”
[그럴 수밖에 없겠지. 뭐, 심심하면 나와 대화나 하자고.]
신비가 실실 웃으며 바닥에 주저앉 았다.
그러고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볼수록 신기하네. 넌 지금까지 만 나본 인간과는 달라.]
“그게 무슨 소리지?”
[나는 인간을 보면 그 인간의 근본 과 같은 것들을 알 수 있어. 나와 같은 힘을 가진 존재들은 공통으로 가진 권능이라고 할 수 있지.]
이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 었다.
당장 원작에서도, 1학기 기말시험 때 ‘탑의 의지’가 이서준과 진천우 의 관계를 단번에 알아채기도 했고, 신비가 인간을 매혹시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었으니까.
[지금 내 분신이 지켜보고 있는 이
서준이라는 녀석도 특별해. 오래전 에 만난 재미있는 인간 하나와 많이 닮았거든.]
“진천우를 말하는 건가?”
[그래, 맞아. 너희 인간에게는 꽤 과거의 일일 텐데 아는 사람인가 보 네? 아무튼. 진천우나 이서준이나 둘 다 나에게는 처음 보는 유형의 특별한 인간이었어.]
[하지만 그 둘은 어디까지나 특별 한 ‘인간’이야. 내 눈에는 그놈들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전부 보이 지.]
나는 조용히 신비의 말을 들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도 통 예상이 되지 않았다.
[근데 너는 달라.]
[너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너에게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나는 눈을 찌푸렸다.
아까부터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말을 하고 있었다.
[너는…… 혼돈이야.]
“……알아듣게 설명해.”
내 말에 신비는 키득키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