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4화 (174/535)

“이거?”

백은성의 왼쪽 팔은 은색의 특수한 물질로 되어 있었다.

이 팔은 백은성이 아틀란티스에서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왼쪽 팔을 잃 고 난 뒤 신비의 힘을 이용해 임시 로 이어붙인 새로운 팔이었다.

“익숙하기는. 엄청 불편해. 솔직히 있으나 마나야.”

백은성이 조용히 중얼거리자 베르 트가 말했다.

“조금만 참아. 나중에 더 좋은 팔 달아줄 테니까.”

“에휴. 그 룬의 일족 녀석만 아니 었어도.”

자신의 왼쪽 팔을 날려버린, 정체 불명의 수염 녀석을 떠올리자 백은 성의 오른손이 강하게 떨려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자운은 수해의 중앙까지 깊숙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붉은 비의 마수의 흔적이라고 보일만 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였다.

어디선가 작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에서 인기 척이 느껴졌다는 건 정상적인 상황 의 흐름이 아니었다.

“……뭐야. 사람이 있나?”

스카가 불안한 목소리로 혼자 중얼 거렸다. 백은성은 피식 웃으며 한마

디 했다.

“누가 있든 그냥 죽이면 되지. 뭘 그리 걱정해?”

“방심하지 마. 뭔가 심상치 않아.”

베르트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하긴, 인기척이 느껴지는데 모습 이 보이지 않으니…… 분명 상대도 만만한 놈은 아니겠지.”

그때 백은성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아를란티스 때 그놈들 아니 야?”

“가능성이 있는데? 걔네한테 예언 과 관련된 신비가 있는 거 같다며?”

“응. 그거 덕분에 아틀란티스까지 따라온 거잖아.”

나타샤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만약 여기까지 따라왔으면 확실하 게 죽여버려야지.”

그렇게 자신감에 차오른 자운 일당 의 앞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 다.

남자는 지도와 나침반을 쥔, 마치 탐험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운 일당은 그 남자를 보더니 크 게 당황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김진철을 포함해 절대 마주치고 싶 지 않은 인물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남자 역시 눈앞에 나타난 자운 일 당들을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정리 안 된 까칠한 턱수염 을 매만졌다.

“너네 자운이냐?”

세계 최악의 범죄 집단, 자운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남자의 표정은 한없이 여유로웠다.

백은성은 그런 남자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최일현.”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75 화

“은성이냐? 거의 10년 만이구나. 팔 한쪽은 왜 그러냐? 튜닝했냐?”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지?”

백은성이 경계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너넨 왜 여 기 있냐?”

“......그건.”

그때 최일현이 피식 웃었다.

“왜 왔는지 알 거 같기는 하네. 보 나 마나 진천우의 연구 일지를 보고 온 거겠지.”

“그 연구. 학생 때 나랑 같이한 거 거든. 그렇다는 건, 너희 목표는 ‘마 수의 심장’이겠네.”

자신들의 계획이 단숨에 들통나자 자운 일행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지 었다.

역시 최일현.

저 남자는 아는 게 너무 많다.

그리고 어쩌면 마법사 협회보다 아

는 게 많은 인물일지도 몰랐다.

그는 자신들의 신인 ‘진천우’의 오 랜 친우였으니까.

“당신도 마수의 심장을 노리는 건 가?”

베르트가 최일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어쩔 셈이지?”

“……죽여야겠지.”

그 말에 최일현의 입가에 미소가 새겨졌다. 그리고 여유롭게 턱을 쓰 다듬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남은 녀석들은 어딨냐? 여섯으로는 힘들 텐데.”

“그건 해봐야 알겠지!”

파지지직!

베르트의 손 위에서 뇌기를 머금은 창이 구현되더니 최일현을 향해 쏘 아졌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와 같 은 빠른 속도.

하지만 최일현은 별다른 회피의 움 직임 없이 반투명한 마력의 장막을 펼치며 공격을 막아냈다.

콰아앙一!

공격의 여파로 비에 젖은 바닥이 뇌기로 파르르 울렸다.

공격이 손쉽게 막히자 베르트는 이 를 악물었다. 방금의 방어로 최일현 이 가진 강함을 어렴풋이 느꼈기 때 문이다.

이번에는 백은성이 방천화극을 꽉 쥐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최일현은 침착하게 몸을 꺾어 백은 성의 공격을 회피했다.

백은성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빠르게 창을 휘두르며 최 일현을 공격해왔다.

하지만 의수로 된 왼쪽 팔 때문에

백은성의 공격은 예전만큼 날카롭지 않았다.

최일현은 백은성의 빈틈을 노려 그 대로 그의 배에 화염의 구체를 쑤셔 넣었다.

화르륵!

“크아악!”

백은성의 몸은 그대로 붕 떠오르더 니 뒤로 날아갔다.

호신강기로 몸을 강하게 보호했음 에도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큭! 팔만 멀쩡했더라도……!”

백은성이 분한 듯 소리쳤다.

그렇게 다시 살벌한 대치 구도가 이어졌다.

자운은 선뚯 최일현을 공격하지 못 했다.

최일현 역시 상대의 수가 많다 보 니 먼저 공격하기보다는 가만히 상황을 지켜봤다.

“베르트. 어쩔 거야? 계속 저놈이 랑 싸울 거야?”

나타샤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물 었다.

“안 싸우면 어쩌게? 마수의 심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꼭 필요해.”

“그래도 지금 저놈을 상대하는 건 너무 무모해. 알잖아 너도.”

“……그렇긴 하지.”

평소 은둔하다시피 살아온 최일현 이기에 그의 무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자운은 그들의 신인 진천우 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는지.

또 얼마나 많은 능력을 숨기고 있 는지.

그때 였다.

띠리링〜

벨 소리가 들려왔다. 최일현은 눈 을 끔벅이더니 주머니에서 통신 마 도구를 꺼냈다.

“잠깐 타임.”

“어어 여보세요?”

최일현은 뜬금없이 통화를 시작했다. 자운의 멤버들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에 황당함을 느끼며 최일현을 바라봤다.

“아~ 그래, 찾았어? 어어. 바로 갈 게. 옹. 그래.”

뚝. 최일현이 전화를 끊었다.

“아, 미안. 나 이만 가봐야겠다.”

“……간다고? 마수의 심장을 노리 던 게 아니었나?”

“그건 아니고. 뭐, 탐나는 물건이기 는 한데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아니 라서.”

최일현의 말에 자운은 잠시 의문을 느꼈다.

“……그럼 비의 섬에는 왜 온 거 지?”

“몰라도 된다. 아무튼 바쁘니 이만 가본다. 수고해라.”

그 말을 끝으로 최일현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자운은 방금 최일현이 서 있던 장 소를 멍하니 바라보며 의문을 느꼈 다.

“야. 근데 최일현은 항상 혼자 다 니는 거 아니었어?”

“그러게. 조력자라도 생겼나?”

목요일 방과 후.

특별반 수업이 끝났다. 기말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학생들을

배려해 평소보다 30분 이른 시간에 끝이 났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모 두 수업받느라 고생했습니다.”

“네에.”

학생들은 빠르게 흩어졌다. 내 앞 자리에 앉은 이서준은 기지개를 쭉 켜며 몸의 뻐근함을 달랬다.

“어우 배고프다. 저녁이나 먹자.”

“김선우. 너도 저녁 먹을 거지?”

신영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침 배가 고픈 참이니까.

“어어. 그래야지.”

“선배님, 저도 같이 가요!”

내 옆자리에 앉은 최서윤도 끼어들 었다. 딱히 상관은 없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헤헤.”

그렇게 우리는 곧바로 교내 식당으 로 향했다. 식당 멤버는 저번 아틀 란티스 때의 멤버와 같았다.

나, 이서준, 신영준, 이현주, 송승 아, 최서윤.

“김선우. 너 뭐 먹을 거냐?”

“난 라면.”

“라면? 양 적지 않아?”

“그냥 좀 매운 게 당겨서.”

내 말에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음식을 받고 자 리에 앉았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교과서를 보 며 식사를 하는 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다들 밥 먹으면서 공부하네.”

“시험이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 요.”

내 옆자리에 앉은 최서윤이 말했다.

“그래도 밥 먹을 땐 밥만 먹어야 지. 벼락치기 하는 것도 아니고.”

“오. 역시 5연속 이론 만점자의 여 유로움인가?”

“……뭐래. 그냥 보기 안 좋다는 거지.”

“아! 맞다. 선배님. 선배님. 선배 님.”

“왜. 왜. 왜. 한 번만 불러.”

“이번 주말에 뭐해요?”

최서윤이 기대감에 찬 시선으로 나 를 바라봤다.

“주말?”

“네.”

나는 슬쩍 내 맞은편에 앉은 이서준을 바라봤다.

이서준 역시 묘한 눈으로 나와 최 서윤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번 주말에는 보호 마법을 익히기 위한 이서준과의 은월가 방문이 예 정되어 있다.

“주말은 왜?”

“아뇨. 다른 건 아니고 저 공부 좀 가르쳐줄 수 있나 해서. 저 당분간 본가 안 돌아가도 되거든요.”

최서윤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너 공부 잘하잖아.”

“에이, 그래도 선배님처럼 만점은 아니잖아요.”

“됐어. 내 공부 하기도 바빠.”

그렇게 대답하고는 호로록 라면을 입에 넣었다. 간이 딱 적당해서 맛 있다.

“그럼 공부 안 가르쳐도 되니까 같 이 공부해요.”

“안돼. 이번 주말은.”

“뭐 하시는데요?”

그때 이서준이 끼어들었다.

“나랑 주말에 같이 훈련하기로 했

거든.”

그 말에 최서윤이 눈을 깜빡였다.

“토요일, 일요일 둘 다요?”

« o ” 흐.

“그럼 내일은요?”

최서윤의 물음에 내가 대신 대답했

다.

“안 돼. 내일도 훈련이야.”

“무슨 훈련을 3일 내내 해요? 어

디서 하는데요?”

“ 그건......

내가 잠시 말끝을 흐리자 이서준이

다시 끼어들었다.

“은월 가문에서 마법 배우기로 했 거든. 근데 과정이 꽤 복잡해서 아 마 시간이 없을 거야.”

“은월 가문이요?”

뜬금없이 등장한 은월 가문의 이야기에 모두가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저번 주말에 바쁘다더니 은월 가 문에 다녀온 거야?”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이현주가 끼 어들었다.

“응, 맞아.”

“은월 가문은 왜? 거기 설치 마법 특화 가문이잖아.”

“그게 사정이 있어서. 나중에 얘기 해 줄게. 이야기가 길거든.”

“으으음. 알았어.”

이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밥이나 먹자.”

« O ”

흐.

그렇게 다시 식사를 시작하려는 그 때, 주머니 속 스마트 학생 수첩이 강한 진동을 울렸다.

나는 곧바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월요일부터 훈련 다시 시작한다.]

최일현이었다.

다음 날.

은월 가문과 약속한 그 날이 찾아 왔다.

학교의 모든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 와 이서준은 포탈 게이트를 타고 은 월 가문에 다시 방문했다.

“왔느냐.”

은혜수가 직접 정문으로 나와 우리 를 맞이했다. 저번 주와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가문의 은인이라더니 확실하게 대 우가 달라지기는 했다.

“들어오거라.”

“네.”

우리는 은혜수를 따라 안으로 들어 섰다.

그때 빛나는 은발을 가진 소녀, 은 설아가 방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나와 이서준을 보더니 어찌

할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헤어지기 직전에는 우리가 편해진 줄 알았는데 일주일 사이 다시 원래 의 은설아로 돌아왔다.

“아, 안녕하세요……

은설아는 우리를 향해 예의 바르게 꾸벅 인사했다.

“안녕.”

인사를 받아주자 은설아가 밝게 웃 었다. 은혜수는 그런 은설아가 귀엽 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나와 이서준 을 향해 돌아봤다.

“바로 시작하려는데 마음의 준비는 됐느냐?”

“네. 됐습니다.”

“그럼 따라오거라.”

우리는 은혜수를 따라 뒷문으로 나 갔다. 밖으로 나오자 거대한 산이 눈에 들어왔다.

“이 산을 올라야 한다. 따라와라.”

우리가 오르는 산은 은월가의 이름 을 딴 ‘은월산’이었다.

은월산에는 은월 가문의 특색에 맞 게 여러 자연의 환영 마법이 걸려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두우니까 발 조심해.”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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