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1화 (171/535)

—끼에에에에엑!

“윽!”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소리에 나 는 서둘러 귀를 막았다.

하지만 귀를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환영 마법은 사람의 마력은 흔들어 정신에 혼란을 주는 마법이다. 육체 의 행동으로 정신 마법이 막아질 리 가 없었다.

그렇게 정신적인 고통에 괴로워하 고 있을 때 다음 공격이 시작되었다.

피융一!

멀리서 공기를 가르며 무언가가 쏘 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욱!

이내 거대한 창 하나가 내 배를 정확히 꿰뚫었다.

“크아악!”

살이 찢어지는 고통에 입에서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고통은 진짜가 아니다. 그리고 내 배를 뚫은 이 창 역시 진짜가 아니다.

이 모든 건 가짜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들을 진 짜라고 믿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다.

피융!

그리고 이번엔 어디선가 화염의 가 시가 나를 향해 쏘아졌다.

가시는 내 어깨를 뚫으며 피부를

뜨겁게 지졌다.

“끄으으윽!”

[당신의 정신력이 환술에 적응합니 다!]

[적응형 특성, ‘환술 저항(F)’이 추 가됩니다.]

“..허억!”

오랜만에 적응형 특성을 획득했다.

환술 저항.

도등급으로 성능은 낮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나는 특성을 확 인했다.

[환술 저항(F)]

분류 : 특성

설명 : 환술에 적응하는 힘이 강해 집니다.

[지속 효과]

►정신력

마력이 1 상승합니다.

환술로 얻는 고통이 10% 감소합니다.

혼란 확률이 10% 감소합니다.

말 그대로 환술의 저항력을 올려주 는 특성이었다.

환술을 풀어낼 수 있는 특성이라면 좋겠지만, 그건 적웅력과 다른 분야 라 불가능하다.

그래도 특성이 생기니 아까보다 고 통이 훨씬 덜해지기는 했다.

“후……

이제 남은 시간은 못해도 5시간.

앞으로 어떻게 견뎌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

약 6시간에 걸친 환영 마법 수련 이 끝나고.

나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와 바닥에 주저앉고 있었다.

“허억...... 허억......

[‘환영술 훈련’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 한 경험이었다.

계속되는 정신적 고통. 그리고 공 포.

환영 마법 속에서 풀려나올 생각을 안 하고 그저 견디고 적응하는 것에 중점을 두다 보니 생지옥이 따로 없

었다.

물론 이 훈련을 통해 얻은 것도 있긴 했다.

오늘 획득한 ‘환술 저항’ 특성이 F 에서 D등급까지 상승한 것이다.

그 덕에 10% 감소 효과가 20%로 상승했다.

“허억! 허억!”

이서준 역시 내 옆에서 환영 적응 훈련의 후유증 때문인지 고통스러운 얼굴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진화와 적응’ 특성이 있어서 좀 버틸 만했지 쟤는 나보다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모두 고생했다. 처음부터 꽤 높은 강도의 적응 훈련을 진행했는데 잘 견뎌냈구나.”

은혜수가 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곤 내게 시선을 돌린다.

“특히 김선우. 너는 생각보다 여유 로워 보여서 놀랐다.”

“……아뇨. 진짜 죽을 뺀했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생각보다 멀쩡해 보이는데. 혹시 전에도 이런 훈련을 해본 적이 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어떤 미친 사람이 자발적으

로 이런 걸 합니까?”

“……처음이라고? 정신력이 대단하 구나. 대단한 재능이야.”

은혜수는 내게 그렇게 말하더니 다 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이틀 전에도 환영 마 법을 꽤 쉽게 풀어냈었는데. 혹시 보조계가 주특기인가?”

“아뇨. 발현계입니다.”

“……발현계라고?”

은혜수가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 다. 이내 은혜수의 눈빛이 흥미로 물들었다.

“혹시 정식으로 은월가에 들어올 생각은 생각은 없나? 재능이 있어 보이는데.”

“없습니다.”

칼 같은 대답에 은혜수가 아쉬워하 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내가 재능이 있는 게 아니거든.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 히는 환영 결계 마법사로 키워줄 자 신이 있는데?”

“필요 없습니다.”

단호하게 대답하자 은혜수가 천천

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단칼에 거절하니 내가 할 말이 없구나.”

은혜수는 시계를 보더니 내게 말했다.

“좋다.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돌아 가도 좋다. 영혼석의 시련을 위해 다음 금요일에 다시 오거라.”

“네. 알겠습니다.”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 에서 일어났다. 나 역시 그를 따라 일어났다.

빠르게 채비를 한 우리는 은월 가 문의 정문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7시.

한세연과의 술 약속까지 약 2시간 이 남았다.

“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그래. 그때 보자꾸나.”

그렇게 말하곤 내게 시선을 돌렸다.

“너에게는 다시 감사 인사를 하겠 다. 설아의 병을 고쳐줘서 고맙다.”

“……감사합니다.”

은혜수 옆에서 있던 은설아가 예 의 바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음 주에 보자.”

“네!”

그렇게 은월가를 떠나 이서준과 나 는 포탈 게이트를 이용해 서울로 돌 아왔다.

이서준은 나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바로 기숙사로 돌아갈 거지?”

“아니.”

내 대답에 이서준이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엉? 기숙사 안 가고 어디 가게?”

“잠깐 누구랑 약속이 있어서.”

“약속? 이 시간에?”

“어.”

내 대답에 이서준이 의문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누구 만나는데?”

“몰라도 돼.”

“……전부터 느꼈는데 은근히 약속 상대가 많네.”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혹시 여자냐?”

여자? 여자가 맞긴 하지.

“맞아.”

“......엉?”

내 대답에 이서준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 진짜?”

“어. 왜?”

“어? 아, 아니, 의외라서.”

이서준이 뒷목을 긁적였다.

“김선우. 조용히 할 건 다 하는구 나.”

“……뭐라는 거야. 그런 거 아니거

든‘?”

“아니긴.”

“……암튼, 바쁘니 이만 간다.”

“어어. 그래. 내일 보자.”

“그래.”

그렇게 나는 이서준과 헤어지고 밤 길을 쭉 걸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7시 30분.

한세연과의 약속 시간까지 약 1시 간 30분 정도 남았다.

남은 시간 뭘 해야 할까 고민하다 가 약속 시간을 앞당길 순 없을까 메시지를 보냈다.

[한세연 씨. 지금 만나는 거 괜찮 나요?]

메시지를 보내자 약 10초 뒤 답장 이 왔다.

[지금요? 제가 오늘 미팅 일정이 남아있어서 그러는데, 미안하지만 회사 쪽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회사?”

오늘 일요일 아닌가?

일요일 저녁인데도 미팅이 잡혀 있

다니 진짜 바쁘게 사는구나.

하긴, 마법사를 상대하는 일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주말에도 일하는 마법사는 상당히 많으니까.

[그러면 거기로 갈게요.]

메시지를 보내곤 곧바로 사람 없는 빈 상가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김진우의 모습으로 바꾼 뒤 다시 밖 으로 나왔다.

“흐음.”

이 모습도 왠지 오랜만인 것 같다.

괜히 어색하네.

그렇게 나는 한성제약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일요일 저녁 7시, 늦은 시간이었지만 1층 로비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 적이고 있었다.

나는 데스크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 요?”

데스크 직원이 친절한 미소로 내게 물었다.

“한세연 본부장을 만나러 왔습니

다.”

직원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어…… 한세연 본부장님 말씀인가 요? 잠시만요.”

직원은 서둘러 무언가 서류를 확인 했다. 그러곤 내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나는 직원의 말이 끝나기 전에 품 안에 있던 카드를 내밀었다.

한세연이 예전에 내게 선물한 한성 가의 사람이라는 징표였다.

그리고 직원 역시 그 카드를 알아

본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아! 실례했습니다! 바로 안내해드리 겠습니다!”

직원은 180도 바뀐 태도로 안내를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엘리베이터 를 타고 한세연의 방 앞에 도착했다.

직원은 내게 작게 말했다.

“지금 한세연 본부장님은 미팅 중 이십니다. 여기 앉아서 기다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본부장실에서 목소리가 홀러나왔지 만 잘 들리진 않았다.

그렇게 약 10분가량의 시간이 지 나.

끼이익.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밖으로 나왔다. 드디어 미팅이 끝났구나 싶어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본부장실로 걸어갔다.

그때 였다.

“어?”

본부장실 문 앞에서 익숙한 얼굴과 마주쳤다.

눈에 띄는 붉은 머리카락. 양손을 덮은 하얀 장갑.

“……김진우?”

엘린이었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역시 이곳에서 그녀를 마주칠 줄 몰랐기에 조금 당황했다.

“네가 왜 여기서 나오냐?”

“……약 관련해서 상담받을 게 있 어서 왔는데.”

“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이 약을 달고 사는 건 이 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럼 너는?”

“나? 그냥 놀러 왔는데.”

“그러냐?”

엘린이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봤 다. 그러곤 나를 위아래로 살피더니 생각에 잠긴다.

“음. 그나저나 다시 봐도 묘하게 비슷하단 말이지……

“뭐가?”

“어? 아, 아냐. 그럼 난 이만 가본

다.”

엘린은 그 말을 끝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갑자기 휙휙 내 앞에 등장하는 것 도 그렇고 참 놀래키는데 재주가 있 다.

“그럼 가볼까.”

끼이익.

나는 본부장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의자에 앉아 서류를 살 펴보던 한세연이 내게 시선이 돌아 갔다.

“진우 씨.”

그러곤 반갑게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피식 옷으며 안으로 들어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에 뵙네요.”

“그러게요. 서로 너무 바빠서 그 죠?”

한세연이 밝게 웃었다.

“근데 9시 이후에 만날 수 있다면 서 일찍 오셨네요?”

“네.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거든 요.”

“아하.”

한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나갈까요? 저도 일 다 끝냈거든요.”

“그래요.”

그렇게 한세연과 나는 자리에서 일 어났다.

“아, 잠깐만요.”

한세연이 나를 멈춰 세웠다. 그러 더니 내게 가까이 다가와 내 머리를 만졌다.

“먼지가 묻었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띠리리링!

그때 방 안의 전화기가 울리기 시

작했다. 한세연은 신경 쓰지 않는 둣 계속해서 내 머리를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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