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9화 (169/535)

손 위로 구현되는 무속성 구체.

재생력이 있는 마인을 상대로 상성 이 좋은 마법은 아니지만, 이길 수 없는 건 또 아니다.

녀석이 ‘재생’하기 전에 먼저 숨통 을 끊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머리만 한방에 터트릴 수 있다면 마인의 끈질긴 재생력이고 뭐고 소 용이 없으니까.

파아앙——

마법은 내 손을 떠나 빠르게 녀석 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성혜는 갑작스러운 마법 방출에 당 황하며 장막을 펼치려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어를 시도하기 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

내 마법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콰아아아앙-!

“끄아아악!”

귀에 강렬한 비명이 꽂혔다.

성혜는 그대로 저 멀리 벽에 크게 부딪히더니 검은 피를 토했다.

“크헉……

“ 쳇.”

한 방에 숨통을 끊는 것에는 실패 했다. 그러나 실패했으면 다시 시도 하면 그만이다.

나는 곧바로 대자연의 심장을 발동 했다.

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며 마나가 가득 차올랐다.

그 마나를 이용해 여러 개의 마법 구체를 동시에 구현해 녀석을 향해 방출했다.

콰앙! 콰앙! 콰앙!

굉음과 함께 녀석의 몸 주위로 연

기가 피어올랐다.

이내 연기가 사라지며 온몸 구석구 석에 구멍이 뚫린 성혜의 모습이 드 러났다.

얼굴 역시 반쯤 날아가 끔찍한 형 태를 하고 있었다.

마인의 폭주화가 시작되었는지 그 녀의 눈 전체는 검게 물들어 있었다.

“커어억!”

성혜가 피를 토하며 바닥에 고꾸라 졌다.

괴로운지 몸을 부르르 떨며 고통의 신음을 내질렀다.

“……어, 어떻게 그 나이에?”

경악에 찬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 다. 나를 무시하려던 아까의 모습과 달리 그녀의 두 눈에는 공포심이 깃 들어 있었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신경 쓰진 않는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녀석의 신체가 재생되기 전에 빠르게 숨통 을 끊는 것이니까.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내 손바닥 앞에 마력이 응 축되며 새로운 마법이 구현되기 시 작했다.

콰앙一!

[A급 빌런 ‘성혜’를 성공적으로 토 벌했습니다.]

[인과율이 0.6 상승합니다.]

[표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승전보의 효과로 근력이 0.4, 마력이 0.4, 마력 제어 능력의 숙련도 가 3% 상승합니다.]

[‘마의 악몽’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자 상황 이 종료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우.”

나는 숨을 크게 내쉬고는 뒤를 돌 았다. 신비 열병에 괴로워하던 은설 아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번쩍!

“허억!”

그때 암흑 속박 속에 갇혀 있던 이서준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보아하니 성혜가 죽어서 풀려난 건 아니고 스스로 결계를 해제해서 빠 져나온 모양이다.

이서준은 경계에 찬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내게 물었다.

“……마인은?”

“내가 처치했어.”

“......네가?”

“어.”

마인의 시체 쪽으로 내가 슬쩍 시 선을 보내자 이서준이 그것을 보더

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역시.”

그렇게 놀라지 않은 반응을 보아하 니 어느 정도 이런 상황을 예상한 모양이다.

“다친 곳은 없냐?”

“어어. 멀쩡해.”

“다행이네.”

이서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은설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은설 아는 여전히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 보고 있었다.

“주술사를 처치했으니 이제 신비

열병은 고쳐질 거야.”

내 말에 은설아가 번뜩 정신이 든 듯 입을 벌렸다.

“아…… 저, 정말요?”

“어.”

나는 은설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 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게 아 직 신비 열병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자 아직도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은설아를 이서준에게 맡기고 잠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슬쩍 눈치를 보다가 아공간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황금 잔을 꺼냈다.

인천에서 얻은 ‘생명의 잔’이었다.

그리고 생수를 꺼내 잔 안에 물을 채웠다.

이내 잔에 담긴 물이 번쩍이며 환 한 빛을 뿜어냈다.

나는 잔에 담긴 물을 빈 병에 옮 겨 은설아와 이서준에게 다시 다가 갔다.

“방금 뭐 했어?”

“포션 좀 꺼냈어.”

“포션?”

이서준이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은설아에게 병 을 내밀었다.

“이거 마셔.”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의 입에 병을 가져다 대었다.

은설아는 대꾸 없이 병의 물을 마 셨다.

꿀꺽꿀꺽.

“..어?”

물을 다 마신 은설아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비 열병에 괴로워 하던 방금과 달리 표정이 한결 편안 해져 있었다.

“좀 괜찮아졌어?”

“네. 고통이 훨씬 줄어들었어요. 이 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은설아가 놀란 둣 중얼거렸다.

“다행이네.”

내가 살짝 웃으며 말하자 은설아가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때 뒤에서 다급한 사람들의 발소 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기다!”

내 마력과 성혜의 마기를 감지하고 출동한 특무팀 요원들이었다.

특무 요원들은 오늘 있었던 마인 사건을 조사, 그리고 마인 성혜의 신상 정보를 파악해 그녀가 살던 집 을 찾아냈다.

그녀의 집은 은설아의 어머니, ‘은 미연’의 집과 상당히 가까운 장소에 있었다.

아무래도 이 주변에 거주하고 있으

면 언젠간 은미연의 딸인 은설아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 이유로 내 예상보다 빠르게 성 혜를 발견할 수 있던 것이고.

나도 예상하지 못한 우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성혜가 은미연의 딸인 은설아를 의 식하고 그녀가 살던 집 근처에 거주 하던 것은 원작에서도 밝혀지지 않 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녀의 집에서 몇 가지 ‘주 술’을 사용할 수 있는 신비의 마도 구 몇 가지가 발견되었다.

주술과 저주를 사용하는 마도구는

인피면구와 같이 1급 불법 마도구에 속한다. 특무팀에서는 이 불법 마도 구를 전부 회수하고 안전한 곳에 보 관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 나와 은설아, 이서준 앞에 특무 직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고. 마법사관 학생들 수고하 셨습니다. 요즘 마인 사건 때문에 사회 분위기가 흉흉한데 아주 홀륭 한 일을 해내셨습니다. 하하.”

내 앞에 등장한 특무 요원은 ‘신 팀장’이었다.

김진우의 신분으로 마인을 처치할 때 몇 번 마주쳤던 인물이었다.

주요 등장인물이 아닌 만큼 내가 신경 써야 할 인물은 아니지만, 김 진우의 신분이 아닌 김선우의 신분 으로 마주치는 건 처음이라 묘하게 긴장이 되었다.

“이야. 근데 김선우 학생은 소문으 로 몇 번 듣기는 했는데 정말 실력 이 뛰어나긴 한가 보네요.”

신 팀장이 나를 바라보며 괜히 친 한 척 말을 걸었다.

“아뇨. 운이 좋았습니다.”

“하하. 겸손하시네. 느껴진 마기로 는 꽤 고등급의 마인이었던 것 같은 데.”

그렇게 중얼거리던 신 팀장이 갑자 기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어?”

그러곤 눈을 비비고 다시 나를 바 라본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이런 상황을 몇 번 지켜본 이서준 은 옆에서 조용히 피식 웃었다.

나 역시 이런 상황이 꽤나 질렸기 에 무시하고 신 팀장에게 말했다.

“어느 정도 조사도 끝난 거 같은데 이만 돌아가도 되죠?”

“아! 네! 돌아가셔도 됩니다! 궁금 한 게 생기면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인 포상금은……

“알아서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특무 요원들과 헤어 지고 목적 없이 긴 인도를 쭉 걸었다.

하늘을 올려보니 어느덧 노을이 지 기 시작했다.

시간은 오후 6시.

아침 일찍 서울에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조사가 꽤 길어졌다.

나는 슬쩍 은설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몸은 괜찮아?”

내 물음에 은설아가 어깨를 들썩이 더니 대답했다.

“아, 네! 덕분에 괜찮아졌어요. 정 말 감사해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 아야 할지……

은설아가 공손히 모은 손가락을 꼼 지락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뭔가 제 몸에 변화가 생겼 다는 게 느껴져요. 아마 신비 열병 이 사라져서 그런 거겠죠?”

“어, 아마 그럴 거야.”

신비 열병이 사라졌다는 말에 은설 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거의 반평생 자신을 괴롭혀 왔던 불치병 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니 믿기 힘 든 거겠지.

은설아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자 신의 긴 은발을 어루만지며 입을 열 었다.

“그럼 이 머리 색도 원래대로 돌아 올까요?”

“글쎄. 아마 머리카락은 그대로 남 아있지 않을까.”

추측하듯 말하긴 했지만 아마 내

말대로 그녀의 머리는 은색을 유지 하게 될 것이다.

원작에서도 그녀의 머리 색은 쭉 은색으로 유지되었으니까.

내 말에 은설아가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아뇨. 은발은 눈에 띄잖아요. 남들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고.”

“이쁜데 뭐.”

툭 던지듯 말하자 은설아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래요?”

“내 눈에는 그래.”

은설아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웃 었다.

“다행이다.”

“그렇게 신경 쓰이면 염색하던가.”

“아뇨. 그냥 이대로 있을래요.”

은설아가 한결 밝아진 미소로 내게 말했다.

나는 피식 웃고는 이서준에게 시선 을 돌렸다.

“그럼 이제 어쩔래? 사건도 해결했 는데 은월가로 돌아갈래?”

내가 이서준에게 묻자 이서준은 고

개를 저었다.

“돌아가는 건 내일로 하고 일단 그 방으로 다시 돌아가자. 아까 방에서 봤던 일기장. 다시 확인해보고 싶거 드 ”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 기화

우리는 은미연의 빌라로 다시 돌아 왔다.

은설아에게는 먼저 가문으로 돌아 가도 좋다고 했지만, 기어코 우리와 함께 가겠다고 해서 같이 빌라로 돌 아왔다.

우리는 일기장을 조사하기 전에 은 설아에게 은미연의 일기장을 조사하 는 것에 대한 허락을 구했다.

은설아는 잠시 의문을 느꼈지만 이

내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했다.

“……근데 일기장을 어디다 놨더 라.”

이서준이 주변을 둘러봤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일기장을 쥐며 이서준에게 말했다.

“여기 있어.”

“아, 그러네. 땡큐.”

이서준이 웃으며 일기장을 받았다.

“그런데 제 어머니의 일기장은 왜 조사하시는 거예요?”

은설아가 궁금증에 찬 얼굴로 우리 에게 물었다. 이서준은 잠시 고민하

다가 대답했다.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신경 쓰이는 거요?”

“나는 진천우의 혼적을 쫓고 있거 드 ”

“......네?”

“최근 자운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 잖아. 이런 식으로 흔적을 쫓으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이서준은 진천우와의 관계에 대해 서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직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으니 이야기할 필요성을 못 느낀 거겠지.

“아……

은설아는 더 궁금한 게 있어 보였 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일기장의 내용을 다 시 살펴봤다.

진천우와 신비 연구회 이야기 이후 에도 평범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반복됐다.

시험에서 어떤 활약을 했고, 갑자 기 생겨난 ‘신비 열병’에 괴로워하 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돌아가신 은설아의 아버지 내용도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본 은설아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페이지를 넘기는데 다시 나 와 이서준의 시선을 끄는 페이지를 발견했다.

[‘신비 연구회’는 신비로 ‘불사’가 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 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가 정해졌다. 불사의 주문을 찾는 것이다. 진천우 선배님은 항상 말했다. 인간의 한계 를 넘어보고 싶다고.]

불사의 주문.”

이서준이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내게 시선을 돌렸다.

“저번 유령의 섬에서도 불사의 주 문 이야기가 나왔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자운이 신비를 모으는 이유가 설 마 이곳에 나온 것처럼 ‘불사’와 관 련된 건가?”

“......글쎄.”

우리는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 다 시 일상 이야기가 나왔다.

중간중간 ‘신비 연구회’의 이야기

도 함께 나왔다.

진천우에게 신비 열병의 통증을 줄 여주는 특제 진통제를 얻은 내용.

신비를 찾아 은월가에 방문한 진천 우가 가문에 숨어 있던 마인을 처치 한 이야기.

그 외에도 진천우의 여러 영웅담이 적혀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위험했다. 진 천우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우리 가 문은 몰래 잠입한 마인에 의해 보물 과 비기를 빼앗길 뻔했으니까. 마인 은 가문의 제자들 몇 명에게 정신

마법까지 걸었었다. 하마터면 나까 지 큰 위험을 겪을 뻔했다.]

[어머니는 진천우 선배님을 가문의 은인으로 판단하고 그에게 가문의 비기를 전수했다. 그리고 마법사관 학교 뒷산에 신비 연구회의 아지트 를 설치해 가문의 비기로 만들어진 환영 결계를 설치해 주었다. 우리만 의 비밀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아지트가 저번에 내가 발견한 거기 맞지?”

이서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

이며 대답했다.

“어. 그런 거 같아.”

[우리는 불사의 주문을 찾아 1년 간, 5개의 신비를 손에 넣었다. 기 쁘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서운 감정 도 들었다. 나도 모르게 신비가 가 진 ‘매료의 힘’에 이끌리는 것 같아 서.]

[신비가 가진 ‘매료의 힘’을 견디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다른 선배님 들과는 다르게 나는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결국 진천우 선배님의 권유로 신비 연구회를 나 오게 됐다.]

“……이 뒤로는 진천우 이야기는 없네.”

이서준이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며 말했다.

“생각보다 별거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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