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보호 마법을 풀고 있어.”
내 말에 이서준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한 8초쯤 지났을까.
딸깍.
보호 마법을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됐다.”
“와. 10초도 안 걸린 거 같은 데……
은설아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
다. 이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는 피 식 웃었다.
“엄청 놀랐나 보네. 처음 볼 때는 진짜 신기하기는 하지.”
“살면서 이렇게 빠르게 결계를 해 제하는 건 처음 봤어요. 할머니도 이렇게 빨리는 못 할 텐데……
은설아의 중얼거림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런 반웅도 자주 보니 이제 익숙 하거든.
“그럼 열어볼까.”
드르륵.
나는 서랍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작은 책 하나가 있었다.
“일기장 같은데.”
“네, 맞는 거 같아요.”
나는 일기장의 첫 장을 펼쳤다. 학 창 시절의 내용이 적힌 일기장이었다.
내용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친구와 무엇을 했고,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받았는지 그런 평범한 일상이 적혀 있었다.
“생각보다 평범한데?”
그렇게 페이지를 넘기던 때였다.
이전과는 다른 독특한 페이지를 하 나 발견했다.
[오늘 나는 마법사관학교의 비밀 모임에 들어갔다. 진천우 선배님이 만든 ‘신비 연구회’라는 모임이다.]
저 문구를 읽고 가장 크게 반응한 건 이서준이었다.
“……신비 연구회?”
그러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지며 혼 자 일기장의 다음 장을 살폈다.
그때 나는 서랍 밑에서 또 다른
사진을 발견했다.
은설아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과 검은 머리의 여성이 함께 찍힌 사진 이었다.
그런데 사진 속 검은 머리 여성의 얼굴이 낯익었다.
회귀 전 뉴스에서 본 적 있는 얼 굴이니까.
성혜.
저자가 바로 은설아에게 주술을 건 인물이었다.
은설아 역시 성혜의 사진을 발견하 더니 중얼거렸다.
“어머니의 친구이신가 봐요. 이름 이 성혜라고 적혀있네요.”
“그런가 봐.”
참고로 성혜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마인이다.
몇십 년 전 과거에도 마인은 인간 들 사이에 섞이며 살아왔다.
그때 였다.
“끄윽!”
은설아가 고통의 신음을 홀리며 머 리를 움켜쥐었다.
“괜찮아?!”
나는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은설아는 여전히 고통스러운지 머 리를 움켜쥐며 괴로워했다.
나는 그녀를 바닥에 눕히고 이마에 손을 얹었다.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신비 열병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의문을 느꼈다.
갑자기 신비 열병이 발병한 이유가 뭐지? 발병까지 일주일 정도 시간이 남았다고 들었는데.
“……설마:’
나는 이서준에게 외쳤다.
“얘 좀 봐줘!”
“어? 어어.”
이서준에게 은설아를 맡기고 창밖 을 보았다.
아까 은설아가 말한 대로 신비 열 병은 15일 간격으로 발병이 된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발병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바로 신비 열병을 건 주술사와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였다.
창밖을 살피자 예상대로 누군가가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검은 머리의 여인.
방금 일기장에서 본 주술사의 얼굴 과 같았다.
주술사를 만나는데 꽤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마주쳤다.
나는 서둘러 밖으로 뛰쳐나갔다.
“김선우! 어디가?!”
“거기서 기다려!”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방금 여인 이 있던 방향으로 달려갔다.
여인도 내 인기척을 느낀 듯 뒤를 돌았다.
그러곤 의문에 찬 얼굴로 나를 빤 히 바라보았다.
“……방금 그 건물에서 나왔습니
까?”
여인이 내게 물었다.
보아하니 이 건물이 은설아의 어머 니가 사용하던 공간이라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 의도적으로 이 주변을 어슬렁 거린 걸지도 모르겠다.
“보아하니 나이도 어린 거 같은 데……
“네가 신비 열병을 건 주술사가 맞 지?”
내 말에 여인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죠?”
여인은 경계심에 찬 눈으로 나를 발뺌했다.
그런 그녀를 잠시 뒤로하고 곧바로 ‘인물 간파’를 사용했다.
이름 : 성혜
나이 : 45
종족 : 마인 상태 : 경계 마력 등급 : A-
관심도 : 0
성혜.
역시 주술을 건 마인 성혜가 맞았 다.
거기다 마력 등급이 A-.
하지만 마력 등급은 어디까지나 수 치일 뿐, 전부가 아니다.
이 세계에서 마력의 등급보다 중요 한 것이 바로 ‘경험’이다.
그리고 그녀의 나이는 인물 간파에 나와 있다시피 45살이다.
아마 수많은 전투 경험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때 성혜가 마력을 끌어모았다.
나 역시 곧바로 녀석에게 마법을 쏘아냈다.
상대가 마인인 만큼 빛 속성을 쏘 아내고 싶었지만, 이서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무속성 구체로 공격을 시도했다.
파앙-!
손끝에서 섬광이 번쩍이고, 마법은 녀석을 향해 나아갔다.
녀석은 곧바로 검은 마기를 뿜어내
며 검은 장막을 펼쳐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녀석이 어쩔 수 없이 마인의 힘을 사용한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몰랐다는 듯 말했다.
“마인이었군.”
“……쳇. 이 애송이가. 죽여주마!”
그렇게 성혜가 마기를 끌어 올리려 는 그 순간 빌라에서 누군가가 뛰어 왔다.
“김 선우!”
이서준과 그의 부축을 받는 은설아 였다.
성혜는 은설아의 모습을 보더니 살 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은설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금 사진으로 본 자가 눈앞에 있었으니 까.
“다, 당신은?”
“그 은발…… 은미연의 딸인가?”
은미연의 이름이 들리자 은설아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당신이 제 어머니에게 주술을 건 주술사였군요.”
“흐흐. 그래, 맞아. 어떻게 주술이 라는 걸 알아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주술을 건 게 맞아.”
성혜는 의외로 쉽게 인정했다.
“어째서 제 어머니를?”
“사실 별 이유는 없어.”
성혜의 말에 은설아가 눈을 찌푸렸다.
“별 이유가 없다고요?”
“그래, 나보다 잘나서. 질투심으로 그랬거든. 물론 10대 때의 나에게는 나보다 잘났다는 게 아주 큰 이유였 겠지만.”
“어떻게 그런……
신비 열병에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은설아는 독기에 찬 눈으로 성혜를 노려보았다.
“뭐, 그것 외에도 새롭게 얻은 신 비의 힘을 시험할 대상이 필요하기 도 했어. 물론 조건이 꽤 까다로워 서 신뢰를 얻어야 했지만.”
그때 이서준이 은설아를 내려놓고 는 검을 뽑아냈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쓰레기 녀석.”
성혜는 이서준의 얼굴을 바라보더 니 잠시 표정이 굳었다. 아마 이서준의 얼굴을 알아본 걸 거다.
그녀의 상사는 마법사관학교에 ‘교
사, 크리스’로 잠입했던 정현이니까.
“……뭔가 낯이 익다고 했더니 설 마 이서준인가?”
이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성혜를 향해 빛 속성 검기를 휘두를 뿐이었다.
성혜는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내며 중얼거렸다.
“……여기서 싸우는 건 좋지 않겠 군.”
하지만 그런 성혜를 놓칠 이서준이 아니었다.
이서준은 끈질기게 성혜를 향해 검 을 휘둘렀고 결국 성혜는 품 안에서
어떤 작은 구슬을 꺼냈다.
“이것까진 안 쓰려 했는데!”
성혜가 구슬에 마력을 주입하자 구 슬이 쨍그랑 깨졌다.
이서준이 서 있던 바닥에서 강한 마력이 생성되더니 어둠이 뿜어져 나오며 그를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이서준의 몸이 사라졌다.
나는 저 마법의 정체를 깨달았다.
마인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비 를 머금은 마도구, ‘암혹 속박’이었다.
엘린이 사용하던 ‘마법진’ 문신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좀 더 상위의 기 술이었다.
단점이라면 사용 횟수가 한 번뿐이 라는 거지만.
“쳇. 이 귀한 것을 사용해버리다 니.”
이를 악 물은 성혜는 나와 은설아 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정현 님이 이서준을 만나 면 무조건 도망치라 했으니 어쩔 수 없겠지. 네놈들을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지만..협회에서 마기를
감지했을 수도 있으니 특별히 살려 주겠다.”
그 말을 끝으로 성혜는 뒤를 돌았 다.
내가 뒤에서 똑똑히 지켜보고 있음 에도 말이다.
그렇게 성혜가 도망치려는 그 순 간.
나는 그대로 성혜의 둥에 마법을 방출했다.
콰앙!
“끄아악!”
성혜가 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바 닥에 쓰러졌다.
“나를 너무 무시하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70 화
나는 바닥에 자빠진 성혜에게 천천 히 다가갔다.
나름 녀석의 등 중앙에 제대로 마 법을 적중시켰다고 생각했는데 빛 속성을 담지 않아서 그런지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다.
“크윽!”
성혜는 몸을 일으키더니 나를 노려 보았다.
“비겁하게 뒤에서 공격을……!”
그녀의 몸 주위로 검은 마기가 풍 겨 나오기 시작했다.
지독한 마기에 절로 눈이 찌푸려졌다. 아까는 도망치려 하더니 이제는 나와 싸울 생각인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다음 공격을 대비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녀석은 주특기로 보조계 마법을 사 용한다.
이서준을 가둔 공간 결계의 일종인 ‘암흑 속박’도 있고, 그 외 주술, 저 주 같은 능력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물론 주술과 저주 같은 힘은 사용 조건이 까다로워 전투 중에 사용한다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쉽게 당해줄 생각도 없지만.
그때 였다.
성혜가 몸 주위로 풀풀 풍기던 마 기를 없애버렸다.
그러고는 나를 죽일 둣이 노려보며 말했다.
“당장 찢어 죽이고 싶지만! 상황이 급하니 특별히 살려 주겠……
파앙一!
나는 다시 한번 마법을 방출했다.
성혜는 하던 말을 멈추고 서둘러 검은 장막을 펼쳐냈다.
쾅!
녀석의 장막이 내 마법을 막아냈 다.
반응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속사 했는데 반응속도가 예상보다 뛰어났 다.
“이게 또 기습을!”
“……진짜 말 많네.”
“오냐. 죽고 싶으면 지금 죽여주
스으으으....
다시 한번 그녀의 몸 전체에서 검 은 마기가 뿜어졌다.
아까와는 확연히 달라진 기세였다.
[사용 효과, ‘숭전보’ 효과를 발동 합니다.]
[표적 대상은 ‘성혜’입니다.]
나는 녀석을 표적으로 설정하고 본 격적으로 전투를 준비했다.
“하앗!”
불타오르는 가시가 녀석의 머리 위 로 구현되더니 나를 향해 쏘아졌다.
그러나 발현계 마법사가 아닌, 발 현계 마법은 내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방어할 필요성도 못 느꼈기에 가볍 게 발걸음을 옮겨 녀석의 공격을 피 해냈다.
콰아앙!
녀석의 공격은 내 뒤의 벽을 강타 하며 굉음을 울렸다.
“제법이구나!”
성혜는 다시 마기를 끌어모으며 새
로운 마법을 시전했다.
주변에 구현되는 마력의 형태가 없는 것을 보아하니 아까와 같은 발현 계 마법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다는 건, 녀석의 주특기인 보 조계 마법이 시작된다는 것.
전투에 가장 실용성이 높은 보조계 마법이라면 역시 속박 마법이다.
피융!
그리고 내 예상대로 허공에 화염의 고리가 구현되더니 내 몸을 속박하 려 했다.
나는 침착하게 마력을 끌어올리며 마법 구체를 구현했다.
이런 형태의 공격은 피하다기보다 는 마법을 사용해서 막는 것이 좋 다.
빠르게 구체를 쏘아내어 화염의 고 리를 요격했다.
콰앙!
“쳇!”
자신의 공격이 손쉽게 막히자 성혜 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생각보다 차분한 내 대응에 당황한 모양이다.
그리고 녀석이 당황한 사이에 작은 틈이 생겼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온몸을 강화해 녀석을 향해 달려갔다.
녀석이 새롭게 마법을 구현하며 내 접근을 막아내려는 그때, ‘순간 가 속’을 사용했다.
일순 체감되는 시간이 느려지고 녀 석의 움직임도 느리게 보였다.
보조계와 발현계 마법을 주로 사용 하는 녀석답게 몸 구석구석에 허점 이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곧바로 새롭게 화염의 고리 를 구현하며 나를 속박하려 했다.
하지만 순간 가속으로 빨라진 내 몸은 고리를 아주 손쉽게 피해냈다.
후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