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5화 (165/535)

하나의 형태를 완벽하게 다루는데 몇 년의 세월이 걸린다.

가시의 형태를 익히는데 며칠 되지 도 않았으니 여기서 더 높은 점수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전기 속성 제어술][등급:0(52%)]

그래도 전기 속성 제어술의 숙련도 는 어느덧 52%를 달성했다.

속성 숙련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 었지만, 최근 백은성을 상대하고 15% 정도 크게 상승했다.

훈련 시간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성장 속도였다.

“이건 천천히 연습하기로 하고.”

오늘 내가 훈련장을 방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이중 형태 동시 구현’을 연 습해보기 위해서다.

하나는 가시 형태 하나는 구체 형 태로 해서 동시 구현하는 것.

발현계 마법에서는 압축 구현 술을

넘어서는 최고난도의 기술이었다.

참고로 이 훈련은 ‘이중 속성 동시 구현’의 훈련이 되기도 한다.

두 가지의 속성 동시 구현을 할 수 있게 된다면 1:1 전투 상황에서 상대가 대처하기 힘들 상황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래에 그 어떤 마법사도 성공시키지 못한 ‘삼 중 속성 동시 구현’을 성공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하지만 아직 가시 형태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까마득히 먼 경지이다.

그런 허황된 꿈은 잠시 넣어두고

이중 형태 구현부터 연습하는 게 좋 겠지.

“ 해볼까.”

후우우웅!

나는 먼저 내게 익숙한 형태인 ‘구 체’의 마법을 구현했다.

그 상태에서 또 다른 형태인 ‘가 시’를 동시 구현했다.

마력이 휘몰아치더니 내 손위로 불 안정한 형태가 구현되기 시작했다. 기다란 막대기.

이건 가시의 형태라고 보기는 힘들 다.

다시 상상력을 이용해 가시의 형태 를 고쳐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쳇.”

결국 마법 구현을 풀어냈다.

역시 가시 형태 하나 제대로 다루 지 못하는 나에게는 아직 두 개의 형태를 동시 구현하는 건 힘들다.

하지만 방금의 시도로 뭔가 감이 오기 시작했다.

상상력의 유연함. 그리고 마력 제 어의 방법.

다시 시도해보면 전보다 더 나은 형태를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새로운 시도로 마법적 깨달음을 얻습니다.]

[마력 제어술(B)의 수련치가 22% 상승합니다.]

“어?”

수련치가 상승했다고?

[마력 제어술(B)][수련치 : 92%]

“허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92%.

A등급까지 8%밖에 남지 않았다.

1, 2년 내로 A등급을 달성하는 것 이 목표였는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성장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서준과 약속한 금요 일 저녁이 되었다.

나는 학교 정문 앞에서 이서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선우.”

슬슬 기다림에 지칠 때 쯤, 이서준 이 내 앞에 나타났다.

“아씨. 왜 이리 늦게 와?”

“아, 미안. 잠깐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하느라.”

“시간 늦었어. 더 늦기 전에 딸리 가자.”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더니

문득 내게 말했다.

“근데 굳이 같이 안 가도 되는데.”

“ 엉‘?”

“아니, 나 혼자 가면 되는데. 네가 같이 간다고 하니 미안해서.”

“됐어. 나도 배워보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이 세계의 마법사가문은 각각 비 전 마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비전 마법은 가문에 소 속된 마법사에게만 전수한다.

보통은 혈통에게만 비전 마법이 전 수되지만 가끔 제자를 받아 키워 세

력을 키우는 가문도 있었다.

이건 일종의 ‘세력 키우기’였다.

그리고 은월가는 유명 가문들 사이 에서 제자를 키우는 것으로 유명한 가문이었다.

참고로 환영 마법의 내성을 키우는 건 혼한 기회가 아니다.

물론 외부자의 혜택을 통해 구매할 수도 있지만 포인트가 무한한 건 아 니니 무료로 배울 기회가 있다면 놓 치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나비 효과로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이서준의 옆을 지 키는 게 좋기도 하고.

이서준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네. 다 음에 부탁할 일 있으면 말해. 뭐든 도와줄게.”

“그럼 기말시험 적팀으로 만나면 져줘.”

“뭐?”

이서준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뭐든 도와준다며.”

“아니 그건 나만 피해 보는 게 아 니라 내 팀원들도 피해 보는 거잖

아.”

“쯧. 입만 살았네.”

이서준은 여전히 황당하다는 얼굴 로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나와 이서준은 포탈을 타고 충청도의 작은 도시로 향했다.

작은 시골 도시 같은 거리를 쭉 걷다가 우리는 거대한 저택 앞에 도 착했다.

외형만 보면 전통적인 한국의 가옥 이었다.

문패에는 ‘은월’이라는 글자가 크 게 적혀 있었다.

“와. 엄청 멋지네.”

이서준이 옆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초인종 을 눌렀다.

띵 동.

그러자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모습 을 드러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다.

“누구십니까?”

여성이 우리에게 물었다.

내 옆의 이서준이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

“은월 가문의 배움을 얻고 싶어서

왓습니다.”

“어? 잠깐. 그 얼굴…… 혹시 이서준 아니세요?”

“네, 맞습니다.”

이서준이 대답하자 여성이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러더니 이서준의 얼 굴을 빤히 바라본다.

“와. 무슨 얼굴이…… 아앗. 근데 은월가의 제자가 되겠다고요?”

“네, 안되나요?”

“아, 아뇨. 일단 가주님께 말씀드리 고 오겠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시죠.”

그 말을 끝으로 여성은 어디론가

달려갔다. 이서준은 나를 돌아보더 니 물었다.

“받아주려나?”

“받아주겠지. 방금 저 여자도 가문 의 제자일 텐데.”

“그래도 아무나 막 받아주진 않을 거 아니야?”

“재능만 입중하면 생각보다 잘 받 아줄걸. 그리고 네가 그 ‘아무나’는 아니잖아.”

이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여성이 다시 돌아왔다.

“들어오세요. 가주님이 뵙고 싶어 하십니다.”

그렇게 나와 이서준은 실내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한복을 입은 몇몇 제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니 마치 무협 소설 속 한 문 파 안에 온 기분이 들었다.

“이쪽입니다.”

그렇게 쭉 이동하는데 어디선가 시 선이 느껴졌다.

소심하게 벽 뒤에서 힐끔힐끔 우리 를 바라보는 은발의 소녀였다.

동양인답지 않은 이국적인 머리 색 이지만 그녀의 새하얀 피부 때문인 지 상당히 어울렸다. 무엇보다 엄청 이쁘게 생겼다.

나는 그녀를 보고는 누군지 곧바로 눈치챘다.

은설아.

은월 가주의 손녀딸이자 내년 1학 년으로 마법사관학교에 입학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은설아는 놀라 며 벽 뒤로 모습을 감췄다.

드르륵.

그때 방문이 열리며 우리는 거대한 실내 안으로 들어섰다.

40대로 보이는 한 여인이 앉아서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은월 가문의 가주, 은혜수.

겉으로 보이는 외형과 다르게 그녀 의 나이는 70대를 넘어서는 할머니다.

“네가 이서준이냐? 언제 네가 올 줄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던 그녀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근데 쟨 누구냐? 네 따까리냐?”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67 화

“따까리는 아니고 저 녀석 같은 반 친구입니다.”

나는 이서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 다. 은혜수는 눈을 깜빡이며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이거 실례했군. 저 아이가 워낙 잘났다고 소문이 나서 따까리 한 명 쯤은 데리고 다닐 줄 알았거든. 기 분 나빴으면 사과하지.”

“원래 그러신 분인 건 이미 알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무감정한 내 말에 은혜수가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약간 열 받은 듯한 표정이다.

“원래 그런 분이라는 건 무슨 의미 지?”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감과 자부심이 아주 넘치시는 분이라는 거죠.”

“오만하다는 말을 잘 포장해서 말 하는구나. 크흐흐.”

내 말에 담긴 속뜻을 바로 눈치챘 다.

원작대로 눈치 하나는 무지하게 빠 른 할머니다.

은혜수는 침상에 반쯤 눕더니 나를 올려보며 말했다.

“그래, 은월가의 제자가 되고 싶어 나를 찾아왔다지? 그럼 어디 실력이 나 한번 봐야겠다.”

휘리릭!

은혜수가 한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동시에 바닥에 강한 마력이 뿜 어지더니 바닥에 숨겨진 마법진이 떠올랐다.

후우우웅!

마법진에서 두 개의 결계가 생성되 더니 나와 이서준을 각각 가두었다.

주변이 깜깜하게 바뀌더니 여러 마 리의 괴물 늑대가 등장했다.

저건 진짜 늑대가 아니다.

환영 마법이다.

그러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나는 마력을 끌어모으며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했다.

그러자 환영 마법을 이루고 있는 마력의 중심지가 눈에 들어왔다. 나 는 그곳에 있는 마법 수식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설치류 마법은 대부분 비슷하게 설 계되어있다.

결계 마법이든 환영 마법이든 수식 만 풀어낼 수 있다면 손쉽게 해제할 수 있는 게 바로 설치류 마법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수식을 발견하고 풀어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 지만 나에게는 아니다.

나는 곧바로 마법 수식 해제에 돌 입 했다.

바닥의 마법진이 빛나고 동시에 나 를 감싸는 결계의 형태가 허물어지 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섬뜩한 기운 이 느껴졌다.

살기 감지 특성이 발동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의문을 느꼈다.

환영 마법은 생물체의 살기만을 감 지한다. 그렇다는 건 이 안에 살아 있는 무언가가 숨어있다는 것.

나는 순간 위기를 느끼곤 몸을 피 했다.

후우웅一!

괴물 늑대가 날카로운 이딸을 들이 밀며 방금 내가 서 있던 곳을 지나 갔다.

방금의 공격은 환영이 아니라 ‘실 제’였다.

“뭐야?”

나는 괴물 늑대를 가만히 웅시했다.

“소환수인가?”

역시 명가의 가주답게 일반적이진 않구나.

환영 사이에 진짜를 숨어 넣다니. 게다가 환영 속에 진짜를 교묘하게 숨겨 구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함정을……

이렇게 되면 결계 해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이 안에 숨은 ‘소환수’부터 처치해야 한다.

—카아앙!

괴물 늑대가 다시 나를 공격해왔다.

나는 몸을 숙이고는 녀석의 배에 마법을 그대로 쑤셔 박았다.

파아앙!

—크어엉!

괴물 늑대는 그대로 쓰러지더니 사 라졌다. 다행히 테스트를 위한 소환 수라 그런지 강하진 않았다.

“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이 공간의 결계를 살폈다.

그러곤 마나를 주입해 결계를 빠르 게 해제했다

번쩍!

동시에 세계가 바뀌며 원래의 풍경 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구경나온 은월가 의 제자들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뭐야 방금? 어떻게 저리 빠른 속 도로 결계를 해제한 거지?”

“……저 나이에 저게 가능한 건 가?”

속닥거리는 제자들 사이에서 은혜 수 역시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놀랍군. 설마 이서준보다 빠 르게 풀어낼 줄이야.”

나는 옆의 이서준을 바라보았다.

환영 결계가 작동되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계속해서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 것 으로 보아 환영과 전투를 하는 모양 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이서준을 가둔

결계가 사라졌다.

그의 손에는 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는데 꽤 격렬한 전투가 있던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 후우......

은혜수는 나와 이서준을 번갈아 바 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린 나이에 둘 다 대단하다. 한 명은 정통적인 방법으로 풀어내고, 다른 한 명은 타고난 힘과 마력을 이용해 강제로 풀어냈구나. 특히 너 는 그렇게 기대 안 했는데 정말로 깜짝 놀랐다.”

은혜수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1차는 합격이다.”

1차 합격이라는 말에 이서준의 입 가에 살짝 미소가 감돌았다.

은혜수는 그런 이서준의 얼굴을 찬 찬히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참, 이서준. 너는 꼭 한번 만 나보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제가 올 줄 알았다고 하셨는데…… 저를 아시나 요?”

“당연히 알지. 모르는 게 이상한 게 아니냐?”

이서준이 의외로 순순히 인정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감은 잘 지내나?”

“협회장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회장 말이다.”

“아, 네.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십니다. 할아버지를 아시나 보네요?”

“뭐, 알기는 하지……

그렇게 중얼거리던 은혜수가 이서준에게 말했다.

“그래서, 은월가의 제자가 되고 싶 다고?”

“네, 맞습니다.”

이서준의 대답에 은혜수는 한 손으 로 툭툭 바닥을 두들기더니 입을 다 시 열었다.

“솔직하게 말해라. 제자보다는 결 계의 보호 마법을 얻고 싶은 게 아 니냐?”

은혜수의 말에 이서준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그의 반웅에 신경 쓰지 않 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도둑놈이구나. 다짜고짜 찾아와서 가문의 약점을 내놓으라고 하는 꼴 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걸 아는 이서준 역시 표 정을 굳혔다.

“흐흐. 표정 풀어라. 농담이다. 나 도 빚진 게 있으니 가르침을 원하면 가르침을 주겠다. 굳이 ‘은 씨’로 성 을 바꾸지 않아도 말이다.”

“……빚?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런 게 있다. 넌 몰라도 된다.”

은혜수의 칼 같은 말에 이서준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곤 흔자 무언가 를 추리하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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