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4화 (164/535)

“저번에도 느낀 건데. 너 새로운 시도를 자주 하네.”

재능이 미약해서 새로운 시도를 자 주 할 수밖에 없는 거다.

만약 내게도 이서준이나 유아라 같 은 재능이 있었다면 죽어라 한 마법

만 갈고 닦았겠지.

“……다양한 걸 익혀서 나쁠 건 없 으니까.”

나의 부족함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서 말하자 유아라가 진지한 얼굴로 생각에 잠긴다.

“성장이라…… 그러네. 나도 좀 다 양한 형태를 연습해보는 게 좋을 까‘?”

“아니. 넌 그러면 안 되지.”

“너는 되고 나는 왜 안 돼? 나 무 시하냐?”

“뭔 소리야. 넌 나랑 다르게 재능 이 넘치잖아. 하나만 죽어라 파는

게 최고야. 기초 마법 정석에서 안 배웠냐?”

내 말에 유아라의 표정이 우쭐해지 는가 싶더니 다시 정신을 차리고 원 래대로 돌아왔다.

“얘가 이서준이랑 다니더니. 기만 질이 옮았네.”

“뭔 기만질?”

“능력 있는 놈이 자신올 낮추고 다른 사람을 치켜세우는 거. 본인은 겸손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로는 꼭 그런 게 아니거든. 누군가 에게는 불쾌할 수 있다고.”

정말 사실을 말했는데 얼떨결에 이

서준 같은 놈이 되었다.

“기만은 무슨…… 야. 까놓고 말하 면 지금 기만하는 건 녀지. 누가 보 면 너 재능 없는 줄 알겠다?”

“김선우. 진짜 끝까지……

유아라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유아라와 떠들며 훈련하던 사이.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김 선우.”

누군가 했더니 이서준이었다. 유아 라도 의문에 찬 눈으로 이서준을 바 라봤다.

“아니, 오늘 방과 후에 시간 있나 해서.”

“방과 후?”

“어, 잠깐 네가 봐줬으면 하는 게 있거든.”

내가 봐줬으면 하는 거?

그게 뭐지?

혼자 고민하는데 이서준이 말을 이 었다.

“잠깐 학교 뒷산에 볼일이 있어.”

학교 뒷산. 뜬금없는 말이지만 나 는 저 말을 듣고 이서준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눈치챘다.

진천우의 흔적을 찾았구나.

어떻게 끼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고 맙게도 이서준이 먼저 나를 찾았다.

이서준에게 나름대로 신뢰가 쌓였 다는 거겠지.

“좋아.”

그렇게 대답하는 순간 유아라가 끼 어들었다.

“뭐 하는데? 나도 따라갈래.”

“넌 안 돼.”

내 대답에 유아라가 눈을 찌푸렸다.

“이서준한테 물어봤거든?”

그러자 이서준이 어색한 미소를 흘 렸다.

“미안. 선우랑만 단둘이 볼일이 있 어서.”

유아라는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훈련에 집 중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

방과 후 늦은 저녁.

나는 이서준을 따라 학교 뒷산에

찾아갔다.

마법사관학교의 뒷산은 자연의 마력을 가득 머금어 상당한 높이와 전 경을 자랑했다.

학교 측에서는 자연 발생하는 몬스 터를 수시로 처치하고 있지만, 언제 몬스터가 나타나 습격할지 모르니 늘 경계해야 한다.

“……분명 이쯤이었는데.”

이서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 렸다.

“아, 찾았다.”

이서준이 앞장서서 어디론가 뛰어 갔다.

“여기야.”

우리가 도착한 곳은 거대한 바위 밑에 숨겨진 작은 땅굴이었다.

“여기가 어딘데?”

나는 모르는 척 이서준에게 물었다. 이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내게 말했다.

“저번에 내 부모의 흔적을 찾는 걸 도와준다고 했지?”

“웅.”

“특별반 연합 훈련을 마치고 이윤 경의 흔적을 찾았어.”

정확히는 이윤경이 아니라 진천우

의 흔적이다.

하지만 아직 진천우에 관련된 이야기는 내게 하지 않을 생각인 모양이 다.

크게 상관은 없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 흔적에 지도가 그려져 있더라 고 근데 그림이 워낙 모호해서 이 주변을 싹 뒤져서 겨우 발견했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이 주변을 싹싹 뒤져봤는지 땅을 파 놓은 여러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용케도 발견했네.”

“응. 근데 복잡한 환영 결계가 잔 뜩 깔려 있어서 뚫고 지나가는 게 쉽지 않아. 혹시 너라면 이걸 해제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서준이 왜 먼저 나를 찾았나 싶 었는데 그것 때문이었구나.

운이 좋았다.

나는 살짝 웃고는 땅굴 쪽으로 걸 어갔다.

문을 열려 하자 강한 마력이 느껴 졌다.

“확실히 여러 복잡한 마법이 걸려 있기는 하네. 신비의 힘도 깃든 거 같고.”

“그래서 풀어낼 수 있겠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신비가 개입되면 나도 못 풀어.”

이서준의 얼굴에 실망감이 깃들었다.

“……역시. 안 되는 건가?”

“홈. 잠깐 입장해 봐도 되지?”

“되긴 하는데 깊게 들어가진 마. 정신적으로 꽤 위험해. 나도 죽을 뻔했으니까.”

그건 원작을 통해 알고 있다.

나는 땅굴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끄아아아아아아앙!

귀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눈앞이 흐려지다가 땅이 분리되고, 세상이 2개, 3개, 10개로 분열되다 가 또 노란빛, 초록빛, 보랏빛. 다양 한 색으로 공간이 변하며 강한 두통 이 느껴졌다.

“윽!”

나는 이를 악물고는 바로 밖으로 뛰쳐나왔다.

“와…… 장난 아니네.”

끔찍한 악몽을 보는 듯했다. 영화 속 약물 중독자의 시선을 보는 둣한

기분도 들고.

특성이 있으니 견디다 보면 내성을 키울 수 있겠지만 그 전에 내가 미 치광이가 될 것 같다.

“괜찮아?”

“어…… 괜찮아. 이건 정상적인 방 법으로는 절대 못 뚫겠다.”

“그럼 입장은 못 하는 건가?”

이서준의 중얼거림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입장하는 방법. 있다.

원작의 이서준도 그 방법을 통해 저 끔찍한 마법 장치를 뚫고 지나갔

었으니까.

“환영 마법에서 버틸 수 있는 보호 마법을 익히면 되지.”

“보호 마법?”

“어. 저건 마법 장치를 해제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야.”

“그럼 뭔데?”

“통과할 자격이 필요한 거야.”

“통과할 자격?”

“잘 생각해 봐. 이것과 비슷한 마 법 장치를 들어본 적 있잖아.”

내 말에 이서준이 잠시 생각에 빠 지더니 입을 열었다.

“……은월 가문?”

“맞아.”

은월 가문.

환영 마법 같은 설치류 마법 제작 에 특화된 가문.

저 환영 마법은 그들의 마법이 담 겨 있다.

우리는 그곳에 다녀와야 한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66화

학교 일정으로 인해 은월 가문 방 문은 주말로 미뤄졌다. 이서준과 나 는 금요일 방과 후로 날짜를 잡고 헤어졌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평범한 일상이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씻고 는 아침 식사를 위해 기숙사 식당으 로 향했다.

오늘 아침 메뉴는 된장찌개였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가 올려진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국을 한 입 마시자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으음.”

아침은 역시 이거지.

학교 식당에는 다양한 메뉴가 있지 만, 가끔 이런 거를 먹어줘야 좋다.

그렇게 식사에 집중하려는 그때 누 군가가 내 맞은편에 앉았다.

“선배님!”

최서윤이었다. 그녀의 식판 위에는 수제 돈가스가 올려져 있었다.

“요즘 식당에서 자주 뵙네요?”

“그러게. 근데 무슨 아침부터 돈가 스냐?”

“자, 하나 드세요.”

최서윤이 젓가락으로 자신의 돈가 스 하나를 집더니 내 접시 위에 올 려놨다.

“괜찮은데.”

“반찬이 많아서 나쁠 건 없잖아요. 많이 드세요.”

나는 내 식판을 바라봤다. 내가 줄 건 없나 살펴보는데 딱히 없다.

내 생각을 읽은 듯 최서윤이 말했

다.

“전 안 주셔도 돼요.”

“그럼 계란이라도 먹어라.”

계란 후라이 일부를 잘라서 그녀의 식판 위에 올렸다.

뭐가 좋은지 최서윤이 실실 웃었다.

“이제 기말시험도 3주 정도 남았네 요.”

“그러게. 시간 참 빨라. 한 학기에 시험을 3번 치뤄서 그런가.”

그렇게 말하곤 돈가스를 한입 베어 먹었다. 바삭한 튀김과 촉촉한 육즙

이 잘 어우러지며 엄청 맛있다.

여기 돈가스도 잘하는구나.

일반적인 돈가스와는 맛이 살짝 다 르다. 조리에 ‘마력’이 이용되지 않 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어젯밤에 기말시험 내용 유출된 거 아세요?”

“알아.”

유출보다는 학교 측에서 일부러 정 보를 흘렸다는 게 정확하겠지만.

그리고 원작을 통해 어떤 시험이 치러지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전 학년 합동 대장전이잖아.”

“네,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질 것 같더라구요.”

최서윤도 나를 따라서 음식을 입에 물었다.

“그럼 저랑 선배님이랑 같은 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운 좋으면 그렇게 되겠지.”

생각 없이 한 대답에 최서윤이 말 꼬리를 잡았다.

“운이요? 누구 운이 좋으면요?”

“얘가 별거 아닌 거로 말꼬리를 잡 네.”

“빨리요.”

“……내 운. 너 1학년 1위잖아. 강 한 팀원이 있으면 좋지.”

올해 마지막 시험이다. 최종 5위 안에 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상위 성적을 받아내야 한다.

그리고 내 팀에 2학년 최상위권 학생은 없는 게 경쟁을 위해서는 속 편하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들도 같이 좋은 성적올 달성할 테니까.

이서준이나 유아라 정도면 한 명쯤 은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내 대답에 최서윤이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장난스레 말했다.

“후. 이거 부담되는데. 내가 필요하 다라……

“……오바는.”

최서윤이 배시시 웃고는 다시 식사 를 시작했다.

그때 또다시 누군가가 내 옆에 앉 았다. 근데 의외의 인물이라 조금 놀랐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유아라였다.

유아라의 인사에 최서윤이 꾸벅 인 사했다.

나는 그런 유아라를 빤히 바라보다 가 물었다.

“뭐냐?”

“뭐가?”

“아니, 웬일로 내 옆에 앉나 싶어 서.”

“그냥 혼자 앉기 심심해서 왔어. 그리고 물어볼 것도 있고.”

유아라가 젓가락을 집으며 말했다.

“물어볼 거?”

“너 어제 이서준이랑 밤에 어디 갔 었잖아.”

유아라의 말에 최서윤이 관심 있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왜?”

“……혹시 나 몰래 둘이서 특훈하 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뭐가 신경 쓰였나 했더니 그게 신 경 쓰였나?

얘도 참 상상력이 대단하다.

경쟁심도 말이 안 되고.

황당함에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데 유아라가 눈을 찌푸렸다.

“표정이 왜 그래?”

“……너도 참 극성이다.”

내 말에 유아라가 불쾌하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그거 무슨 의미야?”

모든 수업을 마친 나는 발현계 마 법 훈련장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훈련장의 훈련 기구를 설정했다.

[표적을 생성합니다.]

귀에 들려오는 알림과 함께 멀리서 마도구로 만들어진 표적, ‘인형’이 소환됐다.

“후우.”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마법을 구현 했다.

파지 직一

손 위로 뇌기를 머금은 ‘가시’가 생성되었다.

아직 형태가 많이 불안정하지만, 연습단계인 만큼 어쩔 수 없는 거겠 지.

전기 속성은 마나를 많이 사용하지 만, 가시 형태는 상대적으로 마나를 덜 사용한다.

어울리는 조합이기에 미리 연습해 두면 나쁠 게 없었다.

나는 그대로 표적을 향해 손을 뻗 다가 그대로 방출했다.

파앙一!

가시는 빠르게 쏘아졌다.

면적이 작은 만큼 방출 속도에서도 구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뇌기를 머금은 푸른 빛의 잔상.

가시는 그대로 인형의 머리를 파괴

시켰다.

[76 점]

“쩝.”

점수는 생각보다 아쉬웠다. 76이면 높은 점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표적의 등급은 6급으로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또 원래 사용하던 형태인 마법 구 체를 사용한다면 100점을 받을 자 신이 있었기에 더 아쉬웠다.

“쩝.”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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