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3화 (163/535)

‘김진우’ 때문만이 아니었다.

김선우는 종사님과 비슷한 체격과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엘린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응애!”

“그레텔〜 잘 지냈어?”

숙소 침대 위에서 소환된 그레텔이 웃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며칠 못 봤더니 엄청 반갑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도 소환할 걸 그랬 네.

“아, 그레텔 먹으라고 음식 포장해 왔어.”

나는 포장된 음식을 꺼냈다. 그레

텔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얼른 먹어.”

그레텔의 둥을 톡톡 두들겨 주자 식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그레텔을 바라보는데 머리 가지에 달린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어?”

열매다.

신비한 마계수 열매. 저번과 같이 다시 열매가 생겨났다.

그것을 보자 미소가 지어졌다.

저번에도 열매로 꽤 쏠쏠한 이득을

챙겼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효과 를 가진 열매가 생겨날까. 기대되네.

“흐흐.”

“응애?”

그때 그레텔이 내 시선을 느낀 듯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자기 머리 위에 열매가 생겨난 것 도 모르는 모양이다.

순간 열매를 따이고 원망스러운 눈 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레텔의 얼굴 이 생각났다.

……굳이 지금 말하지 않아도 괜찮 겠지. 그레텔의 경계심이 늘어나서 좋을 건 없으니까.

“아냐. 맛있게 먹어.”

“응애.”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레텔의 모습을 흐뭇하 게 바라보다가 텔레비전을 켰다.

「오늘 새벽 2시경. 마력함 ‘아를 란티스’의 주동력인 성유물, ‘포세이 돈’이 도난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협회에서는 테러리스트 단체인 ‘자운’이 저지른 일로 추측하고 수 사에 나섰습니다만

“ 홈.”

예상대로 모든 뉴스 채널에서 포세 이돈과 자운에 관한 내용이 흘러나 오고 있었다.

계속되는 테러에 시민들의 불안감 이 급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언급 되었다.

또 신비를 쫓는 자운의 최종 목표 는 무엇일까.

그런 내용도 흘러나왔다.

그것 외에도 몇 가지 뉴스가 떠올 랐다.

'그것 외에도 몇 가지 미스터리한 일도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기자님. 설명해 주시죠.」

「네, 여기 자운으로 추측되는 일 당이 비행선을 타고 탈출하는 영상 입니다. 이 영상은 아틀란티스의 몇 몇 승객분들이 찍은 영상인데요. 여 기 보시면 한 인물이 ‘방천화극’으 로 보이는 창을 쥐고 있습니다.」

「방천화극. 18년 전 중국 신비 박 물관에서 도난당한 S둥급의 창 아닙

니까?」

'네, 맞습니다. 이 방천화극은 자 운의 핵심 멤버인 ‘백은성’이 사용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 영상 속 남자는 백은성으로 추 측됩니다만. 여기 잘 보시면 팔 한 쪽이 없습니다.J

'그러네요? 온몸의 상처도 짙은 걸 보면 방금 생겨난 상처 같은데 요.」

화면이 바뀌며 백은성의 얼굴이 나

타났다.

잘생긴 얼굴의 남성.

인피면구를 사용하지 않은 백은성 의 원래 얼굴이었다.

「백은성은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아시다시피 가장 촉망받던 마법 유 망주 중 하나입니다. 마법사관학교 를 수석 졸업하고, ‘성무제’에서 큰 승리를 이끌기도 했으니까요.」

백은성.

진천우와 함께 한국 사람이라면 모

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다.

물론 진천우에 관한 기록은 상당수 가 지워지기는 했지만, 백은성은 그 렇지 않았다.

지금의 이서준만큼 스타 유망주였 기에 한국에서 그에게 느끼는 배신 감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지금 시민들 사이에서는 ‘백은성 을 이렇게 만든 게 대체 누구인가?’ 에 대한 추측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 습니다. 또……」

뉴스가 끝났다.

요약하자면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누군가가 이번 사건에 개입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무려 백은성을 상대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만큼 고등급의 마법사로 예상된다고 하 고.

뉴스를 끄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삐익!

그때 실내 안의 방송 스피커가 소 리를 내었다.

[승객 여러분 안내 방송드립니다.

약 30분 뒤, 동해 항구에 도착할 예 정입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미리 짐 을 챙겨주시길 바랍니다.]

방송이 들려왔다.

도착 예정 시간이 2시라더니 생각 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모양이다.

“후우.”

드디어 육지로 돌아가는 구나.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65 화

일요일 오후 3시.

3일간의 아틀란티스 훈련 일정이

끝나고 이서준은 숙소가 아닌 본가

로 향했다.

오랜만에 그를 키워준 할아버지,

김진철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할아버지?”

그러나 이서준을 맞이한 건 김진철

이 아닌 나이 든 아주머니였다.

“어머, 서준아. 언제 왔니? 올 거

면 미리 연락해주지. 밥이라도 차려 놓는데.”

아주머니는 이서준이 어렸을 때부 터 저택에서 일하던 가정부였다.

이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꾸벅 인사했다.

“아, 아주머니. 잘 지내셨어요? 저 인사만 드리고 금방 돌아갈 거라서 밥은 괜찮아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요‘?”

“회장님은 오고 계신다고 연락 왔 었어. 왜 일찍 오시나 했는데 서준 이 너 때문이었구나.”

“네. 할아버지한텐 따로 연락드렸

거든요.”

“그런데 정말 밥 안 먹어도 괜찮겠 니? 뭐라도 차려줄까?”

“아뇨. 정말 괜찮아요. 들어가서 쉬 세요.”

이서준의 말에 가정부가 부드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흐 ”

T그- .

이서준은 남은 시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김진철이 복귀하는 순간 놀래키기 위해 그의 서재에 들어갔 다.

문을 열자 거대한 책장이 눈에 들

어왔다. 수많은 책. 그사이에 어릴 적 자신의 사진도 하나 있었다.

이서준은 피식 웃으며 사진을 바라 보았다.

“옛날 생각나네.”

이서준은 사진을 어루만지다가 책 을 살펴보았다.

여러 특이한 마법서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500년 전 멸족됐다고 알 려진 소수 일족의 비전서도 있었고, 멸문된 가문의 마법서 역시 눈에 보 였다.

그때 책장의 최상단에서 이름 없는 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이서준은 책을 꺼냈다.

[신비 연구세

“신비 연구서?”

흥미가 생긴 이서준은 책을 펼쳐보 았다.

[나는 신비에 매료되어 오랜 시간 신비를 쫓고 연구했다. 이 책은 내 가 연구한 신비를 기록한 것이다.]

보아하니 출판된 책은 아니고 누군 가가 따로 기록한 듯 일기장 형식으 로 되어 있었다.

저자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할아버지 글씨체는 아닌데……

대충 페이지를 넘기며 내용을 살폈 다. 보아하니 여러 개의 신비가 중 첩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실험한 결과가 적혀있었다.

책의 두께와 달리 적힌 페이지 수 는 얼마 되지 않았다.

즉, 이 책은 미완성이라는 얘기다.

“신비 연구가라……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던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책이 이서준의 마력에 반응한 둣, 빛을 번쩍이더니 무언가가 스르륵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서준은 당황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혼자 생각하다 가 이 책은 책의 형태를 한 ‘마법 금고’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마법 금고가 이렇게 쉽게 열리다니. 뭔가 이상한데.

“ 흐음......

이서준은 책을 덮고는 조심스럽게 바닥의 떨어진 것을 집었다.

두 개의 사진이었다.

이서준은 가장 위의 사진을 바라보 았다.

사진 속에는 김진철 회장과 도복을 입은 두 소년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두 소년의 얼굴.

보자마자 누구인지 눈치챘다. 모두 알고 있는 얼굴이었으니까.

진천우와 최일현.

김진철 회장이 키운 세 명의 제자 중 자신을 제외한 두 명이었다.

이건 세상에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늘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는 김진철 회장이었지만, 진천우를 제자로 키 운 것은 ‘인류 최악의 실수’라고 불 리기도 할 만큼 큰 비난을 받곤 했 으니까.

이번에는 뒷장의 사진을 보았다.

다른 사진 속에도 방금 보았던 익 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진천우와 최일현.

그리고 유령의 섬에서 보았던 여 성, 이윤경이 있었다.

이서준은 마른침을 삼키곤 사진을 자세히 살펴봤다.

진천우와 이윤경은 마치 연인 사이 인 것처럼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옆에 살짝 떨어져 있는 최일현 은 쓸쓸해 보이긴 하지만 표정만큼 은 밝아 보였다.

진천우와 이윤경.

그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 도 예상은 했다.

최일현은 이윤경이 자신의 어머니 라고 했고, 탑의 관리자 역시 진천 우의 피가 내 몸에 흐른다고 했으니 까.

그나저나 셋이 사이좋게 또 사진올 찍은 걸 보면 과거, 이 셋은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모양이다.

하긴, 어찌 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 른다.

진천우와 최일현은 같은 스숭 아래 라이벌 관계였던 것으로 유명했다.

이서준은 책을 바라보다가 사진의 뒷장을 보았다.

그곳엔 작은 지도와 주소가 적혀있

었다.

정확한 주소를 확인하기도 전에 밖 에서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 려왔다.

—회장님 오셨어요?

—서준이는 왔나?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이서준은 서둘러 사진을 품에 넣고 는 책을 다시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 다.

“할아버지.”

이서준은 평소와 같은 밝은 미소로 김진철 회장을 맞이하러 나갔다.

나는 침대에 누워 올해 남은 일정 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우선 눈앞에 보이는 일정이라고 하 면 역시 강원도에 매입한 땅의 던전 공략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던전 공략을 시 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레텔의 성장이 더 필요하기도 하 고 나 역시 좀 더 성장을 한 뒤 시 도하고 싶기 때문이다.

“……슬슬 뭔가 마법적 깨달음도 얻고 싶은데.”

어느 순간 마법 능력이 정체되었다.

물론 최일현의 가르침으로 체술 능 력과 전투 경험이 크게 늘기는 했지 만 내 주특기는 어디까지나 강화계 가 아닌 발현계다.

부특기보다는 주특기에 마음이 가 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홈……

훈련 강도를 여기서 더 올려볼까.

맞다. 태휘제 상품으로 받은 수련

의 방 티켓도 있는데.

나는 아공간에서 수련의 방 티켓을 꺼냈다.

금빛의 화려한 문양이 그려진 티 켓.

당장 사용해보고 싶지만 이건 겨울 방학 때 사용할 예정이다.

티켓을 받은 주요 등장인물 모두가 그때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에휴.”

티켓을 다시 아공간에 집어 놓고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남은 일정이 또 뭐가 있더라…….

올해 마지막 시험이자 내년 ‘성무 제’에 참가할 수 있을지가 결정되는 기말시험도 있고.

또…….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 아틀란티스 사건이 끝난 직후에 이서준이 진천 우의 기록을 발견했었는데.

그건 제대로 진행되려나?

나비 효과로 사건이 뒤죽박죽 진행 되다 보니 이게 제대로 진행되고 있 는지를 모르겠다.

그것도 나름 중요한 에피소드인데.

“……내가 직접 알려줄 수도 없 고.”

골치 아프네.

만약 이서준이 원작대로 진천우의 기록을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무슨 명분으로 이서준의 일에 끼어드는 가.

그것도 고민이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이 세계에서 이서준 옆을 어슬렁거 리는 게 가장 좋으니까.

“흐으음……

아, 모르겠다.

대충 상황을 지켜보다가 슬쩍 힌트 나 던져주면 되겠지.

수요일 오후, 다목적 실내 마법 훈 련장.

종합 마력 제어술 수업 시간이 찾 아왔다.

학생들은 교사의 교육에 따라 각자 자유롭게 마력 제어 훈련을 시작했다.

“완벽한 형태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의 주 형태를 제대로 떠올리세 요.”

형태를 만들어내는 건 발현계 마법 의 일종이긴 했지만, 이 훈련 자체 는 마력을 얼마나 잘 제어할 수 있 는가. 에 대한 훈련이다.

굳이 발현계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이 제어술 훈련을 통해 마법적 능력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주로 사용하는 구체가 아닌, 평소에 다뤄보지 못한 형태를 연습 했다.

아무래도 구체만으로는 한계가 있 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훈련하는 형태는 바로 ‘가시’이다.

가시는 발현계 형태 중에 가장 대 중적이고 자주 사용되는 형태다.

속성마다 장단점이 있듯, 형태에도 장단점이 있는데 가시 형태의 장점 은 역시 면적이 적은 만큼 마나를 적게 소모한다는 것이다.

또 끝이 날카로워서 살상력 역시 어디 가서 크게 꿇리진 않는다.

물론 장점이 존재하는 만큼 단점도 존재한다.

면적이 작은 만큼 마나를 압축해서 담기가 힘들다.

그러니까 가시 형태를 이용한 압축 구현술이 상당히 어렵다.

“흠……

가시 형태를 구현해보긴 했는데 뭔 가 어설프다.

형태도 흐릿하고 가시 끝의 날카로 움도 살아있지 않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구체 형태만큼 디테일을 살리려면 꽤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가시 형태? 새로운 거 연습하는 거야?”

그때 내 옆에서 한참 훈련에 열을

올리던 유아라가 물었다.

“어. 구체는 마나 소모가 좀 큰 것 같아서.”

같은 구체 형태를 사용하던 유아라 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구체 형태가 장점이 많은 형태는 아니긴 하지. 근데 마나 소모가 큰 건 오히려 장점 아닌가? 그만큼 파 괴력도 강해지잖아.”

“그건 너처럼 마나가 타고난 애들 이나 그런 거고.”

“너도 마나만 보면 어디서 꿇릴 것 같지는 않은데.”

이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많이 늘긴

했지만, 그래도 유아라 같은 마나 괴물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보조 형태를 하나씩 늘려보는 것 도 괜찮을 거 같아서. 애초에 구체 나 가시가 그렇게 디테일한 형태도 아니잖아.”

유아라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 더니 획 나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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