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2화 (162/535)

약을 마시자 마법진을 사용한 고통 이 아주 약간이나마 완화되었다.

하지만 약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효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새로운 약을 찾아야 하나……

새로운 약. 더 강한 약.

그러고 보니 보스의 여동생이 세계 에서 이름을 날리는 약사라고 했던 가?

“근데 용케도 살아남았네.”

“무슨 소리야?”

정경원의 말에 엘린이 물었다.

“아니, 너랑 지하에 있던 녀석, 백 은성이잖아. 걔 1:1 전투에서는 적 수가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엘린은 잠시 오늘 지하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백은성이라. 확실히 직접 붙으니 엄청나게 강하긴 했다.

자신은 가진 모든 능력을 사용해 겨우겨우 녀석을 상대했지만, 녀석 은 끝까지 여유를 잃지 않으며 마지 막 수를 아껴두었으니까.

마법사는 마력이나 마법 실력도 중 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경 험’이다.

그자는 전투를 수천 번 이상 치러 온 베테랑이었고 나는 아직 그에 비 하면 애송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분명 그 자

에게 죽었겠지.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아니, 구 원받았다.

다시 생각해도 믿기 힘들 만큼 특 별한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내 앞에 등장한 의문의 남성.

믿기 힘들지만 그 사람은 나와 같 은 일족의 생존자였다.

그것도 더글러스 님과 같은 일족의 종사.

그리고 종사의 이름에 걸맞게 일족 의 비기인 룬의 속박을 사용하며 백 은성이라는 녀석을 잠시 압도하기까

지 했다.

일족의 마법뿐만이 아니라 다른 계 열의 마법에도 꽤 능통하신 것 같던 데.

얼마나 노력하면 그런 능력을 얻을 수 있을까…….

정말이지 대단하다.

다시 만나고 싶은데 언제 다시 만 날 수 있을까.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네.

“……뭐냐? 그 표정?”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엘린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왜?”

“아니, 웃는 거 처음 봐서. 무슨 좋은 일 있었냐?”

정경원의 말에 엘린은 순간 당황했다.

내가 웃었다니.

더글러스 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던 거 같은데.

“내, 내가 언제 웃었다고?”

“뭔 소리야. 아까 웃는 거 똑똑히 봤는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64화

오전 10시.

아틀란티스의 주동력인 ‘포세이돈’ 은 사라졌지만, 보조 동력이 있었기 에 배는 여전히 순항 중이었다.

아침이 되자 어느덧 분위기도 정상 으로 돌아왔다.

승객들은 밝은 얼굴로 잠에서 깨어 나 아침을 맞이했고, 승객들의 유흥 을 위한 몇몇 시설도 문이 열렸다.

다만 포세이돈의 신비가 담긴 시설

들은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예를 들면 마력 회복소라던가. 신 비 훈련장이라던가……

어제만큼 발랄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몇 시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생각하면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회복된 셈이다.

띠링-

“어서 오세요.”

나는 아침 식사를 위해 가게 안으 로 들어섰다.

점원들의 밝은 인사를 받아주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

고 있었다.

나는 음식을 주문하고는 빈 테이블 에 앉았다.

띠링-

“어서 오세요.”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선배님?”

최서윤이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 지 편해 보이는 복장에 모자를 뒤집 어 썼다.

모자 사이에 튀어나온 헝클어진 머

리카락을 보는데 최서윤이 흠칫 놀 라며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그러곤 냉큼 내 맞은편에 앉았다.

물끄러미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데 표정이 밝아 보인다.

“언제 오셨어요? 같이 먹으면 되겠 네

“항상 같이 다니는 친구는 어디 있 냐?”

“승아요? 걘 피곤하다고 잔대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일찍 일어나셨네요? 새벽엔 그렇게 피곤해 보이시더니.”

“10시가 일찍 일어난 건 아니지.”

“그래도 어제 새벽에 소란이 있었 으니까요. 그것 때문에 다들 못 일 어나는 거 같던데.”

그것도 그렇긴 하다.

최서윤은 톡톡 테이블 위를 손가락 으로 두들기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 제가 선물한 오르골은 지금도 쓰고 계세요?”

“어. 지금도 쓰고 있어.”

참고로 오늘도 듣고 잤다.

이게 별거 아닌 거로 보일 수 있

지만, 숙면을 돕는 효과가 다음 날 컨디션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친다.

오늘 남들보다 일찍 일어났던 것도 오르골의 영향이 있기도 하다.

어쩌면 최서윤도 그래서 그런 걸지 도 모르고.

내 대답에 최서윤이 홍얼거리듯 웃 었다.

“다행이다. 아! 저 주문하고 올게 요!”

벌떡 일어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시 혼자 남아서 의자에 등을 기대는데 다시 식당의 문이 열렸다.

띠링-

“어서 오세요.”

3명의 사람이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은 최근 너무 자주 봐서 익숙해진 얼굴이었다.

엘린.

“뭐 먹을 거야?”

“난 마력 새우구이.”

“그럼 나도 그거로 먹어야지.”

그때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약 0.5초간 눈이 마주쳤다. 나는 물 흐르듯 그녀의 시선을 피해 스마트 학생 수첩에 시선을 돌렸다.

그녀 앞에서 떳떳한 게 없는 지금

굳이 그녀의 시선을 끌어서 좋을 건 없었으니까.

“야. 엘린, 뭘 그리 빤히 바라보 냐?”

“……아냐. 아무것도.”

“남자 보고 있었네. 아직 학생 같 은데 너 좀 취향이……

“닥쳐.”

대화를 들어보니 별 의심 없이 넘 어간 모양이다.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 건 ‘김진 우’와 닮아서(?) 그런 걸 테고.

“이번에 훈련한다던 마법사관학교

애들인가 보네.”

“야. 정경원. 너도 마법사관학교 출 신이라고 하지 않았냐?”

“어, 맞아. 나름 차석이었어.”

“오. 거기서 배우면 뭔가 다르냐?”

“뭔가를 배운다기보다는 다양한 걸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지.”

“경험이라…… 하긴. 배우는 것보 다는 다양한 경험이 더 중요하긴 하 지. 완전 마법 초짜라면 모를까.”

혹시 그들의 입에서 나에 관한 이야기.

그러니까 룬의 일족의 이야기가 나

오지 않을까 대화를 엿들었는데 다 행히 내 얘기는 나오지는 않았다.

나는 시선을 피하다가 잠잠해진 것 같아서 다시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엘린과 다시 눈이 마주쳤 다. 엘린은 여전히 묘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이 그윽해서 부담스러울 정도 다.

뻘쭘함이 느껴지려는 그때.

“7번 테이블 손님. 마력 새우구이 나왔습니다.”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테이블에 적힌 번호를 확인했다.

7번 테이블. 나다.

“네, 갑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마력 새우구이. 바다의 풍미가 담겨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마법사관학교에서도 자주 먹는 요 리였지만, 이런 고급 식당에서 먹으

니 또 맛이 다르다. 특히 특제 소스 가 엄청 달콤했다.

“아, 잘 먹었다.”

“저도요. 아, 근데 선배님. 포장은 왜 한 거예요?”

최서윤이 내 손에 들린 포장된 음 식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거? 숙소에서 또 먹으려고.”

“네? 아까 엄청 드시지 않았어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차피 육지로 돌아가는데 시간 좀 남았잖아. 그때까지 숙소에서 쉬 면서 먹으려고.”

“ 아.”

최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할 말이 있는 거 같기는 한데 결국 수 긍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띠링-

그때 뒤의 식당 문이 열렸다. 그곳 에서 사람들이 걸어 나오더니 나를 보곤 발걸음을 멈췄다.

“어? 아까 그 학생이다.”

정경원이 말했다.

최서윤은 나와 그들을 번갈아 바라 보더니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정경원과 엘린을 알아본 둣

입을 벌렸다.

저들이 자운 일행과 전투를 벌인 건 배 안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정체가 용병인 것도 협회의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알려 졌기도 했고.

물론 저들의 고용주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경원이 다가오더니 내 얼굴을 유 심히 살폈다.

“으음. 이런 얼굴인가? 외워둬야 지.”

“뭡니까?”

“아뇨. 제 동료가 그쪽에 관심 있 는 거 같아…… 악!”

엘린이 정경원의 다리 사이를 걷어 찼다.

정경원이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방금 다리에 마력 담아서 찼던 거 같은데…….

괜히 내가 다 아파서 등골이 서늘 했다. 정경원의 옆에서 있던 남자 동료 역시 식겁한 얼굴로 그의 둥을 두들겼다.

“야야. 괜찮냐?”

“크어억……

“뒤지기 싫으면 적당히 해라.”

“이, 이 미친 또라이가 진짜……

엘린은 정경원의 외침을 무시하고 는 나를 바라봤다.

“그쪽이랑 닮은 사람이 있어서 잠 깐 봤어. 신경 안 써도 돼.”

“……아, 예.”

“ 이름.”

“예?”

“이름 뭐냐고.”

얘가 종사님을 몰라보고 말 버릇이 참. 물론 진짜 종사는 아니지만.

“이름은 왜요?”

“아니, 그냥 궁금해서. 난 엘린이라 고 하는데.”

“김 선우요.”

“김 선우라……

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위아래로 나를 계속 홀어보더니 바 닥에 쓰러져 있는 정경원에게 시선 을 돌렸다.

“거지처럼 바닥에 누워서 뭐 하 냐?”

“야 이.. 너 때문이잖아!”

“엄살 좀 그만 부리고 일어나.”

“아오! 진짜.”

정경원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자 고통이 줄어든 모양 이다.

“……그럼 간다.”

엘린은 그 말을 끝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 방금 봤던 애 누구인지 알았 다.”

김선우 일행과 헤어지고.

정경원의 한마디에 엘린이 발걸음 을 멈추었다.

“아는 애야?”

“어어. 어디서 본 거 같다 싶더니 생각났어.”

“누군데?”

엘린의 물음에 정경원이 피식 웃었다.

“와. 진짜 관심 있나 보네. 어디가 그리 좋냐?”

“또 걷어차이고 싶냐?”

“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그 선은 넘지 말자. 웅?”

“아씨. 뭐라는 거야. 아까부터.”

“……넌 정말 공감 능력이 떨어지 는구나.”

“시끄럽고. 질문에 대답이나 해. 어떻게 아냐고.”

그때 옆의 동료가 아는 척 입을 열었다.

“아〜 최서윤 말하는 거지? 걘 유 명하지. 실물은 더 예쁘게 생겼더 라.”

“아니, 걔 말고 옆에 남자애 말하 는 건데.”

“남자? 걔는 모르겠는데.”

“최근 마법사관학교에서 시험 성적 좋기로 유명한 애잖아.”

“아〜 누군지 알았다. 걔가 걔구 나? 2학년 대장전에서 대장이었던 애.”

“어, 맞아.”

둘이서 열심히 떠들자 엘린이 눈을 찌푸렸다.

“걔가 누군데?”

“기다려봐.”

정경원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러곤 ‘마법사관학교 김

선우’를 검색해 그녀에게 보였다.

“얘야.”

영상 속의 김선우는 이서준과 대결 을 하고 있었다.

“주특기는 발현계인데 강화계를 엄 청 적극적으로 사용하더라고.”

엘린은 영상을 바라보았다.

김선우의 상대인 이서준.

평소 자운과 관련된 게 아니면 세 상일에 관심 없던 그녀였지만, 그런 그녀조차 알고 있는 게 바로 역대급 천재라 불리는 이서준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서준을 상대로 꽤

호각의 상대를 하고 있었다.

이 둘의 나이를 생각해봤을 때 상 당히 수준 높은 전투였다.

근데 저 움직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갑작스럽게 몸이 폭발하듯 빨 라지는 움직임.

저건 ‘순간 가속’이 아닌가?

“……이거 렌의 기술인데.”

“엉? 너 순신이랑도 아는 사이냐?”

“예전에 함께 일 한 적 있어.”

순신 렌.

3년 전, 함께 일했던 마법사의 전 매특허 기술이었다.

엘린의 표정이 자칫 심각해졌다.

순간 가속.

생각해보니 종사님도 저것과 비슷 한 기술을 사용했었는데…….

아까 김선우를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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