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1화 (161/535)

그리고 일족을 상대로 무언가 실험 을 한 게 아니냐며 오히려 나를 적 으로 간주할 수도 있고.

그것보다는 차라리 쟤한테 맞춰주 는 게 낫지 않을까?

“흠흠. 그가 죽었다니. 안타깝군. 강인한 사내였는데.”

“더글러스 님은 여성분이셨는데

요?”

“……사내를 대하는 것만큼 나에겐 친숙한 여인이었지.”

“......아, 네.”

다행히 엘린은 별 의심 없이 고개 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아까 대화를 들었을 때 자운의 멤버 하나를 이미 처치하셨 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종 사님은 일족의 복수를?”

“……그렇다고 해두지.”

“그, 그렇다면 저도 종사님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엘린이 내게 크게 외쳤다.

존댓말 하는 엘린이라니.

봐도 봐도 익숙하지 않다.

“넌 아직 이르다. 그럼 난 바쁘니 이만 가보겠다.”

슬슬 협회가 올 것이다. 나도 빠르 게 이곳에서 떠야 한다.

그렇게 서둘러 뒤를 돌자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잠깐만요! 얼굴만이라도 보여주세 요!”

“얼굴은 안된다. 아, 그리고 오늘

일은 비밀이다. 그럼 이만.”

나는 남은 마력을 쥐어짜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처음 백은성을 암살 시도할 때 마 셔 두었던 마나 엘릭서의 ‘마력 탈 진’ 현상이 다가오고 있었다.

괜히 다른 빌런과 마주치면 골치아 파지니 빠르게 몸을 숨겨야 한다.

그때 였다.

[‘사기꾼’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4,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엘린’이 당신에게 깊은 훙미를 느낍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엘린’에게 당신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합니다.]

[등장인물 ‘엘린’의 당신에 대한 관 심도 Lv : 2]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눈앞에 수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엘린의 관심도가 한 번에 2단계나 상숭한 건 그렇다 쳐도.

사기꾼 업적은 또 뭐야?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63화

모자와 마스크, 자켓 둥. 김진우의 옷을 아공간에 넣어두고는 김선우의 모습으로 밖으로 나왔다.

“후우.”

마력 탈진 현상 때문에 몸이 무겁 고 힘들다.

천천히 주변을 살펴봤다.

늦은 새벽임에도 많은 사람이 밖에 나와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멍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하늘이 아니라 자운의 탈 출 수단인 비행선이었다.

“와.…”

보자마자 감탄이 나왔다.

실제로 보니 더 근사하다.

겉으로 보이는 외형은 평범한 비행 선과 비슷했지만, 겉에는 황금빛의 특수한 금속 재질로 감싸져 있었다.

아마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 는 마도구인 것 같은데 뭔가 제트기 같이 보이기도 하고 신기하다.

자운의 비행선은 마력을 뿜어내더

니 빠른 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멍하니 아무것도 없는 새벽하 늘을 바라보았다.

자운은 결국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 고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어찌보면 완전한 패배라고 할 수도 있었다.

뭐, 죽을 뻔한 엘린을 구해냈으니 득이 아예 없던 건 또 아니지만.

그때 어디선가 소란스러움이 느껴 졌다. 수십 명의 사람이 배 위에 올 라탔다. 그들은 멍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보다니 입을 열었다.

“……한발 늦었군.”

“일단 비행기 하나 보내서 녀석들 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조사해봐. 그 리고 남은 인원들은 부상자 확인하 면서 현장 수습하고."

“넵!”

협회의 특무 요원이었다. 가슴의 돛과 검이 그려진 엠블렘은 해양 특 무팀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서둘러 부상자들을 치료하 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나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 자기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이서준.

얘는 어딨지?

엘린의 위기를 눈앞에 두다 보니 이서준을 신경 쓰지 못했다.

천천히 배 위를 걸으며 이서준의 위치를 찾았다. 워낙 나서기를 좋아 하는 녀석이라 분명 밖에 나와 있을 텐데.

그렇게 배 위를 쭉 걷는데 배의 파손된 장식품들이 눈에 보였다.

과격한 전투의 흔적이었다.

이건 아마 토벌단과 자운의 대결로 인해 생겨난 흔적일 것이다.

그들의 전투는 지하에서만 이루어 진 게 아니니까.

“크윽! 야야! 살살 뿌려!”

“엄살은…… 근데 걔네 소문대로 엄청 강하네. 솔직히 이길 생각은 없긴 했는데. 그래도 협회가 올 때 까지 잡아둘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러게. 10년 전 자운을 겪지 못 한 젊은 세대들이 자운을 무시한다 는 말이 무슨 말인지 확 이해되더 라.”

옆에서 엘린의 동료인 알렉스, 정 경원 등이 부상을 치료하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운을 코앞에서 놓쳤다는 것에 분 노하고 있는 거겠지.

부상은 입었지만 사망자는 없는 모 양이다.

나는 그들에게 신경 끄고 다시 이서준을 찾았다.

그때 수많은 학생이 모여있는 무리 를 발견했다.

익숙한 얼굴들이다. 자세히 살펴보 니 특별반 학생들이 전부 이곳에 모 여 있었다.

“김 선우?”

그들 사이에서 이서준이 나를 불렀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들 앞에서 있던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야! 여태 어디 있었어?”

“......엉?”

“학생 수첩에 긴급 안전 대피 명령 떨어졌었잖아. 몰라?”

스마트 학생 수첩을 꺼놔서 몰랐다.

“어, 몰랐는데.”

“그걸 왜 몰라. 이번 업데이트로 학생 수첩에서 알람음 엄청 울려대

던데.”

“ 아.”

듣긴 했다. 최근 테러 활동 중가로 대비한다면서 이런저런 기능이 추가 되긴 했었지.

그래서 여기 다 모인 거구나.

사건이 일어나는 시기가 달라지다 보니 점점 앞으로의 일을 예측할 수 가 없다.

“수첩을 꺼놨거든. 잘 때는 다 꺼 두고 자는 스타일이라.”

할 말이 없는지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나를 위아래로 살 폈다.

“근데 왜 이리 표정이 어둡냐? 몸 에 힘도 없어 보이고.”

피곤해 보이는 건 마력 탈진 현상 때문이다. 그러나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여유 있게 미소를 지었다.

“하도 시끄러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잤잖아.”

“ 잠을?”

이서준이 의문이 담긴 시선으로 나 를 바라보더니 무언가 말하려 했다.

그때 조용히 지켜보던 교사, 박정 완이 내게 말했다.

“김선우 학생. 다친 곳은 없습니 까‘?”

“네, 보다시피 멀쩡합니다.”

내 대답에 박정완이 내 몸을 살피 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여태 어디 있었나요?”

이걸 뭐라 대답해야 하지. 이렇게 다들 한 장소에 모이고 있었을 줄은 전혀 생각 못 했기에 골치 아파진 다.

“……숙소에서 자고 있었는데요.”

“너 숙소에 없었잖아.”

이서준이 끼어들며 한마디 했다.

“아닌데. 자고 있었는데?”

“자고 있었긴. 너 일어나라고 문 엄청 두들겼었는데.”

아, 얘 내 맞은편 방이었지.

“……푹 잠들면 잘 못 일어나는 타 입이거든.”

내 대답에 이서준이 황당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무언가 말을 하려다 가 눈치를 살피더니 결국 입을 다물 었다.

“자자. 됐습니다. 늦게나마 모두 안 전하게 모였으니 다행입니다.”

박정완이 나서서 말했다.

“협회에서는 테러범들은 이미 떠났 고 지금은 안전하다고 합니다. 그러 니 모두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 습니다.”

“네.”

“갑작스러운 상황에 많이 놀라셨을 텐데 남은 시간 마음의 안정을 찾으 며 푹 쉬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오늘 오전 오후에 있던 훈련은 취소 되었습니다.”

“역시......

어느 정도 예상한 듯 학생들은 고 개를 끄덕였다. 공식적으로 알려지 진 않았지만, 아틀란티스의 주 동력

이었던 ‘포세이돈’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아마 눈치챘을 것이다.

“일단 상황을 수습하고 배의 몇몇 시설들 역시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니 그것을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참 말을 하던 박정완은 통신 장치를 이용해 누군가와 대화 를 나눴다.

“협회로부터 확실하게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 그럼 모두 스마트 학생 수첩은 상시 옆에 두시 고 해산해도 좋습니다.”

“네에.”

학생들이 피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더니 다들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졌다.

이곳에는 나와 이서준. 그리고 최 서윤이나 유아라 같은 주요 등장인 물들만이 남았다.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서로 눈치 를 살피던 그때 유아라가 내게 말했다.

“너 잠 안 자고 뭐 다른 짓 했 지?”

“이 난리가 났는데 내가 뭘 해?”

내 대답에 유아라가 주위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다들 뭔가 내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얘네 왜 이래?

그때 윤하영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 새벽인데 우리도 슬슬 해산 하자.”

“그러자. 흐아암. 피곤해 죽겠네.”

내가 하품하자 이서준이 나를 바라 봤다.

“여태 쭉 자고 있었다면서 여기서 제일 피곤해 보이네.”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너넨안 자냐?”

“……자야지.”

“난 이만 자러 간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숙소 방향으 로 걸어갔다. 등 뒤에서 따가운 시 선들이 느껴졌다.

우우웅…….

바닥이 흔들리고 강한 마력 엔진음

이 공간을 울렸다.

거대한 비행선의 실내.

뒤늦게 복귀한 백은성의 주변으로 자운의 멤버들이 모여있었다.

“얘는 늦게 오더니, 꼴이 말이 아 니네. 팔은 어디다 두고 왔냐? 큭 큭 ”

나타샤의 놀림에 백은성이 눈을 찌 푸렸다.

“아씨! 시비 걸지 말고 꺼져!”

“근데 상대가 꽤 하는 놈이었나 봐? 네가 팔을 잃을 정도면 보통 녀석은 아니었을 거 같은데.”

“……다시 붙으면 이길 수 있어. 아니, 그렇다고 내가 졌다는 건 아 닌데. 아무튼 내가 너무 방심해서 그래.”

“팔 잘렸으면 진거지.”

나타샤가 다시 낄낄 웃었다.

“그리고 무슨 방심이야. 그때 되면 또 방심할텐데. 그래서 상대는 어떤 녀석이었는데. 왜 말을 안 해.”

“하도 안 와서 데리러 오니까 2:1 로 싸우고 있더라.”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베르트가 말했다.

“근데 붉은 머리는 처음부터 있던 애인데 모자 쓴 녀석은 누구지? 걔 도 일행인가?”

베르트가 묻자 백은성이 고개를 저 었다.

“아마 아닐 거야. 그 붉은 머리 녀 석도 잘 모르는 듯 보였으니까.”

“그래? 네 팔을 없앤 건 모자 쓴 녀석이야?”

백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리고 녀석이 그놈이야.”

“그놈? 그놈이 누군데?”

“생명의 잔을 홈친 그 녀석. 그리

고 테리사를 잡은 룬의 일족 생존 자.”

백은성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 대박. 진짜야? 걔는 뭘 알고 여기에 왔대?”

“몰라. 나도 신기해. 우리가 올 걸 알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거 같은 데.”

“근데 뭔가 이상하긴 해. 처음 우리 앞을 막아섰던 알렉스랑 붉은 머 리 일당들도 미리 대기하고 있었잖 아. 걔넨 정체가 뭐래?”

“한세진의 용병들이 아닐까. 이미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꽤 퍼 졌잖아.”

진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한세진의 용병들이라…… 흐지부 지하게 없어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 다 실력 있는 녀석들을 모아놨네. 귀찮아지겠는데.”

“걔네는 우리가 아틀란티스를 노릴 거라는 걸 어떻게 안 거지?”

“……설마 우리의 정보가 새어 나 간 건가?”

백은성이 중얼거리자 모두의 표정 에 긴장감이 서렸다.

상황이 심각해 지려 하자 베르트가

나섰다.

“배신자는 없어. 동료는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의 약속이잖아.”

“흐음. 그럼 어떻게 우리가 아틀란 티스에 있는 걸 알고 있던 거지?”

“뭔가 수를 썼겠지. 방법은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세상에는 ‘예언’ 능력을 가진 신비도 있으니까. 아니 면 예언 능력을 가진 능력자라던 가.”

예언이라는 말에 모두가 생각에 잠 겼다.

수많은 신비를 홈쳐 온 그들이지만 아직 예언과 관련된 신비를 갖지 못

했다.

“예언 능력이라. 귀찮네.”

백은성이 투덜거렸다.

“그래도 예언의 힘은 큰 대가가 따 르니까. 아마 녀석들도 자주 사용하 진 못할 거야.”

“그렇긴 하겠지. 그럼 그 수염 녀 석도 예언과 관련된 능력이 있는 건 가?”

“아마 그러지 않을까?”

“그렇구만.’

그때 백은성이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맞다. 근데 그 수염 녀석. 생각보다 나이가 있는 거 같더라?”

“그래?”

“붉은 머리도 알고 보니 룬의 일족 인데 그 녀석보고 어르신이라고 불 렀어.”

“엥? 진짜? 룬의 일족의 어르신이 면 꽤 강한 사람 아닌가?”

나타샤가 놀란 둣 말했다. 과거 이 들은 룬의 일족의 보물을 홈쳐내는 과정에서 ‘일족의 어르신’과 직접 붙어본 경험이 있었다.

베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테리사가 일족의 비기를 사 용한다고 했으니 아마 꽤 나이가 있 던 사람이었겠지.”

“와. 상대가 할아버지였구나.”

“할아버지라고 하니까 뭔가 무섭 네.”

그들의 머릿속에는 공포스러운 할 아버지, ‘김진철’이 떠올랐다.

지하에서의 일. 그리고 협회와의 조사를 마친 엘린은 동료들과 만났

다.

다행히 동료들은 한 명도 죽지 않 고 모두 멀쩡히 살아있었다.

“뭐냐 한대 제대로 얻어맞았나 보 네. 피 토했냐?”

정경원이 엘린의 입가에 묻은 핏자 국을 보더니, 첫마디를 건넸다.

“시끄러. 그리고 걔한테 맞은 건 별로 안 아파.”

누군가가 보면 허세로 들릴 수 있 겠지만 엘린은 진심이었다.

물론 아프기는 했지만, 전신에 그 려진 마법진을 사용한 것만큼 고통 스럽지는 않았다.

이 정도 고통쯤이야 약을 안 먹어 도 버틸 수 있다.

“……그러냐? 너도 참 볼 때마다 독하네.”

정경원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엘린은 대답하지 않고 외투 주머니 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푸른 빛의 물약을 하나 꺼 내 입에 털어 마셨다.

«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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