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0화 (160/535)

“넌 진짜 뒤졌다.”

그때 백은성의 몸이 사라졌다. 동 시에 강한 풍압이 터지더니 엘린의 코앞에 백은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린의 몸 앞까지 다가오자 다시 한번 바닥의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백은성은 피하지 않고 호신 강기로 온몸을 강화해 받아내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전략 이었다.

“또라이한테는 또라이처럼 상대해 야지!”

그렇게 백은성은 발로 엘린의 몸을 강하게 걷어찼다.

“끄악!”

엘린이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며 바 닥을 굴렀다. 그러더니 우웩! 하며 바닥에 피를 토했다.

스 o o

동시에 둘을 가두던 결계 사라졌다.

하지만 백은성은 도망칠 생각을 하 지 않고 곧바로 창을 뻗으며 엘린의 머리를 찌르려 했다.

그렇게 창끝이 엘린의 머리에 닿으 려는 그 순간.

두근!

백은성이 본능적으로 섬뜩한 기분 을 느꼈다.

머리가 아닌 그의 본능이 엘린을 향한 공격을 멈추고 뒤로 빠르게 물 러섰다.

그리고.

파앙一!

“끄아악!”

어디선가 쏘아진 뇌기를 담은 구체 가 백은성의 팔을 집어 삼켰다.

“아악! 으아아악! 내 팔!”

파직. 파지지직!

전신에 흐르는 전기 때문에 온몸이

저렸다. 백은성은 이를 악물고 자신 의 팔을 바라봤다. 팔 한쪽이 사라 졌다. 마력을 이용해 빠르게 팔을 지혈했다.

“……크윽. 뭐야?”

방금 쏘아진 마법.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백은성은 서둘러 마법이 쏘아진 방 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누군가의 모습 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아니, 잊을 수 없다.

저 모자에 저 검은 자켓.

저번 생명의 잔 사건에서 자신에게 ‘엿이나 까잡숴.’라며 빅엿을 먹인 그 녀석이었으니까.

“너…… 너! 그때 그 룬의 일족 수 염 새끼!”

백은성의 외침에 바닥에서 피를 토 하던 엘린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62화

백은성은 중오에 찬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한눈에 나를 알아봤다.

아무래도 인천 ‘생명의 잔’ 때와 같은 옷차림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그나저나 백은성이 했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룬의 일족이라니. 내가?

“크으윽!”

백은성은 사라진 한쪽 팔 끝을 어

루만지며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보고 룬의 일족이라는 건, 아마 내가 사용하는 룬의 속박 때문일 것이다.

테리사…….

체포되는 순간 나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건가.

그래도 그렇지 단지 수염 하나만으 로 ‘인천 생명의 잔’ 사건과 ‘선구자 의 밤’ 사건을 엮다니.

상상력이 대단한데. 물론 그 상상

이 어느 정도 정답이기는 하지만.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고 있다.

엘린을 구하기 위해 백은성 암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마력도 은폐했는데 녀석은 본능적 으로 공격을 피했다.

정말이지 미친 동물적 감각이다.

“ 후.”

그래도 다행인 건 녀석의 한쪽 팔 을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만약 녀석이 발현계 마법사라면 크 게 의미 없었겠지만, 녀석은 창을

사용하는 강화계 마법사다.

거기다 녀석의 무기인 방천화극은 무게도 상당하니 아마 녀석의 움직 임에도 큰 제한이 생길 터…….

그때 백은성이 창을 한 손으로 쥐 더니 가볍게 허공으로 한 바퀴 회전 했다.

마치 한 손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어필하듯.

“왼팔을 잃어서 다행이야.”

그러더니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린 다.

“흐흐. 떠나간 애인처럼 보고 싶었다. 내게 엿을 먹인 것도 모자라서 내 소중한 동료까지 잃게 했으니까. 솔직히 수염이라는 단서밖에 없었는 데 지금은 확신이 들어.”

백은성이 미소를 지우고 차가운 목 소리로 말했다.

“네가 테리사가 말한 룬의 일족이 라는 걸.”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긴장 감을 유지한 채 녀석을 노려볼 뿐.

“잠깐. 너 아까부터 무슨 소리 하 는 거야?”

그때 엘린이 입가의 피를 손등으로

쓰윽 닦으며 끼어들었다.

그러곤 떨리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 봤다.

“……저자가 룬의 일족이라고?”

엘린의 말에 백은성이 의문을 가졌다.

“룬의 일족이 맞다. 근데 왜 그렇 게 놀라지?”

그렇게 말하더니 백은성의 시선이 엘린의 손등을 향했다.

“맞아. 그러고 보니 룬의 일족 중 에 저렇게 몸에 마법진을 그려 넣은 녀석들이 몇 있었지.”

그러다 무언가를 깨달은 듯 백은성 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큭큭큭. 뭐야? 너도 룬의 일족이 었냐? 무슨 이런 우연이. 크하하!”

한참을 웃던 백은성은 이내 미소를 감추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재밌군. 잡담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그 순간이었다.

백은성의 몸에서 가공할만한 마력 이 뿜어지더니 신형이 눈앞에서 사 라졌다.

이내 내 코앞까지 다가오며 창을

찔러왔다.

녀석의 이런 기습 공격은 어느 정 도 예상했기에 나는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순간 가속’을 사용했다.

수웅!

녀석의 창이 내 허리춤을 아슬아슬 하게 빗나가며 허공을 찔렀다.

동시에 투쟁심과 대자연의 심장을 발동하며 마법을 구현했다.

그리고 녀석의 잘린 팔 안쪽을 향 해 파고들었다.

“큭!”

빈틈이 노려지자 백은성도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백은성은 서둘러 호신강기를 사용 했다. 하지만 호신강기라고 해서 마 법을 온전히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녀석의 옆구리에 그대로 전기 속성의 마법을 쏘아냈다.

파지지 직一!

“끄아악!”

백은성의 몸이 크게 튕겨 나갔다.

순간 가속이 끝났다.

느려진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왔지 만 나는 멈추지 않고 녀석을 향해

수십 개의 마법 구체를 쏘아냈다.

콰앙! 콰앙! 콰앙!

그렇게 마법을 쏘아내는 와중에 계 속 머릿속으로 녀석을 어떻게 상대 해야 할지 생각했다.

벌써 필살기 하나를 써버렸다.

순간 가속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3 분.

남은 3분 동안 뭐로 버텨야 하지.

“흐아압!”

그때 백은성이 창을 회전하며 쏟아 지는 내 모든 공격을 막아내더니 나 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침착하게 다음 스킬을 발동했다.

엘린이 보는 앞에서 ‘이 능력’을 사용하는 게 조금 신경 쓰이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다.

우우우우웅!

바닥에서 빛이 뿜어지더니 수십 개 의 빛줄기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향해 찔러오는 백은성의 창이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정말로 ‘코앞’이었다.

코앞에서 백은성의 창은 멈추었다.

만약 룬의 속박이 0.5초만 늦었어 도 내 얼굴은 그대로 백은성의 창에 꿰뚫렸겠지.

“크으윽!”

수십 개의 빛줄기가 백은성의 몸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게 테리사가 말한 그 마법인가?”

빛줄기는 점점 백은성의 몸 전체를 휘감았다. 그러곤 녀석의 손을 강하 게 압박해 창을 손으로부터 떨어트 리게 했다.

쨍그랑!

“……끄으윽! 뭔 놈의 마법이 이렇 게 강해?!”

백은성은 계속해서 빛줄기에서 벗 어나기 위해 힘껏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룬의 속박은 오랜 마법 역 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최강의 속박 마법이 다.

상대가 아무리 백은성이라 할지라 도 스스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그때 내 몸의 마나가 급속도로 빠 져나가기 시작했다.

훈련과 특성 획득을 통해 지속시간

이 대폭 늘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룬의 속박이 잡아먹는 마나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래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엘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엘린은 경악에 찬 눈으로 나를 바 라보고 있었다.

“뭐해?!”

내 말에 엘린이 퍼득 정신을 차렸다.

“어, 응? 아니. 네?”

“구경하지 말고 뭐라도 하라고!”

“아, 네! 어르신!”

……뭐? 어르신?

엘린은 순식간에 원래의 눈빛으로 돌아오더니 팔의 마법진올 발동했다.

수우우웅!

동시에 허공에 떠오르는 수십 개의 얼음 가시. 그리고 백은성의 몸을 향해 쏘아졌다.

파아앗!

“끄아악!”

가시는 계속해서 쏘아졌다. 백은성 은 호신강기를 이용해 최대한 피해 를 줄였지만 어디까지나 피해를 줄

이는 수준이었다.

데미지는 계속해서 누적되었다.

그리고 신체의 마나가 바닥나며 룬 의 속박이 풀려났다.

“크헉!”

백은성은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무 릎을 꿇었다.

나는 대자연의 손길을 이용해 바닥 에 떨어진 방천화극을 내 손으로 끌 어당겼다.

슈우웅, 탁!

그것을 보자 엘린이 다시 놀란 표 정을 지었다.

“후우.”

어떻게든 데미지를 입히는 데 성공 하기는 했다. 상대가 워낙 괴물이라 데미지만 입힌 수준이긴 하겠지만.

그때 백은성이 이를 악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크으윽! 팔만 멀쩡했더라도! 5분 내로 전부 처치할 수 있는데!”

녀석의 표정은 억울함과 분노로 일 그러져 있었다.

“수영 못하는데 수영하게 생겼네!”

저건 진짜 미친놈이다.

애초에 지금이라도 도망치면 되는

데 도망치는 선택지는 머릿속에 없는 모양이다.

그렇게 황당한 시선으로 백은성을 바라보는 그때.

살기 감지 특성이 발동되었다.

백은성의 살기가 아니었다. 다른 멀리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살기였다.

동시에 멀리 어둠 속에서 강한 마력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했다. 공격을 보고 피하면 늦는다. 녀석의 공격을 예측해서 미리 피해야 한다.

파앗!

나는 마력을 두 다리에 집중해 빠 르게 옆으로 달렸다.

이내 뇌기를 머금은 무언가가 내가 서 있던 장소에 번쩍이더니 사라졌다.

그러더니.

콰아아앙一!

보이지 않는 저 먼 뒤편에서 거대 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허억!”

식은땀이 흘렀다. 이런 방출 속도 의 마법은 살면서 처음 봤다. 말 그 대로 벼락이 쏟아진 것처럼 눈으로

좇을 수 없는 속도였다.

이 배 안에서 이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뿐이다.

“하도 안 와서 데리러 왔다. 팔 한 쪽은 왜 그러냐?”

“흐흐. 베르트.”

어둠 속에서 화려한 금발의 여성, 베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나와 엘린을 바라보더니 내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제법이네. 이걸 완벽하게 피 한 녀석은 처음 봤어.”

정확히는 피한 게 아니라 예측하고

자리를 이동한 거지만.

“백은성. 가자. 곧 협회가 들이닥칠 거야.”

“……저 녀석들은?”

“목표는 이미 달성했어. 시간 끌어 서 좋을 게 없다고.”

“……쳇. 알았어.”

백은성이 나를 노려보았다.

“넌 다음에 내 손으로 꼭 죽여주 마. 그때까지 잘 살아있어라.”

백은성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내 손에 들린 방천화극이 강한 힘에 끌리며 백은성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방천화극의 특수 효과인 ‘주인 설 정’의 부가 효과였다.

“이놈이 고장 났나. 주인도 못 알 아보고 저놈한테 날아드네. 쯧……

백은성은 그 말을 끝으로 베르트와 함께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지하에는 나와 엘린만이 남아 고요 함이 깃들었다.

“안 쫓아도 될까요?”

얘는 근데 아까부터 안 어울리게 존댓말이지?

원작에서도 단 한 번도 존댓말이라

는 걸 해본 적이 없는 녀석인데.

“됐어. 뭐하러 쫓아가.”

애초에 쫓아가도 못 이기기도 하 고.

“……그럼 난 간다.”

엘린의 앞에서 룬의 속박을 사용했 기에 뭔가 꺼림칙한 마음이 있었다. 귀찮은 일이 생기기 전에 빨리 이곳 에서 나가고 싶다.

그렇게 다시 장소를 이동하려는 때 였다.

“자, 잠깐만요! 어, 어르신!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저도 룬의 일족입니 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르신.

아까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

황당함을 느끼며 그녀를 돌아보았 다. 엘린은 공손한 말투로 다시 말 했다.

“아니, 어르신이 아니죠. 실례했습니다. 종사님!”

“……뭐? 종. 뭐?”

“룬의 속박을 사용하시는 걸 보았 습니다! 룬의 속박은 일족의 비기. 일족의 종사 급이 아니면 아무나 익 힐 수 없죠.”

룬의 속박에 그런 설정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종사님이시니 같은 일족의 종사이 신 더글러스 님을 알고 계시겠죠?”

그게 누군데.

“저는 같은 일족의 유일한 생존자 셨던 그분의 손에 자랐습니다. 참고 로 더글러스 님은 11년 전 지병으 로 돌아가셨습니다. 일족의 비기인 룬의 속박을 꼭 찾으라는 유언과 함 께요.”

갑자기 머리에서 두통이 밀려온다. 얘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런 게 아니라고 부정하려는 순간 입을 꾹 다물었다.

만약. 내가 룬의 일족이 아니라고 부정한다면.

룬의 일족의 비기를 어떻게 사용했 는가에 대해 설명을 할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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