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7화 (157/535)

예상보다 상대의 힘이 훨씬 강했다. 루크와 합동 공격을 했는데도 이 정도라니.

……이제 남은 건 6명.

이서준은 뒤를 돌아 한참 테러리스트들과 전투를 하는 일행들의 모습 을 보았다.

숫자에서 유리함을 점하고 있지만, 상대방의 강함에 고전하고 있었다.

이서준은 루크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도우러 가자.”

시간이 홀러.

훈련의 막바지에 도달했다.

[남은 테러리스트 수 : 1]

어느덧 테러리스트는 단 하나만이 남았다.

근데 대체 어디에 숨은 것인지 도 통 보일 생각을 하질 않는다.

이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의심

되는 사람조차 없었다. 다들 평범한 NPC로 보였으니까.

결국 나는 찾는 것을 포기하고 조 원들과 합류했다.

“저기 김선우 오네.”

“뭔가 단서 같은 거 못 찾았어요?”

내가 다가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신영준과 최서윤이 말을 걸었다.

“없어. 이 주변 싹 찾아봤는데 아 무것도 없어.”

“흐음. 남은 한 명은 왜 안 나타난 거지? 뭔가 단서를 모아서 다음 스 테이지로 넘어가야 하는 건가?”

루크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스테이지?”

루크의 말에 이서준이 되물었다.

“그게 아니면 왜 훈련이 안 끝나겠 어‘?”

“음. 일리는 있네.”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끝나지 않는 훈련에 의문을 느끼던 사이.

오한이 돌며 오싹한 기분이 느껴졌다. ‘살기 감지’ 특성이 발동한 것이다.

나는 시선을 돌려 느껴지는 방향으

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향한 곳에는 빌딩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옥상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내려보고 있었다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근데 예상 못 한 인물이라 살짝 놀랐다.

“뭔가 있어?”

내 시선을 따라 이서준도 고개를 움직였다.

그 순간 옥상 위의 사람이 뒤로 물러서더니 모습을 감췄다.

이서준은 옥상 위를 바라보더니 내 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뭘 보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내 말에 이서준은 의심 없이 고개 를 끄덕였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방금 보았던 남자, 그는 자운의 일 행인 진이었다.

신비가 만들어낸 가짜 테러리스트 가 아니다.

만약 가짜였다면 인상이 흐릿했을 거고, 애초에 저런 위압감 있는 모 습은 진짜가 아니면 낼 수가 없으니

그렇다는 건, 이 배 안에 자운이 있다는 건데…….

동시에 나는 어제 보았던 한세진의 자운 토벌단이 왜 아틀란티스에 등 장했는지를 깨달았다.

바로 자운이 이 배에 탑승해서였다.

우려했던 대로 ‘포세이돈’ 강탈 사 건의 시간이 앞으로 당겨졌다.

그리고 이 훈련 속에 숨겨진 비밀 역시 뒤늦게 깨달았다.

원작과 방식이 달라져서 눈치채는 데 늦었지만, 개념 자체는 비슷했으

니까.

이 가상 세계는 포세이돈의 결계를 열기 위한 ‘열쇠 조각’이 숨겨져 있 다.

이곳 외에도 다양한 장소에 열쇠 조각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진은 아마 그 열쇠 조각을 노리고 이곳에 온 거겠지.

“아니, 그래서 테러리스트 하나는 어디 있냐고.”

“무슨 오류 난 거 아니야?”

슬슬 기다리기 지치는지 주변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였다.

[모든 테러리스트가 처치되었습니다.]

[훈련을 종료합니다.]

[보상으로 마력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 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엥? 갑자기?”

번쩍!

빛이 뿜어지며 진은 현실로 복귀했다. 그가 지금 서 있는 장소는 16층 훈련장 뒤편.

그는 자운이 소유한 유물, ‘환상 개입기’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훈련 하는 ‘가상 세계’에 개입하였다.

다름 아니라, 가상 세계에 숨겨진 ‘포세이돈’의 결계를 풀어낼 열쇠를 얻어내기 위해서.

그리고 진의 손에는 보석 하나가

손에 들려있었다.

“……흠. 그나저나 대단한데.”

진은 보석을 어루만지며 방금 있었 던 일을 떠올렸다.

모든 기척과 마력을 숨겼는데도 자 신의 위치를 알아챈 녀석이 있었다.

바로 김선우.

작정하고 기척을 숨기면 아마 김진 철이나 ‘그분’만큼 예민한 감각을 지닌 자가 아닌 이상에야 눈치챌 수 없을 텐데.

김선우라는 녀석에게는 그만큼 예 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거였다.

“베르트가 관심 갖는 건 다 이유가 있구나.”

진은 씨익 웃고는 발걸음을 옮겼 다.

그리고 일행이 모인 장소에 도착했다.

“왔냐? 열쇠 조각은 찾았고?”

백은성의 부름에 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어. 여기.”

손에 들린 보석을 혼들어 보이자 백은성이 웃었다.

“오. 제대로 임무 완료했네?”

“내가 너냐?”

진의 말에 백은성이 미간이 구겨졌다.

“아씨. 너 그때 일 언제까지 우려 먹을 거냐?”

진과 백은성이 말하는 일은 예전 인천에서 빼앗긴 ‘생명의 잔’ 사건 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백은성은 동료의 놀림감이 되었다.

“웅. 평생 우려먹을 거야〜”

“두고 봐. 그 수염 녀석 내가 꼭 찾아서 조질 거니까. 테리사의 복수

까지 포함해서.”

백은성이 두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복수는 무슨. 뭔 수로 찾게? 얼굴 도 모른다며.”

“그래도 가장 큰 단서가 하나 있잖 아.”

“큰 단서? 그게 뭔데?”

“룬의 일족이라는 거.”

“아…… 그건 꽤 큰 단서긴 하지.”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조용 히 지켜보던 베르트가 끼어들었다.

“맞다. 진, 가상 세계 경험은 어땠

어?”

“가상 세계? 그냥 그랬어. 열쇠 조 각 찾는 건 좀 귀찮긴 했는데. 아, 그리고 거기서 너네 봤다.”

“우리?”

진의 말에 베르트가 호기심에 찬 표정을 지었다.

“어. 얼굴은 좀 다른데 쓰는 능력 은 나름 비슷했어.”

“그래? 재밌네. 테러 시뮬레이션이 라더니, 이거 우리 허락은 받고 둥 장시켜야 하는 거 아니냐?”

“협회가 설정한 건 아니고 포세이 돈이 멋대로 만들어낸 환영이겠지.”

“으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는 누구한테 죽었냐?”

베르트의 질문에 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김 선우.”

모든 훈련이 끝나고 우리는 현실로 돌아왔다.

신비의 축복을 받아 마력이 아주 미약하게 상승했지만, 다들 축복에 기뻐하기보다는 갑작스럽게 끝난 훈

련에 아직도 의문을 느끼는 듯했다.

이에 학생들은 교사들에게 갑자기 끝난 훈련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사 역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신비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는 설명만 반복했다.

애초에 이곳 훈련시설들은 마법사 관학교 소속의 훈련시설이 아니기에 교사들로서는 그 원인을 알 방법이 없었다.

교사는 이것에 대해 아틀란티스의 훈련시설 담당자와 이야기를 해보겠 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아마 이 훈련장에 생성된 테러리스트 중에 ‘가짜 진’도 포함되어 있었 겠지.

하지만 ‘실제 진’이 가상 세계에 침투하면서 신비는 오류를 일으켰을 것이다.

뭐, 가상과 현실이 겹쳐지며 생긴 작은 해프닝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 몇 시지?”

“오후 5시.”

“와.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이

제 뭐 할 거냐?”

“몰라. 이따 8시에 유물 악기 연주 공연 있다던데. 들으러 갈래? 그거 들으면 몇 시간 동안 축복 효과가 걸린 다나 봐.”

“축복이 걸린다고? 신기하네.”

이서준과 신영준은 옆에서 떠들었다.

“그럼 다 같이 갈까?”

“전 좋아요.”

최서윤이 끼어들며 말했다. 그리고 송승아 역시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러더니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김선우. 너도 갈 거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엥? 왜?”

“피곤해서 좀 쉬게.”

자운이 이 배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한가하게 놀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때 최서윤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럼 같이 쉴 수 있는 곳 가요. 스파라던가.”

“뭔 스파야. 나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

“그럼 어디서 쉴 건데요? 나도 따 라가게.”

한층 진지해진 표정으로 최서윤이 말했다.

보는 눈도 많은데 이제는 남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는 모양이다. 그 덕에 이서준과 신영준은 아주 묘 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숙소에서 쉴 건데.”

“숙소요?”

최서윤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더니

아. 하고 입을 벌린다.

“……따라가는 건 좀 그렇겠죠?”

얘가 큰일 날 소리를.

“그걸 말이라고 하냐?”

“치.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놀지.”

아쉬운 둣 최서윤이 바닥을 바라보 며 중얼거렸다.

“그래, 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같이 놀자.”

이서준이 한마디를 더 붙였다.

근데 정말로 같이 놀고 싶어도 불 안한 마음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물론 자운이 각 잡고 포세이돈을 노리는 지금 시점에서 내가 뭘 할 수 있겠냐마는. 지금부터 열심히 생각하고 움직이다 보면 뭐라도 나오 겠지.

“됐어. 피곤해. 나 이만 가본다.”

내 단호한 말에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라.”

그때 교사가 말했다.

“자, 훈련은 모두 끝입니다. 남은 시간은 자유 시간입니다. 각자 푹 쉬시길 바랍니다.”

오후 7시.

엘린은 동료 5명과 지하를 걷고 있었다.

이곳은 지하 2층.

아틀란티스의 엔진실로 알려져 잇 지만 사실 이곳엔 성유물, ‘포세이 돈’。] 숨겨져 있었다.

“경비가 허술하다 싶더니……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네.”

엘린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반투

명한 결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외에 환영 마법도 걸려있고 엄 청 복잡한데.”

“흐음.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할 정 도면 진짜 대단한가 보네.”

엘린의 말에 모두가 그녀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저번 테스트를 통해 엘린이 꽤 뛰 어난 보조계 마법사라는 것을 그들 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풀어낼 순 있어?”

갈색 머리의 남성, 알렉스가 물었다.

“신비가 깃든 결계야. 그것도 포세 이돈의 신비가 담긴. 이건 뭔 짓을 해도 못 풀어내.”

“킁. 역시 성유물이라 보안이 튼튼 하구만.”

“아마 이걸 열려면 열쇠가 필요할 거야. 보통 신비로 만들어진 결계는 이런 식이거든.”

“뭔가 잘 안다?”

“이것과 비슷한 원리의 결계를 실 제로 본 적이 있으니까.”

엘린은 일족의 마을에 펼쳐져 있던 결계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물론 자운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 지 결계를 풀어내고는 일족의 신비 를 홈치고 달아났긴 했지만.

“근데 굳이 풀어낼 필요는 없어. 어차피 이 주변에서 기다리면 알아 서 녀석들이 나타날 거 아니야?”

“그것도 맞기는 한데 여기가 워낙 넓어야지. 길이 엇갈리면 못 마주칠 거 아니야. 아, 맞다. 근데 걔네는 왜 포세이돈을 노리는 거래?”

알렉스가 궁금하다는 목소리로 혼 자 중얼거렸다. 그러곤 말을 다시 이었다.

“듣기로는 자운이 무작정 신비를

노리는 게 아니라. 자신들에게 필요 한 신비만을 탐한다고 하더라고.”

알렉스의 말에 엘린이 고개를 끄덕 였다.

자운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신비를 탐하는 건 유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포세이돈’은 다른 성유물 에 비해 사용처가 적기로 유명한 신 비였다.

당연한 것이, 포세이돈은 ‘바다’ 위 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이 걸 려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다에서 뭔가 할 일이 있나 보지.”

“바다에서 할 일? 흐음. 그게 뭘 까‘?”

알렉스는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 다.

“일단 위로 올라가자. 굳이 이곳에서 죽치고 앉아 기다릴 필요는 없잖 아?”

“그러네. 그리고 엔진실로 갈 수 있는 길이 이곳만 있는 것도 아니 고.”

그렇게 그들은 다시 계단을 타고 1충으로 을라왔다.

수많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엘린의 시선 끝에 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어?”

“왜 그래?”

남성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엘린은 여전히 멍한 눈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방금 남자……

사교 행사에서 만난 수염의 남성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60화

거대한 광장에 듣기 좋은 선율이 흐른다.

지휘하는 마법사, ‘안토니 발터’의 앞으로 오케스트라가 마치 한 몸이 라도 된 것 같이 악기를 연주했다.

가지각색의 다양한 악기.

하지만 지금 연주되는 악기들은 일 반적인 악기가 아닌, 신비의 힘이 담긴 유물 악기였다.

이 악기는 음악의 조화와 연주자의

마력에 반응하여 주변 자연의 마력 을 중폭시키는 힘이 있다.

“와. 정말로 마력이 차오르는데?”

“피로도 확 사라지네.”

이서준은 음악에 담긴 마력이 신체 의 활력을 차오르게 해주는 것을 느 꼈다.

음악 마법은 이서준에게도 처음 경 험해보는 일이라 모든 게 신기할 따 름이 었다.

“어휴. 김선우는 이 귀한 경험도 못 해보는 구만. 쯧쯧.”

신영준이 안타깝다는 듯 혀를 쯧쯧 찼다.

울적한 얼굴로 음악을 듣던 최서윤 역시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시 음악 감상에 집중하던 도중 옆의 송승아가 아쉬운 목소리 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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