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 왔다.
[긔긔조만간 만나요 그럼]
[그래요]
피식 웃으며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 곤 외부자의 혜택을 종료했다.
그렇게 몸을 일으키고 난간에서 1 층 홀을 내려보는데 수많은 사람 사 이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발견했다.
하나는 이서준.
그리고 금발의 남녀.
루크 팰런과 릴리 로즈였다.
이번 한, 미, 영 마법사관학교 2 학년 1위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그러면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데 워낙 멀어서 들을 순 없었다.
뭐, 쓸데없는 대화나 하고 있겠지.
이번엔 너에게 지지 않겠어! 같은 소년 만화 같은 대사를 날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고.
나는 난간에서 몸을 떨어트리고 가 이드 북을 다시 살폈다.
[일정표]
[9 시 10분]
[2층 녹색 빛 공연장에서 신비의
마력 쇼]
마력 쇼 구경이나 해야겠다.
약 20분가량의 마력 쇼 공연이 끝 났다.
사람들은 멋진 공연을 선보인 마법사들에게 박수를 보냈고, 나 역시 방금 내가 본 것에 크게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으로 구경올 하다가 나중엔 마법사에게 존경심이 들었다.
마력을 저렇게도 사용할 수 있구나 싶어서.
단순히 재미를 위해 공연을 봤는데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다.
공연장 밖으로 나와 다시 혼자 길 을 걸었다. 재미는 있었는데 갑자기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애들과 동 행할 걸 그랬나.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장 소를 이동했다.
이제 조원들과의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약속 장소인 식당가가 있는 1충 방향으로 걸어갔다.
1층 홀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마법사들도 많고, 그냥 휴가를 나온 일반인들도 많았다.
그 사이를 지나가려는 순간. 수많 은 사람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 견했다.
“선배님!”
최서윤이었다. 또 언제 옷을 갈아 입었는지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기는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얘는 훈련이 아니라 휴가 온 사람 그 자체네.
“옷 뭐냐? 가져온 거야?”
“아, 이거요?”
최서윤이 웃더니 모델처럼 한 바퀴 돌았다.
“방금 샀어요. 어때요?”
“옷은 이쁘네.”
“아니, 옷 이쁜 거 말고 어울리냐
고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낮게 깔린 목 소리로 내게 말했다.
“너야 뭘 입어도 어울리기야 하 지.”
대충 툭 던지듯 말했다. 본판이 훌 륭하니 뭘 입어도 어울리는 건 사실 이기도 했으니까.
그때 화들짝 놀라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녀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니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명 때문인지 얼굴도 뭔가 붉어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괜한 헛소리를 했다. 최서윤의 나 를 향한 감정이 어떤지 알고 있으면 서.
“야…… 방금 말 취소.”
“네?”
“다시 보니 안 어울려.”
“뭐예요. 이미 늦었어요.”
“아니, 들어봐. 옷은 이쁜데 인물이 별로야.”
“아 진짜!”
최서윤이 퍽퍽 내 팔뚝을 때렸다.
“더럽게 선 긋네!”
그때 갑자기 피유옹- 하며 폭죽이 쏘아 올려졌다. 이내 불꽃이 펑. 하 고 터졌다.
최서윤은 그것 올려 보더니, 표정 이 잠시 굳었다.
“왜 그러냐?”
“흑역사가 떠올랐어요.”
“혹역사‘?”
“……아무것도 아니에요. 빨리 가 요.”
최서윤이 내 팔뚝을 확 움켜쥐며 앞으로 걸었다.
그렇게 나와 최서윤은 조원들이 모 인 식당에 도착했다. 우리를 보자 신영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너네 왜 이리 늦게 와!”
“2분밖에 안 늦었어.”
“야야. 됐고 빨리 자리에 앉자.”
우리는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 다.
듣기 좋은 선율이 흐르고 음악가들 은 악기를 연주했다.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느낌이 절로 드는 식당이었다.
티켓만 있으면 이 배의 모든 시설
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추가 요금을 낸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테이블 위의 음식이 올라오자 모두 가 눈을 빛냈다.
잘 익은 랍스타 구이. 그리고 바다 의 마력을 머금은 온갖 수산물 요리 까지.
최서윤은 눈을 빛내며 음식을 사진 으로 담았다.
“으~ 너무 맛있다.”
“이런 거 매일 먹으면 얼마나 좋을 까.”
그렇게 한참 식사에 집중하던 나는
누군가의 얼굴을 발견했다.
그리고 동시에 식사하던 손이 저절 로 멈추었다.
붉은 머리를 길게 길러 뒤로 묶은 여성이 음료를 마시며 동료로 보이 는 남성과 길을 걷고 있었다.
예전이었으면 그냥 넘어갔을 테지 만, 저번 한세연과의 사교 행사 참 여로 나는 저 얼굴을 알고 있었다.
룬의 일족 엘린.
‘……쟤가 왜 여기 있어?’
밝게 빛나는 조명 밑에서 두 남녀 가 길을 걷고 있었다.
신비로 얼굴을 가려 사람들이 그들 의 정체를 알 수 없을 테지만 그 정체는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테 러 단체, 자운의 멤버인 백은성과 나타샤였다.
“백은성. 저기 봐봐. 마법사관학교 애들인데?”
나타샤가 멀리 식사하는 한 무리를 보며 눈짓했다. 이서준과 김선우를 포함한 마법사관학교의 유명 학생들 이었다.
“정말이네? 뭐냐? 얘네가 왜 있 어?”
백은성이 이서준 일행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서준이랑 또 동선이 겹치네.”
“됐어. 신경 쓰지 마. 우리 계획에 쟤네가 개입될 일은 거의 없어.”
나타샤의 말에 백은성은 고개를 끄 덕였다.
그리고 마법사관학교가 개입했다 하더라도 일정에는 문제가 없다.
만약 방해가 들어온다고 해도 고작 10대 학생들.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그들에게는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것 과 별 차이가 없었다.
“아, 쟤네 왜 여기 있는지 알겠다. 뉴스에 한, 미, 영 연합 훈련한다고 하던데. 여기서 하나 보네.”
“그런가? 아까도 미국이나 영국 학 생으로 보이는 애들도 몇몇 마주쳤 거든.”
“이야. 진짜 별 걸 다하네.”
그렇게 중얼거리던 백은성이 손에 쥔 닭꼬치를 입에 물었다.
“근데 이서준 오랜만에 보네. 몇 달 사이에 또 엄청 늘었겠지?”
“그렇겠지.”
“흐흐. 한번 붙어보고 싶다.”
백은성이 혼자 웃었다.
“……너 쓸데없는 짓 할 생각 하지 마.”
“안 해. 걱정 마.”
“아무튼, 일은 최대한 조용하게 끝 낼 거야. 그리고 이번 마인 사건 들 었지? 지금 협회에서 엄청 예민해. 학생은 절대 건들지 마. 일 꼬이면 귀찮아져.”
다음 날 아침.
드디어 한, 미, 영 연합 훈련이 시 작되 었다.
각국 60명씩 총 180명의 학생이 16층의 훈련장에 모였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격한 체력 훈련과 마력 훈련이 이어졌다.
평소라면 금방 지치게 만들 강도의 훈련이었지만 성유물, ‘포세이돈’이 바다의 마력으로 학생들의 몸을 빠 르게 회복시켜주었기에 훈련은 순조 롭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약 4시간 정도의 기본 훈 련을 마치고 예고되었던 대테러 훈 련이 시작되었다.
“저번에 말했듯 이번에 할 훈련은 대테러 훈련입니다.”
박정완이 한국의 학생들에게 말했다. 학생들은 긴장된 얼굴로 서 있었다.
“이번 테러 방지 훈련은 이곳에 있 는 ‘테러 시뮬레이션’이라는 시설에서 진행될 겁니다.”
테러 시뮬레이션.
가상으로 만들어진 상황에 직접 참 여해 그 문제를 해결하는 특수한 마
법 훈련 시설이었다.
이 훈련 시설에는 환영 마법과 소 환 마법. 그리고 가상 세계가 겹쳐 진 최첨단 마법 훈련 시설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저번에 겪었던 ‘악몽의 섬’ 속의 자신과의 악몽과 싸우던 것과 비슷한 이론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테러 시뮬레이션이지만 상황은 실 전과 가깝게 진행될 겁니다. 등장하 는 테러리스트는 훈련장의 시스템이 마력을 감지해 여러분들의 실력에 걸맞은 테러리스트를 등장시킬 것이 고, 여러분들은 테러리스트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이용해야 할 것입
니다.”
학생들은 긴장과 설렘에 찬 표정을 지었다.
“참고로 이 훈련 시스템은 포세이 돈의 신비가 강하게 담겨 있어 공략 달성 시, 작은 축복이 내려집니다. 그러니 모두 최선을 다해 공략에 성 공하고 신비의 축복을 받으시길 빌 겠습니다. 자, 그럼 조끼리 모이시길 바랍니다.”
박정완의 말대로 우리는 조끼리 모 였다.
조는 우리끼리 모였지만, 훈련장에 입장하면 다른 국가의 조와 또 팀을
이뤄야 한다.
‘시스템의 의지’가 아마 동 실력대 끼리 조를 짜줄 것이기에 그것에 맞 춰 잘해야겠지.
그리고 훈련장에 입장했다.
훈련장에 입장하자 어떤 건물의 내 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실내는 마치 사무실과 같은 형태였다.
“와. 여긴 어디냐?”
“가상 공간 같은 건가? 어떻게 만 들어진 건지 이해가 안 되네.”
신영준의 중얼거림에 답해줬다.
“가상 공간 맞아. 근데 완전 가상 공간은 아니고, 이런 물건이나 장소 같은 것만 가상인 거지. 그러면서도 가상 세계와 신비 세계가 겹쳐지고 또 현실과 마력이 중첩되어 시행착 오 끝에 만들어진……
길게 이어지는 내 말에 신영준이 는을 찌푸렸다.
“아씨. 뭐라는 거야?”
그러자 이서준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됐어. 고대 신비 연구자들 명언 모르냐? ‘신비를 이해하려 하지 마
라.’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 못 해.”
그때였다. 귀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대테러 시뮬레이션은 30분 뒤 시 작될 예정입니다.]
“30분이나 주는데 주변이나 둘러 볼까요?”
최서윤이 모두에게 말했다.
“그러자. 미리 확인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대테러 훈련은 기본적으로 ‘디펜
스’ 방식의 훈련이다.
이 훈련을 직접 겪어본 적은 없지 만, 원작에서 다뤄진 적은 있었기에 대충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건물 1충으로 내려 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거 대한 도심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서울 중심부와 비슷한 느낌이 었다.
그렇다고 완전 서울 느낌은 또 아 니고, 런던이라던가 워싱턴, 뉴욕과 같은 외국 도시의 느낌도 섞여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인도에 일반 시민들이 걸어 다닌다는 것이다.
“와. NPC다. 맞지?”
“웅. 아까 테러가 터지면 NPC들 다치지 않게 하라고 했었잖아.”
“게임 속에 들어온 거 같네.”
그렇게 밖에 나와 주변을 어슬렁거 리는데 익숙한 얼굴의 무리와 마주 쳤다.
각종 인종이 섞여 있는 여섯 명의 학생들.
그때 맨 앞에 선 금발의 남성이 딱딱한 표정으로 이서준을 바라봤
다. 그러더니 내게 시선을 돌린다.
아주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서준에게 다시 말했다.
“이서준. 역시 너랑 같은 팀이 됐 네.”
미국 마법사관학교, 루크 팰런이 같은 조가 되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58화
“루크.”
루크의 등장에 이서준이 루크의 이 름을 불렀다.
루크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서준을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우리 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 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나 싶어서 기 다리는데 말이 없다.
“왜? 뭐 할 말 있어?”
답답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루크는 여전히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대장전 시험 때 활약 잘 봤어. 꽤 하던데.”
루크가 내게 아는 척 하며 말했다.
대장전 시험이라면 1차 중간시험을 말하는 거 같은데, 릴리 로즈와 같 이 경기를 관람했나 보다.
“……어, 그래.”
“자자, 인사는 그만하고 훈련 준비 나 하자.”
루크의 옆에 있던 곱슬곱슬한 머리 의 여성이 유창한 한국어로 끼어들 었다.
쟤도 원작에 언급됐던 인물인 거 같은데 후보가 여러 명이라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네.
생각이 나지 않은 것을 보면 중요 인물이 아니라는 거겠지.
“그러자.”
그 후 우리는 이번 훈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안에서 테러가 어떻게 일어날 것이며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 지.
그런 대화가 약 5분간 계속 이어 졌다.
“맞다. 그거 알아? 이곳에 테러 시 뮬레이션이 실제 테러 상황을 모티 브로 만든 거?”
“엥? 몰랐는데?”
한 미국 마법사관학교 학생의 말에 신영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완전히 같은 건 아닌데 나름 비슷 하게 구현된다고 들었어. 물론 훈련
에 적합하게 낮은 난이도로 재구성 되었다고 들었지만.”
“그래? 실제 테러 상황이라. 신기 하네.”
신영준이 긴장된 얼굴로 중얼거리 더니 말을 이었다.
“근데 테러는 어떻게 진행되려나?”
그때 그의 말에 반응하듯, 다시 음 성이 들려왔다.
[대테러 시뮬레이션의 룰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테러가 일어날 장소의 지도
가 스마트 학생 수첩에 추가되었을 겁니다.]
“어? 진짜네?”
스마트 학생 수첩을 확인하니 이번 훈련의 설명과 GPS 기능이 있는 지 도가 생성되어 있었다.
[지도에 표시된 장소로 이동하시면 테러리스트가 노리는 ‘신비’가 있습니다.]
지도를 살피니 어떤 구역이 파란색
으로 표기가 되어 있었다.
거리는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 한 5분 정도 걸으면 되는 거리니까.
[여러분들의 목표는 총 4가지입니다.]
[첫 번째, 신비를 지킬 것.]
[두 번째, 일반 시민의 사망을 10 명 이내로 할 것.]
[세 번째, 자신의 생명을 지킬 것.]
[네 번째, 테러리스트를 처치할 것.]
“뭐야. 시민도 지켜야 해?”
“대테러 훈련도 일종의 특무 훈련 이니까.”
“까다롭구만.”
[그럼 20분 뒤, 훈련이 시작됩니다. 모두 준비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음성은 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적막함이 감돌았다.
이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테러 지점으로 이동하자.”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