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발현계가 내 부특기가 되었다.
윤하영과 헤어지고. 나는 공원 공 터에 혼자 남아있었다.
기숙사로 돌아갈까 했지만, 머리도 식힐 겸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공원에 남았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학교 내부로 복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회귀 전보다 많은 인물을 구했지 만, 역시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에 가슴 한구석이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만약 내 주변 사람이 죽었더라면.
나도 저들처럼 괴로움을 느끼고 있 었겠지.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점점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고로 누군가가 죽게 되더라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내가 더 열심히 뛰어야겠지만.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곤 스마트 학 생 수첩을 꺼냈다.
여러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이서준, 유아라, 신영준 등등.
그리고 최서윤의 메시지도 꽤나 쌓 여 있었다. 부재중 전화도 꽤 있고.
아마 던전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 는지 그녀는 모르기에 걱정의 메시 지를 보낸 것일 거다.
[살아있다.]
대충 생존 신고 메시지를 보내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 뒤로 바로 최서윤에게 답장이 왔지만, 이따 확인하기로 했다.
그보다는 지금 당장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인터넷에 접속하자 예상대로 오늘 있었던 테러 사건으로 난리가 나 있었다.
그렇게 포털 사이트의 내용을 쭉
살피다가 기사 하나를 선택했다.
「한국 마법사관학교의 테러 사건 이 진압 완료되었습니다. 하지만 크 리스와 김혜찬 군으로 위장한 마인 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협회에서는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크리스, 그러니까 정현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기사였다.
그런데 조금 의아한 내용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원혁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내
용. 뭔가 이상했다.
원혁이라면 내가 처리해서 시체가 남았을 텐데.
“……설마 정현이 시체를 데려간 건가?”
가능성이 있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원 혁의 시체를 가져갔을 수도 있다.
이 세계에서 ‘부검’은 생각보다 많 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는 시체도 태워야 하나?”
방심했다. 원작에서 ‘부검’은 잘 다 뤄지지 않은 부분이라 신경 쓰지 못
했다.
특히 빌런이 부검을 시도하는 장면 은 나온 적이 없기도 했고.
어째 갈수록 빌런들이 내가 예상 못 하는 짓들을 저지르는 거 같은 데.
“……크게 상관은 없겠지.”
어차피 예언의 아이 존재쯤이야 원 작에서도 마인들이 알게 되는 부분 이니까.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을 다시 주 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럼 슬슬 아까 원혁을 처치하고 생겨난 메시지들을 확인해볼까.
[고유 특성, ‘외부자의 혜택’을 발 동합니다.]
[이전 메시지를 확인합니다.]
동시에 눈앞에 오늘 획득한 인과율 과 포인트가 떠올랐다.
S등급 빌런을 처치한 것답게 인과 율과 포인트 벌이가 쏠쏠했다.
인과율 1.8과 1만5천 포인트.
나름 괜찮은 결과였지만 그렇다고 막 엄청 이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 았다.
오늘 사건을 위해 마인 탐지 나침 반 2개와 상급 은폐의 비약 하나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무려 4만 포인트를 사용했으니 2 만 5천 포인트의 손해가 남았다.
“쯧.”
그래도 가장 걱정되던 사건을 잘 해결했으니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표적을 처치하며 의외의 수 확도 있었고.
바로 초재생능력.
[초재생능력 (B)][등급 : 1〈0%)] 분류 : 특성
[지속 효과]
►질긴 생명력
시간을 들여 손실된 신체 일부가
천천히 재생됩니다.
[사용 효과]
►생명력 폭주
대량의 마나를 사용하여 신체 일부
를 빠르게 재생합니다.
재생 속도는 사용된 마나량에 비례 합니다.
*지속 시간 : 3분
*재사용 대기 시간 : 3일
말 그대로 재생능력을 얻는 특성이 다.
이 힘은 마인뿐만이 아니라 몇몇 몬스터나 마법사에게도 볼 수 있는 힘인데, 초재생능력이 ‘스킬’이 아닌 ‘특성’에 분류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다만 정품(?)이 아닌지라 원래 눙 력만큼 좋지는 못하다.
지속 시간과 재사용 대기 시간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청나게 유용한 능력이라 기분은 좋았다.
“실험해보고 싶긴 한데.”
시도하기가 꺼려진다. 내 신체 일 부를 스스로 잘라야 하는데 맨정신 으로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특성 획득을 위해 자해를 해 본 경험은 있었지만, 신체를 잘라버
리는 건 아예 다른 분야다.
“ 쯧.”
이건 언젠간 실험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바로 실전에서.
“맞다.”
수확이 하나 더 있었구나.
인피면구.
이 세계에서 만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1급 불법 마도구가 내 손 에 들어왔다.
사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흐으으음.”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늦은 새벽.
정현은 원혁의 시신 부검을 마치고 십마회의 은신처로 복귀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어둠 속에서, 많 은 마인이 모여 있었다.
오늘 있었던 사건의 전말을 듣기 위해 소집 명령도 없이 모인 것이었다.
“드디어 왔군.”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정현,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정현은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S둥 급 마인들 사이에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원혁 님의 돌발행동으로 계획이 꼬였습니다.”
정현은 침착하게 자신이 경험한 일 들을 설명했다.
원혁의 돌발행동. 그리고 그 영향 으로 학생들이 숨으며 계획이 틀어 진 것까지.
정현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었 기에 원혁의 영상도 함께 보여줬다.
원혁의 평판이 십마회 내부에서도 안 좋았던 영향일까.
정현을 향한 분노는 금세 원혁에게 돌아갔다.
“쯧. 결국 일을 저질렀군. 그 노인 네.”
“난 진작에 예상했다.”
“꼴 좋군.”
동료 마인이 죽었음에도 그들의 목 소리에는 슬픈 감정이 전혀 느껴지 지 않았다.
오히려 속 시원해하는 반응도 꽤 있었다. 그렇게 마인들 사이에서 소 란이 일자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음 성이 나직이 들려왔다.
“조용.”
동시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목 소리의 주인은 마인의 왕이었다.
정현은 곧바로 왕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정현. 네게 묻고 싶은 것이 많다. 원혁은 예언의 아이에게 죽은 건 가?”
“부검 결과 처음 느껴보는 마력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예언의 아
이가 가진 멸마의 힘이라고 추측됩 니다.”
“……그런가.”
왕이 탄식하듯 말했다. 성진에 이 어 또다시 마인의 중요 전력을 잃었다.
거기다 원혁은 십마회의 최연장자 로서 십마회의 살아있는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 자였다.
“상황이 좋지 않군. 아무리 멸마의 힘을 가졌다 해도 고작 18세의 인 간. 원혁을 상대로 숭리할 줄은 생각 못 했는데.”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이 상황은 조금 충격이었다.
그의 힘 자체는 십마회 내부에서도 상위권에 속했으니까.
“괜히 ‘예언의 아이’가 아니군. 전 대 왕의 예언은 틀리지 않은 것인가……
왕이 다시 한번 탄식하며 말했다.
예언의 아이는 아직 제대로 꽃이 피어나지 않은 새싹이었다.
그런데도 s등급 마인을 처치했으 니, 나중에 성장했을 땐 얼마나 위 협적인 존재가 될지 전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 외에 다른 혼적은 없었나?”
“있었습니다.”
“무엇이지?”
“멸마의 힘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마법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마법의 흔적? 그건 꽤 희 소식이군. 예언의 아이가 어떤 유형 의 마법사인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테니.”
“네, 맞습니다. 조사 결과 예언의 아이는 빛속성 발현계 마법을 사용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예언의 아이의 주특기라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제 예상인데 예언 의 아이의 주특기는 따로 있는 것으 로 보입니다.”
빛속성 발현계를 다루는데 주특기 는 따로 있다라.
역시 예언 속 아이답게 일반적이지 않다.
“그게 무엇인가?”
“보조계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뛰어난 보조계 능력자로 보입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55화
어제의 사건으로 ‘2차 중간시험’은 취소되었다.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단언했던 마법사관학교에서 일이 다시금 터지자 어마어마한 비난이 쏟아졌다.
늘 억울한 마법사관학교였지만 이 번에는 정말로 억울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교사, 크리스는 세계적으로 단단한 입지를 지닌 마법 교육 컨설턴트였
기 때문이다.
마법사관학교 입장에서는 검증된 교육자를 영입한 것인데, 운이 지지 리도 없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 대강당에서 안타깝게 사망한 학생들을 위한 추모식이 시 작되 었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단 한 명의 학생도 빠짐없이 모두 참석했다.
수많은 카메라와 기자들 속에서 학 생 연설이 이어졌다.
—우리는 충격 속에 있습니다. 8명
의 친구가 목숨을 잃고, 2명의 친구 가 다쳤습니다. 마법사관학교 학생 일동들은 희생당한 친구들을……
길게 이어지는 연설 속에서 학생들 은 또렷하게 뜬 눈으로 연설에 집중 했다.
이어서 마법사 협회 소속 마법사의 연설이 이어졌다.
—마인은 이미 인간 사회에 깊게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들의 수법은 점점 잔혹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또……
긴 연설의 요약을 하자면, 이런 일 이 발생하지 않게 보안에 더 힘을 쓸 것이고 이번 사건을 낱낱이 조사 해 이런 짓을 저지른 마인을 꼭 처 단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추모식이 끝났다. 학생들은 우르르 강당 밖으 로 빠져나왔다.
“에휴. 이게 무슨 일이냐.”
“그러게다.”
늘 웃던 학생들이지만 오늘만큼은 미소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학생들이 홑어지려는 그때.
“2학년 A반 모여봐.”
신영준이 A반 학생들을 모으기 시 작했다.
A반이 모두 모이자 신영준은 억지 로 미소를 지으며 제안했다.
“그만 침울해하고 다 같이 점심이 나 먹는 거 어때?”
“그래, 그러자.”
“나도 좋아.”
다들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나도 시간 여유는 있기에 함께하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식당에 도착 했다. 저번에도 A반끼리 단체로 왔 었던 고깃집이었다.
한 테이블에 6명이 앉을 수 있다.
내가 앉은 테이블엔 이서준, 윤하 영, 신영준, 이현주, 유아라가 함께 앉았다.
주요 등장인물들로 이루어진 자리 였다.
“기분이 안 좋구만.”
“됐어. 너무 신경 쓰지 마. 아, 맞 다. 그래서 이번 시험은 어떻게 되 는 거래?”
“1학기 때처럼 다른 거로 대체되겠 지. 그리고 3일간 추모 일정으로 쉬 잖아.”
신영준과 이현주가 떠들었다. 그러 는 사이 불판에 고기가 올라왔다.
지이익…….
지글지글 고기가 익는 소리가 들리 자 군침이 절로 돌았다.
그때 이서준이 고기를 굽기 위해 집게에 손을 뻳었다. 그 순간 나는 빠르게 집게를 낚아챘다.
“내가 할게.”
“왜? 내가 할 수 있는데.”
“됐어. 너 고기 더럽게 못 굽잖아.”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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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준은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 물었다. 그러곤 괜히 빈 컵에 물을 따라 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눈치가 보이는 거겠지.
저것도 병이다.
그렇게 열심히 고기를 굽는데 어딘 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이번에 침투한 마인 중 하나 가 사라졌다며.”
“어어. 마인 시체 하나가 사라진
거 같다고 하더라. 꽤 고등급의 마인이라던데.”
“야. 혹시 우리 중에 마인을 처치 한 사람이 있는 거 아니야?”
옆 테이블에서 떠드는 소리가 벽을 뚫고 들려왔다.
슬쩍 옆을 바라보니 윤하영이 입을 꾹 다물고 필사적으로 표정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근데 티 난다. 딱 봐도 나 수상해 요. 라고 광고하고 있다.
표정 좀 풀어줄 겸 가장 빨리 익 은 고기를 윤하영의 접시 위에 올려 놨다.
“먹어.”
“어? 엉?”
윤하영이 번뜩 정신을 차리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으웅. 고마워.”
윤하영이 고기를 입에 삼켰다. 입 을 다물고 꼭꼭 씹어 삼키더니 밝게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
이제야 표정이 좀 자연스러워졌네.
나는 피식 웃고는 다시 고기를 구 웠다.
그때 맞은 편의 신영준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너 뭔데 윤하영부터 챙기냐?” 그 말에 다음 고기를 신영준 접시 위에 올려놨다.
“먼저 안 챙겨줘서 미안하다.”
“늦었어.”
신영준이 연기 톤의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맞다. 김선우. 너 어제 마인 처치 하고 급하게 움직이던데. 어디 간 거야?”
대각선에 앉은 유아라가 불쑥 끼어 들었다.
마인 처치라면 유아라 앞에서 B등 급 마인을 처치했을 때를 말하는 건 가. 그러자 옆의 신영준이 반웅했다.
“아, 맞다. 김선우 마인 하나 처치 했다고 했지?”
내가 던전에서 B급 마인 하나를 처치한 건 교내 모두가 알고 있다.
협회 조사관들에게 내가 직접 말했 기 때문이다.
그것과 관련해서 며칠 뒤 나와 이서준에게 표창장 수여가 있을 예정 이기도 하다.
“다른 애들 도을 수 없나 해서 간 거야. 당시 워낙 상황이 심각했잖 아.”
“으음. 그래?”
내 대답에 유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맞은편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이서준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 를 바라보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나는 애들과 따로 헤 어졌다. 가봐야 할 곳이 있었다. 바
로 2달 전에 매입한 땅이었다.
포탈을 타고 강원도에 도착한 나는 험난한 산길을 30분쯤 걸었다.
그리고 끝내 목적지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