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1화 (151/535)

상대는 무려 S등급의 마인. 혹시 실패하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이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시험 시작 후 6시간.

원작에서는 10시간이 지나서야 원 혁을 죽이는 것에 성공했지만 나의 개입으로 무려 4시간이나 단축했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원작보다 더 적은 수의 학생이 죽었다는 이야기 다.

정확히 얼마만큼의 학생이 죽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원작보다는 훨 씬 줄어들었겠지.

이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는 잘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원혁의 사체 로 걸어갔다.

50대쯤으로 보이는 외형의 남성이 있었다.

그 옆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가면, 인피면구가 떨어져 있었다.

“선우야.”

그때 윤하영이 내게 걸어왔다. 나 를 부르는 목소리에 지친 기색이 느 껴 졌다.

윤하영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내게 묻고 싶은 것이 많은 눈빛이었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마법과 룬의 속박 등둥. 내가 보였던 여러 마법 에 대한 의문이겠지.

나는 그녀에게 희미하게 미소를 지 으며 말했다.

“이따 차근차근 설명해줄게.”

“으음. 알았어.”

그러곤 인피면구를 바라봤다.

1급 불법 마도구인 만큼 소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범죄에 속한다.

탐이 나긴 하지만 이걸 회수했다가

는 오히려 마인 처치자를 범죄자로 판단하고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

……는 말이 안 되고.

내가 회수하지 않아도 아마 던전에 침투한 정현이 회수해갈 것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내가 챙기는 게 낫겠지.

슬쩍 인피면구를 챙기자 옆의 윤하 영이 말했다.

“그거 인피면구야?”

“응, 맞아. 혹시 몰라서 내가 챙겨 두게. 다른 마인이 회수할 수도 있 잖아.”

핑계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윤하영 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오늘 일은 다른 사람 에게 비밀인 거 알지?”

“당연하지.”

오늘 사용한 빛 속성 마법. 그리고 룬의 속박 같은 내 특수한 마법들.

내가 능력이 알려지는 건 아직 원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윤하영이 멸마 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 역시 알 려지기엔 이르기도 하고.

“선우야. 이제 어쩔 거야?”

윤하영의 물음에 나는 생각에 잠겼

다.

원혁을 처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모든 위기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던전 어딘가에 정현이 있을 거다.

방금 치열한 전투가 있었으니 정현 이 소리를 따라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내게 남은 건 없다. 투쟁심 도, 대자연의 심장도 모두 사용했다.

윤하영 역시 많은 힘을 소모한 건 마찬가지다.

지금 상태에서는 정현을 쓰러트릴

수 없다.

“일단 자리를 피하자.”

시간이 흘러, 정현은 소리의 근원 지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계속되는 비명과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었다.

그런데 그 비명이 자신이 아는 누 군가의 목소리와 상당히 비슷했다. 하지만 정현은 애써 부정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고작

학생들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을 리 없으니까.

“......뭐야?”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하자 보이는 광경에 정현의 정신은 살짝 멍해졌다.

눈앞에 흉측한 형태의 시체가 있었다. 그리고 온갖 복잡한 생각이 그 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이게 뭐지? 내가 보는 게 정말 현 실이 맞나?

정현은 떨리는 발걸음으로 시체에 가까이 다가섰다.

“원혁 님?”

원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현은 큰 충격에 빠졌다.

원혁은 S등급의 마인.

그가 죽는 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계획이 실패했다.

아니, 실패한 수준이 아니다.

완전히 망쳤다.

정현은 원혁의 몸을 확인했다. 다 양한 상처 부위가 눈에 들어왔다.

대체 어떤 전투가 있었는지 감도

오지 않을 정도다.

“……설마 예언의 아이 짓인가?”

그것밖에 없다.

예언의 아이가 가진 멸마의 힘이 아니면 원혁이 패배한다는 건 불가 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상대는 고작 18세 의 학생.

원혁이 패배했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었다.

“……뭔가 이상해.”

그의 몸에 혼적이 남아있을 것이다. 어떤 전투가 일어났고 또 어떤

식의 패배를 했는지.

시체를 챙겨서 부검해야 한다.

정현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손 에 마력을 담아 원혁의 시체에 마법 을 사용했다.

불로 지지고 마력으로 상처 부위를 꿰매 피가 더 흐르지 않게 봉합했다.

이것으로 운반 과정에서 혼적을 남 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시체 를 둥에 업었다.

그럼 십마회로 복귀해볼까.

이서준과 이현주는 빠르게 던전 안 올 뛰고 있었다.

멀리서 느껴졌던 거대한 마력의 폭 발.

분명 싸움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

거기다 느껴지는 마력의 힘과 과거 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아마 S등급 정도의 마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서준과 이현주는 뒤늦게 전투가 일어났던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그들은 깜

짝 놀랐다.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벽과 천장은 아주 박살이 나 있었 고, 바닥에는 마인 특유의 검은 피 가 흥건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이런 전투가 있었더라면 무언가 시 체라도 보여야 할 텐데.

이 공간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 았다. 마치 추리 소설 속 사건 현장 에 온 것 같이.

“......뭐지?”

이서준은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검은 피를 보았다.

“……마인의 피인데.”

혹시 인간의 피는 없을까 다시 주 변을 살폈다.

다행히 인간의 피로 보이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이 전투의 숭자는 인 간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상대는 아마도 s등급의 마인. 그 정도 되는 마인을 처치할 수 있는 자가 있던가?

“여기서 전투가 있었나 봐. 파괴 흔적들을 보니까 A등급 이상끼리 전투한 거 같고.”

“그러게. 대체 누구지?”

그 순간 이서준의 머릿속에 누군가 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인은 멸마의 힘을 가진 자를 찾 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 힘은 마인에게 천적과도 같은 힘이라고 했다.

만약 그런 힘이 있다면 S등급의 마인을 처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 은 아니다.

설마 김선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54화

시간이 흘러, 이서준과 이현주는 던전 공략에 성공했다.

던전 공략에 성공하고 포탈을 타고 밖으로 나오자 낯선 환경이 눈에 들 어왔다.

거대한 숲.

본래 학교에 도착했어야 하지만, 전혀 관계없는 장소에 도착했다.

“여긴 어디지?”

이서준은 서둘러 스마트 학생 수첩

을 확인했다.

다행히 이곳에선 신호가 터지고 있었다.

이서준은 서둘러 GPS로 자신의 위 치를 확인했다.

이곳의 위치는 마법사관학교와 어 느 정도 거리가 떨어진 관악산.

아무래도 마인들이 원활한 탈출을 위해 인적이 드문 장소에 출구를 만 들어 놓은 듯했다.

이서준은 서둘러 협회와 연락을 취 했다. 연락이 닿자, 협회 특무 요원 과 마법사관학교 관계자들이 관악산 에 도착했다.

“이서준 학생! 괜찮습니까?”

“네, 전 괜찮습니다. 그보다 던전 안에 학생들부터……

“아, 넵!”

그 뒤로 협회 소속의 마법사들과 던전, 포탈 전문가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은 공략 포탈을 이용해 꽉 막혀있던 던전의 출구를 열어냈 다.

던전이 열리자 사건은 빠르게 수습 되었다.

던전의 스테이지를 해체하며 학생 들을 찾아냈고, 이내 모든 학생을

구출할 수 있었다.

협회 사람들은 학생들을 대피시키 는 과정에서 침통한 얼굴이 되었다.

던전 안에 목숨을 잃은 학생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어린 나이에. 쯧.”

사망자 8명, 부상자 2명.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마법 교육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남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협회의 조사가 시작되고 그 들은 던전 안에서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두 마인의 시체가 발견되었지만, 영상으로 확인됐던 ‘김혜찬’으로 위 장한 마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다.

그리고. 협회는 조사 과정에서 전 투 혼적만이 남은 의문의 현장을 발 견할 수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여기 전투 혼적이 남은 곳 말이야. 마인의 피만 있고 시체가 있던 흔적은 보이지 않잖 아.”

“여기서 김혜찬으로 위장한 마인이 전투했나 본데?”

“그러게. 누구랑 싸운 거지? 혼적 만 보면 꽤 격렬한 전투가 있던 거 같은데.”

“이서준 아니야?”

“아니야. 이서준은 아까 시체로 발 견됐던 마인만 상대했다고 했어.”

수사관들은 전투 흔적을 보고 마인 이 누군가에게 패배했을 것이라 짐 작했다. 당연한 것이 인간의 피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대단하네. 암 혹화를 사용하던 걸 보면 최소 A둥 급 이상의 마인이었을 텐데.”

“흠. 그나저나 이거 뭔가 박민예

사건 생각나는데.”

“아~ 나도 그 생각 했어.”

수사관들은 반년 전에 있던 ‘박민 예’사건을 떠올렸다.

학교에 숨은 마인을 처치.

그리고 마인 처치라는 큰 업적을 세웠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까지. 흡사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같은 자의 소행인가?”

늦은 밤. 나는 윤하영과 함께 학교 로 돌아왔다.

시간은 어느덧 밤 10시가 되었다. 사실 이것보다 딸리 돌아올 수도 있 었지만,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천천히 복귀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학교엔 많은 사람 이 남아있었다.

그중 대다수가 이번 사건을 취재하 려는 기자들과 학생들의 가족들일 것이다.

괜히 기자들의 눈에 띄면 귀찮은 일이 생길까 봐, 잠시 그들을 피해 한적한 공원으로 대피했다.

“여긴 좀 안전하려나.”

그때 아까부터 표정이 어둡던 윤하 영이 내게 말했다.

“선우야. 그거 들었어? 오늘 8명이 나 죽었대.”

“들었어.”

내 대답에 윤하영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마인들의 목적이 자신이라는걸 알 고 있는 이상, 그녀의 마음이 불편 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윤하영을 위로하고자 어 깨를 토닥여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네 잘못은 없 어.”

“……웅.”

알겠다는 대답이 들려왔지만 목소 리에 담긴 우울함은 여전했다.

평소 밝은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의 우울한 모습을 보니 나까지 기분이 안 좋다.

나는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윤하 영의 이마에 가벼운 딱밤을 때렸다.

“악!”

윤하영이 이마를 부여잡으며 의문 이 담긴 시선으로 나를 올려보았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이.

엄청 살살 때렸는데 오바는.

“그만 좀 우울해하라고.”

내 말에 윤하영이 나를 빤히 바라 보더니 꾹 입을 다문다.

얘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싶 어서 다시 손가락을 이마에 가져다 대자 윤하영이 화들짝 뒤로 물러섰 다.

“아! 정말. 알았어!”

윤하영이 내게 소리쳤다. 아까의 울적한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짓고 손을 다시

내렸다.

윤하영과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았 다. 윤하영은 가만히 밤하늘을 올려 보더니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내게 말했다.

“아, 맞다. 선우야.”

“ 웅?”

“오늘 네 마법에 마력이 느껴지지 않던데 그건 어떻게 한 거야?”

결국 그걸 물어보는구나.

다른 건 궁금해도 안 물어보더니 마법에 대한 궁금증은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특성이지.”

“특성?”

“웅. 네가 멸마의 힘을 다룰 수 있 는 것처럼, 나 역시 나만의 힘이 있 어.”

윤하영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의심이 담겼거나 하 지는 않았다.

애초에 특성이라는 힘이 그렇게 귀 한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소수 사람만이 다룰 수 있

는 특별한 힘 역시 잘 찾아보면 은 근히 많다.

“신기하다. 그런 특성도 있구나. 처 음 듣는데.”

“혼하지 않긴 하지.”

“그럼 아까 빛줄기는 뭐야? 보조계 마법 같던데. 그것도 꽤 고등급의.”

“맞아. 보조계 마법이야.”

윤하영이 놀라움이 담긴 눈으로 나 를 바라봤다.

“역시. 결계 해제 속도부터 뭔가 이상하다 느끼긴 했어. 결계 해제를 그렇게 잘하는데 다른 보조계 마법 을 못 다룬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

그러더니 혼자 심각한 표정으로 말 을 이었다.

“근데 부특기 치고는 속박 마법 위 력이 상당히 뛰어나던데…… 어? 설 마.”

혼자 열심히 추리하던 윤하영이 나 를 획 돌아봤다.

대체 저 작은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까, 나까지 긴장돼서 바라 봤다.

“사실 주특기가 보조계였구나!”

“엉?”

“아니, 결계 해제 능력이나 오늘 보인 속박 마법 보면 그것밖에 설명 이 안 되잖아. 거의 s등급 마법사 수준이었는데.”

나는 쓴 미소를 지었다. 상상력이 너무 대단해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표정 보니까 정곡에 찔린 표정이 네.”

“정곡은 무슨.”

“와. 근데 진짜 대단하다. 부특기인 발현계도 엄청 잘 다루잖아. 그리고 강화계도 잘 다루고.”

윤하영이 선망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저 황당함이 담긴 시선으로 그녀를 마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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