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씨익 웃었다.
“애초에 그러려고 여기 모이자고 한 거야.”
그 말에 윤하영이 살짝 놀란 표정 을 지었다.
“혹시 여기서 만나자고 한 게. 이 런 일이 일어날지 이미 알고 있던 거야?”
그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졌는데 아니 라고 말하기가 좀 그래서.
“뭐, 어느 정도는.”
“역시. 그렇구나.”
윤하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방법으로 마인의 습격을 알게 되었는지. 그런 것에 대해 궁금해할 법도 한데 그녀는 묻지 않았다.
“그럼 장소를 옮기자.”
원혁을 쓰러트릴 무대로.
그렇게 나와 윤하영은 다시 장소를 옮겼다. 지도와 마인 탐지 나침반을 이용해 원혁이 모습을 드러낼 장소 에 도착했다.
이곳은 왼쪽 스테이지 6.
넓은 홀이 있는 공간이다.
나는 윤하영에게 내 계획을 설명했
다. 윤하영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지시에 윤하영은 왼쪽에서 대기 했다. 나는 오른쪽 구석에서 아공간 안의 아이템을 점검했다.
이번에 원혁을 처치하기 위해 사용 할 아이템은 총 3가지이다.
부족한 마나를 채워줄 ‘마나 엘릭 서’.
포인트로 구매한 ‘상급 마력 은폐 의 비약’.
그리고 원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마인 탐지 나침반’까지.
슬쩍 나침반과 지도를 비교하며 살
피자 어느덧 원혁과 거리가 가까워 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슬슬 때가 되었다.
나는 마나 엘릭서와 상급 마력 은 폐의 비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동시에 쓰고 이상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그리고 대자연의 심장과 투쟁심을 발동했다.
“ 후우......
내 몸에 차오르는 힘을 잠시 느끼 다가 손 위로 내 최대한의 마력을 압축 구현했다.
환하게 빛나는 빛 속성 구체가 손 위에 일렁이기 시작했다.
“하......
원혁은 계속되는 숨바꼭질에 짜증 이 머리끝까지 치솟고 있었다.
갑자기 웬 방송 때문에 학생들이 전부 숨어버렸다.
심지어 ‘김혜찬’이 마인이라고 꼭 집어 말하는 바람에 자신만 보면 학 생들이 곧바로 도망쳤다.
물론 도망친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상황이 꽤나 귀찮게 홀러가고 있었다.
“……그래도 이곳 학생들은 전부 죽였군.”
각각의 장소마다 학생의 수는 정해 져 있다.
다음 학생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스 테이지를 공략해야 한다.
“정현, 그 녀석 때문에 계획을 망 쳤어.”
원래는 원혁의 잘못으로 계획이 망 가졌었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이라 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정현의 일 처리에 분노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길을 걸어 다음 스테이지에 도착했다.
복잡한 함정과 마법 수식이 가득해 벌써 머리가 아파왔다.
물론 이것 역시 정현이 해법을 그 에게 알려줬었다.
하지만 원혁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 았기에 이런 스테이지를 만든 정현 을 원망했다.
“말살 계획만 끝나면 정현 그놈부 터 죽일 테다.”
약 5분간의 고생 끝에 모든 수식 을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럼 스테이지 문을 열어볼까.
끼이익.
문이 열렸다.
그때였다. 원혁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순간 당황했다.
그의 눈앞에 거대한 마력을 머금은 마법 구체가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법 구체에는 그 어떤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마법이라니.
이게 가능한가?
그리고 본능적으로. 원혁은 빠른 판단을 내렸다.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피해로 맞아야 한다. 모든 마력을 사용해 호신강기 로 견뎌야 한다.
온몸이 박살 나는 한이 있더라도.
원혁은 자신의 모든 마력으로 호신 강기를 둘렀다.
이내 마법이 원혁의 몸을 크게 강 타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53화
정현은 원혁을 찾아 인공 던전 내 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지막 영상을 통해 원혁이 어느 곳에서 시작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이동할 동선을 예측해 그곳으로 계 속 걸었다.
스테이지 공략은 문제없었다. 애초 에 이 던전을 제작한 건 그였으니 까.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왜 이리 평화로워?”
인간의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 렇다고 다른 전투 흔적이 남아있다 거나 하지도 않았다.
2학년 말살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 지 않고 있다는 증거였다.
“큰일인데.”
[7 스테이지]
정현은 새로운 합류 포인트에 도착 했다.
주변은 둘러보자 여러 개의 문이 보였다. 그러나 열린 문은 고작 두 개였다. 역시 뭔가 이상하다.
그리고 정현은 본능적으로 깨달았 다.
침투된 마인 중 일부가 이미 당했 다는 것을.
아마 마인과 1:1로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만한 상대는 이서준과 유아 라, 그리고 김선우…… 정도.
하지만 그것도 B급 마인 한정이고, 다른 A급 마인은 이들이라도 상대 가 힘들 것이었다.
아, 이서준이라면 또 모르겠네.
“좋지 않네.”
만약 자신의 생각대로 마인들이 처 치당했다면, 계획에는 크나큰 차질 이 생긴다.
아무래도 계획은 실패다.
정현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획을 수정했다.
학생들이 숨어버린 이상 협회의 개 입 전까지 모든 학생을 말살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당장은 협회가 개입하지 못하 고 있다고는 하나 그것도 잠시뿐일 테니까.
그렇다면 원혁을 데리고 빠르게 이 던전을 공략해서 탈출해야 한다.
“원혁......
마음에 안 드는 꼰대 녀석이었지만 그는 몇 안 되는 S등급의 마인이었다. 마인의 전력을 위해 반드시 살 아야 한다.
마음을 다잡은 정현은 그대로 던전 공략을 시도했다.
……그렇게 다시 30분의 시간이 흘러.
정현은 인공 던전의 중심부에 도착 했다. 이쯤 되면 슬슬 원혁의 흔적 이 보일 때도 됐는데.
그때 였다.
쿠우웅……
어디선가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마치 거대한 마력 에너지가 무언가 를 강타한 것처럼.
“......뭐지?”
하지만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정도 울림이라면 분명 뭔가 느껴 졌어야 할 텐데.
정현은 순간 불안감을 느꼈다.
혹시 원혁이?
정현은 서둘러 뛰었다.
“크아아악——
주변에 먼지가 피어오르며 스테이 지 입구가 반쯤 무너져 내렸다.
원혁은 그곳에 깔린 채 고통 섞인 괴음을 내질렀다.
“크으으윽!”
녀석은 상체가 반쯤 날아간 채 나 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마주하며 마력을
끌어모았다.
“역시 S둥급인가.”
다른 마인이었으면 한 방에 끝났을 상황.
하지만 녀석은 죽지 않았다. 오히 려 분노에 찬 시선으로 나를 노려볼 뿐.
그래도 다행히 계획의 첫 단추는 제대로 맞췄다. 그렇다면 다음 계획 을 실행해야 할 때.
“윤하영!”
나는 다급하게 윤하영을 불렀다.
윤하영은 내 외침에 고개를 끄덕이
더니 곧바로 멸마의 힘을 발동했다.
후우우우 —!
그녀의 머리 위에서 새하얗게 빛나 는 점들이 하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내 점차 형태를 이루더니 거대한 화살의 모형으로 변했다.
원혁은 그것을 보더니 두 눈이 커 졌다.
“……예언의 아이?”
윤하영이 멸마의 힘을 구현하고 있 기는 하나 아직 부족하다.
상대가 S등급의 마인인 만큼 녀석
의 숨통을 제대로 끊기 위해서는 더 강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는 이 부족한 부분을 이서준이 메꿔 주었지만, 마인이 가진 ‘초재생능력’은 3분의 제한 시간 동 안 강해지는 나와는 최악의 상성이 었다.
그러니 윤하영이 더 큰 멸마의 힘 을 구현할 수 있게 시간을 끌어줘야 한다.
나는 마법을 다시 압축 구현했다.
손 위로 마력이 폭풍같이 휘몰아치 며 구체의 형태를 이루었다.
원혁이 나와 윤하영을 보더니 입꼬
리를 비틀었다.
동시에 녀석의 몸에서 엄청난 마력 이 뿜어졌다.
마인의 특성, ‘초재생능력’을 발동 한 것이다.
꾸득. 꾸드득.
피와 뼈. 그리고 가죽, 핏줄 등이 자라나며 사라진 신체의 부위를 빠 르게 채워갔다.
그 순간.
원혁의 신체가 사라졌다. 그의 목 표인 예언의 아이를 처단하기 위해 눈으로 좇기 힘들 만큼 빠르게 달려
나간 것이다.
그러나 녀석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다면, 따라갈 수 있게 하면 된다.
나는 순간 가속을 사용했다.
체감되는 시간이 느려지고, 녀석의 움직임이 또렷하게 보였다.
나는 압축된 마법 구체를 들고 녀 석을 향해 돌진했다.
원래라면 절대 쫓을 수 없는 속도 의 차이가 있었지만, 순간 가속의 힘은 그 차이를 메꿔 주었다.
그렇게 원혁의 손날이 윤하영의 목 에 가까워지는 그 순간.
나는 원혁의 품에 파고들어 마법을 방출했다.
파아아앙一!
“끄아아악!”
원혁의 몸이 뒤편으로 날아가며 벽 에 쾅! 하고 부딪혔다. 마법이 적중 한 부위에 다시 커다란 구멍이 생겨 났다.
원혁이 괴로움에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더니 나를 의문에 찬 시선으로 바라봤다.
순간 가속을 사용한 내 움직임에 많이 놀란 눈빛이었다.
“크윽! 이게 무슨……
나는 곧바로 재생되는 모든 마력을 쥐어 짜냈다.
후우우웅!
동시에 내 어깨 위로 수십 개의 마법이 구현되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녀석을 공격했다.
파앙一!
파앙一!
파앙一!
원혁을 향해 쏘아지는 수십 개의
마법 구체.
강한 마력이 담기지 않다는 걸 느 낀듯 원혁은 내 공격을 맨몸으로 받 아냈다.
하지만 작은 마법 하나하나에 마인 의 상성이라 할 수 있는 빛 속성이 담겨 있다.
데미지가 누적되면 녀석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크으윽! 너부터 죽여주마!”
과연 S둥급의 마인답게 원혁은 나 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내며 몸을 회복시켰다.
그리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원혁은 다시 나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생명력에 많은 마력을 소진 한 지금, 녀석의 움직임은 확연히 느려졌다.
나는 침착하게 두 번째 스킬을 발 동했다.
룬의 일족의 비전 마법.
룬의 속박.
우우우우웅!
바닥에서 뻗어지는 여러 개의 빛줄 기.
이내 그것은 목표의 팔과 다리를 빠르게 속박했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먹이를 속박하 는 거미처럼, 빛의 줄기는 원혁의 팔과 다리. 그리고 목과 허리를 감 쌌다.
“큭! 이건 또 뭐야?!”
원혁의 얼굴에 당황이 일었다.
무슨 이런 마법이 있냐는 듯한 표 정이다.
신기하긴 하겠지. 이 마법을 다루
는 자는 지금 이 세상에 나밖에 없 거든.
그때 내 신체의 마나가 급속도로 빠져나가며 현기증을 느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룬의 속박이 잡 아먹는 마나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대자연의 심장의 마나 회복으로도 버티기 힘들 정도니까.
“……크윽! 이게 대체.”
원혁은 자신의 몸을 묶는 빛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마력도 느껴지지 않고. 거기다 이
런 속박 마법까지.”
원혁의 시선이 나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 녀석 정체가 뭐야?!”
“선우야! 다 됐어!”
그때 윤하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완전한 형태의 멸마 의 화살이 허공에 떠오르고 있었다.
슬슬 한계였는데 딱 좋은 타이밍이 었다.
“날려버려!”
“응!”
윤하영이 원혁을 향해 손을 뻗었
다. 이내 멸마의 화살에서 미지의 마력이 뿜어지며 원혁을 향해 빠르 게 쏘아졌다.
“아, 안돼!”
원혁의 눈에 일순 두려움이 깃들었다.
이내 멸마의 화살은 원혁의 몸을 정확히 꿰뚫었다.
슈우우웅!
콰아앙----
강한 돌풍이 주변을 휩쓸었다. 나 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원혁의 최후를 지켜봤다.
멸마의 힘에 온몸이 불타며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S급 빌런, ‘원혁’을 쓰러트렸습니다.]
[인과율이 1.8 상승합니다.]
[‘S급 마인 처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S등급 레이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빛 속성을 이용한 S등급 마인 처 치에 성공하였습니다.]
[빛 속성 제어술 숙련도가 대폭 상 승합니다!]
[대자연의 축복 효과로 숙련도를 추가 획득합니다.]
[빛 속성 숙련도가 63% 상승합니
다.]
[표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승전보의 효과로 ‘초재생능력 (B)’ 을 획득합니다.]
“후우.”
메시지를 보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