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 게 다가갔다. 그때 유아라가 화염 구체를 구현해 백영의 발 앞을 향해 방출했다.
콰아앙-!
“으아앗! 야! 위험하게 뭐 하는 짓
이야?!”
“너야말로 위험하게 뭐 하는 짓이 야‘?”
“뭐가‘?”
“네가 마인인지 내가 마인인지도 모르는데 왜 가까이 오냐고.”
“뭔 소리야? 방송 못 들었어? 김 혜찬이 마인이라는 거? 내가 아니라 고.”
백영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 너 김혜찬 얼굴 모르는구나? 그럴 수 있……
그때 백영의 발밑이 다시 화염으로 폭발했다.
콰아앙-!
“야! 너 진짜!”
백영이 다시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유아라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 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바보야? 마인이 하나만 침투했 을 리가 없잖아. 1학기 때 테러 시 도하다가 실패한 거 못 봤어?”
자꾸 바보니, 뭐니 무시하는 말투 에 백영은 살짝 열 받았다.
“알겠으니까 마법 좀 그만 날려.”
그 말에 유아라가 다시 화염 구체 를 구현했다.
“너나 접근하지마. 수상해 보이니 까.”
이걸 어쩌지.
생각보다 유아라의 경계심이 깊어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냥 확 달려가서 공격해버릴 수도 없고.
다른 학생이었으면 손 위에 화염 구체를 무시하고 달려들었을 텐데 유아라의 마법을 무시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마력이 너무나도 강력했다.
거기다 통로도 좁아 만약 그녀가 진심으로 공격해 온다면 진짜로 위 험하다.
“쓰읍.”
경계심을 풀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내가 먼저 공격해버려?
백영은 결심했다. 먼저 공격하기로.
그렇게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하려 는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강력한 마력의 기운이 느 껴 졌다.
백영은 깜짝 놀라며 마력이 느껴지 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내 눈부신
무언가 번쩍이더니 그의 머리를 향 해 쏘아졌다.
그리고.
콰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백영의 머리가 폭발했다.
“......어?”
유아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 했다.
황급히 뒤를 돌자 익숙한 얼굴의 남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김선우?”
“어, 안녕.”
“뭐, 뭐야? 너 미쳤어? 마인인지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덜컥 죽여버리 면 어떡해?!”
유아라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김선 우는 평온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 더니 손가락으로 백영을 가리켰다.
“잘 봐봐.”
유아라는 김선우의 손가락을 따라 백영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바닥에 는 검은 피가 가득했다.
“......마인?”
유아라가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획 김선우에게 시선을 돌
렸다.
“뭐야. 마인인 거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딱 봐도 수상하잖 아.”
김선우의 말에 유아라는 황당함을 느꼈다. 단순히 수상해서 덜컥 죽여 버렸다고?
“……일단 하나는 처치했고.”
김선우는 혼자 조용히 중얼거렸다.
유아라는 그런 김선우를 빤히 바라 봤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김선우는 슬쩍 그녀의 눈을 보다가
뒤를 돌았다.
“암튼 난 이만 가본다. 어디 싸돌 아다니지 말고 조용히 있어. 여기 위험하니까.”
“뭐‘?”
김선우는 어디론가 걸어갔다.
유아라는 그런 김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야! 어디가!"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152화
시험 시작 후 2시간.
이서준은 이현주와 합류했다. 마인 이 투입되었다는 방송 이후로 아무 런 방송이 들리지 않았다.
정정 방송도 없었고, 그렇다는 건 이곳에 마인이 정말로 던전에 침투 했다는 이야기였다.
이서준은 문득 과거, 용병 체험 때 있었던 마인 사건을 떠올렸다.
그 당시 마인은 중간시험 때 대결
계를 해체한 ‘멸마의 힘’을 가진 자 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이서준은 대결계를 해제했 던 자를 알고 있었다.
바로 김선우였다.
‘설마 이번에도 김선우를 노리 고……
이서준의 표정이 자칫 심각해졌다. 이현주는 그런 이서준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표정이 갑자기 왜 그래?”
“아니, 1학기 때도 이것과 비슷한 일이 있었잖아.”
“아, 마인 테러 사건?”
“웅. 혹시 지금 일과 그때의 일이 연관되어 있지 않나 싶어서.”
“그렇지 않올까? 정확한 목적이 뭔 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마인들의 목적은 김선우일 확률이 높다.
“탈리 이동하자.”
그렇게 둘은 스테이지를 공략하며 앞으로 차근차근 나아갔다.
마인이 두려워 어딘가에 숨어있을 법도 했지만, 이서준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사람을 모아 마인이 쉽게 공격하지 못하게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복잡한 미로 같은 던전을 쭉 지나, 첫 합류 포인트에 도착했 을 때였다.
“아아악!”
어디선가 공포에 질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서준과 이현주는 서로를 마주 보 더니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빠 르게 달렸다.
소리의 근원지에 도착하자 두려움 에 찬 눈으로 바닥을 기는 한 학생
과 검에 피를 묻힌 채 천천히 따라 가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그가 뒤를 돌더니 이서준 을 바라보았다.
“너. 혹시 이서준인가?”
남자는 이서준을 알아본 듯 물었다.
이서준은 경계심에 찬 눈으로 남자 를 노려보더니 허리춤의 검을 뽑았 다.
“같은 검사로서 한번 싸워보고 싶 었는데 잘 됐군.”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예고도 없
이 돌진했다.
마치 섬광과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이서준은 마력을 담은 검을 휘두르 며 대웅했다.
캉!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서로의 검이 부르르 떨리며 힘 싸 움이 시작되었다.
남자는 이서준을 한번 밀치더니 다 시 검을 휘둘렀다.
후우웅!
이서준은 다시 검을 휘두르며 녀석
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하지만 이어 지는 변칙적인 공격에 이서준의 어 깨에 기다란 상처가 생겨났다.
“큭!”
“하앗!”
남자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서준은 이를 악물고 공격을 다시 막아 냈다.
그렇게 이어지는 검과 검의 격돌.
전투를 지켜보던 이현주는 물의 늑 대를 소환해 어떻게든 전투에 도움 을 주고 싶었지만, 이 둘의 움직임 이 워낙 격했기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았다.
“하아앗!”
그때 이서준의 기합과 함께 그의 검이 환한 빛을 내뿜었다.
마(魔)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빛 속성 검기, ‘시너지’가 발현된 것이다.
남자는 당황하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 빛 속성은 마인에게는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만큼 상성 이 좋지 않았으니까.
그때 이서준의 움직임이 폭발적으 로 빨라졌다.
마치 빛과 하나가 된 듯한 빠른 움직임으로 남자를 몰아세웠다.
“크윽!”
남자는 이서준의 검을 힘겹게 막아 내며 경악했다.
이게 학생 수준의 실력이라고?
아무리 천재라 해도 자신은 A등급 의 마인.
아직 새파랗게 어린 애송이를 상대 로 이렇게 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큭!”
그때 이서준의 검이 남자의 팔뚝을 스쳤다. 검은 피가 주르륵 흐르며 빛 속성에 의해 상처가 타올랐다.
“크악!”
한번 공격을 허용하자 남자의 몸은 한층 더 둔해졌다.
그리고 이서준은 그 기회를 놓칠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곧바로 자신의 모든 전력으로 몸을 회전하며 남자의 허리를 베었다.
휘웅—!
“……컥!”
남자의 배에 기다란 선이 그어졌다.
이서준의 검이 깔끔하게 남자의 몸 절반을 베어낸 것이다.
전투는 끝이 났다. 남자는 그대로
검은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휴.”
이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마 방학 전의 자신이었으면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훈련 강도를 높여 이루어 낸 성과였다.
“ 괜찮아?”
이현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서준에게 다가갔다.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웅. 괜찮아.”
그러더니 마인의 시체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던전에 마인이 있었네.”
“그러게. 거기다 꽤 강하던데.”
그때 이서준의 머릿속에 김선우가 떠올랐다.
“……맞다. 김선우.”
“ 웅?”
“김선우를 찾아야 해.”
“그게 무슨 소리야? 김선우가 왜?”
“따라와!”
이서준은 서둘러 앞으로 달렸다.
녀석들의 목적은 김선우.
그를 구해야 한다.
시험 시작 2시간.
2차 합류 포인트 앞.
나는 스테이지를 공략하며 빠르게 새로운 스테이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2차 합류 포인트에 도착했다.
1차 합류 포인트에서는 갈 수 없는 장소에 마인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2차 합류 포인트로 이동한 것
이었다.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마인 탐지 나침반’을 다시 구매했다.
1시간의 지속시간이 끝났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포인트 아까워 죽겠네.”
나침반 하나에 1만 포인트다. 이번 이 두 번째 구매니, 오늘만 2만 포 인트를 사용한 셈이다.
아까움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 에휴.”
한숨을 푹 내쉬곤 나침반을 다시 바라봤다.
나침반의 바늘은 서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긴가 보네.”
아까 쓰러트린 마인이 B등급이었 으니 남은 마인은 A 아니면 S등급 이다.
긴장감에 손끝이 살짝 떨렸다.
과연 서쪽의 마인은 누구일 것인가. 혹시 원혁이라면 확인만 하고 도망쳐야 할 텐데 도망치는 게 가능 하긴 할까.
그때 였다.
“......엉?”
휙휙.
서쪽을 가리키던 나침반 바늘이 갑 자기 방향을 꺾었다.
마인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얘기였다.
바늘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건 둘 중 하나의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다른 마인이 더 가까이에 오게 되었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가리키던 마인이 사망했다는 것.
그러나 던전 구조상 다른 마인이 갑자기 내게 더 가까워질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렇다는 건 마인 하나가 죽었다는 의미다.
“이서준이네.”
원작에서도 이서준은 A등급 마인 을 홀로 쓰러트렸었다.
지금이라고 못할 이유는 없겠지.
그렇다는 건 지금 던전에 남은 마인은 원혁 하나뿐이라는 거다.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피어올 랐다. 과연 내가 녀석을 성공적으로 죽일 수 있을까.
원작에서는 윤하영이 이곳에서 ‘멸 마의 힘’을 처음 각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 원혁을 아 주 기적적으로 처치하는 것까지 성 공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학생이 죽 고, 다쳤었다.
그러니 지금도 못 할 이유는 없다. 지금의 윤하영은 원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으니까.
나는 던전 내부 지도를 확인해 내 위치와 나침반이 가리키는 거리를 계산했다.
그러자 대충 원혁의 위치가 예상되 었다.
아직 시간 여유는 있다.
“그럼 가볼까.”
원혁을 죽일 검이 되어줄 윤하영을 만나러.
약 30분의 시간이 홀러, 나는 윤하 영을 만났다.
다행히 그녀는 약속 장소에서 잘 기다리고 있었다.
“선우야.”
던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알 고 있어서인지 그녀의 표정은 어두
웠다.
그리고 1학기 중간시험 때, 그녀는 마인에게 죽을 뻔한 경험이 있었다. 아마 그날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오 른 걸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그녀를 안심시켜주기 위 해 살짝 미소를 지어줬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도 스테이지 공략에 애먹 어서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어.”
“그래도 제때 와서 다행이네. 지금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지?”
“응. 1학기 때처럼 마인이 학교를
테러하려고 들어왔잖아.”
그러더니 작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나를 죽이기 위해서.”
윤하영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나는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 았다.
아마 그녀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죽이러 온 마인 때문에 많 은 사람이 죽을 위기에 처했으니까.
어쩌면 자기 때문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네 잘못은 없으니까 죄책감 갖지 마.”
내 말에 윤하영이 나를 올려보았 다. 그러더니 달라진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알았어.”
그러곤 내게 말했다.
“선우야. 내가 가진 힘이 마인에게 천적이라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럼 던전에 침투한 마인. 우리가 처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