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6화 (146/535)

그래서 그런지 사건이 좋게 끝났음 에도 내내 표정이 좋지 못했다.

나는 계속 괜찮다고 대답했다.

한세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버 지, ‘한대현’의 호출이 왔다며 한세 진과 함께 급히 사라졌다.

나는 혼자 남아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혼자 쭉 걸었다.

오늘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많 이 있었다.

거기다 엘린이 등장했으니 괜한 오 해를 일으키고 싶지 않으면 ‘룬의 속박’은 당분간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지.

“맞다. 권능 확인해야지.”

인과율 10이 쌓이며 해금된 권능.

어떤 능력이 나오더라도 웬만하면 100의 인과율이 쌓이기 전까지는 권능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기는 하나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권능]

차원 관측[인과율 10]

-당신이 경험한 모든 차원, 시간 대를 잠깐 관측할 수 있습니다.

“......관측?”

전혀 예상하지 못한 능력이 튀어나왔다.

늦은 밤. 검은색 고급 차량이 거대 한 저택 앞에 멈춰 섰다.

뒷좌석 문이 열리며 한세연과 한세 진이 걸어 나왔다. 그들의 표정은 어딘가 다급해 보였다.

그때 조수석에서 엘린이 따라 내렸다. 한세진은 그녀에게 시선을 돌리 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대기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한세진과 한세연은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엘린은 잠시 멈춰 서 그들의 뒷모 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슬쩍 주 변의 눈치를 살피곤 가까운 도로로 이동했다.

엘린은 작게 신음을 내며 양쪽 장 갑을 벗었다.

손과 팔에 그려진 문신처럼 그려진 마법진들이 상처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엘린은 크게 숨을 내쉬곤 품에서 특수 마력 진통제 5알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

일반 섭취량을 한참 초과한 양이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전부 삼 켰다.

그러곤 품에서 투명한 물약을 꺼내 손과 팔의 마법진에 뿌렸다.

치이이익……

“끄으윽!”

마법진 부위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끔찍한 고통에 엘린은 이를 악물었다.

“흐으..”

피부에 느껴지는 뜨거운 고통이 아

주 약간이나마 줄었다.

“후우.”

엘린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저택 담 장 벽에 등을 기댔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다 보니 마 음의 안정을 겨우 되찾았다.

“이제야 살겠네.”

엘린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다가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랐다.

보스의 여동생 일행으로 보이던 괴 상한 수염 녀석.

이름이 김진우라고 했던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만큼

엄청난 결계 해제 능력을 보여줬었다.

전투하는 모습을 보았을 땐, 강화 계나 발현계 마법사로 보였는데 결 계 해제 능력은 그 어떤 최정상 보 조계 마법사보다 뛰어났다.

“……진짜 뭐 하는 놈이지.”

룬의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로서, 일족의 거의 모든 비전 마법을 익힌 그녀였지만, 그런 자신조차 저렇게 까지 빠르게 결계를 풀어낼 수 없었다.

그건 상식을 뛰어넘는 속도였다. 만약 영상으로 보았다면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다.

“흐음.”

대체 뭐 하는 녀석일까.

혹시 녀석도 나와 같은 소수 일족 일까?

보통 그처럼 특이한 능력을 보이는 녀석들은 열에 아홉은 소수 일족인 데.

“근데 결계 해제와 특화된 일족이 우리 말고도 있던가.”

없다. 자신의 기억에 의하면 보조 계를 주력으로 삼은 일족은 룬의 일 족이 유일하다.

엘린은 문득 지금은 죽고 사라진 자신의 일족들이 떠올랐다.

이제는 희미해진 과거지만 가끔 꿈 에서 그들이 나왔다.

그녀는 자운에 의해 사라진 일족의 보물을 찾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신비’의 보물은 그렇 다 쳐도, 그녀가 지금 가장 급하게 찾는 보물은 바로 일족의 비기인 ‘룬의 속박’의 사용법이 적힌 ‘룬의 서’라는 책이었다.

그리고 어느 루트로 입수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책을 한성가가 소유하 고 있었다.

엘린이 한세진 밑으로 들어간 이유 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한세진은 마법사들에게 원하는 것 을 조건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엘린에게는 자신의 밑에서 3년간 충성을 바치면 룬의 서를 돌려주겠 다고 했다.

그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물론 한세진의 목표가 자운의 몰락 인 것도 있었고, 그녀 역시 자신의 일족을 멸족시킨 자운을 증오하고 있었기에 일단 조건에 수락했다.

귀찮지만 일족의 보물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엘린은 그렇게 밤하늘을 바라보다 가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냈다. 그리고 마법사 커뮤니티인 ‘마법사 의 숲’에 접속했다.

그리고 몇 달 전에 보았던 한 게 시글을 찾았다.

+마법사의 숲 익명 게시판+

[오늘 필드 보스 레이드 하는데 웬 빛의 줄기들이 나타나서 몇 초간 속 박함; 이거 무슨 마법임? 처음 보는 마법인데.]

비록 추측일 뿐이지만 자신이 아는 빛줄기를 소환하는 보조계 마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일족의 비기인 ‘룬의 속박’.

즉, 일족의 생존자가 있다.

밤 10시. 오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아공간에서 맥주 박스를 꺼내 냉장 고에 집어넣었다.

그레텔은 저 구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잠에서 깨지 않게 조용히 움직였다.

“후우.”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오늘 해금된 ‘권능’올 다시 확인했다.

[권능]

차원 관측[인과율 10]

—당신이 경험한 모든 차원, 시간 대를 잠깐 관측할 수 있습니다.

차원 관측.

말 그대로 내가 경험했던 차원을 잠시 관측하는 능력이었다.

내가 경험한 차원이라…….

내가 경험한 차원이라면 세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현재의 차원.

두 번째는 본래 내가 살던 고향의 차원.

마지막으로 이서준이 죽었던 이전 회차의 차원이다.

문득 원래 살던 차원에 관해 여러 궁금증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잘 지내실까, 현실의 나 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혹시 다른 존재가 나를 대신해 내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현 실의 내가 사라져서 부모님이 나를 찾고 계시진 않을까.

그런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런 사사로운 감정 때문

에. 10의 인과율을 사용하는 건 미

련한 짓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다 해도 지금

당장 내가 해결할 방법도 없었다.

오히려 남은 시간이 고통스럽기만 하겠지.

인과율은 무조건 아껴야 한다.

마지막 권능인 ‘데우스 엑스 마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아주 만약에.

내가 이 권능을 사용하게 될 때가 온다면…….

그건 원래 살던 차원이 아닌, 이서준의 죽음으로 리셋된 1회차의 차원 을 대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나는 가끔 의문을 느낀다.

1회차 때 이서준이 죽었던 그때.

이서준은 어떻게 죽었던 것일까.

뉴스에 의하면 이서준은 악룡과의 전투 중에 사망했다고 알려졌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일까?

1회차 때의 나는 사건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살아갔다.

그리고 스토리 전개 역시 원작 그 대로 차근차근 잘 진행되고 있었다.

만약 이서준이 죽을 정도의 큰 변 화가 생길 것이었으면 그전에 내가 눈치챌만한 변화를 느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당시 나는 그 어떤 변

화도 느끼지 못했다.

“흐음.”

하지만 그렇다고 이서준이 다른 이 유로 죽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문제가 커지는 것도 있었다.

만약 이서준이 나비효과가 아닌 다른 이유로 죽었다면.

대체 무엇에 의해 죽었다는 것인가?

“ 후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몇 가지 가설이 떠오르긴 하지만 너무 나 허무맹랑해서 금세 지워버렸다.

나의 헛된 망상이기를 빌어야겠지.

그래도 이 권능은 이서준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를 풀 수 있게 될 열 쇠가 될지도 모른다.

일단 상황을 더 지켜보자.

아직 내게 시간은 많이 남았다.

앞으로의 전개에서 무언가 수상함 이 느껴진다면, 그때 확인해도 늦지 않다.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던 그때.

스마트 폰에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한세연의 메시지였다.

[연락 늦어서 미안해요. 아버지가 오늘 갑자기 쓰러지셨대요. 지금은 안정되긴 했지만, 많이 위험했나 봐 요.]

한대현의 건강 악화.

한세연이 병을 고쳐보겠다며 일월 약학서를 연구하고 있지만, 그의 병 은 원작과 동일하게 악화되고 있었다.

뭔가 착잡한 감정이 들었다.

[전 신경 쓰지 말고 아버지 곁에 잘 있어줘요.]

답장을 보냈다. 딱히 호들갑 떠는 내용을 보내지 않았다. 나라도 침착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녀의 심적 으로도 안정될 수 있을 테니.

[네, 그럴게요. 고마워요. 그리고 당분간 신약 개발에 더 힘을 써야 할 것 같아요. 연락이 더 줄지도 모 르겠네요.]

[어쩔 수 없죠. 무리만 하지 마요.]

[네. 그래도 힘들 때마다 연락해도 되죠?]

그 메시지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세연 같은 사람도 힘들 땐 기댈 사람이 필요한 거구나.

[물론이죠.]

그렇게 답장을 하고는 스마트 폰을 내려놨다.

“ 에휴.”

주변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 니 괜히 내 기분도 안 좋아진다.

한대현의 죽음은 원작에서도 다뤄 질 만큼 운명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착잡한 기분이 든다는 건 그만큼 나와 한세연의 거리가 가까 워졌다는 이야기겠지.

부우웅.

그때 다시 한번 진동이 울렸다. 이 번에는 스마트 학생 수첩이었다.

[2학기 특별반 전체 공지]

[다음 주 수요일 특별반 첫 소집이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본관 5 층 503호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2학기 특별반 공지.

멤버는 아마 1학기 때와 크게 달 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변화가 하나 있다면, 최근 성적 상 승폭이 상당한 ‘윤하영’이 특별반에 새로 참여하게 된다는 정도.

이건 원작에서도 없던 전개였다. 윤하영이 특별반에 참여하게 되는 건 3학년 1학기부터였으니까.

나의 개입으로 일어난 변화 증 하 나라 할 수 있었다.

그때 였다.

때마침 윤하영에게 메시지가 도착 했다.

[특별반 공지 문자 왔당. 선우야 네 덕에 특별반에도 끼게 됐네 (꾸 벅 절하는 토끼 이모티콘)]

메시지를 보자 웃음이 나왔다. 음 성지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메시지에서 윤하영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

았다.

나는 메시지를 입력했다.

[아냐. 네가 열심히 해서 그런 거 지. 내가 요즘 뭘 했다고. 아무튼 조만간 멸마의 힘 훈련할 곳 찾아보 자.]

슬슬 윤하영을 신경 써줘야 할 때 가 왔다. 다음에 벌어질, 2차 마인 습격 에피소드가 이제 얼마 남지 않 았으니.

[응. (고개를 끄덕이는 토끼 이모 티콘)]

어두운 밤.

마법사관학교 토지에 새로운 건물 이 완공되었다.

몇 달간 정현이 진행해온 새로운 시험용 인공 던전이었다.

그리고 2학년 2차 중간시험의 메 인 시험의 무대가 될 장소이기도 했다.

정현은 흐뭇한 미소로 건물을 올려 보았다.

2차 중간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 데 다행히 늦지 않게 완성했다.

계획에 차질은 없다. 이것으로 마인의 위협이 되는 ‘예언의 아이’를 처단할 초석을 쌓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결과물을 감상하고 있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정현.”

정현은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평범한 얼굴의 학생이 팔짱 을 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원혁 님. 오셨습니까?”

원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더 니 신설 인공 던전을 올려보았다.

“드디어 완성되었군.”

“네, 설치된 장치, 함정. 모두 완벽 하게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수고했다. 계획이 잘 풀리면 왕께 서 큰 포상을 내려주실 거다.”

원혁의 말에 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 었다.

“학교생활을 잘 적웅하고 계십니 까?”

“잘 적응하고 지내고 있다. 내 타 고난 연기력에 아무도 나를 의심하 고 있지 않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원혁의 수상한 행동은 이미 2학년 B반 모두가 알 고 있었다.

미묘하게 전보다 좋아진 마법과 신 체 능력. 그러면서 확연히 줄어든 말 수까지.

김혜찬과 친하게 지내던 학생들도 갑자기 변했다며 그를 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원혁은 아무 문제도 일어나 지 않으니 잘 적웅하고 있다고 생각

했다.

“원혁 님, 이제 약속된 날까지 약 2주 정도 남았습니다. 앞으로도 이 렇게 수고 부탁드립니다.”

“훙. 자꾸 나를 못 믿는 눈치인데 걱정하지 마라. 어떤 일이 있어도 계획을 망칠 일은 하지 않을 테니.”

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언의 아이 처단 계획까지 남은 기간은 고작해야 2주.

계획이 틀어지는 일은 절대로 있어 선 안 된다.

“2주 뒤 2차 중간시험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보조 시험 없이 메인 시험 하나만을 볼 예정이다.”

월요일 종례 시간.

장안철이 학생들을 둘러보며 학교 의 일정을 전달하고 있었다.

“메인 시험은 알다시피 이번에 새 로 개설되는 거대 인공 던전에서 진 행될 예정이다.”

나는 슬쩍 창가에 시선을 돌려 새 로 완공된 거대 인공 던전을 바라보

았다. 신식 건물답게 혼자 외형이 깨끗해 눈에 띄었다.

“흐음.”

이제 2주밖에 남지 않았구나.

아마 뒤에 있을 2차 마인 습격 사 건은, 올해 학교에 있을 주요 사건 중 가장 크고 위험한 사건이 될 예 정이다.

“던전 룰은 간단하다. 모든 2학년 이 동시에 입장한다. 그리고 빠르게 던전을 공략하면 된다. 기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던전은 여러 갈래 의 길로 되어 있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나는 윤하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인들의 목적이 ‘예언의 아이’인 만큼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윤 하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게 무언가 대비를 해야 한다.

과연 마인들은 어떻게 쳐들어오려 나.

물론 원작의 전개를 알고 있었기에 놈들이 어떤 식으로 공격해올지는 대략 알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S등급 마인, 성진이 원작과 다르게 상당히 빨리 죽는 사건도 있 었고, 1학기 테러 때도 원작과는 그

방식이 조금 달랐다.

아마 이번에도 내 생각과는 조금 달라진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녀에게 이번에 일어날 사건을 미 리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도 있고, 그녀를 지키기 위한 어떤 장 치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도 있다.

“공략 도중 동료를 구해 함께 던전 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중간중간 팀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스테이지 도 등장할 예정이니.”

내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자 내 시

선을 느꼈는지 윤하영이 나를 바라 보았다.

그러더니 귀엽게 입 모양으로 내게 말했다.

‘왜?’

나 역시 그녀를 따라서 입 모양으 로 대답했다.

‘이따 얘기 좀 하자.’

마법사관학교의 모든 수업이 끝난 저녁 7시.

최서윤과 송승아는 2차 중간시험 공부를 위해 교내 커피숍에 와 있었다.

송승아는 안경을 낀 채 열심히 공 부했지만, 최서윤은 아까부터 수심 에 찬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끙……

“거참 아까부터 끙끙 시끄러워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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