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근데 너 경호하러 왔냐?”
자꾸 반말 까길래 나도 말을 깠다. 그리고 김선우 신분도 아니고 김진 우 신분인데 쟤가 먼저 말 깟으니 상관없겠지.
엘린은 달라진 내 말투에 잠시 당 황한 시선으로 나를 보더니 입을 열 었다.
“……엉? 어어. 맞아.”
“그러냐? 뭐, 열심히 해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움직일 때가 되었다. 오늘 사 건이 언제 터질지 모르니 미리 대비 해야지.
그렇게 한세연을 찾아 장소를 옮기 려는 때였다.
두근.
순간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를 향한 살기.
이내 여러 개의 마력이 동시에 느 껴지더니 내 뒤에서 누군가가 검을 휘두르며 기습했다.
후우웅!
나는 가볍게 몸을 꺾으며 녀석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재빠르게 녀석의 목을 낚아챘다.
“아악!”
“너 뭐야?”
녀석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나와 엘린은 서로를 마주 보다가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샤아아악-
20명쯤 되어 보이는 가면 쓴 괴한 들이 파티장에 난입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저들이 이번 사건 의 주요 빌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한발 늦었나?
—진입해라.
놈들은 마력을 이용해 빠르게 주변 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비명 을 내질렀다.
“으아악!”
“경비! 경비 어딨어?!”
뒤늦게 상황 파악을 끝낸 경비 요 원들이 개입했지만, 그들을 막아내 기엔 실력이 부족했다.
내 생각보다 괴한들은 더 강했다. 인물 간파로 보아하니 등급은 C부 터 A까지 다양했다. 인원수도 생각
보다 훨씬 많았다.
원작에서는 작은 사건처럼 다뤄졌 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것 역시 나비효과의 일 종인 걸까.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한세 연이었다.
맞다. 한세연은 지금 어디에 있지?
아까 한세진을 따라가고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들이 노리는 건 한세진.
어쩌면 한세진의 친동생인 그녀에 게도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괜히 긴장감이 들었다. 혹시 그녀 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나는 목을 낚아챈 녀석의 배에 마 법 구체 한 방 날려주고는 두 다리 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리고 빠르게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달렸다.
파앗!
엘린은 내 움직임에 살짝 놀라더니 내 뒤를 따랐다.
중간중간 괴한들이 내 움직임을 보 고는 공격을 시도했지만 나는 침착 하게 녀석들을 하나하나 쓰러트렸다.
최근 최일현과의 실전 전투 훈련으
로 감각이 날카로워진 덕에 더 빠르 게 녀석들을 쓰러트릴 수도 있었다.
“크아악!”
-한세진 발견했다!
— 3 홀이다!
3홀?
한세진이 3홀에 있다는 건 한세연 도 그곳에 있을 확률이 높다.
엘린도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곧바 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3홀이라 적힌 장소에 도착했다.
입장하려는 순간 결계가 펼쳐졌다.
녀석들이 미리 설치형 결계를 준비 해온 모양이다. 아주 계획적이다.
“쳇.”
“나와.”
내 뒤에 있던 엘린이 나섰다. 룬의 일족은 보조계에 특화된 일족이다.
결계 마법이 보조계에 속해있는 이 상 이런 급조된 결계 쯤은 순식간에 풀어내겠지.
하지만 지금은 1초가 급박한 상황.
룬의 일족이 아무리 보조계에 특화 되어 있다 해도 외부자의 혜택을 따 라오지는 못한다.
나는 엘린의 어깨를 잡았다.
“비켜. 내가 풀게.”
내 말에 엘린이 눈을 찌푸렸다.
“나 보조계 마법사야. 이 정도 결 계 2분, 아니 1분이면 풀어.”
“난 30초도 안 걸려.”
“뭐? 그게 무슨……
엘린이 황당해하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앞장서서 바 닥에 마력을 주입했다. 바닥에 푸른 빛이 뿜어지고 결계 전체가 빛나기 시작했다.
나는 침착하고 빠르게 결계를 이루 는 마력의 근원지를 찾아 수식을 고 쳤다.
결계 해제도 몇 번 하다 보니 전 보다 훨씬 능숙하게 풀어낼 수 있었다.
내 옆에서는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 듯 경악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정말로 30초 안에 풀어 낸다고……?”
[등장인물 ‘엘린’이 당신의 능력에 경악합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후우우웅……
결계는 점차 형태를 잃어가더니 20초쯤 지나자 완전히 무너졌다.
“됐다.”
나는 별 일 아니라는 둣 다시 앞 으로 쭉 달렸다. 엘린은 멍하니 서 서 나를 보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뒤늦게 따라왔다.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계속 달 리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
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한세진과 그를 지키고 있는 충실한 부하, 곽병진이었다.
곽병진은 흔자서 6명의 괴인을 상 대하고 있었다.
온몸에는 상처가 가득해 아슬아슬 한 모양새였다.
대충 봐도 강해 보이는 마법사들이 꽤 섞여 있는데 어떻게 긴 시간을 혼자 버틴 건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때 내 뒤의 엘린이 장갑을 벗었다. 장갑을 벗자 그녀의 손에 문신
처럼 그려져 있는 여러 개의 마법진 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내 마법진에 푸른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엘린은 고통스러운 듯 눈을 찌푸렸다. 신체에 마법진을 그려서 사용하 는 것은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을 동 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 엘린이 저러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겠지.
그때 마법진의 빛에 반웅한 둣 괴 인들이 서 있던 바닥에서 빛이 뿜어 졌다.
이내 빛의 고리가 생성되더니 그들 의 몸을 속박했다.
“이, 이게 뭐야?!”
“끄아악!”
하지만 마법진 문신의 위력에 신기 함을 느낄 여유는 없었다.
나는 서둘러 주변을 둘러봤다.
한세 연은?
한세연은 어디에 있지?
나는 서둘러 홀 내부를 둘러봤지만 정작 한세연은 보이지 않았다.
한세진이 여기서 죽든 말든 그건 나에게는 중요한 게 아니다.
죽으면 오히려 빌런 하나가 처치되 는 셈이니 내게는 더 좋은 상황이었다.
“쓰읍.”
나는 다시 한세연을 찾아 자리를 이동했다. 아마 이 홀 어딘가에 있 을 게 분명했다.
그때 다시 한번 어디선가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 에 그곳으로 달려갔다.
“……찾았다.”
장소에 도착하니 마력을 뿜어내는 괴인 한 명과 그 맞은편에 선 한세 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아하니 아직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괴인은 내가 지켜보는지도 모른 채 한세연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나는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갔 다. 그리고 발에 마력을 힘껏 담아 녀석의 옆구리를 강하게 찼다.
퍼억-!
“끄아아악!”
동시에 녀석의 몸이 벽으로 날아가 며 강한 굉음을 울렸다.
“지, 진우 씨?”
나를 부르는 한세연의 목소리가 들
렸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 괜찮아요?”
내 물음에 한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겁을 먹었는지 얼굴이 창백했다.
“다친 곳 없죠?”
“네, 네. 없어요.”
“휴.”
하마터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뻔했다.
“크으윽. 네놈!”
나는 괴인을 바라보았다.
방금의 충격으로 녀석의 가면이 벗
겨져 맨얼굴이 보였다.
나는 인물 간파를 사용해 녀석의 마력 등급을 확인했다.
마력 등급 A?
생각보다 상대방의 등급이 높았다. 가면의 생김새도 다른 괴한들과 다른 것이 혹시 저놈이 리더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긴장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직 제대로 된 A둥급의 빌런을 상대해본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하지만 두렵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도 꽤 성장했다. 내 모든 능력을
사용한다면 A등급 빌런도 충분히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 이건 기회다.
마침 ‘승전보’ 효과가 오늘 돌기도 했고 A등급의 적 상대로 사용해보 고 싶기도 했으니까.
“한세연 씨, 안전한 곳에 숨어 있 어요. 아니다. 이 근처에 있어요. 여 기가 더 안전하겠네.”
“아뇨. 진우 씨, 같이 여기서 피해 요.”
한세연이 굳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걱정해주는 말에 미소가 지어졌다.
“금방 끝낼게요.”
그렇게 말하곤 눈앞의 적을 바라봤 다.
[사용 효과, ‘숭전보’ 효과를 발동 합니다.]
[표적 대상은 ‘김진택’입니다.]
[표적과의 전투에서 승리 시, 무작 위로 추가 능력치, 혹은 특성을 얻 습니다.]
……그럼 해볼까.
나는 품에서 마나 엘릭서를 꺼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쓴맛에 눈이 찌푸려졌다.
[‘증폭된 마나 엘릭서’ 효과로 5분 간 마나 회복 속도가 500% 증가합니다.]
[약성 증폭의 효과로 약의 효능과 지속시간이 20% 상승합니다.]
그때 녀석이 화염의 창을 구현하더 니 내게 속사했다.
반 타이밍 빠른 구현과 방출이었기
에 보통이라면 피하기 힘들었겠지만 나는 최근 순발력 능력치가 상당히 높아진 상태였다.
공격을 읽고는 빠르게 몸을 꺾어 녀석의 공격을 피해내었다.
콰앙-!
화염의 창은 내 뒤의 벽에 부딪히 며 폭발했다.
“ 쳇.”
녀석은 내 움직임을 보더니, 혀를 찼다.
그러더니 다시 마법을 구현했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었다. 5개의 화 염의 창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문제는 내가 피한다고 전부 해결되 는 게 아니었다.
어쩌면 한세연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었다.
결국 나는 이번에 새로 연습한 ‘장 막’을 펼쳐 마법들을 막아내었다.
장막은 마나 소모량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지만 지금 엘릭서가 있었기에 충분히 유지할 수 있었다.
“제법이군.”
녀석이 내 움직임을 보고는 중얼거 렸다.
나는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동시에 사용했다.
굳이 시간을 끌어서 좋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을 발 동합니다.]
[사용 효과, ‘투쟁심’을 발동합니다.]
능력을 사용하자 어마어마한 힘이 내 몸에 쌓이기 시작했다.
거기다 마나 엘릭서의 효과까지 있
어 지금의 나는 거의 무한의 마나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내 변화를 느꼈는지 상대의 표정도 잠시 굳었다.
나는 앞으로 빠르게 쇄도했다.
파앗-!
마치 빛이 번쩍하듯. 나는 녀석의 코앞까지 한순간에 다가갔다.
A등급의 마법사답게 빠르게 불기 둥을 소환하며 내 접근을 막아내려 했고.
그 순간 ‘순간 가속’을 발동했다.
동시에 주변 모든 것들이 느리게
체감되며 불기둥의 솟아오르는 움직 임이 전부 보였다.
나는 재빠르게 옆으로 피해 녀석의 둥 뒤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곧바로 마법을 구현했다.
후우우웅……
마력이 휘몰아치며 내 손 위로 압 축되기 시작했다.
그때 순간 가속의 짧은 2초가 끝 이 났다.
주변의 체감시간은 원래대로 돌아 왔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내게 유 리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완벽한 뒷 포지션.
내 손 위에 압축 구현된 마법.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나는 마법 구체를 그대로 녀석의 몸에 가져다 댔다.
무방비한 상태였기에 내 공격을 피 할 순 없었다.
그리고 마법을 방출했다.
콰아아앙-!
“끄아아아악!”
귀를 찌르는 녀석의 비명.
동시에 눈앞에 수많은 메시지가 떠 올랐다.
[A급 빌런, ‘김진택’ 처치에 성공했 습니다.]
[인과율이 0.75 상승합니다.]
[인과율이 10이 되었습니다.]
[권능이 하나 해금되었습니다.]
[표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숭전보의 효과로 근력이 0.2, 마력이 0.2, 마력 제어 능력 숙련도가 3% 상승합니다. 마력 증폭이 5%
상승합니다.]
나는 멍하니 메시지를 살펴보았다.
뭔가 생각보다 메시지가 길었다. 쭉 살펴보는데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바로 인과율이 10이 되며 권능이 해방되었다는 것.
“진우 씨 괜찮아요?”
그때 한세연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번뜩 정신을 차리며 한세연을 바라봤다. 한세연 은 다친 곳이 없나 내 몸을 살펴보 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나 다급해 보였다.
“네, 괜찮습니다.”
오늘 있었던 사건은 빠르게 진압되 었다. 특무팀이 출동하였고, 엘린이 속박 마법을 이용해 괴인들을 전부 묶어놨기에 전부 체포되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알던 원작 의 상황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원작에서는 ‘테트라’라는 범죄 조 직 한 곳에서 습격해온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여러 범죄 조직이 연합하
여 한세진을 노린 것이었다.
아무래도 일이 커진 원인은 한세진 이 원작보다 더욱 이곳저곳을 들쑤 시고 다녔기에 생겨난 결과인 모양 이다.
그 원인 중에는 나의 개입으로 인 해 한세연의 입지가 상승한 것이 한 몫하지 않았을까 예상했다.
그리고 이번에 수많은 괴인을 제압 하며 엄청난 활약을 보인 ‘엘린’은 특무팀과 몇몇 기자들의 시선을 확 끌게 되었다.
물론 나도 그들의 레이더망에 들어 왔지만 엘린의 활약이 워낙 뛰어났
던 만큼 그녀에게 조금 묻히는 감이 없잖아 있기는 했다.
오히려 기자들은 내 활약보다는 한 세연과의 관계에 궁금중이 많아 보 였다. 자꾸 이상한 쪽으로 엮어서 질문을 하는데 괜히 이상한 방향으 로 기사를 쓰진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오늘 고마웠어요.”
한세연은 내게 거듭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괜히 파티에 가자고 해서 자기 때 문에 안 좋은 일에 휘말렸다고 생각 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