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4화 (144/535)

그리고 월요일 저녁 8시.

모든 수업과 개인 훈련을 마친 이서준은 다목적 훈련장 3충의 ‘실전 지도실’로 향했다.

3층에 오르자 멀리서 거대한 굉음 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서준은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창가로 보아하니 김선우와 최일현 이 한참 1:1 전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투를 보자 이서준 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 지도 잊고 전투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후웅!

김선우는 아까부터 체술만을 이용 해 최일현을 상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발현계 마법은 사용하지 않고 체술만 사용하라고 지시를 받 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움직임이 상당히 좋았다.

저번 대장전에서 상대했을 때보다 전체적인 힘과 체력. 그리고 순발력 등이 더 발전해 있었다.

뭘까.

설마 몇 주 사이에 또 저렇게 성 장한 걸까. 아니면 저번 대장전에서 보였던 실력이 본 실력이 아니었던 것일까.

둘 중 무엇이 진실이든 간에 이서준 입장에서는 조금 섬뜩하다는 기 분이 들었다.

역시 김선우는 뭔가 특별하다.

금요일에 했던 대화도 뭔가 의미심 장했고. 대체 1학년 때는 이런 실력

을 보여주지 않았던 걸까. 정말로 미스테리한 녀석이다.

그렇게 혼자 정신이 팔린 사이.

“왔냐?”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 쩍 들었다.

다른 생각에 빠져 있던 사이 김선 우가 자신의 앞에서 땀을 닦으며 물 을 마시고 있었다.

“뭐냐? 이서준이냐?”

뒤에서 최일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서준은 실내 안으로 들어와 최일 현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입을 열 었다.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최일현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 더니 다시 말했다.

“이윤경에 대해 물으러 왔군.”

최일현이 먼저 말하자 이서준이 살 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김 선우의 눈치를 한번 살폈다.

김선우는 궁금한 것을 물으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유령의 섬에서 무언가를 봤나 보네.”

“네. 그리고 그곳에서 최일현 님의

모습도 봤습니다.”

“역시. 근데 어쩌지? 내가 해줄 얘 기는 없는데.”

최일현의 귀찮다는 듯 귀를 파며 말하자 이서준이 눈을 찌푸렸다.

“왜죠?”

“걔 얘기를 별로 하고 싶지 않아. 딱히 좋은 추억도 아니고. 그리고 네게 이야기해줄 의무도 없어.”

이서준이 잠시 입을 다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와 뭔가 관계가 있긴 한가 보네

요.”

최일현은 수염으로 까칠까칠한 자 신의 턱을 만지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있기는 하지.”

그 이후 이서준은 자신이 조사한 것과 추리한 것을 전부 말했다.

이윤경의 사망 날짜와 신비가 엮인 게 아니냐는 것. 그리고 자신의 가 족에 대한 의문까지.

이서준의 이야기를 들은 최일현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기까지 조사하다니. 추리도 꽤 좋았다.”

최일현이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 영감탱이가 진짜로 날 죽일지 도 모르거든.”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대신, 이건 알려주마.”

최일현이 이서준의 눈을 똑바로 바 라봤다.

“이윤경이 네 어머니가 맞다. 그리 고. 신비는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 도 가능하다.”

최일현과의 대화를 마친 나와 이서준은 어두워진 복도를 걷었다.

“결국 네 추리가 맞았네. 그 사람 이 내 어머니라는 거랑 신비가 개입 되었다는 거.”

“거봐. 내가 뭐랬냐?”

“네 덕에 뭔가 한 발짝 앞으로 나 아간 기분이야.”

이서준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중 얼거렸다.

“그나저나 최일현 마법사님이 하신

말. 내 어머니…… 그러니까 이윤경 이 되살아났다는 이야기일까?”

이서준의 물음에 나는 대답하지 않 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하기 에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

“그렇다면 내 어머니는 아직도 살 아있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몰라. 근데 너무 확정 지어서 판 단하지는 마. 가능성은 다양하게 열 어둬야지.”

“그렇긴 하지.”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도 가족 없지?”

“응?”

“예전에 어디서 주워들은 적이 있 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 크 게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너는 가족 안 궁금하냐?”

이서준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 다.

궁금하다.

현실의 부모님. 잘 지내실까.

“ 별로.”

“왜? 궁금할 법도 한데.”

“난 안 궁금해.”

“에이, 너도 도와줬으니까 나도 도 와……

“안 궁금하다고.”

내가 단칼에 잘라 말하자 이서준이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그래.”

토요일 저녁 5시. 드디어 한세연과 의 약속된 날짜가 찾아왔다.

함께 입장하기 위해 한세연이 미리 알려준 장소로 이동했다. 한세연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이었다.

문을 열자 한세연이 반갑게 맞이했다.

“진우 씨!”

마치 오랜만이라는 둣 방긋 웃으며 다가왔다.

집에서만 입고 있는 그녀의 편안한 옷차림을 평소에는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뭐 하는데 집까지 불러요.”

내 말에 한세연이 웃었다.

“주변에 보는 눈이 있는데 좀 잘 보여야죠. 세팅도 하고.”

그럴 필요까지 있나?

그때 한세연의 눈이 살짝 놀란 눈 으로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았다.

“......어?”

“왜 그래요?”

“키가 좀 큰 거 같은데.”

“아. 키요?”

혹시 이런 얘기가 나올까 봐 미리 핑계를 준비해오긴 했다.

“좀 특별한 훈련 받았더니 골격이 좋아졌어요. 전투 교정 훈련이라

고……

“그런 것도 있어요?”

“네. 마법 훈련법은 다양하니까.”

근데 진짜로 있긴 하다. 효과가 드

라마틱하지 않아서 그렇지.

“완전 처음 들어보는데.”

“검색해 보시든가.”

그때 한세연이 내게 다가왔다. 의

심 가득한 눈빛으로.

“머리…… 만져봐도 돼요?”

“네, 만지세요.”

한세연이 손올 뻗어 내 머리를 만

졌다. 그러다가 아주 약하게 내 머 리를 잡아당겼다.

“……머리는 진짠데.”

그러더니 이번엔 발뒤꿈치를 들어 서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

순간 한세연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당황했다.

“킁킁.”

한세연은 내 머리 냄새를 맡더니 다시 뒤로 나왔다.

“……염색약 냄새도 안 나고.”

포인트 상점을 이용해 머리 색을

바꿨으니 당연히 냄새가 안 나지. 이건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다.

근데 이 상황 뭔가 부끄럽네.

머리 제대로 감아서 다행이다.

“흐으음. 뭐지?”

한세연이 턱을 매만지며 나를 바라 보았다.

“혹시 수염 만져봐도 돼요?”

“안 돼요.”

“그럼 안경 벗어봐요.”

“싫어요.”

“칫

한세연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가 궁금한 건데요.”

“……아니에요. 아. 진우 씨 이거 받으세요.”

한세연이 내게 종이 가방을 내밀었다.

“옷 선물이에요. 진우 씨한테 어울 릴 만한 거로 직접 골랐어요. 이거 입고 파티장 가요.”

“또 옷 선물을.”

나는 한세연에게 옷을 받았다.

역시 한세연의 선물답게 고급정장 이었다.

그 외에 시계 같은 액세서리와 구 두도 있었다.

그리고 웬 영약도 챙겨놨다. 그렇 게 상등품은 아니었지만, 이것도 시 중에는 어마어마한 값에 팔리겠지.

나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영약을 사탕 까먹듯이 먹었다.

마력이 미세하게 상승했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나와 한세연 은 사이좋게 파티장에 도착했다.

장소는 기현 문화예술재단.

한성그룹만큼 거대하진 않지만 대 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기현

그룹’ 계열의 재단이었다.

보아하니 한세연이 말한 대로 선구 자의 밤처럼 큰 규모로 진행되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과거에 기현 예술재단 에서 하는 행사 중에 어떤 사건이 터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혹시 오늘이던가?

“우리 구경해요.”

한세연이 내 팔을 잡고 안으로 이 끌었다. 다양한 미술품들이 눈에 들 어왔다. 그렇게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니라 즐거워하는 한세연을 보는 재미로 있었다.

한세연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그 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나 를 보더니 얜 누구지? 라는 시선을 보낸다.

그때마다 한세연이 내 소개를 하는 데 의외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아~ 그 김진우 마법사님이시구나. 잠깐 유명했었잖아요. 여러 사건도 해결하고.”

[‘문화생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그리고 이런 뜬금없는 업적도 달성 했다.

그렇게 한세연과 알코올 낮은 맛 없는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데 멀리 서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세연아.”

“오빠?”

한세진이었다. 그러더니 한세진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 그…… 김진우 마법사님! 하 하. 이름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랜만 에 뵙네요.”

한세진이 내게 악수를 청했다. 나 도 그의 악수를 받았다.

“세연이랑 같이 오신 건가요?”

“네, 맞습니다.”

딱히 숨길 이유는 없어서 그렇게 대답했다.

“흐음. 세연이가 비즈니스가 아니 면 이렇게 잘 어울리지 않는데.”

한세진이 웃으며 말하자 한세연이 끼어들었다.

“뭐라는 거야.”

“아, 세연아 잠깐나 좀 따라와라.”

“웅?”

“인사드릴 분이 계셔서.”

한세진의 말에 한세연이 내게 시선 을 돌렸다.

나는 다녀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금방 올게요.”

그 말을 끝으로 한세연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음식을 먹다 가 빈 벤치에 앉았다.

“벌써 피곤하네.”

그때 내 옆에 누군가 따라 앉았다.

붉은 머리를 뒤로 묶은 정장을 입 은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얼굴은 혼

혈로 보였다. 한국인과 백인 혼혈 느낌.

그나저나 붉은 머리하니까 생각나 는 사람이 있는데. 손에 장갑 낀 모 습도 그렇고.

“뭘 봐?”

그때 여성이 나를 바라봤다.

저 싹수없는 성격까지 원작과 그대 로다.

“아뇨. 머리 색이 이쁘네요.”

“……흥.”

칭찬에 기분이 나쁘진 않은지 조용 히 웃는 모습이다.

나는 그녀에게 인물 간파를 사용했다.

이름 : 엘린

나이 : 26

종족 : 인간 상태 : 평안 마력 등급 : S-관심도 : 0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엘린.

자운이 멸족시킨 룬의 일족의 유일 한 생존자다.

눈앞의 상대가 룬의 일족인 엘린인 것을 확인하자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엘린이 행사장에 왔다는 것.

그것은 원작과 같이 이곳에서 사건 하나가 벌어진다는 뜻이었다.

그 사건은 바로 한세진을 노리는 마법 범죄 조직의 등장.

과거에도 이날 엘린이 범죄 조직의 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며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오늘 사건을 일으킬 범죄 조직의 이름은 ‘테트라’.

자운 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나름 이쪽 분야에서는 악명 높은 조직이 었다.

이들이 한세진을 노리는 이유는 하 나다.

한세진이 최근 자기 휘하의 정예 마법사 팀을 테스트한다며 몇몇 범 죄 조직들을 박살 내고 다녔기 때문 이다.

그 결과 한세진은 수많은 마법 범 죄 조직들의 원한을 사게 되었고,

당분간 그의 주변에는 이런 위험한 사건들이 자주 터지게 될 것이었다.

물론 이것을 계기로 한세진은 범죄 조직들을 하나둘씩 흡수하며 점점 세력을 키우기도 한다.

한세진이 중반부의 진정한 ‘빌런’ 으로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으음〜.”

그때 옆에서 엘린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고개를 돌리니 엘린이 행복한 표정 으로 접시 위의 고깃덩어리를 포크 로 찍어 먹고 있었다.

그때 내 시선을 느꼈는지 엘린이

고기를 씹으며 나를 바라봤다.

“뭘 봐 자꾸.”

“아뇨. 맛있게 드시길래.”

“관심 끄시지?”

“관심 두든 말든 그건 내 마음인 데.”

“……흠. 그렇긴 하지.”

엘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포크로 고기를 집어 먹었다. 그러더니 다시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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