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석을 덜 모아서 열심히 뛰어야 하 거든요. 선배님도 수고하……
“어? 뭐야?! 벌써 헤어지는 거 야?!”
그때 송승아가 최서윤의 말을 자르 며 소리쳤다. 최서윤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헤어져야지. 마석 얼마 모으 지도 못했는데.”
“아, 싫어. 무섭단 말이야. 진짜 가 기 싫다는 거 억지로 끌고 와놓고!”
송승아가 버럭 화를 냈다. 최서윤 도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었다.
대화를 지켜보던 이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잠깐 동행할래?”
“그래도 돼요?”
“응. 상관없어. 너도 상관없지?”
이서준이 이현주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현주는 최서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웅. 상관없어.”
동행이 허락되자 송승아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헤헤. 방해 안 되게 조용히 있을 게요!”
그렇게 갑작스러운 동행을 이어나
간 이들은 다시 숲을 걷기 시작했다.
이서준이 앞장을 섰고, 그 뒤로 송 승아가. 또 그 뒤로는 최서윤과 이현주가 나란히 걸었다.
이현주는 앞의 이서준과 송숭아의 눈치를 살피다가 최서윤에게 조용히 말했다.
“……너 근데 요즘 서준이 안 찾 네.”
“네?”
뜬금없는 말에 이현주를 바라봤다.
“너 전에는 서준이 따라다녔잖아.”
“……아닌데요.”
“발뺌하기는. 혹시 다른 사람이라 도 생겼어?”
이현주가 팔꿈치로 최서윤의 옆구 리를 쿡쿡 찔렀다. 최서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그들은 숲을 지나 새로운 장소에 도착했다.
넓은 평지. 그리고 거대한 바위가 있는 마치 유적지라도 나올 것 같은 장소였다.
그리고 그곳에 익숙한 얼굴의 남녀 가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최서윤은 그들을 보고는 순간 심장 이 덜컥 뛰었다.
“오. 김선우랑 유아라네.”
이서준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왔냐?”
김선우는 여태 기다렸다는 듯한 말 투로 말했다.
“뭘 왔냐야. 누가 보면 여기서 만 나기로 약속한 줄 알겠네.”
이서준의 장난 섞인 말에 김선우가 미소를 지었다.
“근데 너네 싸웠냐? 표정 왜 이리 심각해?”
이서준이 유아라의 표정을 보며 물 었다. 최서윤은 그 말에 유아라의 표정을 살폈다. 정말로 싸우기라도 한 것인지 그녀의 표정은 심각했다.
“몰라도 돼.”
“……뭐. 그래.”
그때 김선우의 시선이 최서윤을 향 했다.
“최서윤도 있네. 동행이야?”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최서윤은 서 둘러 대답했다.
“아, 우연히 마주쳤거든요. 몬스터 사냥을 해야 하니까 따로 이동하려
고 했는데 승아가 자꾸 무섭다고 동 행하자고 우겨서……
“……거기까진 안 물었는데.”
“ 아.”
최서윤이 민망한 웃음을 홀렸다.
김선우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 며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최서윤은 괜히 긴장됐다. 요즘 들 어 저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 를 부여를 하게 된다.
잠깐의 어색한 기류를 깬 것은 이서준이었다.
“너네도 유령 봤어?”
“당연히 봤지. 지금도 계속 나타나 고 있는데.”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숲 중앙에 가까워져 오니 유령이 나타나는 빈도가 확 늘었다.
“근데 저 유령들 정체가 뭘까요?”
최서윤이 김선우에게 물었다. 김선 우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시간과 관련된 거야. 마력 재해의 일종인데 아마 이 섬에는 일정 이상 의 감정과 마력을 저장하는 습성이
있을 거야.”
“감정과 마력이요?”
“웅. 그것을 토대로 과거의 환영을 다시 만들어 내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본 유령들은 과거의 사람들 이라는 거야. 그것도 꽤 오래전의. 아마 한 2, 30년쯤 과거이려나.”
김선우가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말 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김선우의 말 이면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유령들이 등장하는 시기가 아마 오늘과 같이 마법사관 학교의 태휘제가 열렸던 날일 거
야.”
“아, 그래서 우리가 본 유령 대다 수가 교복을 입고 있던 거구나. 겁 을 먹은 건 일정 이상의 감정이 담 긴 거고. 맞죠?”
“웅. 맞아. 잘 알아듣네.”
김선우의 칭찬에 최서윤의 입꼬리 가 올라갔다.
“어쩌면 지금 우리 모습도 2, 30년 뒤에 이 섬의 유령으로 등장할 수도 있을걸?”
“신기하다. 선배님은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거예요?”
“이론 1등 하려고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알게 돼.”
“……저도 이론 1등인데. 대체 무 슨 공부를 하시는 거지."
그때 였다.
—왔어?
—응. 윤경아 빨리 와.
어딘가에서 다시 유령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모두가 화 들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내 어디선가 반투명한 여성이 등 장했다.
찰랑이는 긴 흑발.
고혹적인 미모를 가진 여성이었다.
-다른 애들은?
—그 두 명은 이제 올 거야.
—그래?
“저 사람……
이현주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 러더니 고개를 돌려 이서준의 얼굴 을 살폈다. 이서준 역시 굳은 얼굴 로 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왜 이곳에 모이자 한 거 래? 답답하네.
-불사의 주문 흔적을 찾는다 했 나? 암튼 걔 둘 진짜 못 말려. 특히 최일현.
이서준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 여성이 누구인지. 또 자신과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인지.
—이윤경. 기다렸냐?
—왜 이리 늦게 와?
시간이 흘러.
여성은 먼지처럼 어디론가 사라졌다. 유령은 사라지고 살아있는 자들 만이 다시 남았다.
하지만 모두가 그녀의 얼굴을 떠올 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여성의 얼굴은 어딘가 이서준을 많 이 닮아 있었다.
유령이 사라지고.
모두가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서준은 유령이 있었던 허공을 바 라보며 무언가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유령이 했던 대화, 자신을 똑 닮은 여성, 그리고 최일현.
뭔가 심상치 않았다. 가슴 깊은 곳 에서 지금 벌어지는 이 상황에 의문 을 느끼고 있었다.
이현주는 그런 이서준을 바라보더 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 그 사람. 아는 얼굴이 야?”
이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처음 보는 얼굴이야.”
“그래? 뭔가 너랑 닮은 느낌이 들 던데.”
“저도요. 저도 느꼈어요.”
송승아가 끼어들며 말했다.
이서준 본인 역시 방금 본 여성이 자신과 닮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 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네도 그렇게 느꼈구나.”
“혹시 네 어머니 아니야?”
이현주는 이서준이 자신의 출생에 관해 고민하고 있던 것올 알고 있었다.
예민한 주제이기도 하고 가볍게 말 할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이서준의 깊은 고민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용기 내어 말했다.
하지만 이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닮았다는 이유로 내 어머 니라고 하는 건 너무 앞서간 거 같 아.”
“하긴. 그렇긴 하지.”
“이서준.”
그때 유아라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나도 여기서 아빠를 봤어.”
“......뭐?”
“네 가정사는 잘 모르지만, 나도 여기서 가족을 만났으니까 너도 가 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나쁘진 않다 는 거야.”
유아라의 말에 이서준은 살짝 놀랐다.
유아라가 아버지를 만났다니. 이서
준은 가슴 한구석에 불편함과 씁쓸 함을 느꼈다.
유아라의 가정사는 이서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자운이 그들에게 어떤 짓을 해왔 고, 또 그것으로 인해 그녀의 인생 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도.
그리고 그들의 리더였던 진천우가 자신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서준이었기에 마음이 더더욱 편치 않았다.
만약 유아라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다면 어떤 반웅을 보일까.
물론 계속 숨길 생각은 없었다. 유
아라에게 그것을 설명하는 건, 진천 우와 자신의 관계에 확신이 들 때로 정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난 솔직 히 이제 사냥이고 뭐고 관심 사라졌 거든.”
유아라의 말에 이서준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초자연적인 일을 겪었는데 한 가롭게 축제를 즐기자고 사냥을 이 어나갈 순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때 조용히 지켜보던 김선우가 나 섰다.
“너희는 여기서 보았던 유령을 또 보고 싶은 거지?”
“맞아.”
유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 니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냥하자고 하면 뭐, 같은 조 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겠지만.”
“아냐. 마석은 충분히 모았으니까 상관없어. 몇 시간 놀아도 1등은 확 정일만큼 모았으니까.”
김선우의 자신 있는 말에 송승아가 의문을 느꼈다.
“이제 3시간 지났는데 1등 확정이
요? 마석 몇 개 모으셨는데요?”
“58 개.”
“58 개?!”
이서준과 최서윤도 눈이 휘둥그레 져서 김선우를 바라봤다.
이벤트가 시작한 지 겨우 3시간.
이 정도면 거의 3분에 한 번꼴로 몬스터를 잡아낸 셈이었다. 정상적 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수치였다.
“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빨리 모 을 수 있어요? 마도구같은 거로 유 인했나?”
송승아의 물음에 유아라가 대신 답
했다.
“나도 몰라. 김선우가 가자는 곳 따라갔더니 몬스터가 엄청 많더라 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58개는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우린 12개 겨 우 모았는데.”
“김선우 진짜 사람 놀래키는 건 타 고났구나.”
이서준이 김선우를 흘겨보며 중얼 거렸다. 그때 유아라가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근데 유령은 또 언제 나타나지?”
“기다리면 언젠간 나오겠지.”
김선우가 짧게 대답했다. 그러더니 최서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근데 너네는 여기 있어도 괜찮아? 마석 덜 모아서 사냥해야 하잖아.”
최서윤은 김선우의 눈을 마주 보더 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희도 같이 있을게요. 어차 피 시험도 아니고 이벤트인데요.”
“……뭐, 그래. 그럼 여기서 유령을 기다리자.”
“넵.”
모두 자리에 앉더니 유령이 나타나 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 10분쯤 지났을까.
—야. 여기로 와.
약속했던 것처럼 유령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빠르게 그곳 을 향했다.
한 남성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길 을 걷고 있었다.
이제는 이곳 모두에게 익숙해진 얼 굴.
이번에 실전 지도 교사로 들어온
최일현의 어릴 적 모습이었다.
—이 주변에 유적지가 있을 거야. 불사의 주문에 대한 단서가 이쪽에 있다고 했으니.
—그래? 그럼 빨리 찾아보자.
유령의 목소리는 여러 개였지만 정 작 보이는 유령은 하나였다.
섬의 불안정한 자연의 마력이 완전 한 ‘과거의 환영’ 구현에 실패했기 에 생겨난 일이었다.
그렇게 최일현은 무언가 찾는 듯한
움직임으로 어디론가 쭉 걸었다.
그리고 이서준 일행은 말없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어? 찾았다. 여기야!
최일현이 바닥을 보며 크게 외쳤 다. 그 말을 끝으로 그의 형체는 사 라졌다.
모두가 잠시 멀뚱히 서서 의문을 느끼던 사이 김선우가 앞장서서 최 일현이 보았던 바닥으로 걸어갔다.
“김선우?”
김선우는 그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바닥의 모래를 손 바닥으로 쓸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모두에게 말 했다.
“여기에 마력이 희미하게 느껴지 네.”
“마력이 느껴진다고?”
김선우는 대답 대신 손에 마력을 모아 바닥에 방출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쿠우우웅……
땅 전체에 환한 빛이 뿜어지더니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생겨났다.
김선우가 손바닥을 탁탁 털며 상체 를 일으켰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적지 발견.”
유적지를 발견한 우리는 계단을 타 고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공간이 워낙 좁았기에 우리는 한 줄로 서서 이동했다.
내가 맨 앞에 앞장서고 그 뒤로
최서윤이 내 어깨를 잡으며 따라왔다. 최서윤의 뒤부터는 누가 있는지 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계단을 내려가는데 자꾸 목 에 자꾸 최서윤의 숨결이 느껴졌다. 간지러움에 자꾸 소름이 돋는다.
결국 한마디 했다.
“좀만 떨어져. 숨 때문에 간지럽 다.”
“앗. 죄송합니다.”
……이렇게 정중히 사과할 필요까 지는 없는데.
괜히 뻘쭘해져서 챙겨주는 척 말을 덧붙였다.
“미끄러지지 않게 발밑 조심하고.”
“......네에.”
나는 계속해서 계단을 타고 내려갔 다.
상황은 내가 원하는 대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유령의 섬에 도착하여 이서준 일행 과 합류하고, 유적지를 발견해 입장 하는 것까지 모두.
어째 원작보다 유적지 공략 인원이 훨씬 많아지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오히려 이 던전의 보상 중 하나인
‘생명의 은혜’ 효과를 함께 나눌 수 있어 더 좋은 상황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계단을 따라 어느 정도 내 려갔을까, 어느 순간부터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졌다.
나는 마법 구체를 구현해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한 1분쯤 계단을 내려가자 기다란 통로에 도착했다.
[‘경계의 유적’에 입장했습니다.]
[‘과거의 추적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오. 예상치 못한 업적을 달성했다.
3천 포인트. 무난하지만 기분이 좋 다. 그때 유아라가 내 앞으로 나섰 다.
“일단 내려오기는 했는데 여기 왜 공략이 안 되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