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8화 (138/535)

“아, 저는 다음 이벤트 기다려요.”

이벤트는 밤 9시까지 있다. 2위가 다음 이벤트에서 1등 하면 1위를 빼앗길 수도 있다.

뭐, 1위를 빼앗기든 신경 쓰지는 않지만.

“그러냐? 뭐, 암튼 수고해라.”

그렇게 최서윤을 지나 기숙사 안으 로 들어가려는 때였다.

“선배님!”

최서윤이 다시 나를 불렀다. 고개 를 돌리자 은은한 조명 아래서 그녀

가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혹시 내일 시간 있어요?”

“내일?”

“넵. 혹시 저랑 단체전 나가실 생각 없나 해서.”

내일 있는 단체전이라고 하면 나와 유아라가 나가기로 한 ‘사냥’ 밖에 없다. 그런데 작은 의문이 들었다.

최서윤은 이번 사냥 이벤트에 참가 하는 인물이 아니었는데.

“그, 몬스터 ‘사냥’이라고 있는데 말 그대로 몬스터만 잡으면 되는 이 벤트거든요. 아 그리고 또 끝나고 불꽃 놀……

“나 그거 이미 구했는데.”

“네?”

“같이 나가는 사람 있다고.”

내 말에 최서윤은 잠시 멍한 표정 을 지었다.

“어…… 누구랑요?”

“유아라.”

“아, 그래요?”

최서윤이 그렇게 말하더니 혼잣말 로 다시 말했다.

“몰랐네.”

뭔가 시무룩한 모습이라 괜히 미안

한 기분이 들었다.

“어…… 암튼 난 이미 구했으니까 다른 사람 구해봐.”

최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 니 나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가짜 웃음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어 울리지 않는 그런 미소였다.

“요즘 유아라 선배님이랑 자주 다 니시네요. 엄청 친해지셨나 보다.”

“……그렇게 자주 다니는 건 아니 고.”

“에이, 저번에도 야밤에 두 분이서 몰래 만나고 그랬잖아요. 뭔가 서로

비밀 공유도 많이 하시는 거 같고.”

“야. 그건……

“앗. 시간 늦었네. 저 이만 가볼게 요. 같이 단체전 나갈 사람 구해야 해서요!”

최서윤이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쓸데없이 목소리 톤이 높다.

“어어. 그래라.”

“그럼 수고하세요!”

최서윤은 그대로 어디론가 뛰어갔 다. 마력이라도 사용한 듯 빠른 발 걸음이었다.

다음 날 오전 9시 50분.

오늘의 이벤트 중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단체전, 몬스터 사냥이 시 작되 었다.

1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은 포탈을 타고 마법사 협회 소유의 몬스터 필 드, ‘유령의 섬’에 도착했다.

이 섬은 오래전부터 마법사관학교 의 몬스터 필드 시험을 위해 준비된 유서 깊은 장소다.

저번 안개의 섬과 같이 이 섬에도

특수한 자연의 마력 재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섬에 걸려있는 마력 재해의 정 체는 바로 ‘혼적의 저장’.

[이 섬에는 이 섬만의 특별한 마력 재해가 있습니다. 마력의 신기루, 환 영, 유령.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 고 있습니다. 어쩌면 여러분들은 이 섬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회자, 아니. 이번 몬스터 사냥 이벤트의 진행을 담당하게 된 교사

가 말했다.

내 옆의 유아라는 그제서야 뭔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그 유령의 섬이었구나. 신 기하네.”

나는 유아라에게 장난스레 말했다.

“귀신 나오는 거로 유명하잖아. 빙 의되지 않게 조심해.”

“……빙의는 무슨. 환영 마법의 일 종이겠지.”

유아라의 반응은 쿨했다.

억지로 안 무서워하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안 무서워하는 반응

이다.

하긴, 얘는 귀신 같은 게 실제로 있다고 해도 안 무서워할 것 같긴 하다.

귀신이 나타나면 바로 화염 마법을 날려버리지 않을까?

[이벤트 규칙은 간단합니다. 몬스 터를 처치하면 점수가 부여됩니다. 시간제한이 끝나면 점수에 따라 등 수가 정해집니다. 그리고 획득한 몬 스터의 마석에 따라 점수가 달라집 니다.]

이번 ‘유령의 섬’ 에피소드는 단순 한 학교 축제의 작은 이벤트 중 하 나로 보일 수 있지만 나름 중요한 에피소드이다.

메인 스토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 는 한 인물에 대한 단서가 나올 예 정이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다른 조의 마석을 빼 앗거나 해를 입히는 경우는 절대 용 납하지 않습니다. 적발 시 바로 실 격처리입니다.]

나는 슬쩍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

다.

이서준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 채 자신의 같은 조인 이현주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외 주요 인물들을 살폈다.

원혁과 한 엑스트라.

나와 유아라.

최서윤과 송숭아.

최서윤과 송승아는 다시 생각해도 왜 끼어있는지 모르겠다.

나의 개입으로 인해 무언가 나비효 과가 생겨난 거겠지만.

그때 최서윤와 눈이 마주쳤다. 최 서윤은 잠시 놀라는가 싶더니 슬그 머니 내 눈을 피한다.

……뭐야?

그때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시험 시간은 총 8시간!]

[가장 많은 몬스터를 처치한 조에 게 가장 많은 코인이 지급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이벤트가 시작되고 2시간.

나와 유아라는 ‘유령의 섬’ 내부의 숲을 걷고 있었다.

특별히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주치는 몬스터마다 나와 유아라 는 손쉽게 처치했고 모은 마석만 벌 써 55개에 달했다.

고작 2시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 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될 정도의 빠

른 속도였다.

이렇게 빨리 마석을 모을 수 있던 이유에는 역시 회귀 전 경험으로 몬 스터가 밀집되어있는 장소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아마 압도적 1등이겠 지.

“김선우.”

“왜?”

“……너 여기 와봤어?”

유아라가 나를 흘겨보며 물었다.

“와봤겠냐?”

“그런데 어떻게 길을 이렇게 잘 알

아?”

“몬스터 필드가 다 거기서 거기 지.”

내 성의 없는 대답에 유아라는 의 심의 눈초리로 나를 흘겨봤다. 그러 더니 한숨을 푹 내쉰다.

“그래.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 니까.”

유아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슬슬 으스스해지는데.”

유아라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숲의 중심으로 깊게 들어가니 유령 의 섬이라는 이름답게 유령이 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가 연출되 고 있었다.

마력 재해의 영향으로 하늘은 어둡 게 변했고, 주변 나무들도 어딘가 마르고 앙상했다.

주변 식물들은 죽은 모습 그대로여 서 섬 자체에 생명력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지?”

“웅. 왜 유령의 섬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단순히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진 짜 유령이 나와서 유령의 섬인 거

야.”

“……그거 환영 마법이라니까. 유 령 같은 게 어딨어.”

유아라가 농담하지 말라는 듯 나를 찌릿 노려보았다.

“뭐, 네 말도 맞기는 한데 그래도 일반적인 환영 마법이랑 좀 달라.”

“뭔가 잘 아는 듯한 말투다? 너 여기 와본 거 맞지? 작년에 와본 거 아니야?”

“뭔 소리냐 자꾸. 여기 3년마다 열 리는데.”

“아, 그런가?”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때가 됐다.

앞으로의 사건올 위해 이서준의 조 를 찾아 합류해야 한다.

원작대로라면 이서준 혼자서 잘 진 행할 일이기는 하나 내 입장에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 불안해서 어 쩔 수 없다.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을 켜고 유 령의 섬 지도를 확인했다.

내 위치가 대충 이쯤이니까. 북쪽 으로 더 가면 되나?

“일단 더 깊숙이 들어가자. 그쪽에 더 강한 몬스터들이 있을 거야.”

이서준에게 끼어들기 위해 한 말이 었지만 유아라는 별생각 없이 고개 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몬스터를 사냥 하며 쭉쭉 앞으로 나아갔다.

나와 유아라의 호흡도 생각보다 좋 았다.

내가 근접에서 공격하고 유아라가 뒤에서 보조하는 형태로 싸웠다.

사실상 내가 유아라에게 맞춰준 것 이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괜찮 은 듀오였다.

……그렇게 또다시 한 시간이 홀 러.

숲의 중앙 부근에 도착했다.

이곳이 바로 ‘유령의 섬’ 에피소드 가 시작될 장소이다.

A O O O.

스산한 바람이 주변 나뭇잎들을 스 쳤다. 쌀쌀함에 약간의 소름이 돋았 다.

—와. 되게 무섭다.

—야야. 조심해.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

귓가에 또렷하게 들렸다.

나와 유아라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 고 빠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야. 방금 목소리 들리지 않 았어?”

유아라가 자칫 심각해진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웅. 들었어.”

“누가 있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 는데.”

……수우우욱!

그 순간 100m쯤 떨어진 나무 쪽 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가는 소 리가 들렸다.

우리는 황급히 소리의 방향으로 시 선을 돌렸다.

방금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무언가 가 빠르게 지나갔다.

워낙 빨랐기에 형체를 제대로 알아 볼 순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방 금 지나간 게 인간의 형체라는 것이다.

유아라의 표정에 긴장감이 깃들었다.

“여기 누군가가 있어.”

그때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진짜 뭔가 있는데?

—야. 나 무서워.

목소리의 주인은 우리와 같이 이 상황에 대한 의문을 느끼는 모양이 었다.

긴장된 표정의 유아라는 곧바로 손 위로 작게 화염 구체를 구현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저 목소리의 주인이 일반적인 인간 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런 유아라의 손목을 잡았 다. 유아라는 홈칫 놀라며 나를 바 라봤다.

“긴장하지 마. 별거 아니야.”

“……방금 목소리는 뭔데? 뭔가 수 상해.”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 우리들의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반투명한 형체의 두 사람.

잘생긴 얼굴의 남성과 한 여성이 사이좋게 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공포에 질린 듯한 표 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들은 우리와 같이 마법사관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쩌지?

—일단 여기서 나가자. 뭔가 좋지 않아.

—다른 애들은? 다른 애들도 이곳 에 있는 거 아니야? 윤경이도 올 텐데. 여기서 모이기로 했잖아.

그 둘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듯 우리들의 앞에서 대화를 나누며 걸

었다.

그리고 약 3초 뒤.

그 둘은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먼 지처럼 사라졌다.

나는 슬쩍 유아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 예상대로 그녀의 두 눈이 경 악으로 크게 떨리고 있었다.

이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빠?”

한편, 이서준과 이현주도 유령의 섬 중심을 걸으며 김선우와 똑같은 상황을 겪는 중이었다.

“방금 유령 맞지?”

“……어. 유령이야.”

“와. 유령의 섬이라더니 진짜 유령 을 보네.”

“환영 마법의 일종일 거야. 아마 도.”

이서준이 여름 방학에 겪었던 ‘악 몽의 섬’ 사건을 떠올리며 말했다.

“으. 소름 돋아.”

이현주가 자신의 양팔을 쓰다듬었

다.

“그런데 방금 그 유령들 우리 학교 교복을 입지 않았어?”

“응. 나도 봤어.”

“근데 우리 교복이랑 아주 살짝 다 르더라. 뭔가 좀 더 촌스럽다고 해 야 하나?”

“좀 옛날 느낌이 나긴 하더라.”

그렇게 길을 걷던 그때 멀리서 다 시 수풀과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가 들려왔다.

스으으...

이서준과 이현주는 다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또다시 유령이 등장하는 걸까 침을 꿀꺽 삼키고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모를 몬스터의 습격도 대비해 마력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수풀 사이에서 등장한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서준 선배님?”

당당한 발걸음의 최서윤과 겁먹은 표정으로 그녀의 옆에 딱 달라붙은 송승아였다.

이서준은 안심하고 경계를 풀었다.

“서윤이구나.”

“와 여기서 딱 선배님을 마주치네 요.”

최서윤이 반갑게 인사했다. 그 옆 의 송승아는 아는 사람을 마주쳤다 는 안도감에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더니 최서윤이 조심스럽게 물 었다.

“선배님도 보셨어요?”

“유령 말하는 거지? 응. 나도 봤 어.”

“역시. 저희도 봤어요. 설마 진짜로 유령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혹시 너네가 본 유령도

교복을 입고 있었어?”

“어? 네. 교복을 입고 있었어요. 선배님도?”

“응. 내가 본 유령도 다 교복을 입 고 있었어.”

“교복이라. 뭐지? 얼굴은 전부 처 음보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서준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본 유령들도 같은 교복 만 입었을 뿐이지 대다수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 너네는 몬스터 좀 처치했어?”

“아뇨. 아직 마석 12개밖에 모으지 못했어요. 선배님은요?”

“우리는 22개.”

“와아. 엄청 많이 잡으셨네요? 거 의 우리 두 배인데. 부럽다.”

이서준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그 정도는 아니야. 우리도 몬스터 를 많이 못 마주쳤거든.”

“에이. 그래도 그 정도면 무조건 3 둥 안에 들걸요?”

“그러려나?”

“ 당연하죠〜”

그렇게 말하더니 최서윤이 말을 이 었다.

“아!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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