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수업 태도 는 언제나 좋아요. 다른 학생들도 본받길 바랍니다. 선우 학생은 손 내려도 좋아요.”
나는 손을 내리고는 유아라에게 시 선을 돌렸다. 유아라도 내 시선을 느꼈는지 슬쩍 내게 시선을 돌렸다.
“왜?”
“……아니, 뭐가 웃긴가 해서.”
“안 웃었는데?”
갑자기 시치미를 뚝 뗀다.
그렇게 웃어 놓고는.
뭐라 할 말이 없었기에 다시 이희 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때 유아라가 옆에서 다시 말했다.
“근데 너 보조 형태도 다뤄?”
“아니.”
보조 형태는 보통 벽, 기둥 등 면 적이 큰 형태를 사용한다.
거대한 크기의 형태로 구현해야 방 출이나 조작에 따로 신경 쓰지 않아 도 수비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 이다.
대신 그만큼 구현에 집중해야 해서 더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거기다 형태 적웅 훈련이 힘들기에 상상력도 많이 필요하고 소모 마나 도 훨씬 크다.
이전의 나는 마나도 부족했기에 보 조 형태를 따로 연습하지 않았다. 물론 아예 다루지 못하는 건 또 아 니지만.
“그래? 의외네. 다재다능해 보이면 서 은근 이런 건 또 못하고. 뭔가 일반적이지 않단 말이지.”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굳이 필요성을 못 느꼈으니까.”
하지만 슬슬 보조 형태를 제대로 익히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 다.
전과 같이 마나가 부족한 상황도 아니고, 앞으로 다양한 속성을 다루
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 방과 후에 나랑 같이 보조 형태나 연습할래?”
“응?”
나는 유아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유아라는 내 눈을 보더니 눈을 찌푸 렸다.
“뭐야. 그 표정?”
“아니, 굳이 같이 연습할 필요가 있나? 따로 혼자서 연습하면 되는 걸.”
“서로 피드백해 주고 좋지 뭐.”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거
기다 유아라 같은 천재와 함께라면 자극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때 이희영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렇게 보조 형태에 대해 알 아봤지만, 아직 여러분들은 보조 형 태를 익히기에는 많이 이릅니다. 자 신의 주 형태를 완전히 다룰 수 있 게 되었을 때 연습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죠.”
그 말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 다가 유아라에게 말했다.
“역시 아니다.”
“뭐가?”
“방금 선생님 말씀 못 들었어? 보 조 형태는 이르다잖아. 주 형태나 더 연습해.”
그러자 유아라가 잠시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가?”
시무룩한 목소리다.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왜 이리 욕 심을 부려?”
“아니, 요즘 한계가 느껴져서.”
“한계?”
“요즘 내 마법이 너무 공격성만 높 다는 생각이 들거든. 상대가 접근해
오면 마땅히 막아낼 만한 수단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럼 부특기를 이용하면 되잖아.”
“부특기는 너무 어려워.”
잠시 잊고 있었다. 유아라는 발현 계를 제외한다른 분야에는 재능이 없는 수준이라는 걸.
원작에서도 유아라는 자신의 단점 을 발현계를 극한으로 파고들어 해 결했었다. 다양한 보조 형태. 그리고 괴물 같은 타고난 마력으로.
보조 형태라
나는 잠시 생각에 다.
잠기다가 말했
“그럼 주말에 같이
연습하자.”
종소리가 울리고. 오전의 발현계 수업이 끝이 났다.
학생들은 바쁘게 교실로 돌아갈 준 비를 했다. 나 역시 그들을 따라 자 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짐을 챙겼다.
그렇게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이희영이 나를 불렀다.
“선우 학생!”
“......네?”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 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 덕였다.
“네, 괜찮아요.”
“다름 아니라, 한성제약 알죠?”
한성제약이란 이름이 나오자 본능 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 지 눈치챘다.
“한성제약에서 학생들 상대로 진행 하는 장학 후원이 있어요. 근데 선
우 학생이 이번에 후원 명단에 포함 되었다고 하네요.”
이런 상황이 오리라 예상하긴 했다. 아마 면담을 피할 수 없을 거고 김선우의 모습으로 한세연과 마주치 게 되겠지.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데 이희영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2학기 특별반에도 합격했 어요.”
“ 아.”
특별반.
높은 성적을 달성하거나,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의 심화 수업
을 2학기에도 하게 된다.
“그런가요?”
“네, 교사 만장일치였어요. 선우 학 생도 참 대단하네요. 1학기 때랑 너 무 딴판이잖아요. 부족했던 마나도 정말 빠르게 해결하고/
후후. 이희영이 웃었다. 뭔가 진짜 로 기뻐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부족한 마나를 해결했다는 건 엄 청난 노력을 했다는 거죠. 전 알아 요. 마나를 쌓는다는 게 얼마나 힘 든 일인지.”
포인트와 특성 덕을 많이 보긴 했 지만, 방과 후마다 꾸준히 단련하며
노력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생각하셨어요?”
이희영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요?”
“실전 지도 선생님이요.”
“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각했어요.”
그러자 이희영이 걱정 반 기대 반 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누구요?”
“선생님이요.”
“선생님이라면?”
“네, 당연히 이회영 선생님이죠.”
내 대답에 이희영의 표정이 확 밝 아졌다.
“어머, 정말요? 괜찮겠어요? 아직 외부 교사 명단도 발표 안 했는데.”
“네, 괜찮아요. 다른 사람한테는 크 게 홍미 없어서요. 그리고 선생님도 충분히 잘 가르쳐주시잖아요.”
내 말에 이희영이 밝게 웃었다.
“그렇죠! 그럼 선우 학생, 같이 잘 해봐요.”
이희영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교 무실에 돌아왔다. 그러자 교사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선생님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으세 요?”
“네. 실전 지도하고 싶었던 학생이 저랑 하고 싶다고 해서요.”
이희영의 말에 모두가 누군지 눈치 챘다. 이희영이라면 교사들 사이에서도 극성 김선우빠로 통했으니까.
“선우가 선생님이랑 한대요?”
“네. 그렇다고 하네요.”
그러자 몇몇 교사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반웅이 터져 나왔다.
“이야. 이희영 선생님 성덕 되셨 네?”
“성덕이 뭐에요 선생님. 큭큭.”
“아, 근데 좀 아쉽다. 나도 선우 가르쳐보고 싶었는데.”
“그러게요. 선우 같은 학생을 가르 치면 그게 나중에 다 스펙이 되는 데.”
“어? 선생님, 특정 학생을 가르치
는 걸 스펙이라 생각하시는 거예 요?”
“아, 아뇨. 그건 아니고……
그때 한 교사가 문득 생각난다는 듯 말했다.
“서준이랑 아라는 외부 교사한테 받겠죠?”
김선우 같은 신홍 천재가 아닌 검 증된 천재들의 이름이 나오자 교사 들의 표정이 다시 진지해졌다.
“그러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이번 에 들어오는 외부 지도 교사 중 30%가 그 둘을 노리고 있다는데.”
“크~ 이번 외부 교사는 대단한 사
람들이 많이 들어오겠네.”
“이번 2학년이 역대급 기수잖아요. 전 세계적으로 봐도.”
“그렇죠.”
그렇게 한참 대화가 진행될 때, 교 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젊은 교 사가 손에 쥔 종이를 흔들었다.
“선생님들. 외부 교사 명단 나왔어 요.”
“오오. 봐봐요.”
교사들은 빠르게 몰려갔다. 그리고 진지한 눈으로 명단을 쭉 읽어나갔 다.
“엘레나 그린…… 성원성……
그때 명단을 읽던 몇몇 교사들이 한 이름을 발견하고는 크게 놀라는 반웅을 보였다.
“어?”
“뭐, 뭐야 이거?”
“이거…… 그 사람 맞죠?”
“……최, 최일현?”
마법사관학교의 모든 수업이 끝난
저녁 7시.
단 한 명의 학생도 없는 빈 복도 를 한 남성이 걷고 있었다.
남성은 대충 풀어헤친 캐주얼 정장 을 입고 있었는데, 옷을 꽤나 오래 입은 것인지 옷 표면이 쭈글쭈글했다.
거기다 약간 곱슬한 머리는 지저분 하게 길었고, 턱의 수염 역시 몇 주 관리하지 않았는지 지저분했다.
얼굴은 30대 중후반을 보는 둣했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그의 실제 나이는 그것보다 10살은 더 많았다.
한 손에는 한 학생의 정보가 담긴 서류가 있었다. 성명란에 적힌 이름 은 ‘김선우’.
“여기도 참 오랜만이구만. 거의 20 년만인데.”
남성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감상 에 젖었다.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듯. 그러다 결국 쓸쓸한 눈빛으로 변했다.
마법사관학교에서 좋은 추억은 많 았지만 결국엔 모두 아픈 추억이 되 었다.
“……쯧.”
남성은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복도 를 걸었다.
그때 그의 시선 끝에 은은한 푸른 빛의 무언가를 쏘아내는 기계를 발 견했다.
자연 마력 분사기.
“요즘 애들은 참 좋은 시대에 태어 났어.”
나 때는 이런 거 없었는데.
그러다가 잠시 발을 멈추고 복도 창틀에 몸을 기댔다.
시원한 바람이 남성의 머리를 스쳤 다.
우울했던 기분이 잠시나마 사라졌 지만, 이번에는 짜증이 밀려왔다.
“시설 많아지고 좋아진 건 좋은 데……
남성, 최일현이 이를 악물었다.
“시벌, 뭔 놈의 학교가 홉연실이 없어.”
개인 훈련을 모두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그레텔과 젠가를 하고 있었다.
네모난 나무 탑의 형태는 이제 거 의 뼈대만 남은 아주 부실한 형태.
살짝 바람만 불어도 당장 무너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된 눈으로 그레텔의 손끝을 바 라보았다.
그레텔은 아주 침착한 눈빛과 손짓 으로 중앙의 나무 블록을 천천히 눌 렀다.
톡. 톡. 톡.
단조롭지만 리듬감 있는, 그러면서
도 가벼운 손짓.
엄청난 내공이 느껴졌다.
……설마 이걸 빼내는 건가?
툭.
나무 블럭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탑은 무너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고고하고 우아한 자태 로 서 있을 뿐이었다.
비록 적이었지만 그 엄청난 손놀림 에 감탄과 존경심이 들었다.
그레텔은 나무 블럭을 탑 꼭대기에 아주 조심히 올려놨다.
그러면서 나를 바라보며 빙긋 웃는 다. 마치 네 차례라는 듯한 웃음이 다.
“웅애.”
“대단하네……
내 차례가 됐지만, 이건 여기서 더 살릴 수 없는 형태였다.
손가락이 닿자마자 탑은 곧바로 무 너졌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아니, 상대가 너무 압도적이라 아 쉽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레텔 진짜 잘하네.”
그레텔이 다시 방긋 웃었다. 비록
패배했지만 내 기분도 절로 좋아지 는 웃음이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둥을 쓰다듬어줬 다.
“그럼 좀만 쉬자.”
그레텔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젠가 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위에 털썩 앉았다. 그러고 나서 보유 포 인트를 확인했다.
[보유 포인트 : 118,000]
11만 8천 포인트.
오늘 성적이 발표되며 추가로 1만 5천 포인트를 벌어냈다.
이제는 진짜 특성을 구매할 때가 왔다.
지금까지 특성을 구매하지 않은 것 도 10만 포인트가 쌓일 때까지 쭉 기다리고 있던 거니까.
음, 뭘 살까.
특성을 살까, 아님 스킬을 살까.
포인트 여유는 있으니 선택지의 폭 이 넓기는 한데.
“흐으으음.”
그래, 일단 포인트 상점에 입장해 서 생각해보자.
나는 곧바로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 했다.
[고유 특성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 합니다.]
[포인트 상점에 입장합니다.]
[일주일의 특별할인을 확인하겠습 니까?]
“.…”어?”
[특별할인!]
[특성 강화(우??)를 50%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남은 할인 기간 : 6일] 오랜만에 특별할인이 떠올랐다.
판매 능력의 이름은 ‘특성 강화’.
그런데 예상과 달리 판매하는 건 특성도, 스킬도, 아이템도 아니었다.
등급이 ‘???’라는 건 포인트 상점 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특수 아 이템’이라는 것이다.
[특성 강화오??)]
분류 : 특수(한정 판매)
설명 : 숙련도가 있는 특성을 강화 합니다.
[사용 효과]
►특성 강화
보유한 특성의 숙련 등급을 3단계 상승시킵니다.
가격 : 60,000(50% 할인가)
“……뭐야.”
내 생각보다 조금…… 아니, 더 특 이한 것이 나왔다.
이름을 보고는 특성을 강화해 주는 효과인 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둥급을 무려 3단계나 상승시켜주는 효과일지는 생각도 못 했다.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3단계 상승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꽤 큰 수치이다.
내가 대자연의 가호를 3둥급 찍는 데 4, 5달 정도 걸렸으니, 등급이 오를수록 상숭이 어려워지는 걸 생각하면 최소 2년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는 셈이기도 하고.
“허. 이거 고민되네.”
그렇다고 덜컥 구매하자니 6만 포 인트는 A등급 특성을 하나 구매할 수 있을 만큼 많은 포인트다.
단순히 할인한다고 덜컥 사버리는 것보다는 무엇이 이득인지 확실하게 계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