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0화 (130/535)

[사용 효과, ‘투쟁심’을 발동합니다.]

[3분간,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 합니다.]

나는 이어서 투쟁심을 발동했다.

다시 한번 내 능력치가 강화되고, 대자연의 심장과 투쟁심의 효과가 중첩되며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몸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또다시 한 단계 더 강해진 내 육 체는 이번에도 이서준의 검을 아슬 아슬하게 피해냈다.

그리고 발에 마력을 힘껏 담아 이서준의 배를 걷어찼다.

“……큭!”

이서준의 몸이 붕 떠오르며 뒤로 크게 밀려났다.

그러더니 괴로운 숨을 크게 토해내 며 검을 바닥에 꽂았다.

이서준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그 눈빛에는 약간의 짜증이 뒤 섞여 있었다.

혹시 발길질에 기분이 나빴나? 그 런 생각을 하는데 이서준이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김선우.”

이서준이 입술을 잠시 깨물더니 다 시 입을 열었다.

“너 설마 봐주고 있냐?”

“......뭐?”

순간 귀를 의심했다. 누가 누구를 봐줘?

“봐주고 있다면 당장 집어치우고 전력을 다해.”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네 번이야.”

“뭐가?”

“네 움직임이 크게 변화된 순간이 네 번이라고.”

그때 이서준이 말한 ‘네 번’이 무 엇을 뜻하는지 깨달았다.

한 번은 ‘순간 가속’을 사용할 때.

두 번은 ‘우격 다짐’이 발동될 때.

세 번은 ‘대자연의 심장’을 사용할 때.

네 번은 ‘투쟁심’을 사용할 때를 말하는 거다.

특성과 스킬을 통해 내 능력이 여 러 번 상승하다 보니 이서준의 입장 에서는 내가 봐주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때 였다.

콰아아아앙-!

멀리서 거대한 굉음이 울리더니 거 대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시선을 돌리자 화염 구체에 정통으 로 맞아 소멸되는 3명의 모습이 보 였다.

이제는 신영준 흔자만이 남았다.

신영준은 절뚝거리는 몸으로 다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이서준은 착잡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

다. 나 역시 이서준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봐준 거 아니야. 내가 누굴 봐 줘?”

“그럼 방금 움직임은 뭔데.”

“아무튼 아니라니까?”

이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내게 돌진할 뿐이었다.

나 역시 이서준에게 거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빠르게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압축 구현을 시도했다.

파아앙-!

압축된 마법 구체는 새하얀 잔상을

남기며 빠르게 쏘아졌다.

이서준은 빠르게 몸을 꺾으며 공격 을 피해냈다.

마법은 아슬아슬하게 이서준의 팔 뚝을 스치며 빗나갔다.

“큭!”

그때, 대자연의 심장의 지속시간이 끝이 났다.

빠르게 회복되던 마나가 사라지자 마력을 이용한 신체 강화의 강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낭패였다. 지금의 이서준은 각성한 상태.

이대로 이서준이 접근해 온다면 오 래 버티기 힘들 것이었다.

그렇게 긴장을 하고 있던 때.

거대한 화염 구체가 이서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서준은 빠르게 이동하며 화염 구 체를 피해냈다.

콰아앙!

이서준은 유아라 쪽을 바라보다가 검을 꽉 쥐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 봤다.

보아하니 신영준이 처치된 모양이 다.

그렇다면 이제 상황은 막바지에 들 어섰다. 나는 상황판을 바라봤다.

lvsl3.

승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시험 종료.

영상 참관실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모두가 소름이 돋아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엔 별다른 전략도 없이 무식한 방식의 난전이 이루어졌었다.

한국 마법사관학교의 명성을 생각 하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전투 방식 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앞에 있었던 난잡한 전투들은 마지 막에 있던 전투가 시작되자 모두 잊 혀졌다.

마지막 20분간 있었던 전투들은 학생 수준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엄 청나게 높은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 다.

사람들 머릿속에는 몇몇 학생들이 강하게 기억에 남았다.

숭리 팀인 1팀에서 최다 처치를

기록하면서 MVP를 수상한 유아라.

이서준의 공격 시간을 벌어주기 위 해 14명을 상대로 오랜 시간 끈질 기게 버틴 신영준.

이서준을 상대로 나름 호각의 대결 을 보이며 끝까지 생존한 1팀의 대 장 김선우.

……그리고 마지막 1대 13라는 극 악의 상황에서 8명이나 처치하는 미 친 활약을 보이며 모두를 전율에 빠 트린 이서준까지.

여러 가지로 역대급인 시험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이서준이 보인 처절 하고도 비장한 전투는 앞으로 있을

대장전 시험마다 영원히 회자될 만 큼 대단했다.

“미쳤다.”

“진짜 소름 돋는다. 와…… 이서준 은 진짜 말이 안 되네……

“패자인데도 마지막 이서준 밖에 생각이 안 난다 그냥. 혼자서 어떻게 13명을 저렇게 상대할 수 있 지?”

“나는 무슨 좀비 보는 줄. 마법에 계속 맞아도 쓰러지지를 않네.”

“김선우는 이번에 확실히 거품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네.”

“숨은 MVP지. 사실상 혼자 상대

핵심 인물들 시선 다 끌고 끝까지 생존했잖아.”

“유아라는 결국 이서준을 이겼네. 전략의 승리 아니냐? 유아라가 팀 리더라는 거 같던데.”

[승자 1팀]

[최다 처치 MVP : 유아라]

[대장 : 김선우]

전광판에 개인 점수가 공개되었다. 몇몇 길드 스카우트들은 그것을 보 며 바쁘게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김선우, 쟤 제대로 알아놔.”

“쟤는 뭐 하는 놈이야?”

“저게 20위라고?”

그리고.

전광판을 바라보던 릴리는 아직도 홍분감에 손을 떨고 있었다.

김선우와 이서준의 대결.

그리고 혼자 남은 이서준의 마지막 전투.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엄

청났다.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으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이서준과 김선우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던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그 들에게 존경심을 느꼈다.

“루크! 대단하지 않았어?”

릴리는 루크에게 시선을 돌리며 감 상을 공유하려 했다.

하지만 루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굳은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 겨 있는가 싶더니 자리에서 일어났 다.

“난 이만 가본다.”

“어? 벌써?”

“오늘 수업 들어야 해. 바빠.”

루크의 말에 릴리가 입을 벌렸다.

“아. 그렇지. 나도 수업 들어야 하 는데. 아〜 가기 싫다.”

루크는 그녀를 무시하고는 참관실 밖으로 나갔다.

릴리는 그 뒷모습을 쫓아가며 크게 외쳤다.

“야야. 그래서 시험 어땠냐고!”

“얘들아 수고했어!”

“이야. 김선우가 대장이었구나?”

“마지막에 너 이서준한테 죽는 줄 알고 진짜 식겁했다.”

“오늘 MVP는 김선우다.”

시험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승자, 1팀이 모여 오늘 있었던 시험의 감상을 나누고 있었다.

다들 하나같이 들뜬 얼굴이다.

메인 시험에서 무패를 기록하고 있 던 이서준을 쓰러트릴 줄은 상상도

못 했을 테니 당연한 반웅이었다.

“수고했어.”

벤치에 앉아 휴식하고 있는데 유아 라가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러 더니 내 얼굴 앞에 무언가를 내민 다.

사과 맛 캔 음료였다.

“너도 수고했어.”

나는 캔을 받으며 말했다. 그러자 유아라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네 활약이 컸어. 네가 버티지 못 했으면 분명 패배했을 거야. 너한테 대장을 맡기길 정말 잘했네.”

유아라의 칭찬에 나는 어깨를 으쓱 였다.

“아냐. 너도 딱 맞춰서 와 줘서 버 틴 거야. 아, 맞다. 드디어 이겼네? 이서준.”

유아라의 오늘 활약은 대단했다.

거기다 MVP인 만큼 분명 이번 중 간시험 1위는 이서준이 아닌 유아라 가 차지할 것이다.

“이겼다라…… 이기긴 했지.”

유아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렇 게 원하던 이서준에게서 승리했음에 도 목소리는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 았다.

하긴, 이서준이 마지막에 보인 전 투는 원작을 끝까지 보아온 나에게 도 충격적이었다.

위기 순간의 각성.

거기다 자신의 한계를 돌파한 상태 에서 또다시 한계를 돌파해버렸다. 싸우면서 성장하는 주인공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됐어. 중요한 건 넌 숭자라는 거 고 이서준은 패자라는 거야. 결과만 생각해.”

유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 니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 다.

“근데 너..

유아라가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왜?”

유아라는 입술을 달싹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시험 때 이서준이 너한테 했던 말 살짝 들었거든. 너 진짜로 봐줬어?”

나는 눈을 찌푸렸다.

“안 봐줬어. 내가 누굴 봐줘.”

단호한 말에 유아라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니면 말고. 아까 보니까 이서준 좀 화난 거 같던데.”

그 말을 끝으로 유아라는 다시 자 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고생했어. 난 가볼게.”

“어어.”

그 말을 끝으로 유아라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사과 캔을 홀짝이다가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이동하니 멀리 수십 명의 학생 사이에서 위로를 받는 이서준 의 모습이 보였다.

혼자서 끈질기게 버티며 싸우던 그 의 모습은 아마 많은 사람에게 큰

자극이 되었을 거다.

불리한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하지만 숫자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 하고 패배하는 모습은 아마 강한 동 정심을 일으켰을 테지.

그때 이서준이 내 시선을 느낀 듯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나도 그의 시 선을 마주했다. 나와 이서준은 약 3 초간 서로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는 아까와 같은 짜중과 분노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서준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내게 축하한다고 말하는 듯한

미소였다.

대회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배한 패 자가 승자를 축하하듯.

쓸쓸하면서 아쉬움이 담긴, 그러면 서도 진심이 담긴 그런 미소였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 왔다. 터벅터벅 힘든 발걸음으로 실 내로 들어섰다.

육체적 피로감보다는 정신적 피로 감이 심했다.

시험이 끝나고 수많은 기자에게 둘 러싸이기도 했고, 시험 자체도 꽤 힘들었으니까.

“웅애.”

그레텔은 입에 소시지를 문 채 내 게 다가왔다. 딱딱하고 까칠한 등을 쓰다듬어 주자 밝게 웃으며 좋아한다.

나는 털썩 소파에 앉았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했다.

[‘대장전 승리’ 업적을 달성했습니

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대장전 대장으로 숭리’ 업적을 달 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수많은 사람이 당신에게 깊은 홍 미를 느낍니다.]

[보상으로 8,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이서준’에게 당신에 대 한 관심도가 상숭합니다.]

[등장인물 ‘이서준’의 당신에 대한 관심도 Lv : 3]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아직 마주치지 않은 등장인물이 당신에게 흥미를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수많은 업적과 명성 포인트를 벌어 냈다. 그 외 이서준의 관심도 레벨 이 중가하기도 했다. 솔직히 너무 많아서 전부 읽기도 벅찰 정도다.

대충 계산해보니 1만 8천 포인트 를 벌어낸 것 같다.

나는 모든 메시지를 치우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결국 승리했다.

상대 팀에 이서준이 있었음에도 나

는 결국 승리했다.

만약 패배했으면 성무제 참가에 큰 제약이 생겼을 텐데 패배하지 않아 서 다행이다…….

한성제약 회의실에서는 한참 마법사관학교의 후원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 중이었다.

홍보팀 김 팀장은 오늘 경기에 참 관하며 직접 두 눈으로 보았던 2학 년 대장전의 이야기를 길게 풀어냈 다.

시험 MVP를 달성한 유아라.

이서준과 1:1 상황에서 거의 호각 의 모습을 보인 반전의 인물 김선

1대 13의 상황에서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이서준까지.

“이서준 학생을 제외하고서 지금 대중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학생 은 김선우 학생입니다.”

회의실 내부의 모두가 서류를 확인 했다.

종합 순위 20위라는 애매한 순위, 하지만 1학기 때와 비교하면 성적의 상승 폭이 어마어마했다.

“대장전의 핵심인 ‘대장’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의견이 절대적입 니다. 숨은 MVP라는 의견도 상당

하고요.”

한세연은 자세를 고쳐잡고 서류를 자세히 읽었다.

김선우.

또 이 학생이다.

김진우와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하 여 신경 쓰지 않으려 했는데, 기어 코 이번 중간시험에서 엄청난 활약 을 보이며 또다시 등장했다.

그것을 보며 한세연은 마음 한구석 에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인성 부분에 있어서는 문제없나 요?”

한세연이 물었다. 대중에게 간접적 으로 홍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 의 인성은 중요한 부분이었다.

“네,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교사들 사이에서는 인성이 좋다는 평이 자 자합니다.”

인성까지 좋다라…….

스토리가 좋기는 하다.

전교 꼴찌에서 노력으로 상위권에 안착. 그리고 좋은 인성.

거기다 이론 성적은 항상 만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성실성에서도 확실히 대중들에게 어필되겠지.

“후원 근거는 충분하네요. 오히려 안 하면 바보처럼 느껴질 만큼.”

“네, 그렇습니다.”

“전 이 학생 괜찮은 것 같아요. 이 사님은 어떠세요?”

한세연의 물음에 정 이사가 서둘러 서류를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전 한 본부장 의견에 따르겠 습니다. 하하.”

정 이사가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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