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1화 (121/535)

유아라와 스파링할 때 가끔 보았던 그녀의 거대한 화염 구체를 떠올리 며 말했다.

“홈…… 저렇게 때로 지어서 싸우 면 테러 쪽이 무조건 유리할 텐데. 이거 괜찮은 거 맞냐?”

물론 단순한 추측이지만 저런 상황

은 특무 요원 팀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실력의 격차가 분명한 만큼 교전은 최대한 피하고, 정보를 이용해 심리 전을 걸며 싸우는 게 최선이었기 때 문이다.

하지만 밖에서 느껴지는 마력으로 보았을 때 분명 다수의 전투가 일어 난 게 분명했다.

신영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아무래도 진 거 같다. 저렇게 무식하게 붙으면 절대 못 이 길 텐데.”

“일단 기다려 보자.”

“기다리기는. 구출도 안 되고 끝날 거 같구만.”

쯧쯧. 신영준이 혀를 찼다.

그때 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문을 바라봤 다.

익숙한 얼굴의 한 남자가 방 안으 로 걸어들어왔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 다.

남자, 김선우가 말했다.

“야. 나와.”

김선우가 인질 구출을 성공하며 두 팀의 구도는 완전히 뒤집혔다.

“뭐야?! 인질들이 풀려났잖아?”

“박인환이랑 다른 애들이 지키고 있었을 텐데?”

풀려난 인질들은 자신의 목표인 테러리스트 체포, 처치에 힘을 쓰기 시작했다.

이서준과 신영준 같은 최상위권 실 력자들이 참전하자 테러리스트 팀은

빠르게 무너졌다.

물론 다수와의 전투에 능한 유아라 가 거대한 화염 구체를 뿌리며 혼자 서 일당백의 전투력을 과시했지만, 상대는 이서준과 신영준이었다.

그녀 혼자서 그들을 상대하기란 역 부족이었다.

그렇게 약 30분의 시간이 홀러.

훈련이 끝이 났다.

혼자 남아 끈질기게 버티던 유아라 는 결국 이서준과 신영준의 합동 공 격을 버티지 못하고 패배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학생을 처치했기에 승패와 상관없이 그녀에

게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숭리 팀 : 특무 요원&인질팀]

[개인 처치 TOP 3]

1. 유아라 — 11명

2. 김선우 - 7명

3. 이서준 - 5명

[인질 구출 점수 순위]

1. 김선우 - 6명

2. 정진원 - 4명

[거점 점령 점수]

훈련 결과가 나왔다.

자신의 성적에 기뻐하는 학생도 있 는가 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 내지 못해 분통을 터트리는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훈련의 결과를 보 며 의문에 빠졌다.

“야, 김선우 처치 수 뭐냐?”

“그러게? 7명?”

“아니, 뭘 어떻게 했길래 김선우한

테 박살 난 거냐? 박인환도 있었다 며?”

“와. 김선우 소문 진짜 맞는 거 아 니야?”

“야, 백두언. 말 좀 해봐. 뭘 했길 래 인질들이 다 풀려난 건데?”

학생들은 당시 인질을 지키고 있던 백두언에게 물었다.

백두언은 멍한 눈으로 순위표를 바 라보다가 멀리 혼자 앉아있는 김선 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나 김선우교 입교하련다.”

“내일 보자.”

“어. 잘 가

바빴던 오늘 일정이 모두 끝이 났 다. 학생들은 짐올 챙기더니 하나둘 씩 교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나를 향한 몇몇 학생들의 시선, 그 리고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나저나 몸 좀 움직였더니 온몸이 뻐근하다.

쓸데없이 다수와 전투하면서 마나 도 생각보다 많이 사용하기도 했고.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 만족스럽기 는 하다.

너무 큰 활약을 해버려서 정현의 시선을 확 끌어버린 게 아닐까. 조 금 걱정이 들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릴리 로즈가 내게 말했던 내년 봄 에 있을 성무제.

그곳에서 몇 가지 사건이 일어날 예정인 만큼 나 역시 꼭 참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무제는 종합 성적 5위

이내라는 빡빡한 조건이 있어 지금 성적으로는 상당히 애매하다.

물론 순위 자체는 가파르게 상승하 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20위와 5위의 차이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격차.

웬만한 시험 결과로는 올해, 5위 안에 드는 건 상당히 힘들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만큼 앞으 로 있을 모든 훈련과 시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시험이 됐든, 태도 점수가 됐든, 이론 점수가 됐든. 모든 간에.

“김 선우.”

그때 이서준이 나를 부르며 다가왔다. 이서준은 입가에 흥미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입 을 열었다.

“애들이랑 밥이나 같이 먹자고. 너 저번에 빠졌잖아.”

이서준의 뒤로 신영준과 이현주, 유아라, 윤하영이 있었다. 그리고 잘 모르는 몇 학생도 보이고.

“그래, 선우야 같이 먹자〜.”

윤하영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아까 훈련에 져서 우울해하는가 싶 더니 지금은 괜찮아진 모양이다.

음. 밥이라…… 크게 상관없기는 한데.

“어디서 먹을 건데? 멀리 가기는 귀찮은데.”

“아, 얘 또 혼자 빼려 하네.”

신영준이 끼어들더니 찌릿 나를 노 려본다.

“말하는 거 보니까 오늘은 안 바빠 보이는데. 그냥 따라와라. 엉?”

“……뭐 먹을 건데 그럼.”

“이제 정해야지. 뭐, 너 먹고 싶은 거 있어?”

신영준이 물었다. 딱히 당기는 요

리는 없었기에 대충 대답했다.

“난 아무거나 상관없는데.”

“음. 그럼 면 요리 먹을래?”

“아니, 밀가루는 안 땡기는데.”

“회‘?”

“그건 배가 안 불러.”

“그럼 피자.”

“그건 밀가루잖아.”

신영준이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 장난하냐?”

“......홈홈.”

민망함에 목을 가다듬고는 다시 입 을 열었다.

“고기 먹을래?”

딱히 당기지는 않지만 그나마 취향 덜 타는 음식이기도 하니까.

“어휴. 아무거나 상관없다면서 결 국 지가 고르네.”

신영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견 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내 의견대로 고깃집으 로 가는 것으로 결정됐다. 다행히 반발은 없었다.

“가자!”

그렇게 우리는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고깃집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아 떠들기를 잠시, 고기 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고기의 맛을 담당하게 될 집게의 주인은 내 맞은편에 앉은 이서준이 되었다.

“근데 너 시험에서 장난 없더라. 7 명 처치. 대단하던데.”

이서준이 고기를 구우며 내게 말했다.

“맞아. 게다가 거기 박인환도 있었 잖아. 설마 혼자서 동시에 상대한 거야?”

내 옆자리에 앉은 윤하영이 말했다. 내 입으로 그때 있었던 일을 설 명하기도 좀 그래서 대충 넘어갔다.

“운이 좋았어.”

그렇게 대화하는데 아까부터 조용 히 스마트 학생 수첩을 들여다보던 신영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와 이거 뭐냐? 야야. 김선우 이거 봐봐.”

신영준이 내게 스마트 학생 수첩을 들이밀었다.

[Lilly Rose(@Lilly_lJ]

[사진]

[불 이모티콘]

릴리 로즈의 SNS였다.

그곳에는 한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사진 속 사람의 모습이 익 숙하다.

얼굴은 불타는 이모티콘으로 가려 놔서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체형을 보고는 딱 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최근 공개 테스트 영상 속 나를 캡처해서 올렸다.

얘가 왜 내 사진을?

“이거 너 아니냐?”

“……나 맞는 거 같은데.”

그러자 신영준이 어리둥절한 표정 을 지었다.

“뭐냐? 릴리 로즈가 왜 네 사진을 올린겨?”

나도 알고 싶다.

“나야 모르지.”

“……흠. 수상한데.”

신영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둘이 뭐 있지?”

“ 없어.”

“그럼 불 이모티콘은 뭐야? 둘이 뜨겁고 그런 사이라는 거 아니야?”

“……너 진짜 뇌가 그쪽에만 쏠렸 냐?”

“아님 말고

그나저나 나도 당황스럽긴 하다.

뭔진 모르겠지만, 불타는 이모티콘 을 보아하니 내 테스트 영상을 보고

타오른다. 의욕이 생긴다. 자극된다. 이런 의미가 아닐까?

릴리 로즈가 내게 경쟁심을 느끼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어? 야. 이서준. 뭐해?”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신영준의 목 소리에 번득 정신이 들었다.

재빠른 젓가락질로 고기를 건지는 신영준과 이서준의 모습이 보였다.

“아, 미안.”

이서준이 어색한 미소를 홀렸다.

나는 멍하니 접시 위의 고기를 바 라봤다.

검게 그을린 고기.

이서준이 요리에 전혀 감각이 없다 는 걸 방금 떠올렸다.

오늘 모든 일정을 마친 나는 편의 점에서 음식을 싸 들고 기숙사로 돌 아왔다.

문을 열자 그레텔의 작은 뒷모습이 보였다. 내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은 듯 그레텔은 나를 향해 돌아보더니 아장아장 걸어왔다.

“심심했지?”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바닥에 뒹굴 고 있는 수많은 소시지 껍질이 보였다. 집에 다른 음식도 많은데 쟤는 저것만 먹네.

그때 그레텔의 시선이 편의점 봉투 를 향했다. 음식이 담겼다는 걸 눈 치챈 둣 눈을 반짝였다.

“너 먹으라고 사 왔어.”

[그레텔이 강한 기쁨을 느낍니다.]

[‘신비한 마계수 열매’의 효과에 새

로운 성분이 추가됩니다.]

[‘신비한 마계수 열매’의 효능이 5% 상승합니다.]

새로운 성분 추가? 효능 상숭?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에 살짝 놀랐다.

마계수의 기분에 따라 열매가 달라 진다더니 말 그대로였다.

이쯤 되니 상당히 궁금해진다. 대 체 어떤 열매가 나올까.

무난하게 마력 같은 능력치를 상승 해주는 열매가 생기려나? 아니면 설

마 특성?

만약 열매로 특성을 얻을 수 있다 면 진짜 대박인데.

특성 열매라…….

악마의 열매 같은 느낌이라 좋네.

그때 그레텔이 내게 다가오더니 손 을 뻗었다. 빨리 내놓으라는 제스처 였다.

“알았어, 알았어.”

나는 봉투에서 음식을 하나씩 뒤적 거렸다.

요즘 너무 소시지만 먹길래 다양한 음식을 챙겨놨다.

햄, 훈제 닭 다리, 샐러드.

그레텔은 음식을 보더니, 햄과 닭 다리를 집었다.

“샐러드는?”

그레텔이 고개를 저었다.

“동류라서 안 먹는 거야?”

그레텔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닭 다리를 먹는 것에 집증할 뿐.

다행히 입맛에는 맞는지 아주 잘 먹는다.

얘도 근데 은근 편식하네.

그렇게 쪼그려 앉아 그레텔을 바라 보는데 스마트 폰에서 알람이 울렸

다.

[유데이]

[경매가 종료되었습니다.]

[최종 경매가 80억]

“오.”

검의 경매가 드디어 끝났다.

최종 경매가는 80억. 꽤 괜찮은 금

액에 팔렸다.

평범한 A등급의 검이 30~60억 사

이에 거래되는 것을 생각하면 최상

급 가격이라 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기대 이상인데.”

이것으로 내 총자산이 110억을 넘 어섰다.

2, 3주 전에 지하 경매로 거의 모 든 돈을 사용했던 것을 생각하면 엄 청나게 빨리 돈을 모았다.

“돈도 꽤 모였겠다……

슬슬 내가 생각한 계획을 진행해볼 까.

마침 시기도 적절하니까.

내가 하려는 것은 바로 땅 투기이

다. 미래에 황금의 땅이 될 곳을 미 리 손에 넣는 것.

물론 땅을 사려는 이유에는 개발 지역이 될 곳을 노려 투자하려는 그 런 사사로운 이유가 아니다.

이곳에서나 가능한 특별한 땅 투자 방법이 따로 있었다.

바로 미래에 던전과 탑, 유적지가 생겨날 땅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자신이 소유한 땅에서 던전과 탑, 유적지가 생겨난다면 그것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도굴꾼’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 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땅 주인이 던전을 발견해 던 전 소유권을 따로 등록해야 법적 효 력이 발동되기 때문에 던전의 대부 분이 주인도 모르는 사이 공략되고 있기는 하다.

최근 나와 윤하영이 공략한 ‘복마 전 5차 입구’도 땅 소유주가 던전이 생겨난 지 모르는 케이스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래의 지식이 있는 나는 앞으로 생겨날 어떤 던전의 땅 위치 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던전에는 이 세계의 중 요 에너지 자원 중 하나인 ‘천연 마

정석’이 대량 매장되어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위치는 강원도 화천.

강원도는 던전의 생성 가능성이 높 은 지역답게 땅값이 비싼 축에 속하 지만, 내가 가진 돈이면 충분히 살 수 있다.

던전이 생성까지 한 두 달 남았 나?

“……땅은 주말에 보러 가기로 하 고.”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을 켰다.

내 예상대로 화면에 메시지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이번 주 목요일 특별 선택 활동 공지 입니다.]

[3가지 강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원하시는 강의를 선택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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