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화 (120/535)

“인질 위치 말하면 특별히 살려준 다고.”

박인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장이라도 팀의 정보를 말해버릴 것 같은 표정이다.

“……진짜냐?”

“어. 너도 이대로 끝나면 꼴찌일 텐데 그걸 원하진 않을 거 아니야.”

“널 어떻게 믿지?”

“믿고 말고는 네 자유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박인환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입을 열었다.

“……거점A 4충, 거점B 6충.”

“그리고?”

“그곳 각 방에 있어. 방 위치는 나 도 자세히 설명하기 어려워. 그런데 방이 몇 개 없어서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어휴. 이 쓰레기. 바로 팀 팔아먹 네.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라 나도 모르 게 웃음이 나왔다.

그나저나 거점A 4충, 거점B 6충이

라면 원작과 동일했다.

다행히 내 계획에 차질은 없다.

“이서준, 신영준은 어디 있는데?”

“……둘 다 거점B 아, 아니, 거점A 어어. 거점A 4충에 있어.”

“홈.”

인질 위치가 원작과 동일한 지금, 이 말은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원작과 회귀 전 이서준과 신영준은 거점B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말 더듬는 거 보니까 거짓 말 진짜 못 하네.

“암튼 난 다 말했다. 그럼 살려주

는 거지?”

박인환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아니, 구라지.”

“뭐? 야이, 개새……

콰앙-!

박인환의 형체는 그대로 사라졌다.

아마 찌금 현실에서 열심히 내 욕 을 하고 있지 않을까?

뭐, 박인환이 내게 어떤 감정을 품 든 크게 신경 쓰이진 않는다.

언젠간 빌런이 될 녀석이니까.

[‘희망 고문’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박인환’이 당신을 극도 로 혐오합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3천 포인트라.

크게 기대 안 했는데 꽤 짭짤하네.

부우웅.

그때 주머니 속 스마트 학생 수첩 에서 진동이 울렸다.

[처치 점수 10점을 획득합니다.]

[개인 점수 : 10]

아, 처치 점수도 있었지.

덕분에 개인 점수도 벌어냈다. 내 게는 이런 사소한 점수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그나저나 6층이라고 했지?

“ 가볼까.”

정현은 모니터를 통해 훈련을 지켜 보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꽤 신기 한 장면을 보았다.

2학년 종합 5위인 박인환이 20위 인 김선우에게 패배한 것이다.

“쟤 진짜 뭐야?”

김선우의 실력에 대해 아직 긴가민 가한 게 있었지만, 이 장면을 보고 확신이 생겼다.

김선우는 요주 인물이다.

그것도 이서준, 유아라만큼의 핵심 요주 인물.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어떻게 저 실력으로 지금까지 순위 가 낮았지?

2학년 최상위권 실력을 가진 박인 환을 저렇게 쉽게 쓰러트렸으니 김 선우의 본 실력은 못해도 1위나 2 위권이 분명할 터.

거기다 방금 보인 전투는 주특기인 발현계뿐만이 아니라 강화계에서도 꽤 특출난 실력을 갖고 있었다.

지금까지 마법 컨설턴트로 활동하 며 수많은 학생을 봐왔지만 이런 녀 석은 또 처음이었다.

“뭐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저게 6개월 전만 해도 150위에 있 던 학생이라니.

분명 뭔가 착오가……

그때 였다.

다른 화면에 새로운 전투가 일어난 것이 보였다.

거점 A.

2위 유아라와 4위 이현주의 격돌

이었다.

그 뒤로 10명의 테러리스트와 15 명의 특무 요원이 붙었다.

그리고 테러 팀에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강력한 결계가 주변을 두르 고 있었다.

“함정에 빠진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당황해하 는 특무 요원 팀 모습을 보아하니 상대가 매복해 있던 것 같고.

숫자는 특무 요원이 우위지만 전력 은 테러리스트 팀이 압도적 우위다.

저대로 붙게 된다면 아마 특무 요 원 팀은 전멸하게 될 것이다.

……그나저나 뭔가 허술한데.

굳이 이렇게 15명이 뭉쳐 다닐 필 요는 없었을 텐데.

거점 두 곳 중 하나를 빠르게 확 보할 생각이었나?

그때 유아라와 이현주의 대결이 시 작되 었다.

정현은 눈을 빛내며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2학년 2위와 4위의 대결.

앞으로의 계획에 있어 중요한 정보 를 획득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전투 스타일이라던가,

가진 마력의 힘이라던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정현은 화면을 보며 메모에 무언가 를 적기 시작했다.

한참 살벌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거점 A.

유아라와 이현주는 그곳에서 마법 을 주고받으며 전투를 하고 있었다.

유아라를 향해 달려드는 영체 소환 수인 물의 늑대. 그리고 물의 늑대

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화염 구체.

그 둘의 대결은 겉으로 보기엔 팽 팽해 보였지만, 상황은 점점 유아라 에게 좋아지고 있었다.

유아라의 타고난 마나량을 이현주 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 쳇.”

이현주는 눈을 찌푸렸다.

역시 유아라. 저렇게 화염 구체를 뿌려버리니 소환 공격이 의미가 없다.

범위 공격에 능한 유아라는 이현주 의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상황이 안 좋은데.”

이현주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10명의 테러리스트 팀과 15명의 특무 요원 팀이 단체로 대결을 벌이 고 있었다.

숫자에서는 분명 우위를 점하고 있 지만, 테러리스트 팀과 특무 요원 팀 간에 힘의 격차는 분명했다.

이 싸움은 길어질수록 상황만 악화 될 것이었다.

그 중거로 15명의 동료 중 벌써 3 명이 처치당했다.

우1빨리 무슨 수를 써야 하는데.’

물론 이 상황은 계획의 일부.

하지만 계획보다 더 많은 적이 숨 어 있었다.

결계만 아니었으면 전략적 후퇴도 고려했을 텐데 이대로라면 전멸할지 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이 불안한 것 은 이현주뿐만이 아니었다.

유아라 역시 지금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아까부터 김선우가 보 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아라 기준으로 상대 팀에 가장

위협 요소는 단연코 김선우.

그리고 이렇게 매복을 한 이유 역 시 김선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서였다.

유아라는 이를 악물었다.

빨리 이 녀석들을 처치하고 김선우 를 찾아야 하는데.

한편, 거점 B의 테러리스트 진영에 는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박인환은 왜 안 와?”

인질을 숨겨 놓은 방 앞에서 백두 언이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게? 잠깐 둘러보고 온다더니 20분이 지나도 안 오네.”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

“에이, 설마.”

박인환의 교내 종합 성적은 5위다.

상대 팀에 박인환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애라고 해봤자 이현주 말고 는 없었다.

“설마 여러 명한테 기습당해서 죽 은 거 아니야?”

“아니야. 기습당할 거 같으면 바로

도망쳤겠지.”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진 마법사 라고 해도 다수의 적을 만나면 싸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에 보조계 마법사가 한 명 끼어있으면 상당히 불리해지기 때문 이다.

박인환이 오만한 성격을 지니고 있 다고 해도 무모하지는 않았다.

“그럼 이현주가 여기 들어온 거 아 니야?”

“멍청아. 이현주는 지금 밖에서 유 아라랑 싸우고 있잖아.”

“아, 그러네.”

그럼 뭐지?

이현주가 아니면 박인환을 상대할 수 있는 애는 저쪽에 없을 텐데.

그 순간 불현듯 백두언의 머릿속에 한 이름이 스쳤다.

유아라가 말했던 최고 요주 인물.

김선우.

“……에이, 설마.”

김선우가 유아라 말대로 20위 답 지 않은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박인환은 5위인데.

그리고 김선우한테 숨겨진 힘이 있 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1학기 때 비해 김선우의 실력이 믿기 힘들 정도로 상승한 건 사실이 지만 무슨 소설이나 만화도 아니고, 이서준만큼의 힘을 갖고 있으면서 숨길 이유가 어디…….

그때 였다.

가까운 어딘가에서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마력?”

하지만 무언가 대처를 하기도 전에 환하게 빛나는 마법 구체가 바로 옆 에 있던 팀원의 머리를 정확히 맞추 었다.

콰아아앙-!

“뭐, 뭐야?!”

한순간에 한 명이 소멸되었다.

마법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 리니 익숙한 얼굴의 한 남성이 서 있었다.

“기, 김선우?”

“뭐야? 언제 여기까지 온 거야?”

분명 발소리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니 그것보다 방금 마법.

마력이 느껴지자마자 쏘아졌던 거 같은데, 그렇다는 건 구현과 동시에 방출한 게 아닌가?

그런데도 저렇게 정확히 머리를 맞 춘다고?

백두언의 머릿속에 순간 온갖 의문 이 떠올랐지만 일단 그럴 때가 아니 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 공격해!”

백두언의 외침에 남은 5명도 정신 을 차리며 김선우에게 달려들었다.

김선우의 주변에 3개의 마법 구체 가 구현됐다.

거의 최소한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작은 형태의 구체.

3개의 마법 구체가 다시 한번 빠

르게 쏘아졌다.

팡! 팡! 팡!

그리고 그 3개의 마법 구체는 3명 의 머리를 정확히 적중했다.

“끄아악!”

한순간에 사라진 3명.

최소한의 마력을 담았지만, 머리를 정확히 맞추었기에 최고의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아직 두 명의 공격이 남아 있었다. 그 둘은 각자 자신이 쥔 무 기를 김선우에게 휘둘렀다.

“죽어!”

처음엔 백두언의 거대한 도끼가 김 선우를 향해 휘둘러졌다.

김선우는 현묘한 움직임으로 고개 를 숙이며 공격을 회피했다.

그다음은 32위, 강화계 마법사인 박호수가 틈을 노리며 검으로 찔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선우는 몸을 꺾 으며 공격을 피해냈다. 이내 새롭게 마법을 구현하더니 박호수의 머리를 향해 쏘아냈다.

콰아앙!

머리를 꿰뚫린 박호수는 그대로 소 멸되 었다.

혼자 남은 백두언은 뒤로 빠르게 물러나더니 멍한 눈으로 김선우의 얼굴을 바라봤다.

“뭐야……

백두언의 등에 식은땀이 홀러내렸다.

방금 한순간에 4명을 쓰러트렸다. 그것도 혼자서.

“김선우……

17위인 자신이 20위인 김선우에게 긴장하고 있는 이상한 상황.

문득 아까 유아라가 했던 말이 떠 올랐다.

‘그거 진짜 맞을걸?’

‘그거 진짜라고.’

‘왜? 나도 마알못이라 하게?’

김선우에 관한 소문이 진짜라는 것.

그리고 방금 김선우의 전투 능력을 본 백두언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건 절대 20위의 실력이 아니다.

못해도 5위. 아니…… 어쩌면 박인 환도 김선우에게 패배했을지도 모른 다.

그렇다는 건 지금 김선우는 4위 이상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

다.

꿀꺽.

긴장되지만 아직 패배한 건 아니다. 녀석이 아무리 강해봤자 발현계 마법사.

강화계는 발현계 마법사 상대로 어 느 정도 상성 상 우위에 있다.

근접전만 유도할 수 있다면 숭산은 충분하다.

그때 김선우가 마법을 다시 구현과 동시에 방출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공격이었기에 백 두언은 공격을 피해냈다.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갔다.

보통 발현계 마법사들은 이때 마법 의 형태 변화를 이용해 접근을 막아 내거나 계속해서 견제 공격을 쏘아 내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백두언은 그런 움직임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김선우는 예상외로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후우웅!

백두언은 잠시 당황했지만 침착하 게 도끼를 휘둘렀다.

김선우는 이번에도 몸을 옆으로 꺾

으며 공격을 흘려냈다.

아까도 느꼈지만 움직임이 상당히 유연했다.

강화계 마법사를 상대하는 게 아닐 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큭!”

그때 김선우의 손에 새롭게 마법이 구현되었다. 강한 빛이 그의 눈을 부시게 했다.

이서준과 신영준을 포함한 6명의

인질이 마금속 수갑에 묶인 채 방 안에 앉아 있었다.

따분한 시간이었다.

가만히 앉아 구출해오기를 기다려 야 하니 이서준과 신영준 입장에서 는 몸이 근질근질해 참을 수 없었다.

아까 밑에 층에서 마력의 기운이 잠깐 느껴지기는 했었는데 잠잠한 걸 보니 별일 없는 거 같고.

쿠우우웅……

그때 밖에서 거대한 울림이 들렸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이서준이

입을 열었다.

“보니까 밖에 제대로 싸움 났나 본 데‘?”

“그러게. 지금 상황 괜찮은 거 맞 냐? 아, 답답해. 근데 방금 마법, 저 거 유아라 마법 맞지?”

“유아라 마법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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