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는 특무 요원의 말살, 거점 수비.
특무 요원은 인질 구출, 거점 점 령.
인질은 테러리스트 체포.
인질의 목표가 테러리스트 체포라 는 게 조금 우습긴 하겠지만 일반적 인 인질이 아닌, 특무 요원 출신의 인질이라는 설정이 붙어서 그렇다.
여기에 몇 가지 복잡한 룰이 더 있다.
테러리스트의 거점 점령 시간에 따 른 추가 점수도 있고, 전투 기여도 에 따른 추가 개인 점수도 있다. 그 리고 목표 달성 점수 또한 있다.
또 다른 중요 룰이 있다면 테러리스트는 인질을 죽여도 되고 살려도 된다.
다만 인질을 죽일 시 큰 감점이 주어진다.
특무 요원 역시 마찬가지다. 인질 이 죽으면 큰 감점을 받는다.
그렇다고 테러리스트들이 인질을 죽이는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인질을 죽일 시, 테러리스트 전체 가 감점을 받는 게 아니라 죽인 사 람 개인만 감점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그 누구도 팀 전체를 위해 자신의 점수를 희생할 사람은
없다.
“좀 힘들겠네.”
“그러게. 유아라에 박인환이면 최 상위권이 두 명이나 있는데.”
“박인환이 5위였던가?”
“어, 맞아.”
“이걸 어떻게 이겨?”
내 옆에서 걱정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아라는 그렇다 쳐도 종합 5위인 박인환까지 테러리스트 역할을 맡고 있으니 난도가 꽤 높긴 하다.
애초에 인질 구출을 감안해서 테러
리스트의 평균 실력 대가 훨씬 높게 배정되어 있기도 하고.
그래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인질인 이서준과 신영준을 먼저 구 할 수 있다면 일은 생각보다 쉽게 풀릴 테니까.
그리고 어느 정도 계획은 세워져 있었다.
나는 모두에게 말했다.
“다들 모여봐. 회의하게.”
역할극의 중요 거점 중 하나인 거 점 A
그곳에서는 한참 테러리스트 역할 을 맡은 학생들의 회의가 진행 중이 었다.
물론 인질들이 엿들으면 안 되기에 인질들은 모두 근처의 작은 방에 가 두었다.
“얘들아 어떻게 할래? 전략이라던 가 특별한 의견 있는 사람 있어?”
17위, 도끼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백두언이 먼저 나서서 말했다.
그러자 박인환이 킥하고 웃었다.
“전략은 무슨. 그냥 밀어버려. 우리 쪽 전력이 훨씬 강하잖아. 뭘 어렵 게 생각해?”
박인환의 말에 유아라가 끼어들었다.
“그건 안 돼.”
자신의 의견이 단호하게 거부당하 자 박인환은 눈을 찌푸렸다.
“왜?”
“상대 위치도 모르는데 함부로 나 서버리면 상대 팀이 몰래 인질 구출 을 노릴 수도 있어.”
인질 중에는 교내 최상위권 실력을
가진 이서준과 신영준이 있다.
만약 그들이 풀려나게 된다면 테러리스트 팀은 숭산이 없어진다. 그런 상황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그럼 모두 인질 옆에 딱 붙어있던 가.”
“그것도 안 돼. 인질 옆에 다 모이 면 거점은 어떻게 하라고?”
거점은 총 두 곳이 있다. 모든 인 원을 거점 한곳에 집중시키면 다른 거점의 방어가 취약해진다.
“아씨, 뭐 다 안된대.”
박인환이 눈을 찌푸렸다. 분위기가 과열되려 하자 윤하영이 나섰다.
“거점 두 곳 인원을 잘 분배해서 지켜야겠지. 한곳으로 몰려가면 그 만큼 힘들어질 테니까.”
그때 박인환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 며 다시 의견을 냈다.
“맞다.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사실 진짜 쉽게 이기는 방법이 하나 있는 데.”
그 말을 단번에 이해한 유아라가 눈을 찌푸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그걸 누가 회생해?”
박인환이 말한 쉽게 이기는 방법은 한 사람이 자신의 개인점수를 희생
해서 모든 인질을 죽이는 것이었다.
“여기서 투표로 제일 쓸모없는 놈 을 정해서 시키면 되지."
“야. 너 진짜…… 됐다. 너 그냥 입 다물어.”
유아라가 찌릿 노려보자 박인환이 뻘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저쪽 은 이현주만 막으면 되는 거 아니 야?”
조용히 듣던 72위, 성진원이 의견 을 말했다. 그러자 몇몇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그러게. 상대 쪽에 이현주 말고
그렇게 강한 애도 없잖아.”
“그렇긴 하지. 그쪽에 그나마 강한 애라고 해봤자 14위 유지원이랑 20 위 김선우 정도니까.”
“이현주한테 한 10명이 붙고 나머 지는 알아서 하면 되겠네.”
이현주를 막자는 의견이 오가자 학 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했다.
종합 4위. 그녀의 실력은 순위가 증명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유아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무 요원 팀에서 가장 위협적인 인물은 단연코 김선우다.
김선우가 기말시험에서 3위하고, 저번 순위 평가 테스트에서 좋은 모 숩을 보였지만 종합 순위가 20위였 기에 아직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 고 있었다.
자존심 상하지만 김선우는 아무리 낮게 봐도 2위권 내의 실력자.
그리고 추측이지만 김선우는 이서준에게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갖고 있었다.
“최고 위험인물은 김선우야.”
유아라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의아해하는 반웅이 터져 나왔다.
“김선우? 글쎄. 걔가 최근에 실력 이 엄청 늘기는 했는데 그래도 이현주보다 높게 잡는 건 좀……
“맞아. 4위랑 20위 갭이 얼마나 큰 데.”
“하. 유아라, 너도 김선우빠인가 김 선우교인가 그거냐?”
백두언의 말에 유아라가 의문의 시 선을 보냈다.
“김선우교? 그게 뭐야?”
“모르냐? 요즘 학교 내에 돌고 있 는 신흥 종교인데.”
“신홍 종교? 그게 뭔 소리야?”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뭐기는. 김선우가 사실 실력을 숨 기고 있고, 본 실력은 이서준보다 뛰어나다. 라는 말도 안 되는 걸 믿 는 종교지.”
“큭큭. 야. 진짜로 그런 애가 있 어?”
“1학년들 사이에서는 꽤 퍼졌던데. 걔네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더라.”
“1학년이라 순진하네. 김선우 실력 이 최근에 엄청 늘긴 했는데 이서준 보다 뛰어나다는 건 너무 나갔지.”
“크흐흐. 아 진짜 웃기다. 김선우교 래. 실화냐?”
한 여학생은 뭐가 그리 웃긴 지 배꼽을 잡으며 깔깔거렸다.
“근데 진짜로 몇 명 있긴 해. 내 주변에만 한 5명 정도 있거든. 기말 시험 때 릴리 로즈를 쓰러트린 게 김선우인 거 같고, 이번 공개 테스 트 때 김선우 마법이 이서준보다 강 했던 거 같다면서 말이야. 큭큭.”
“와. 진짜 걔들은 마(법)알못이다. 누구냐? 걔네는 진짜 걸러야겠다.”
“김선우가 릴리 로즈를 어떻게 이 겨.”
“그리고 걔 기말시험 3위 보물찾기 빨이잖아.”
유아라는 그 대화를 들으며 신기함 을 느꼈다.
김선우에 대해 그런 주장을 하는 애들이 있다니.
평소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
나 말고도 김선우를 그렇게 평가하 는 사람이 있었구나.
“……그거 진짜 맞을걸?”
“뭐?”
“그거 진짜라고.”
“와. 대박! 유아라 김선우빠였네? 실화냐?”
백두언이 소란을 피우자 유아라가 미간을 좁혔다.
“왜? 나도 마알못이라 하게?”
“어? 그, 그건……
그때 조용히 듣던 윤하영이 나섰 다.
“나도 선우부터 막는 게 중요하다 고 생각해. 아라 말 대로 선우가 너 네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애거든.”
“어? 여기 김선우빠 한 명 또 있 네?”
백두언이 킥킥 웃었다.
하지만 유아라와 윤하영의 주장에 몇몇 학생들 사이에서 혼란이 생겼 다.
“김선우가 그 정도라고?”
“걔가 최근에 좀 대단하긴 했는데 그래도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건 좀 아니지 않냐? 걔 그리고 마나 조루 잖아.”
“마나 조루까지는 아니던데 요즘 보면.”
“넌 어떻게 생각해?”
유아라가 박인환에게 시선을 돌리
며 물었다.
박인환이 순간 몸을 움찔했다. 그 에겐 김선우와 엮여서 좋은 추억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뭐, 뭐가‘?”
“김선우 어떻게 생각하냐고. 너 예 전 공방 역할 훈련 때 김선우한테 맞고 병원 갔었잖아.”
겨우 잊었던 상처를 다시 찔리자 박인환이 버럭 언성을 높였다.
“야! 그, 그건. 내가 방어 역할이었 으니까 그러지. 제대로 붙으면 내가 무조건 이겨.”
“……뭐, 그래.”
생각은 자유니까.
그때였다. 허공에서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5분이 지났습니다.]
[지금부터 역할극을 시작합니다!]
거점 B 1층.
나는 혼자 건물 내부의 긴 복도를
걷고 있었다.
이번 인질극 역할 훈련의 핵심은 ‘침투와 정보’다.
평균 실력 수준이 더 높은 테러리스트 상대로 정면 승부는 가망이 없 기에 이렇게 따로 침투해서 정보를 얻는 인원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인질의 위치라던가, 거 점별 지키는 인원수라던가.
물론 그 이유로 내가 이렇게 움직 이는 건 아니다. 원작의 경험을 토 대로 내 나름의 전략을 짜왔거든.
“흐 ”
丁그" .
아무튼 지금 나는 저번에 획득한 ‘가벼운 발걸음’의 특성 효과를 이
용해 움직이고 있었다.
정말 특성 이름처럼 발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나저나 아까 의문의 업적을 달성 했었는데.
[‘종교의 시작’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종교의 시작.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뭔지 모르겠
다.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겠고, 짐작 되는 것도 없다.
“진짜 뭐지?’
설마 외부자의 혜택에 오류가 생긴 건가?
오류라…….
지금까지 오류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어디 외부의 영향인가?
“……홈. 나증에 생각하자.”
이곳은 적진 한가운데.
방심은 금물이다. 언제 어떤 녀석 이 공격해 올지 모르는 지금, 항상 주위를 경계해야 한다.
인질은 어디 있을까.
물론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인질의 위치는 어느 정도 알고 있기는 했다.
회귀 전의 나도 이 훈련을 경험했 었으니까. 하지만 회귀 전의 경험을 완전히 의지하기에는 변한 부분이 많았다.
애초에 원작과 회귀 전에 특무 요 원 역할을 맡았던 윤하영이 테러리스트에 배정되는 변화가 생기기도
했으니까.
그때 복도 끝에서 한 남성이 등장 했다. 남성은 나를 보더니 빠르게 표정이 굳어갔다.
“……김선우?”
나는 내 앞의 남성을 빤히 바라봤 다.
중요 등장인물은 아니지만 그렇다 고 엑스트라는 아닌 녀석.
마법사관학교 종합 5위, 박인환이 다.
“……여기서 마주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박인환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내 게 말했다.
하지만 평정을 가장한 미소와 달리 녀석의 손끝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의외로 긴장한 모양이다.
나는 웃으며 박인환에게 말했다.
“이렇게 대화하는 건 오랜만이네. 공방 역할 훈련 이후로 잠잠하더 니.”
“닥쳐. 그때의 치욕. 어떻게 갚아줘 야 하나 계속 생각했었는데. 잘됐 네.”
박인환이 나를 노려보며 주절주절 떠들었다.
나는 적당히 무시하고 혹시 다른 테러리스트가 숨어있는 게 아닐까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 았다. 이곳엔 박인환 혼자 있는 모 양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1:1의 상황.
이전에는 마력이 부족해 대자연의 심장이 아니면 숭리를 장담하기 힘 들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방학 동안 나도 꽤 성장했다.
“근데 너 혼자서 덤비게?”
“하! 건방진 새끼. 기말시험 성적
좀 잘 나왔다고 뭐라도 된 거 같 냐? 그래봤자 20위 주제에.”
박인환은 몸의 마력을 끌어모으더 니 예고도 없이 화염의 가시를 쏘아 냈다.
화르르륵!
나는 몸을 꺾으며 녀석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엄청나게 빠른 속공이었다.
1학기 때 발현계 수업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딴판이라고 느껴질 만큼.
역시 상위권답게 성장력이 남다르 네.
“쳇!”
박인환은 내 몸놀림에 순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새롭게 마법을 구현 했다. 하지만 나는 그 틈을 주지 않 고 마법을 빠르게 속사했다.
내 손을 떠난 3개의 마법 구체는 빠르게 박인환의 어깨와 다리를 맞 추었다.
“아아악!”
박인환이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신체 를 마력으로 강화해 빠르게 내달렸다.
“이 새끼가!”
박인환은 고통스러워하는 와중에도 나의 접근을 막아내기 위해 화염의 창을 쏘아냈다.
그러나 타이밍 맞게 마법 구체를 방출하며 녀석의 공격을 상쇄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나는 주먹에 마력을 담아 그대로 배를 강타했다.
“크헉!”
박인환이 배를 움켜쥐었다. 고통에 괴로워하며 무릎을 꿇었다.
“크으윽! 쿨럭!”
박인환이 바닥에 침을 흘렸다.
털썩!
[등장인물 ‘박인환’이 당신에게 공 포를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박인환은 몸을 웅크린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거칠게 호흡하면서 그 와중에 입 밖으로 계속 욕설을 내뱉었다.
“컥……
나는 마법 구체를 손 위로 구현했다.
그렇게 많은 마력을 머금은 구체는 아니었다.
하지만 머리만 맞추면 한 번에 끝 낼 수 있을 정도의 수준.
박인환은 그것을 보더니 이를 악물 었다.
“이, 이런 개一!”
“ 야.”
내가 부르자 박인환이 의문이 가득 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살고 싶냐?”
“닥치고 빨리 죽여.”
살려주겠다는 내 말에도 박인환은 죽일 기세로 나를 노려보았다.
“왜? 살고 싶지 않아?”
“네가 날 살려 준다고? 웃기시네.”
“인질 위치 실토하면 특별히 살려 줄게.”
그 순간 박인환이 행동을 멈추었다.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