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크게 심호흡하면서 ‘형태 없는 정령의 유산’에 마력을 주입했다.
우우우웅…….
동시에 내 손 위의 마법 구체에 작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무속성의 구체는 점점 푸른 빛을 띄우며 전기 속성으로 차오르기 시 작했다.
중간중간 손바닥이 따끔거렸지만 몇 번의 훈련 끝에 전보다는 훨씬 참을 만했다.
“크으윽! 뭐야? ……전기 속성?”
마인은 바닥에 구르며 괴로워하는 와중에 내 마법 구체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전기 구체가 저번과 같 이 크게 튀더니 내 손바닥을 강하게 지졌다.
“끄윽!”
순간 이를 악물고 몸을 움찔했다.
마인는 그것을 타이밍이라고 생각
한 듯 너덜거리는 몸으로 나를 공격 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렇게 녀석의 주먹이 내 배에 닿 으려는 순간.
나는 그대로 마법을 방출했다.
파지지지직一!
콰아앙!
[표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승전보의 효과로 특성, ‘가벼운 발 걸음’을 획득합니다.]
[‘전기 속성으로 처치’ 업적을 달성 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전기 속성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대자연의 축복’ 효과로 전기 속성 숙련도를 추가 획득합니다.]
[‘전기 속성 제어술’ 특성이 추가됩 니다.]
[B급 빌런, ‘이종’을 단독 토벌했습니다.]
[인과율이 0.3 상승합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수많은 메시지.
전기 속성을 이용한 전투는 처음이 라 그런지 추가 포인트를 벌어냈다.
“아으. 따가워.”
나는 벌게진 손을 탈탈 털었다.
슬쩍 마인의 사체를 보니 녀석의 몸에서 전기가 흐르고 있었다.
마인의 상성인 빛 속성만큼은 아니 지만 파괴력이 상당하다.
잡아먹는 마나의 양 역시 상당하기 는 하지만.
“후.”
그래도 오늘 대자연의 심장과 마나 엘릭서, 그리고 투쟁심 없이 순수 내 힘으로 B급 마인을 처치했다.
물론 기습으로 상대의 어깨를 날리 고 시작하긴 했지만 과거를 생각하 면 상당한 발전이었다.
이제 곧 마력을 감지한 특무 요원 들이 이곳에 몰려들 것이다.
내가 전기 속성을 다루게 된 것을 아직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빠르게 장소를 이동했다.
암혹으로 뒤덮인 십마회의 은신처.
초대받은 마인만이 입장할 수 있는 은밀한 이곳에서 9명의 S등급 마인 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들 오랜만이군.”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한 자리 가 비는 게 어색하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성진이 죽은 지 4달 정도 지났 나?”
“그렇지. 설마 그 녀석이 죽을 줄
은 생각도 못 했는데.”
“쯧. 운도 없군.”
그때 누군가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우리 동족이 토 벌되는 사건이 상당히 잦아졌던데. 다들 알고 있나?”
한 마인의 말에 다른 마인들이 공 감했다.
“아. 최근 엄청 늘어나긴 했더군. 근데 대부분 한 놈이 저지른 일이라 던데.”
“분명 그 인간 마법사의 이름 이…… 김진우라고 했나?”
김진우라는 이름이 들리자 모두가 알고 있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최근 일어나는 마인 토벌 사건의 절반이 김진우에 의해 일어났었으니 까. 하지만 아직 그들은 크게 의심 하지 않았다.
마인은 소수 일족답게 끈끈한 유대 감을 특성으로 지니고 있었다.
특히 자신의 주변인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그 누구보다 복수에 힘을 쏟 는 게 바로 마인이었다.
김진우에게 일어난 마인 토벌 사건 들은 단순히 마인의 복수심에서 비
롯된 것이라 그들은 생각했다.
그렇게 대화가 진행되던 중, 어둠 속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모인 것 같군.”
동시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마인의 ‘왕’이었다. 왕은 어둠 속에서 9명의 마인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긴말하지 않겠다. 약 2달 뒤에 예 언의 아이 처단 계획을 실행할 예정 이다. 이 중 계획에 참여할 자가 있 나?”
“......r
왕의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예 언의 아이 처단 계획이라니.
예언의 아이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 건가?
“처단 계획이라 하시면?”
한 마인의 물음에 왕이 입을 열었다.
“천해.”
왕의 부름에 천해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계획을 설명하라.”
밤 10시.
개인적인 일정과 훈련 둥을 모두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안으로 들어오니 대자로 누워서 자 는 그레텔의 모습이 보였다. 옆에는 반쯤 잘린 소시지가 뒹굴고 있는데 먹다가 잠든 모양이다.
그래도 어제와 달리 방안은 깨끗하 다. 어지르지 말라는 말을 기특하게 도 잘 지켰다.
혹시 저번 열매처럼 그레텔에게 뭔
가 변화가 없나 자세히 살펴보는데 별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작은 걸 보면 성장기이긴 할 텐데 언제쯤 커지려나.
“……일단 씻어야지.”
나는 땀에 젖은 몸을 씻고는 다시 거실로 나왔다. 소파에 드러누워 외 부자의 혜택을 발동했다.
아까는 대충 봐서 잘 몰랐는데 오 늘 생각지도 못한 이득이 있었다.
‘승전보’로 능력치가 아닌 특성을 획득했다.
그럼 어떤 특성인지 확인해 볼까.
[가벼운 발걸음(B)]
분류 : 특성
설명 : 발걸음이 가벼워 집니다.
[지속 효과]
►재빠른 발걸음
이동 속도가 10% 상승합니다.
►은밀한 발걸음
발에 마력을 주입하여 발소리와 존 재감을 크게 줄입니다.
“오.”
상당히 범용성 높은 특성이 나왔다.
이동 속도 상승과 발소리와 존재감 을 줄여주는 효과.
특히 은밀한 발걸음 같은 경우는 발소리뿐만이 아니라 존재감까지 크 게 줄여주기 때문에 어딘가에 잠입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엄청난 도움
이 될 게 분명했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데.”
그리고 무려 B등급의 특성.
만 포인트 이상을 공짜로 번 것이 나 다름없었다.
“하긴, 이래야 S등급 특성이지.”
10만 포인트나 주고 구매한 특성 이니까.
남은 시간 뭘 할까 생각하다가 문 득 인과율이 얼마나 쌓였는지 궁금 증이 생겼다.
시간도 꽤 흘렀고 많은 빌런을 처 치하기도 했으니까.
[인과율 : 8.85]
“8.8 이라……
아직도 10을 넘기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간이 지날수 록 쌓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10개 쌓이면 해금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인과율 1이
—인과율이 10이 넘으면 해금됩니다.
과연 어떤 권능이 나올지 상당히 궁금하다.
스킬도 아니고 ‘권능’이라고 하니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특별한 능력 이 쥐어질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100의 인과율이 필
요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목표 로 잡았으니 아마 어지간하면 권능 올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쩝.”
마지막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마법사 커뮤니티인 ‘마법사의 숲’에 접 속했다.
이런 마법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 다 보면 의외로 특별한 ‘소문’이나 ‘정보’를 접할 수도 있다.
물론 헛소문도 상당히 많기에 잘 걸러서 봐야 하겠지만 마법사 세계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 종종 살펴보 는 것이 좋다.
그렇게 쭉 둘러보는데 제목 하나가 내 시선을 끌었다.
+마법사의 숲 익명 게시판+
[혹시 흐 A에서 영 입 제의받은 사 람 있냐? 여기 페이가 상당히 쌔던 데.]
한눈에 보고 뭔지 알았다.
흐 人.
한성이 다.
대기업 한성그룹.
+댓글+
[흐 A 이 어딘데? 초성 좀 쓰지마 라.]
[나 받음. 흐人기= 맞지?]
[oo. 님 둥급 뭐임? 난 A인데]
[S. 근데 죽기 싫으면 절대로 가지 아라 긔 긔 긔]
[흐人이 어디냐고]
[나도 흐 A 제의 옴. 흐人7、보니 까 열 받은 모양이던데. 근데 내 목 숨 아까워서 안 한다. 참고로 난 S 심사본 경험 있는 A등급임.]
흐 AX은 한세진을 뜻한다.
왜 굳이 초성을 사용하냐고 묻는다 면 한세진이 비밀리에 고등급 마법사들을 모으고 있어서 그렇다.
아마 저들도 최소한의 비밀 유지를 지켜주기 위해 저러는 거겠지.
그나저나 한세진이 자운 토벌을 위 해 마법사들을 모으고 있다니.
이건 원작과 달라지지 않았다.
“흐음.”
한세진의 자운 토벌단.
넷상에서는 저렇게 다들 기피하는
모습이지만, 아마 실력 있는 마법사 들이 꽤 모일 것이다.
이 세계에는 상상 이상으로 자운에 악감정을 지닌 자들이 많기 때문이 다.
물론 결과는 뻔하겠지만.
“흐아암.”
피곤하네. 슬슬 자러가볼까.
그때 스마트 학생 수첩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누가 보냈는지는 본능적으로 깨달 았다.
바로 최서윤.
최근 이 시간대만 되면 내게 메시 지를 보낸다.
[선배님. 저번에 인기인 거리더니 진짜 인기인 되신 거 아세요? (놀라 는 다람쥐 이모티콘)]
인기?
뭐, 어느 정도 실감하고 있기는 하 다. 성적이 적당히 올랐어야지.
덕분에 포인트도 벌고 좋기는 하지 만 신경 쓰지 않는 척하는 게 좋겠 지. 이쪽이 더 쿨해 보이고 멋지거
든.
[인기는 무슨. 그런 거 관심 없다.]
[거거거짓말. 저번에 인기인의 삶 이 어쩌구 그랬잖아요.]
“얘가 언제적 얘기를……
[아 근데 선배님 인기 많아지니까 먼가 섭섭하다. 나작선이었는데.]
나작선이 뭐지?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다음 주 월요 일이 되었다. 그리고 오전의 첫 종 합 훈련이 시작되었다.
“반갑습니다. 2학기 ‘마법 실전과 경험’ 과목을 담당하게 된 크리스라 고 합니다.”
학교 내부에 있는 다목적 가상 훈 련실 포탈 앞.
50명의 A반 학생들 앞에서 교사 크리스, 아니 정현이 자기소개를 시
작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마법 컨설 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국 마법사관학교에서 2년 정도 근무했었습니다.”
정현의 자기소개에 몇몇 여학생들
이 눈을 반짝였다.
그의 스펙에 놀랐다기보다는 아마 잘생긴 외모 때문이겠지.
“저는 여러분들에게 실전과 경험을 위한 교육을 할 겁니다. 오늘 이곳 야외 시험장에 모인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죠.”
정현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훈련은 바로 ‘인질 구조 및 테러 저지 역할극’입니다!”
인명 구조 및 테러 저지 역할극.
이름 그대로 각자 역할을 맡아 실 전 경험을 쌓는 훈련이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에 얼마나 충실 했느냐에 따라 더 높은 점수를 받는 다.
참고로 테러리스트 역할 훈련이 무 슨 도움이 되나 싶을 수 있겠지만, 이건 테러리스트 역할을 경험해보고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저는 여러분께 각자 역할을 배정
해줄 겁니다. 역할은 총 3가지입니다. 인질, 테러리스트, 특무 요원입 니다.”
“와. 재밌겠다.”
“그러게. 테러리스트나 인질 쪽으 로 하고 싶은데.”
역할 훈련을 한다고 하니 학생들 사이에서 기분 좋은 웅성거림이 들 리기 시작했다.
정현은 손을 들어 학생들에게 조용 히 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학생들은 금세 입을 다물었다.
“그럼 역할을 나누겠습니다.”
역할은 빠르게 정해졌다.
역할 수는 이렇다.
테러리스트 20명.
인질 10명.
특무 요원 20명.
나와 이현주는 ‘특무 요원’ 역할에
배정되었다.
이서준과 신영준은 인질.
유아라와 윤하영. 그리고 박인환은
테러리스트.
그렇게 우리는 가상 다목적 훈련장 에 입장했다.
저번 가상 탑 등반과 같이 이곳은 현실과 가상이 겹쳐진 신비의 공간 이다.
물론 성유물의 힘을 빌리지 못했기 에 가상 탑 등반 훈련처럼 완벽한 생명 보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는 않았다.
신체에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는 않 겠지만 정신적인 충격은 어느 정도 따를 것이다.
우리는 각자 위치에 배정받았다.
저 멀리 두 개의 거점을 지키고 있는 테러리스트와 인질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들의 역할에 심취한 듯, 장난 삼아 인질을 괴롭히는 모습도 보였다.
신영준도 뭐가 그리 좋은지 ‘살려 주시라요〜’거리며 불쌍한 인질 연기 를 충실히 하고 있었다.
“쯧.”
그들을 보며 혀를 차자 내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선우야 잘 부탁해!”
이름도 알지 못하는 여학생이었다. 이런 뜬금없는 관심은 이제 어느 정 도 익숙해졌기에 별생각 없이 넘어 갔다.
“어, 그래.”
이번에는 다른 남학생이 다가와서 말했다.
“야야. 잘 부탁한다.”
“어어.”
그렇게 의미 없는 인사를 주고받자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5분 뒤, 역할극을 시작합니다.]
[팀원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시길 바랍니다.]
“후.”
목소리가 울리자 인질과 테러리스트들은 건물, 그러니까 ‘거점’ 안으 로 모습을 숨겼다.
특무 요원에게 위치를 드러내지 않 기 위함이었다.
각 역할의 주요 목적은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