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7화 (117/535)

“와. 벌써 20위야?”

신영준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주변 아이들이 나를 힐끔거리기 시작했다.

“야. 김선우 20위라는데?”

“대박이다. 진짜 저게 말이 되나?”

“그러게.”

“30위부터는 성적 뚫는 게 진짜 헬이라던데. 대체 평가 테스트에서 몇 등 해야 8위나 오르는 거냐?”

[23명의 학생이 당신에게 부러움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와. 이거 나도 긴장해야겠네.”

신영준이 살짝 굳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때 이서준이 내게 다 가왔다.

“김선우, 너 이번에 20위 됐어?”

“어.”

“……대단하네.”

이서준이 믿기 힘들다는 말투로 조 용히 중얼거렸다. 그 말에 나는 눈 을 찌푸렸다.

“얘가 또 기만하려고 빌드업 쌓 네.”

“기만? 뭔 소리야?”

“……아냐.”

이서준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20위권에서 8위나 올릴

정도면 너 이번 평가 테스트에서 최 상위권 점수 받은 거 아니야?”

아마 그렇지 않을까. 나도 그때 꽤 진심으로 마법을 방출했었으니 못해 도 전체에서 세 손가락 안에는 들었 을 거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점심시간이 끝난 교무실.

식사를 마친 교사들이 하나둘씩 자

리에 앉기 시작했다.

새 학기의 시작은 교사들에게도 긍 정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다들 평소보다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이번 순위 평가 테스트 성적 기록 봤어요?”

“네, 봤어요. 보고 깜짝 놀랐잖아 요.”

평가 순위 테스트.

학생들에게는 정확한 점수가 공개 되어있지 않지만, 교사들은 누가 몇 등을 했고 몇 점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파괴력이 엄청나긴 했는데 설마 1

등까지 할 줄은 생각 못 했어요.”

“그러게요. 설마 서준이까지 제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역시 한 방 파괴력은 발현계가 강하긴 하네요.”

“물론 단순 파괴력만 측정하는 거 니까 강화계인 서준이가 질 수도 있 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래도 좀 신기하지 않아요?”

그런 교사들 사이에서 정현은 자리 에 앉아 교사용 정보 조회 시스템을 조회하고 있었다.

[2 학년 A 반]

[김선우]

“흐음.”

김선우.

보아하니 자신이 조사했던 정보 그 대로다.

특별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고 아주 무난했다.

그가 김선우를 조사하게 된 이유는 ‘예언의 아이’ 색출 목적보다는 장 예의 죽음과 뭔가 관련이 있지 않을 까에 대한 의심 때문이었다.

최근 그가 보였던 마법 능력은 아 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으니

까.

거기다 오늘 공개된 김선우의 테스 트 점수는 그의 예상을 더 뛰어넘어 있었다.

김선우.

이서준을 제치고 1둥을 차지했다.

발현계와 강화계의 차이라고 해도 이 결과를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옆의 교사, 백현 우에게 물었다.

“저, 백 선생님?”

“네, 크리스 선생님.”

“듣기로는 작년에 1학년 강화계 수

업을 맡으셨다고……

“넵, 맞습니다. 무슨 일이죠?”

“혹시 김선우 학생 어땠나요? 뭐, 실력이라던지 수업 태도라던지.”

“선우 학생이요? 음. 글쎄요.”

백현우는 턱을 만지며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어? 이상하다. 선우 학생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네요. 분명 제가 가 르치기는 했었는데…… 흐음.”

백현우의 중얼거림에 정현은 의문 을 느꼈다. 기억이 거의 없다니.

한 번에 너무 많은 학생을 맡아서

그런 걸까.

하긴, 생각해보면 1학년 때의 김선 우는 확실히 무색무취의 학생이었으 니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음, 그렇습니까?”

“네, 저도 참 이상하네요. 학생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근 데 선우 학생은 왜요?”

“아뇨. 오늘 선우 학생 테스트 점 수로 말이 많잖아요. 개인적으로 호 기심이 생겨서.”

“음. 그렇긴 하죠. 보면 볼수록 신 기한 아이니까요.”

백현우는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

덕였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이서준과 유아라는 오랜만의 스파 링을 하고 있었다.

강력한 마법이 서로를 오가며 아찔 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녀를 향해 돌진하는 이서준. 화 염 구체를 날리며 접근을 막는 유아 라. 하지만 이서준은 곧바로 검기를 발현하며 가벼운 휘두름으로 화염

구체를 반으로 갈라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아라는 이를 악 물었다. 한 달 사이에 이서준은 또 크게 성장했다.

자신 역시 방학 기간 쉬지 않으며 노력했지만, 실력의 격차가 가까워 지기는커녕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 후.”

그리고 15분가량의 스파링이 끝이 났다.

이서준과 유아라는 잠시 바닥에 앉 아 땀을 닦으며 휴식을 취했다.

“오랜만에 스파링하니까 좋네.”

이서준이 유아라에게 들으라는 둣 조용히 중얼거렸다. 유아라는 그런 이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뭔가 평소보다 들뜬 모습이다.

훈련 적극성도 전보다 더 높기도 했고.

유아라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서준.”

“웅?”

“오늘따라 의욕이 넘치네. 평소엔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

이서준과 유아라는 1학년 1학기 때부터 쭉 스파링 파트너였다.

오랜 시간 이서준을 상대해왔던 그 녀였기에 이서준의 사소한 훈련 태 도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서준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뭔가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보 네.”

“심경의 변화라……

있긴 했다. 그것도 두 가지의 이유 로.

우선 어제 있었던 김선우의 평가 테스트를 보고 크게 자극받았다.

전교생이 모두 모인 그곳에서 김선

우는 남들에게 쉽게 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본 실력을 선보였다.

그 마법을 보고 남들은 어떤 감정 을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이서준은 일종의 선전포고처럼 느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성적 상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선전포고.

그리고 이서준은 김선우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러니 김선우에게 지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그냥, 최근에 자극되는 일이 많았 거든.”

“김선우 이야기인가 보네.”

눈치 빠른 유아라의 말에 이서준이 가볍게 웃었다.

“그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고.”

예를 들면 최근 있었던 선구자의 밤 사건이라던가.

그의 꿈은 자신을 어릴 적부터 키 워주었던 김진철 회장처럼 되는 것 이었다.

모든 악인이 두려워하는 절대적인 존재.

하지만 선구자의 밤에서 자신이 얼 마나 나약한지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나약한 사람인지 알 았거든. 또 얼마나 부족한지도 깨달 았고.”

그 대답에 유아라가 황당해하는 시 선으로 이서준올 바라봤다.

“웃기는 소리 좀 하지 마. 네가 뭐 가 나약해.”

“아냐. 최근에 느꼈어. 난 진짜 별 게 아니구나 라는 걸.”

유아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서준이 나약하면 나는 대체 뭐란 말인가.

“……녀 말이야.”

“응?”

“은근히 기만하는 거 알아?”

유아라의 말에 이서준이 눈을 깜빡 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김선우도 자신에 게 은근히 기만한다는 이야기를 들 었었다.

하지만 이서준은 이해가 되지 않았 다.

내가 무슨 기만을 했다고?

저녁 식사와 개인 훈련을 모두 마 친 나는 기숙사로 돌아와 문을 열었다.

부스럭.

순간 발에 무언가 밟혔다. 어제 편 의점에서 음식을 담았던 비닐봉지였다.

“.…”뭐야?”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입구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변 화가 느껴졌다.

바닥이 평소와 다르게 어질러져 있 다고 해야 할까. 내가 나갈 때는 분

명 이렇지 않았는데.

나는 신발을 벗고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로 들어서니 어디선 가 작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부엌에서 들리는 소리 같 은데.

“ 엉?”

부엌에 도착하자 아까보다 더욱 어 질러진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온갖 음식물이 바닥에 난잡하게 흩 어져 있었다.

그 중심에는 나무…… 그러니까 그 레텔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레텔?”

내 부름에 그레텔이 나를 향해 몸 을 돌렸다.

그레텔은 입가에 소시지를 물고 우 물거리고 있었다.

“너 지금 뭐 하냐?”

“응애.”

아무래도 배고파서 뭔가를 먹으려 고 온 집안을 뒤진 모양이다.

이렇게 육식을 하는 녀석인 줄 알 았으면 미리 음식을 놔두고 갔을 텐 데.

그나저나 무슨 나무가 소시지를 먹

냐.

“누가 이렇게 어지르고 먹으래?”

그레텔은 나를 올려보며 소시지를 마저 입에 삼켰다. 이내 고개를 푹 숙이는 게 내 말을 알아듣는 모양이 다.

그 모습이 은근 귀여워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때 고개를 숙인 그레텔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조그마한 나뭇가지에 달린 아주 작 은 녹색 빛의 동그란 무언가.

그러니까…… 이거 열매 맞나?

나는 멍하니 그레텔의 머리에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다시 봐도 열매가 맞는 것 같다.

물론 아직 완전히 무르익지 않아 크기가 상당히 작지만, 분명히 열매 의 형태를 띠고 있다.

혹시 영약의 일종일까?

나는 곧바로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 했다.

[신비한 마계수 열매꼬??)]

설명 : 마계수에서 열리는 신비한 열매. 마계수의 기분과 성장에 따라 열매의 효과, 효능이 달라진다. 열매 가 완전히 무르익기를 기다리자.

“......뭐야.”

기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열매 라고?

아직 정확한 효과를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그레텔은 소환자에게 영약

을 제공하는 소환수인 것 같았다.

전투에 도움이 되는 소환수를 기대 했었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 괜찮은 거 같은데.

그나저나 기분에 따라 효과가 달라 진다니.

그레텔의 기분에 맞춰야 한다는 걸 까.

나는 멍하니 그레텔을 마주 보았 다. 초롱초롱한 눈빛이 기분은 썩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게 그레텔을 바라보다가 머리 의 열매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 러자 살짝 몸을 움찔대더니 내게서

떨어졌다.

“ 아프냐?”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텔 의 기분의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고 하니 내가 사과해야겠지.

“그래, 미안하다.”

그와중에도 그레텔은 계속에서 입 안에 소시지를 집어넣고 있었다.

어떻게 저 작은 몸에 음식이 계속 들어가는지 희한할 따름이다.

나는 쪼그려 앉아 그레텔을 구경하 다 활짝 열려있는 냉장고를 보고 문 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레텔아. 근데 냉장고는 어떻게 열었어?”

그레텔의 크기는 내 손바닥보다 살 짝 큰 정도의 작은 크기.

혼자서는 절대 냉장고의 문을 열 수 없을 텐데.

그레텔은 소시지를 입에 문 채 나 를 올려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음. 냉장고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 한 건가?

나는 손가락으로 냉장고의 문을 닫 으며 말했다.

“이 네모난 거. 어떻게 열었어?”

그레텔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둣 고 개를 끄덕이더니 냉장고를 향해 걸 어갔다.

그리고 엄청난 높이로 뛰어오르더 니 냉장고 손잡이에 달라붙어 현묘 한 움직임으로 문을 열었다.

나는 정신이 멍해졌다.

“와씨. 이게 뭐야?!”

개학 이후의 첫 휴일인 토요일.

오늘은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

다.

다름 아니라 전투광 특성의 ‘승전 보’의 쿨타임이 돌았기 때문이다.

빠른 성장을 위해선 일주일의 쿨타 임마다 계속 돌려줘야 하므로 상대 물색에 힘을 써야 한다.

내가 도착한 곳은 충청남도의 천 안.

표적을 만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 이 걸리지 않았다.

몇몇 범죄자들의 신상 정보와 외부 자의 혜택 효과인 ‘인물 간파’가 있 었으니까.

“크으으윽!”

지금 내 앞에는 표적인 마인이 반 쯤 사라진 어깨를 붙잡으며 나를 노 려보고 있었다.

마치 내 얼굴을 살피려는 듯 두 눈에 힘을 팍 준 모습이지만 오늘 나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 히 가렸다.

“크윽! 치사하게 기습을!”

나는 손 위로 새롭게 빛 속성 구 체를 구현했다.

상대는 최소 B등급의 마인.

상황은 유리하지만 끝까지 긴장감 을 유지해야 한다.

그때 마인이 내게 말했다.

“네놈. 김진우냐?”

나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모자와 마스크로 정체를 확실히 숨 겼음에도 녀석은 나를 알아봤다.

“……그 반응을 보니 맞는 모양이 군.”

마인들 사이에서 나에 대한 소문이 퍼진 건가?

하긴, 마인을 토벌할 때마다 언론 에 그렇게 언급되었었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기는 하지.

나는 대답 대신 바로 빛 속성 마

법을 방출했다.

콰앙!

“끄아악!”

마법은 녀석의 배를 관통했다. 빛 속성의 마력이 녀석의 몸을 천천히 불태웠다.

나는 추가로 가볍게 녀석의 몸 구 석구석에 빛 속성 구체를 쏘아냈다.

“아아악……

상대는 이미 전신이 너덜너덜해졌다. 日등급의 마인이라도 온몸에 구 멍이 뚫리면 별수 없다.

상황도 슬슬 내게 넘어온 것 같은

데. 슬슬 ‘그걸’ 사용해보는 것도 괜 찮지 않을까.

애초에 오늘 목표에는 그걸 사용해 보는 것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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