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인 태도에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명장 양태민.
마법사 장비계에 큰 변화와 혁명을 일으키게 될 ‘신철공방’의 주인.
3년 뒤, 그는 세계 최초로 SS등급 의 무기를 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무기의 주인은 이서준이 될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그 어뗜 감각도 느낄 수 없는 마력 구속구에 묶인 테리사는 어디론 가 향하고 있었다.
알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바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그녀는 자신이 육지가 아닌 배에 올라타고 있다는 것을 어 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세상에 알려지 지 않은 비밀스러운 작은 섬이었다.
배가 섬에 가까이 다가가자 거대한 결계에 접근이 막혔다.
그때 협회의 마법사 한 명이 손에 쥔 결계의 ‘열쇠’에 마력을 불어 넣 었다.
그러자 결계가 열쇠의 마력에 반웅 하며 배가 통과할 수 있는 작은 공 간이 생겨났다.
배는 계속해서 이동했다. 어느덧 육지에 도착했다.
테리사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지만, 바닥에 발을 내딛자 육지에 도 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리사는 그 과정에서 가슴의 두근 거림을 느꼈다.
협회 사람들은 그녀를 거대한 건물
로 이끌었다.
이 섬은 국제 6급 이상의 마법 범 죄자들을 수감하는 특수 마법 교도 소, 아포리아(Aporia).
테리사는 아포리아 내부를 쭉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는 그녀도 알지 못 했다.
다만 꽤 긴 시간을 걸으며 이 공 간이 복잡한 미로처럼 구성되어 있 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어느 방에 도착했다.
팔과 다리가 묶이고 딱딱한 어딘가 에 눕.혀졌다.
그때 어떤 물건이 그녀의 심장에 가까워졌다. 이내 강한 마력이 뿜어 졌다. 그것과 동시에 그녀는 심장에 강한 고통을 느꼈다.
심장의 고통은 금세 사라졌다.
테리사는 방금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지 깨달았다.
심장에 있던 ‘마력의 근원’이 사라 졌다.
성유물, ‘근원 파괴기’에 의해 앞으 로 평생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강한 허무감을 느꼈다.
다시 사람들의 촉감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그녀의 몸을 이끌고 어디 론가 이동시켰다.
쿠웅!
문이 열렸다. 세상 그 누구도 탈옥 하지 못한 최악의 감옥이자 작은 요 새.
이내 그녀의 팔과 다리가 묶였다.
얼굴 전체를 구속하던 부위가 벗겨 졌다.
소리가 들리고, 눈앞이 보이기 시 작했다. 그녀의 눈앞에는 김덕현이
있었다.
“테리사. 진짜 얼굴을 보는 건 이 번이 처음이군.”
김덕현의 부름에 테리사는 조용히 웃었다.
변장이 풀린 그녀의 얼굴엔 주근깨 가 가득했다.
“흐흐.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곳이 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겠지?”
“아포리아.”
“맞아. 너 같은 6급 범죄자들을 가 두는 곳이지. 너 같은 미친 놈들에
게 잘 어울리는 장소야.”
김덕현은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바 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죽고 싶어도 넌 이제 못 죽어. 이 곳에서 평생 괴로워하다가 늙어 죽 게 될 거다.”
테리사가 씨익 웃었다.
“그것참 기대되네.”
“지금 이건 너에게 마지막으로 자 비를 주는 거야. 스스로 목숨을 끊 올 기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기회.
김덕현의 말을 테리사는 이해했다.
자운의 정보를 실토하고 피의 맹세 로 자결하라는 말이었다.
마력의 근원은 사라졌지만, 피의 맹세는 아직 유지되고 있으니까.
퉤.
테리사는 침을 뱉었다.
“꺼져.”
“그것참 아쉽군.”
김덕현은 고개를 젓고는 그녀의 얼 굴에 구속구를 다시 장착했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경매 물품을 다시 살펴봤다.
다행히 경매 물품을 취소하지 않았 기에 금전적인 손해는 없었다.
오늘 오후의 시간을 날려버렸다는 손해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손해만 본 상황은 아니었다.
중반부부터 주요 인물로 둥장하는 양태민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만 났기 때문이다.
설마 그 남자가 양태민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회귀 전에 사진으로 보았던 양태민 의 얼굴은 수염이 덥수룩했었으니 까.
아직 그의 재능은 완전히 꽃피우지 않았지만 가까운 시일 내로 그는 최 정상급 제작사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런 그와 미리 친분을 쌓아두면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
[신철공방 대표 양태민]
나는 양태민의 명함을 보며 번호를 저장했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 다시 연락하게 될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계획의 중 요 고객님이 되실 거니까 잘 해드려 야지.
“그럼 봉인구나 마저 풀어볼까.”
나는 책상 위의 봉인 상자 앞에 앉았다.
어느새 봉인이 많이 풀어지긴 했다. 잘하면 오늘 봉인을 완전히 해 제할 수 있을 것 같다.
“흡!”
나는 마력을 불어넣었다. 복잡한 마력 수식도 시간이 지나자 익숙해 져 해제 속도도 전보다 한층 빨라졌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눈앞에 빛이 번쩍였다.
[‘A급 봉인술 해제’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됐다!”
드디어 봉인을 풀어냈다. 무려 A 등급의 봉인술이 걸린 상자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아이템이길래 A등급의 봉인을 걸었을까.
기대되는데.
“아, 설레네. S등급 검이면 대박인 데.”
그럼 아무리 싸게 팔아도 100억. 그 돈이면 지하 경매로 생긴 손해와 지출을 전부 메꿀 수 있다.
“그럼 열어볼까.”
나는 설렘과 기대감을 가득 안고
상자를 열었다.
끼이익.
상자 안에는 두 개의 아이템이 있었다.
웬 동그란 구슬 하나와 마법 수식 이 잔뜩 적힌 종이였다.
“구슬이랑 종이?”
영약이랑 마법 부여서인가?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했다.
[신암단 (A)]
분류 : 영약
설명 : 섭취 시 소환 에너지가 상 승합니다.
[마계 소환계약서(A)]
설명 : 소환 에너지를 소모하여 하 나의 소환수와 계약합니다.
영약과 소환계약서?
전혀 생각 못 한 보상이 나왔다.
이거…… 소환계 관련 아이템인 거 같은데.
자세히 살펴본 결과 이 두 아이템 이 소환계와 관련된 아이템인 건 확 실하다.
그리고 아마 소환계의 두 계통 중 하나인 계약 소환의 일종.
“흐 ”
소환계는 보통 두 가지 방법으로 소환수를 소환한다.
하나는 마력과 속성을 기반으로 생 명체를 ‘창조’하는 영체 소환.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실제 존재 하는 소환수의 힘을 빌리는 계약 소 환이다.
영체 소환은 소환자의 마력 능력과 소환 에너지를 바탕으로 하는 소환 술이다.
자신의 마력에 의지를 불어넣어 ‘의지를 가진 살아있는 마력’올 만 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물론 마력을 살아있는 생물체로 만 든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이다.
보조계처럼 이 계통에 타고난 재능
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최고난 도의 기술이다.
소환계를 주특기를 다루는 마법사 의 80%가 이 ‘의지 창조’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타고난 자들만이 소환계를 다루는 건 아니다.
영체 소환이 아닌, 계약 소환을 이 용하면 타고나지 않은 자들도 소환 계 마법을 다룰 수 있다.
계약 소환의 방법은 단순하다.
소환계약서를 통해 자신과 계약할 몬스터를 소환해 계약하면 된다.
생각보다 간단하기에 1학년 소환계
수업은 대부분 이쪽 위주로 진행하 게 된다.
학교에서 슬라임과 같은 최하급 몬 스터의 소환계약서를 제공하기 때문 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계약 소환을 할 수 있는 건 또 아니고 소환자와 소 환수의 둥급과 상성이 어느 정도 맞 물려야 한다.
“소환이 라.”
생각지도 못한 고민이 생겼다.
잘 생각해보면 소환계 마법 하나쯤 은 익혀두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 기도 하다.
소환수를 잘 키울 수만 있다면 든 든한 아군이 하나 생기는 것과 마찬 가지니까.
거기다 영체 소환과 다르게 계약 마법은 사용자의 능력을 덜 반영한다.
굳이 소환계 마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잘 키운다면 충분 한 성장이 가능하다.
물론 계약 소환에도 몇 가지 단점 이 있다.
소환 유지에 필요한 마력이 엄청나 다는 것과 소환수가 죽으면 지금까 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다.
계약 소환을 주특기로 이용하는 소 환계 마법사가 거의 없는 이유가 바 로 이것 때문이다.
“그래, 내가 쓰자.”
사실 전부터 소환계에 흥미가 있기 도 했고 이참에 발을 걸쳐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리고 계약 소환술은 따로 익히든 아니면 특성을 이용해서 얻으면 되 는 거니까.
“뭐부터 해야 하지.”
나는 턱을 만지며 고민했다.
1학년 때 간단하게 소환계 수업을 듣긴 하지만 내가 이 세계에 빙의한 시점은 2학년부터다.
즉, 소환계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다.
“일단 영약부터 먹을까.”
역시 그게 좋겠다.
나는 신암단을 단숨에 삼켰다.
영약이 그렇듯 맛은 그저 그랬다.
애초에 맛으로 먹는 건 아니니 크 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소환 에너지가 상승합니다.]
[계약 소환시 소환수가 당신에게 친근감을 느낄 확률이 높아집니다.]
[적응형 특성, ‘약성 증폭’의 효과 로 소환 에너지를 추가 획득합니다.]
“ 됐나?”
나는 몸을 살펴봤다. 그렇게 큰 변 화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뭔가 새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게 체감될 정도 는 아니었다.
“흠.”
그럼 소환식을 해볼까.
바닥에 소환계약서를 잘 펴서 깔았 다.
내 기억에 의하면 계약서에 마력을 주입한 뒤 피를 묻히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계약서에 마력을 주입하자 계약서 에 적힌 글자들이 푸른 빛을 뿜어내 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손에 약간의 상처를 내어 피를 묻혔다.
[계약서가 당신의 소환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머릿속에 어떤 음성이 들려왔다.
계약서에 담겨있는 ‘마력의 의지’ 였다.
[보유 소환 에너지를 통해 계약 가 능 소환수를 찾습니다.]
[3가지의 소환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고?
그때였다. 눈앞에 마력의 글자로 이루어진 선택지가 떠올랐다.
[계약 가능한 소환수를 확인합니다.]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1. 마계 수인 궁사 아린
2. 앙칼진 매혹의 서큐버스 릴리아
3. 불멸의 지옥 마계수 그레텔
“......뭐야.”
그리고 선택지를 본 순간 나는 가 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한 번쯤 꿈에 그리던 선택지가 바 로 눈앞에 있었으니까.
“이거 진짠가?”
나는 눈을 비비며 선택지를 다시 보았다. 제대로 본 게 맞다. 꿈이 아니다.
“대박이네.”
사람이라면 한 번쯤 누구나 꿈꾸는 로망.
세상 그 어떤 사람이 이걸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 있을까. 설마 나 에게 이런 기회가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역시 이거밖에 없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밖에 없다.
이름부터가 남다르니까.
[‘불멸의 지옥 마계수 그레텔’을 선 택했습니다.]
불멸의 지옥 마계수라니.
“……이름만 봐도 엄청 쌔 보이잖
아.”
지옥의 짐승.
당장 생각나는 건, 신화에서 지옥 의 문을 지킨다는 ‘케로베로스’가
생각난다.
굳이 케로베로스가 아니더라도 그 형제들인 히드라라던가 키메라던가 지옥의 짐승은 상당히 많다.
만약 그런 신화 속 몬스터가 나오 게 된다면 앞으로의 전개에 엄청난 이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레텔’이라는 이름이 낯설 기에 신화의 몬스터는 아닐 것 같기 는 하지만 지옥의 짐승이니 근접 전 투에 엄청난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과연 어떤 몬스터가 나올까.
그때 소환 마법진에서 강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소환수가 나타나는 건가.
우우우웅…….
번쩍!
[계약 소환에 성공했습니다.]
[‘소환계의 첫걸음’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희귀종 계약’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오! 오! ……오오오?”
나는 눈을 깜빡였다. 내 예상과 전 혀 다른 것이 나왔다.
마계수…… 그러니까 이름대로 마 계수가 맞긴 하는데 조금 다르다.
내가 생각한 건 짐승을 뜻하는 수
(獸), 그러니까 지옥의 짐승을 생각 했었다.
그런데 ‘수’가 내가 생각하는 그 수가 아니었다. 나무를 뜻하는 수 (樹) 였다.
?
지금 내 앞에는 손바닥만 한 작은 나무가 있었다. 물론 일반적인 나무 와는 확연히 다르다.
눈, 코, 입. 그리고 팔과 다리가 있 는 나무다.
“뭔데.”
나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올 려보았다.
머리의 이파리가 없어 마치 갓난아 기를 보는 둣한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불쾌한 골짜기인가 뭔가 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