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5화 (115/535)

적인 태도에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명장 양태민.

마법사 장비계에 큰 변화와 혁명을 일으키게 될 ‘신철공방’의 주인.

3년 뒤, 그는 세계 최초로 SS등급 의 무기를 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무기의 주인은 이서준이 될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그 어뗜 감각도 느낄 수 없는 마력 구속구에 묶인 테리사는 어디론 가 향하고 있었다.

알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바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그녀는 자신이 육지가 아닌 배에 올라타고 있다는 것을 어 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세상에 알려지 지 않은 비밀스러운 작은 섬이었다.

배가 섬에 가까이 다가가자 거대한 결계에 접근이 막혔다.

그때 협회의 마법사 한 명이 손에 쥔 결계의 ‘열쇠’에 마력을 불어 넣 었다.

그러자 결계가 열쇠의 마력에 반웅 하며 배가 통과할 수 있는 작은 공 간이 생겨났다.

배는 계속해서 이동했다. 어느덧 육지에 도착했다.

테리사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지만, 바닥에 발을 내딛자 육지에 도 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리사는 그 과정에서 가슴의 두근 거림을 느꼈다.

협회 사람들은 그녀를 거대한 건물

로 이끌었다.

이 섬은 국제 6급 이상의 마법 범 죄자들을 수감하는 특수 마법 교도 소, 아포리아(Aporia).

테리사는 아포리아 내부를 쭉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는 그녀도 알지 못 했다.

다만 꽤 긴 시간을 걸으며 이 공 간이 복잡한 미로처럼 구성되어 있 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어느 방에 도착했다.

팔과 다리가 묶이고 딱딱한 어딘가 에 눕.혀졌다.

그때 어떤 물건이 그녀의 심장에 가까워졌다. 이내 강한 마력이 뿜어 졌다. 그것과 동시에 그녀는 심장에 강한 고통을 느꼈다.

심장의 고통은 금세 사라졌다.

테리사는 방금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지 깨달았다.

심장에 있던 ‘마력의 근원’이 사라 졌다.

성유물, ‘근원 파괴기’에 의해 앞으 로 평생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강한 허무감을 느꼈다.

다시 사람들의 촉감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그녀의 몸을 이끌고 어디 론가 이동시켰다.

쿠웅!

문이 열렸다. 세상 그 누구도 탈옥 하지 못한 최악의 감옥이자 작은 요 새.

이내 그녀의 팔과 다리가 묶였다.

얼굴 전체를 구속하던 부위가 벗겨 졌다.

소리가 들리고, 눈앞이 보이기 시 작했다. 그녀의 눈앞에는 김덕현이

있었다.

“테리사. 진짜 얼굴을 보는 건 이 번이 처음이군.”

김덕현의 부름에 테리사는 조용히 웃었다.

변장이 풀린 그녀의 얼굴엔 주근깨 가 가득했다.

“흐흐.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곳이 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겠지?”

“아포리아.”

“맞아. 너 같은 6급 범죄자들을 가 두는 곳이지. 너 같은 미친 놈들에

게 잘 어울리는 장소야.”

김덕현은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바 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죽고 싶어도 넌 이제 못 죽어. 이 곳에서 평생 괴로워하다가 늙어 죽 게 될 거다.”

테리사가 씨익 웃었다.

“그것참 기대되네.”

“지금 이건 너에게 마지막으로 자 비를 주는 거야. 스스로 목숨을 끊 올 기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기회.

김덕현의 말을 테리사는 이해했다.

자운의 정보를 실토하고 피의 맹세 로 자결하라는 말이었다.

마력의 근원은 사라졌지만, 피의 맹세는 아직 유지되고 있으니까.

퉤.

테리사는 침을 뱉었다.

“꺼져.”

“그것참 아쉽군.”

김덕현은 고개를 젓고는 그녀의 얼 굴에 구속구를 다시 장착했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경매 물품을 다시 살펴봤다.

다행히 경매 물품을 취소하지 않았 기에 금전적인 손해는 없었다.

오늘 오후의 시간을 날려버렸다는 손해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손해만 본 상황은 아니었다.

중반부부터 주요 인물로 둥장하는 양태민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만 났기 때문이다.

설마 그 남자가 양태민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회귀 전에 사진으로 보았던 양태민 의 얼굴은 수염이 덥수룩했었으니 까.

아직 그의 재능은 완전히 꽃피우지 않았지만 가까운 시일 내로 그는 최 정상급 제작사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런 그와 미리 친분을 쌓아두면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

[신철공방 대표 양태민]

나는 양태민의 명함을 보며 번호를 저장했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 다시 연락하게 될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계획의 중 요 고객님이 되실 거니까 잘 해드려 야지.

“그럼 봉인구나 마저 풀어볼까.”

나는 책상 위의 봉인 상자 앞에 앉았다.

어느새 봉인이 많이 풀어지긴 했다. 잘하면 오늘 봉인을 완전히 해 제할 수 있을 것 같다.

“흡!”

나는 마력을 불어넣었다. 복잡한 마력 수식도 시간이 지나자 익숙해 져 해제 속도도 전보다 한층 빨라졌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눈앞에 빛이 번쩍였다.

[‘A급 봉인술 해제’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됐다!”

드디어 봉인을 풀어냈다. 무려 A 등급의 봉인술이 걸린 상자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아이템이길래 A등급의 봉인을 걸었을까.

기대되는데.

“아, 설레네. S등급 검이면 대박인 데.”

그럼 아무리 싸게 팔아도 100억. 그 돈이면 지하 경매로 생긴 손해와 지출을 전부 메꿀 수 있다.

“그럼 열어볼까.”

나는 설렘과 기대감을 가득 안고

상자를 열었다.

끼이익.

상자 안에는 두 개의 아이템이 있었다.

웬 동그란 구슬 하나와 마법 수식 이 잔뜩 적힌 종이였다.

“구슬이랑 종이?”

영약이랑 마법 부여서인가?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했다.

[신암단 (A)]

분류 : 영약

설명 : 섭취 시 소환 에너지가 상 승합니다.

[마계 소환계약서(A)]

설명 : 소환 에너지를 소모하여 하 나의 소환수와 계약합니다.

영약과 소환계약서?

전혀 생각 못 한 보상이 나왔다.

이거…… 소환계 관련 아이템인 거 같은데.

자세히 살펴본 결과 이 두 아이템 이 소환계와 관련된 아이템인 건 확 실하다.

그리고 아마 소환계의 두 계통 중 하나인 계약 소환의 일종.

“흐 ”

소환계는 보통 두 가지 방법으로 소환수를 소환한다.

하나는 마력과 속성을 기반으로 생 명체를 ‘창조’하는 영체 소환.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실제 존재 하는 소환수의 힘을 빌리는 계약 소 환이다.

영체 소환은 소환자의 마력 능력과 소환 에너지를 바탕으로 하는 소환 술이다.

자신의 마력에 의지를 불어넣어 ‘의지를 가진 살아있는 마력’올 만 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물론 마력을 살아있는 생물체로 만 든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이다.

보조계처럼 이 계통에 타고난 재능

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최고난 도의 기술이다.

소환계를 주특기를 다루는 마법사 의 80%가 이 ‘의지 창조’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타고난 자들만이 소환계를 다루는 건 아니다.

영체 소환이 아닌, 계약 소환을 이 용하면 타고나지 않은 자들도 소환 계 마법을 다룰 수 있다.

계약 소환의 방법은 단순하다.

소환계약서를 통해 자신과 계약할 몬스터를 소환해 계약하면 된다.

생각보다 간단하기에 1학년 소환계

수업은 대부분 이쪽 위주로 진행하 게 된다.

학교에서 슬라임과 같은 최하급 몬 스터의 소환계약서를 제공하기 때문 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계약 소환을 할 수 있는 건 또 아니고 소환자와 소 환수의 둥급과 상성이 어느 정도 맞 물려야 한다.

“소환이 라.”

생각지도 못한 고민이 생겼다.

잘 생각해보면 소환계 마법 하나쯤 은 익혀두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 기도 하다.

소환수를 잘 키울 수만 있다면 든 든한 아군이 하나 생기는 것과 마찬 가지니까.

거기다 영체 소환과 다르게 계약 마법은 사용자의 능력을 덜 반영한다.

굳이 소환계 마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잘 키운다면 충분 한 성장이 가능하다.

물론 계약 소환에도 몇 가지 단점 이 있다.

소환 유지에 필요한 마력이 엄청나 다는 것과 소환수가 죽으면 지금까 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다.

계약 소환을 주특기로 이용하는 소 환계 마법사가 거의 없는 이유가 바 로 이것 때문이다.

“그래, 내가 쓰자.”

사실 전부터 소환계에 흥미가 있기 도 했고 이참에 발을 걸쳐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리고 계약 소환술은 따로 익히든 아니면 특성을 이용해서 얻으면 되 는 거니까.

“뭐부터 해야 하지.”

나는 턱을 만지며 고민했다.

1학년 때 간단하게 소환계 수업을 듣긴 하지만 내가 이 세계에 빙의한 시점은 2학년부터다.

즉, 소환계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다.

“일단 영약부터 먹을까.”

역시 그게 좋겠다.

나는 신암단을 단숨에 삼켰다.

영약이 그렇듯 맛은 그저 그랬다.

애초에 맛으로 먹는 건 아니니 크 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소환 에너지가 상승합니다.]

[계약 소환시 소환수가 당신에게 친근감을 느낄 확률이 높아집니다.]

[적응형 특성, ‘약성 증폭’의 효과 로 소환 에너지를 추가 획득합니다.]

“ 됐나?”

나는 몸을 살펴봤다. 그렇게 큰 변 화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뭔가 새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게 체감될 정도 는 아니었다.

“흠.”

그럼 소환식을 해볼까.

바닥에 소환계약서를 잘 펴서 깔았 다.

내 기억에 의하면 계약서에 마력을 주입한 뒤 피를 묻히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계약서에 마력을 주입하자 계약서 에 적힌 글자들이 푸른 빛을 뿜어내 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손에 약간의 상처를 내어 피를 묻혔다.

[계약서가 당신의 소환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머릿속에 어떤 음성이 들려왔다.

계약서에 담겨있는 ‘마력의 의지’ 였다.

[보유 소환 에너지를 통해 계약 가 능 소환수를 찾습니다.]

[3가지의 소환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고?

그때였다. 눈앞에 마력의 글자로 이루어진 선택지가 떠올랐다.

[계약 가능한 소환수를 확인합니다.]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1. 마계 수인 궁사 아린

2. 앙칼진 매혹의 서큐버스 릴리아

3. 불멸의 지옥 마계수 그레텔

“......뭐야.”

그리고 선택지를 본 순간 나는 가 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한 번쯤 꿈에 그리던 선택지가 바 로 눈앞에 있었으니까.

“이거 진짠가?”

나는 눈을 비비며 선택지를 다시 보았다. 제대로 본 게 맞다. 꿈이 아니다.

“대박이네.”

사람이라면 한 번쯤 누구나 꿈꾸는 로망.

세상 그 어떤 사람이 이걸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 있을까. 설마 나 에게 이런 기회가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역시 이거밖에 없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밖에 없다.

이름부터가 남다르니까.

[‘불멸의 지옥 마계수 그레텔’을 선 택했습니다.]

불멸의 지옥 마계수라니.

“……이름만 봐도 엄청 쌔 보이잖

아.”

지옥의 짐승.

당장 생각나는 건, 신화에서 지옥 의 문을 지킨다는 ‘케로베로스’가

생각난다.

굳이 케로베로스가 아니더라도 그 형제들인 히드라라던가 키메라던가 지옥의 짐승은 상당히 많다.

만약 그런 신화 속 몬스터가 나오 게 된다면 앞으로의 전개에 엄청난 이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레텔’이라는 이름이 낯설 기에 신화의 몬스터는 아닐 것 같기 는 하지만 지옥의 짐승이니 근접 전 투에 엄청난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과연 어떤 몬스터가 나올까.

그때 소환 마법진에서 강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소환수가 나타나는 건가.

우우우웅…….

번쩍!

[계약 소환에 성공했습니다.]

[‘소환계의 첫걸음’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희귀종 계약’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오! 오! ……오오오?”

나는 눈을 깜빡였다. 내 예상과 전 혀 다른 것이 나왔다.

마계수…… 그러니까 이름대로 마 계수가 맞긴 하는데 조금 다르다.

내가 생각한 건 짐승을 뜻하는 수

(獸), 그러니까 지옥의 짐승을 생각 했었다.

그런데 ‘수’가 내가 생각하는 그 수가 아니었다. 나무를 뜻하는 수 (樹) 였다.

?

지금 내 앞에는 손바닥만 한 작은 나무가 있었다. 물론 일반적인 나무 와는 확연히 다르다.

눈, 코, 입. 그리고 팔과 다리가 있 는 나무다.

“뭔데.”

나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올 려보았다.

머리의 이파리가 없어 마치 갓난아 기를 보는 둣한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불쾌한 골짜기인가 뭔가 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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