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4화 (114/535)

“그야, 압축 구현술을 무리해서 사 용했으니까요.”

이희영의 말에 교사들 사이에서 작 은 웃음이 터졌다.

“에이. 선생님 선우 편애 좀 그만 해요. 무슨 압축 구현술이에요?”

“편애라뇨? 정말이에요.”

“그래도 그렇지. 압축 구현술은 시 너지만큼이나 고난도 기술인데

정현은 조용히 그 대화를 지켜봤 다.

발현계 교사 이희영.

발현계 분야에서는 꽤 실력 있는 마법 교사였다. 타고난 안목이 있기 에 그녀가 압축 구현술을 헷갈렸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홈.”

그렇다는 건 정말로 저 학생이 압 축 구현술을 다룬다는 건데…….

정현은 의문이 들었다.

압축 구현술을 다루는 18살이라니.

지금까지 그런 능력 있는 학생이 있었나?

“ 아.”

그러고 보니 이서준은 오늘 시너지

를 다뤘었지. 생각해보면 불가능할 것까진 없구나.

턱을 매만지던 정현은 단상 위에 오른 김선우를 바라봤다. 김선우는 긴장감 하나 없는 모습으로 관중석 을 둘러보고 있었다.

별생각 없었는데 아무래도 이 학생 의 테스트를 유심히 지켜봐야겠다.

한번 볼까. 교사들의 반응에 걸맞 은 실력을 갖췄는지.

그때 김선우의 앞에 표적이 생성되 었다.

김선우는 표적을 바라보더니 손 위

로 마법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김선우의 손에서 강한 마력이 모이 기 시작했다. 이내 그 마력은 동그 란 원형 형태를 이루더니 작게 압축 되며 완벽한 구의 형태를 이루었다.

“……뭐야. 진짜잖아.”

이희영의 말대로 김선우는 정말로 압축 구현술을 다루고 있었다. 그것 도 어설프지 않고 완벽히.

그 노련한 모습은 마치 꽤 오랜 시간 마법사로 활동한 프로를 보는 듯싶었다.

그때 김선우가 손을 뻗었다.

동시에 주변의 모든 에너지가 김선 우의 손끝으로 몰리는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그 순간 마법 구체가 은 빛으로 물들었다.

파앙—!!

압축된 마법 구체가 김선우의 손을 떠났다. 마법 구체는 새하얀 잔상을 남기며 쏘아졌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방출과 동시에 김선우의 몸이 뒤로 밀려났 다.

솨아아아아아!

정확한 방향으로 목표를 향해 날아 가는 마법 구체.

목표와 가까워지자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콰아아아앙-!!!

강한 바람이 교사 대기실까지 불어 왔다.

표적의 형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거대한 연기에 가려져 알아볼 수 없었다.

강당 내부는 한순간에 고요해졌다. 모두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만 모두가 1학기 순위 평가 때 의 김선우를 아직까지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기에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정현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쟤 뭐야?”

연기는 점차 사라졌다. 그곳에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진 표적이 있었다.

[2학년 A반 김선우 테스트 종료]

테스트가 끝났다. 눈앞에 완벽하게 박살 난 표적을 보자 속이 다 후련 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6개월 사이에 꽤 성장을 한 터라 대자연의 심장을 사용하지 않 아도 이 정도 파괴력은 충분히 낼

수 있다.

아마 보유 마나량만 따지면 교내에서도 30위 안에는 충분히 들겠지.

관중석에서는 모두가 경악에 찬 얼 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1학기 때의 조롱과 비웃음을 생각 하면 극단적으로 달라진 반응이라 웃음이 나왔다.

[‘반전의 인물’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등장인물 ‘정현’이 당신에게 경악 합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450명의 학생이 당신에게 놀라움 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포인트도 꽤 짭짤하게 벌었다.

9천 포인트. 역시 한 번에 큰 관심

을 받는 것만큼 짭짤한 포인트 벌이 가 없다.

나는 메시지를 살펴보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정현.

교사 대기실로 시선을 돌리자 혼자 눈에 띄는 금발의 한 남성이 보였다.

마치 혼이 빠진 둣한 멍한 얼굴이 다. 그 모습이 퍽 웃기다.

빌런의 관심을 너무 확 끌어버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나도 성적 을 빨리 올리는 게 여러모로 좋으니 까 어쩔 수 없다.

나는 획 몸을 돌아 천천히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대기실로 돌아가자 모두의 시선이 느껴졌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반웅 역시 상당 히 재밌다.

이서준, 유아라, 윤하영 등등…….

물론 이들의 표정은 경악보다는 홍 미에 가깝다.

“야야. 너 뭐냐?!”

“저번 기말 3위, 운이 아니었네.”

“와 대박이네. 이 정도면 5위권 아 니냐?”

“그러게. 단순 파괴력만 보면 이서준, 유아라한테도 안 밀린 거 같은 데.”

정신을 차린 몇몇 학생들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는 적당히 그들을 받아주고는 자 리에 앉았다.

“홈.”

포인트를 꽤 짭짤하게 벌어냈다.

데뷔전. 아니, 복귀전은 화려하게 치렀다.

아마 이 시험 영상이 또 인터넷에 퍼지게 된다면 큰 관심을 끌겠지.

무엇보다 1학기 때 마력 방전이 일어나며 모두의 조롱을 받던 가슴 아픈(?) 스토리가 있으니 더더욱 큰 관심을 받을 것이다.

이번 일로 이후에 또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벌게 될까.

괜히 기대되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오후 2시.

개학 첫날의 모든 일정이 끝이 났 다. 아무래도 개학 첫날이고 해서 2 시간 정도 이른 시간에 끝났다.

학생들은 각자 자리에서 일어나더 니 개학 파티를 하자며 의견을 모으 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한 명도 빠 짐없이 모이려는 분위기다.

“김선우. 너도 갈 거지?”

이서준이 은근한 말투로 물었다.

원작에서는 선구자의 밤 사건 이후 로 마음고생을 꽤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표정을 보아하니 근심 은 많이 사라진 둣 밝은 얼굴이다.

“아니, 오늘은 할 일이 있어서.”

“웅? 뭐 하는데? 어차피 단련실 가려는 거 아니야?”

“아니, 그것 말고 다른 일이 있어.”

“다른 일?”

이서준이 궁금중에 찬 시선으로 나 를 바라봤다.

“어? 뭐냐. 김선우 혼자 떼는 거 냐?”

그때 조용히 지켜보던 신영준이 크 게 외쳤다.

그러자 반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 했다.

“뭐야. 왜 떼? 뭐 하는데?”

“김선우 왜 혼자 빠짐?”

“야〜 같이 가〜”

누군지도 모르는 녀석들이 괜히 친 한 척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1학기 초반을 생각하면 상당히 감 동적인 장면이기는 하나, 오늘은 진 짜 할 일이 있거든.

“아, 바빠. 오늘은 아무튼 안 돼.”

“왜 안 되는데. 너 설마 애인 만나 냐‘?”

“뭐? 선우야 너 애인 있어?”

윤하영이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 럼 어디선가 튀어나왔다.

“……애인은 무슨.”

신영준 얘는 뇌가 그쪽에 치우쳐져 있나. 뭐만 하면 그쪽으로 엮으려 하네.

“쩝. 그럼 어쩔 수 없지.”

신영준이 아쉽다는 듯 혼자 중얼거 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암튼, 난 간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교실 밖으로 혼자 나왔다.

[‘자발적 아웃사이더’ 업적을 달성 했습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뭐여 이건.”

김진우로 분장하고 모자와 마스크 를 쓴 나는 서울역 주변 어느 공원 으로 향했다.

오늘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경매 에 올린 검의 구매자를 만나기 위해 서였다.

지금 시각은 7시 3분. 분명 7시까 지 이곳에 온다고 했었는데.

그때 스마트 폰에 진동이 울렸다.

[죄송합니다. 5분 정도 늦을 것 같 습니다.]

“♦.....홈.”

뭐. 시간 여유는 있으니까 너그럽 게 용서해줄 수 있다. 100억에 검을 사주신다는데 5분쯤이야.

[네,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겠 습니다.]

답장을 보내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그때 주머니 속 스마트 학생 수첩 에서 계속 알람이 울렸다.

김진우의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서

수첩을 꺼낼 순 없으니 외부자의 혜 택으로 내용을 확인했다.

[사진]

[사진]

2학년 A반 공지 및 수업용 단톡방 이었다.

자기들끼리 식당에서 밥 먹고 게임 하고 논 것을 찍어 올리며 자랑하고 있었다.

멍하니 사진을 바라보는데 미묘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유아라의 얼굴이 보였다.

윤하영 때문에 억지로 자리에 끼어 있다는 게 사진 속 표정으로 느껴졌다. 그 모습이 괜히 웃겨서 살짝 웃 었다.

그 외에도 뭔가 메시지가 많이 도 착하긴 했다.

예를 들면 최서윤이라던가, 전민기 라던가.

보아하니 테스트 잘 봤다는 내용이 다.

“어…… 무기 판매자님?”

그때 내 앞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자 비니를 쓴 30대 남성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첫인상은 꼬질꼬질한 옷차 림이라 100억에 검을 구매할 것 같 은 사람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나저나 뭔가 낯이 익은 거 같기 도 하고.

“맞습니다. 유데이에서 검 구매하 시겠다는 분 맞으시죠?”

“아! 넵! 맞습니다!”

남성이 밝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럼 물건 좀 볼 수 있을까요?”

“넵.”

나는 등에 매달아 놓은 검을 그에 게 내밀었다.

남성은 검올 바라보더니 눈을 반짝 였다.

“와. 이게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오. 여기는 이렇게……

남자는 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검 을 품평했다.

슬쩍 마력을 불어넣어 검을 분리하 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야~ 신기하네.”

아무래도 그의 반응을 보아하니 마

법사는 아닌 모양이다.

그럼 검 수집가인가?

이대로 놔두면 끝도 없을 거 같아 서 먼저 말을 걸었다.

“다 보셨습니까?”

“아! 넵! 상태는 좋은데. 마감이

아쉽네요.”

“네?”

뭔 소리야. 방금 그렇게 좋아하더 니.

“돈은요?”

“……혹시 쿨거래 에눌 가능한가

요?”

“저기 어디 증고 거래 오셨어요?”

“아뇨. 실제로 보니까 좀 별로라서 요. 20억 정도에 팔면 구매 의사 있 는데.”

20억? 얘가 미쳤나?

“장난하는 거죠?”

“아, 20억은 좀 그런가요? 그럼 30 억……

“저기요.”

내가 목소리를 깔고 말하자 남자가 몸을 움찔했다.

“.…”네?”

“구매하러 오신 거 맞아요?”

“아, 그게……

남자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푹 숙 였다.

“……물건 상태가 별로네요. 구매 는 안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호다닥 도망치려는 남자의 뒤통수를 꽉 잡았다.

“악!”

“어딜 도망치려고.”

나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에 공포 가 드리웠다.

보아하니 프로 마법사는 아니고 마력을 조금 다룰 줄 아는 일반인 같

은데 무섭긴 하겠지.

“죄, 죄송합니다! 검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해서 그만!”

남자는 나를 향해 여러 번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나는 황당한 시선으로 남자를 바라 봤다. 무릎 꿇고 땅에 머리를 박을 기세라 뭐라 화를 내기도 뭐했다.

“제대로 납득 시켜봐요.”

“그게…… 사실 제 직업이 제작사 입니다. 뭔가 공부가 될 만한 검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이런 큰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마법사님도 아시겠지

만, A등급부터는 B등급보다 몇십 배는 희귀해지니까…… 거기다 이렇 게 옵션이 많은 A등급 무기는 처음 봐서……

“……제작사?”

제작사라면 ‘공방’이라 불리는 곳 에서 아이템을 만드는 능력을 가진 마법 능력자를 뚯한다.

일종의 보조계 마법 계통 마법사라 고 할 수도 있는데 마법이라는 게 워낙 분야가 다양하다 보니 사실 나 도 잘 알지는 못한다.

내가 아는 거라고는 제작사의 실 력, 재료, 도구, 마법 부여서, 시간

등의 조화가 환상적으로 이루어진다 면 기적적으로 S등급의 아이템도 만 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손에서 태어난 S등급 아이템은 15개를 넘지 못할 만큼 극히 드문 사례긴 하지만.

“그래서 그쪽이 제작사인데 공부가 될 것 같아서 만나자고 한 거예요?”

“넵! 맞습니다! 하하하……

“하아.”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해버렸다. 설마 이런 사람이랑 엮이게 될 줄은 생각 못 했는데.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사죄의 의 미로 머리 박겠습니다.”

진짜 이런 민폐를 봤나.

물론 이런 상황을 대비하지 않은 내 잘못도 크긴 한데.

“쯧.”

이름이라도 알아둬야겠다 싶어서 눈앞의 남자에게 ‘인물 간파’를 사 용했다.

이름 : 양태민

나이 : 29 종족 : 인간 상태 : 긴장 마력 둥급 : D 관심도 : 0

“……양태 민?”

“어? 제 이름을 어떻게?”

놀라서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이 름을 내뱉었다. 남자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홈홈.”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특별히.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해 드리겠습니다.”

“네? 아이고! 감사합니다. 마법사 님!”

“그 대신 연락처라던가 명함을 주 시죠.”

내 말에 양태민이 의문이 깃든 눈 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를 향해 비지니스 미소를 지었다.

양태민은 갑작스럽게 변한 내 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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