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방금 2학 년 2학기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빌 런을 마주쳤다.
마인 정현.
원작의 흐름대로 2학기 교사로 부 임했다.
정현은 마법 교육계에서 이름을 날 리는 유명 인사이다.
크리스라는 이름으로 마법 교육 컨 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국 마법사관학교에서도 2년간 교사로 활 동한 경력이 있다.
마법 교육 기관에서 그의 신뢰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쌓아온 신뢰가 있기에 한국 마법사관학교에서도 그가 마인일거 라고는 전혀 생각 못 하겠지.
“흠.”
정현의 목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마인의 최우선 목표인 예언의 아이 색출.
그리고 또 하나는 개인적인 복수이 다.
정현은 장예와 소꿉친구와 같은 사 이였다. 어릴 적부터 남매처럼 지내
왔고 그녀의 아버지인 장한과도 어 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
그녀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슬퍼하던 인물 역시 정현이 었다.
원작에서의 정현은 장예의 복수를 위해 이서준을 포함해 마법사관학교 2학년 전체를 단번에 없애버릴 계획 을 세웠다.
장예의 복수와 예언의 아이 말살을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그 계획이 실행되는 건 2차 중간 시험 날. 아직 3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물론 사건이 원작 그대로 진행될지 는 알 수 없다.
내가 개입함으로써 전개에 너무 많 은 변화가 생겼으니까.
그러니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정현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인지 잘 지켜봐야 한다.
목요일.
약 한 달간의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 당일이 됐다.
학생들은 각자 설렘과 아쉬움에 찬 표정으로 신나게 떠들었다.
“아〜 방학 아쉽다.”
“나도. 더 열심히 놀았어야 했는 데.”
“난 훈련 캠프 갔다 왔는데.”
“난 알바랑 부모님 돈 지원받아서 B등급 검 하나 샀다.”
“헐 진짜? 얼마 줬어?”
“9천.”
“9천? 와 진짜 검은 너무 비싸네. 다른 B등급 무기는 4천이면 사는 데.”
주요 등장인물이 아닌 이상 그들이 뭘 하든 딱히 관심은 없었기에 나는 구석에 혼자 앉아서 하품이나 하고 있었다.
“아. 더워.”
이 학교는 돈도 많으면서 에어컨도 안 틀어주네.
그렇게 창문을 열려고 하는데 우연 히 창밖에서 금발의 남성이 눈에 들 어왔다.
정현이었다.
정현은 학교 내부의 빈 토지를 바 라보며 무언가를 작성하고 있었다.
아마 2학기에 새로 들어서게 될 새로운 던전 훈련장을 설계하려는 모양이다.
정현은 교육 컨설턴트로 알려지긴 했지만, 인공 마법 훈련장 설계자로 활동하기도 한다.
그가 마법사관학교에 부임하게 된 것도 교육자로서 온 것도 있지만 이 번에 새로 설립하게 될 신규 훈련장 의 설계를 위해서도 있었다.
약 두 달 뒤, 저 빈 토지에 정현이 설계한 훈련용 던전이 새로 들어서 게 될 것이다. 그리고 2차 중간시험 이 시작되는 날 저곳에서……
“선우야!”
그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윤하영이었다. 3일 전에 만났음 에도 마치 한 달 만에 보는 것처럼 반가워하는 말투다.
“3일 전에 만났는데도 여기서 보니 까 느낌이 또 다르네.”
윤하영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런가.”
“아 참, 선우야. 저번 던전 보상 상자는 열어봤어?”
“아니, 아직. 봉인이 생각보다 단단 하더 라고.”
아마 오늘 밤이나 내일쯤 봉인을 풀 수 있을 거 같다. 무슨 보상이길 래 저렇게 단단하게 봉인한 건지.
이렇게 고생해서 풀어놓고 별거 아 닌 게 나오면 좀 열 받을 거 같다.
“으. 궁금한데. 아쉽네.”
“어? 뭐냐? 너네 둘이 던전도 공 략했어?”
그때 신영준이 우리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윤하영은 그의 말에 눈을 깜빡이더 니 말했다.
“어, 웅? 아, 아니이……?”
멸마의 힘 관련해서는 비밀이라는 말을 지키려는 건지 윤하영이 딱 봐 도 수상한 반응을 보이며 말끝을 흐 렸다.
“뭐냐? 너 왜 아닌 척해 갑자기?”
신영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 더니 나와 윤하영을 번갈아 바라봤 다.
“뭐야뭐야? 너네 수상한데? 나 몰 래 뭐 그렇고 그런 거야?”
“하……
얘는 또 시작이네.
“던전 돌았어. 나랑 윤하영 스파링
파트너잖아. 우연히 던전 하나를 발 견했는데 실전 경험 쌓으려고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던전 공략했거 든.”
내 대답에 신영준이 입을 벌리며 놀라워했다.
“던전을 발견했다고?”
“어.”
“와. 신기하네. 그러고 보니 너 저 번에 최서윤이랑 악몽의 안개 던전 도 공략하지 않았냐?”
신영준의 말에 윤하영이 의문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악몽의 안개?”
“아, 특별반 합숙 때 일이 있었거 드 ”
내 말에 윤하영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 차올랐다. 구구절절 설명하기 귀찮아서 대충 말했다.
“나중에 얘기해 줄게.”
“으음. 알았어.”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이서준과 이현주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휴. 느긋하게 오는 것 봐라. 시 간이 몇 신데.”
신영준이 그 둘을 바라보며 질렸다 는 둣 중얼거리자 이서준은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자! 모두 자리에 앉아라!”
장안철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안 그래도 거대했던 몸이 한 달 사 이에 더 커진 것 같다.
운동을 뭐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되 는지 궁금하다.
“방학 동안 다들 잘 지낸 모양이구 나. 표정이 밝은 걸 보니.”
학생들을 쭉 둘러보던 장안철이 희 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잡담은 그만두고 2학기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2학기부터는 새 로운 것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아
마 새로운 것을 익힌다는 재미를 찾 을 수도 있겠지.”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2학기부터는 마음가짐을 새로 잡 아야 할 때다. 단순히 2학기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3학년이 되기 전 마지막 학기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해 라. 1학년, 2학년 때와 3학년 때는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완전히 다르니까.”
3학년이라.
생각해보니 내년에는 훨씬 복잡하 고 힘든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졸업을 위한 시험도 준비해야 하
고, 3년마다 열리는 중요한 행사와 몇몇 이벤트들도 끼어 있으니까.
“다들 잘 알아들었지?”
“네!”
학생들의 힘찬 대답에 장안철이 미 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학기도 학교의 전통을 피할 수 없다. 이게 무슨 의 미인지 역시 다들 알고 있겠지?”
전 학년 순위 평가 테스트.
1학기 첫날에 했던 그것을 오늘도 하게 된다.
“자! 테스트는 10시에 시작이다!
모두 대강당으로 내려가도록!”
약속된 시간인 10시가 되자 거대 한 대강당에 450명의 학생이 모였다. 교사들도 한자리에 모여 기대감 에 찬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교사들과 친목을 나 누는 정현의 얼굴이 보였다.
신임 교사의 연기를 아주 잘 수행 하는 모습이다.
“선우야! 여기로 와!”
오늘도 저 멀리서 윤하영이 옆의
빈자리를 툭툭 치며 내게 손을 혼들 고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 곳으로 이동했다.
자리에 앉자 내 빈 옆자리에 유아 라가 따라 앉았다.
유아라는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방학 동안 잘 지냈어?”
웬일로 얘가 안부를 다 묻네.
특별반 때는 관심 없어 하더니.
“그럭저럭.”
“뭐하고 지냈는데?”
“알바랑 훈련 병행했지.”
“그래?”
유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너는?”
“난 뭐, 훈련도 하고. 개인적인 조 사 같은 것도 하고.”
“조사?”
“……그런 게 있어.”
내 물음에 유아라가 말끝을 흐렸다.
유아라가 말하는 조사라면 아마 자 운에 관한 거겠지.
방학 중에 자운이 한국에서 크게 사건을 일으켰으니 그녀의 성격상
가만히 있을 순 없었을 테니까.
[지금부터 1학년 평가 순위 테스트 를 시작하겠습니다.]
단상 위에서 마이크 소리가 울렸다.
1층에서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 최서윤의 모습이 보였다.
그 옆에는 전민기가 허공에 검을 휘두르며 몸을 풀고 있었다.
[최서윤 학생, 전민기 학생……]
단상 위의 부름에 최서윤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1학기 때와 같이 그녀가 오르자 남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환호가 터 졌다.
2학기의 평가 순위 테스트 방식은 1학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눈앞에 생성되는 인형을 쓰러트리 면 된다.
그리고 파괴력 등을 측정해 종합 성적 순위에 변동이 생긴다.
최서윤은 한층 진지해진 얼굴로 마
력을 끌어모았다.
얼어붙는 공기. 그녀의 손 위로 날 카로운 얼음의 창이 구현되었다.
동시에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 와.”
“대박이다.”
1학기 때에도 그녀의 마법에 감탄 했었지만, 최근 악몽의 안개에서 영 약을 먹은 이후로 그녀의 마법은 더 욱 정교해졌고 강력해져 있었다.
그것을 눈치챈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뭐야? 1학기 때 보다 훨씬 좋아 졌는데?”
“1학기 때도 장난 아니었는데 진짜 재능있는 애들은 다르네. 성장 속도 가 무슨……
“저게 어떻게 1학년이냐.” 주변의 웅성거림에도 최서윤은 집
중을 잃지 않았다.
구현이 완료되자 최서윤은 손을 뻗 어 창을 방출했다.
슈우우우욱!
공기를 찢는 강력한 파공음.
거대한 창이 표적을 완벽하게 박살 냈다.
“와一!”
다시 한번 커다란 함성이 터졌다.
최서윤은 자신의 결과가 만족스러 운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 고 평소와 같이 계산된 미소로 관중 석을 쭉 둘러보았다.
이런 점은 1학기 때와 달라진 게 없다.
그때 그녀의 시선이 나와 마주쳤 다. 그녀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한층 밝은 미소를 보였다.
1충 구석에 자리 잡은 교사 대기 실.
오늘도 간식과 차가 잔뜩 놓인 이 곳에서 20명의 교사가 테스트를 감 상하고 있었다.
“크리스 선생님은 이런 공개 테스 트는 처음이죠?”
“네, 처음입니다. 한국 마법사관학 교의 전통 아닙니까?”
자신을 부르는 한 교사의 말에 정 현은 웃으며 대답했다.
“맞죠. 잔인하다고들 하는데 학생 들한테는 미안하지만 교사 입장에서 는 꽤 재밌는 구경거리에요.”
“이해합니다.”
“그래서 눈여겨보는 학생이 있나 요?”
교사의 말에 크리스는 생각에 잠겼 다.
“역시 상위권 학생들이겠죠. 1학년 의 최서윤, 전민기. 2학년의 이서준, 유아라. 특히 이서준 학생은 두 눈 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더군
요.”
거기다 오늘 이서준이 보여준 빛 속성 검기.
검기 자체에 담긴 마력도 감탄이 나왔지만, 살면서 18세에 시너지를 다루는 인간은 난생처음이었다.
역시 요주의 인물.
몇 달 뒤, 2학년에 숨은 예언의 아 이를 처치하려는 그때 큰 변수가 될 지도 모른다.
“서준이가 대단하기는 하죠.”
“소문보다 더하더군요. 괜히 역대 최고의 천재가 아니네요.”
[2학년 A반 김선우.]
그때 김선우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동시에 교사들 사이에서 큰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어? 선우 차례에요.”
“아, 기대된다.”
“사실 저는 서준이만큼 선우 차례 가 기대됐어요.”
“흐흐. 저도에요.”
갑작스럽게 바뀐 교사 대기실의 분 위기에 정현은 의아함을 느꼈다.
김선우? 잘 알고 있는 학생은 아 니었다.
한국 마법사관학교 2학년 요주의 인물로 이서준, 유아라, 신영준 정도 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김선 우라는 인물 자체는 크게 조사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이론 성적 만점을 유지하고 있는 학생이라는 점은 이미 알고 있 기는 했다.
하지만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 은 이론이 아니라 실기라고 생각했 기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애초에 시간이 없어 종합 10위권
학생들만 조사하기도 했고.
‘뭐지?’
교사들의 반응에 괜히 궁금중이 생 겨 홍미에 찬 시선으로 김선우를 바 라봤다.
김선우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단상 위를 오르고 있었다.
‘어디서 본 적 있는 얼굴인데.’
정현은 혼자 생각하다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어제 최서윤에게 길을 물었을 때, 옆에 있던 남학생이었다.
그냥 평범한 학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아, 선우 잘했으면 좋겠어요.”
“1학기 때 엄청 놀림 받았었잖아 요.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그래도 항상 씩씩해요. 애가.”
교사들은 계속해서 김선우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체 뭐 하는 애길래 저렇게 관심 을 받는 걸까.
정현은 테이블 위의 학생 기록 서 류를 확인했다.
2학년 성적 150위. 꼴찌였나?
그다음 ……72위, ……60위, ……
28위.
“......어?”
김선우의 정보를 확인하던 정현은 의아함을 느꼈다.
150위에서 1학기 만에 28위에 올 랐다고?
이게 가능한가?
정현은 교사들이 이런 특이한 반웅 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마법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며 수많 은 인간 마법사들의 성장을 수도 없 이 봐왔지만 이런 가파른 성장은 처 음 보았으니까.
“이상하네.”
정현이 혼자 중얼거리자 옆자리에 앉은 이희영이 말했다.
“이상하죠? 맞아요. 정말 이상한 아이예요.”
이희영의 말에 다른 교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 이상하죠. 이상한 부분에서 말이 안 되는 신기록도 달성하고 그 러니까.”
“선우가 웃긴 게 뭐냐면 주특기가 발현계인데 발현계 빼고 다 엄청 뛰 어나요.”
그때 이희영이 발끈했다.
“어? 선생님. 그건 정말 편견이에 요. 선우가 발현계에도 얼마나 재능 이 많은데요.”
이희영의 말에 옆에서 가만히 있던 한 교사가 그녀의 말을 지지했다.
“맞아요. 저번에 선우 학생이 발현 계 훈련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기 초가 상당히 튼튼해요.”
교사들의 중언이 들려오자 다른 몇 몇 교사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그런데 1학기 때는 왜 마력 방전 이 일어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