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1화 (111/535)

“여긴가.”

나와 윤하영 앞에 거대한 문 하나 가 보였다. 아마 여기가 보스룸 입 구일 것이다.

과연 어떤 보스가 나올까. 던전 난 이도를 생각했을 때 꽤 강한 보스 몬스터가 등장할 것 같기는 한데.

“준비됐어?”

“응.”

“그래, 가자.”

끼이익.

문을 열었다.

[‘복마전 5차 입구’ 보스 룸에 도 착했습니다.]

[강한 마기가 당신의 정신을 탁하 게 만듭니다.]

“읏.”

입장하자마자 정신 마법이 들어왔다.

멀리 거대한 악마 형 몬스터가 보 였다. 이마에 솟아난 거대한 두 개 의 뿔. 그리고 검은빛 날개.

키는 4m를 넘어 보인다.

— 크O O O I

“뭐 이리 커?”

놈이 우리를 노려봤다.

동시에 강한 위압감이 느껴지며 온 몸이 짓눌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녀석은 위험하다.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수호의 악마’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보스 몬스터의 이름은 수호의 악마인 듯했다.

녀석은 우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나는 곧바로 신체를 강화해 윤하영 을 밀치며 공격을 피해냈다.

—크어어!

수호의 악마는 곧바로 공격을 이어 나갔다. 나는 마나 엘릭서를 입에 털어 넣으며 그대로 빛 속성 구체를 녀석의 팔에 쏘아냈다.

콰앙!

제법 공격이 먹혔는지 녀석은 팔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녀석은 우리를 노 려보더니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녀석의 주먹이 바닥에 닿자 거대한 폭음이 터졌다.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냈다. 저건 스쳐도 사망이다.

“하아앗!”

그때 옆에서 윤하영이 마법을 펼쳤 다. 그녀의 손 위로 멸마의 힘이 담

긴 거대한 마법의 화살이 구현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더 많은 힘을 담으려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내가 벌어줘야 한다.

나는 녀석에게 빛 속성 구체를 계 속해서 쏘아내며 녀석의 시선을 끌 었다.

그렇게 지능이 높은 녀석은 아니었 는지 윤하영에게 관심을 끄고 나를 노렸다.

—크어어어!

녀석의 붉은 안광이 빛났다. 날개 를 휘두르며 허공 위로 떠올랐다. 몸도 무거워 보이는데 엄청나게 잘 날아다닌다.

이내 녀석의 손 위로 검은빛의 구 체가 구현되었다.

“아니, 무슨…… 몬스터가 마법까 지.”

녀석은 내게 손을 뻗으며 검은 구 체를 쏘아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달리며 공격을 피해 냈다.

콰아아아아아앙-!

바닥이 무너지고 천장이 흔들리며 돌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말이 안 되는 파괴력이다. 위력만 따지면 못해도 A등급 이상. 아니, S 등급에 근접하지 않을까.

“큭!”

다시 한번 녀석이 검은 구체를 구 현했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었다. 총 3개.

“….…미쳤네.”

이건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있다 고 해도 분명 거대한 충격파에 던전 천장이 무너지며 깔릴 게 분명하다.

그때였다. 이질적인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내 그 마력은 수호의 악마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윤하영이 구현한 멸마의 화살이었다.

—크어어?

화살은 녀석의 이마에 정확히 적중 했다. 이내 화살의 빛이 점차 커지

더니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강한 돌풍과 먼지가 피어올랐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녀석의 상태 를 살폈다.

머리가 완전히 사라진 수호의 악마 가 보였다. 녀석의 몸은 힘을 잃은 듯 천천히 기울어지더니 그대로 바 닥에 큰 소리를 울리며 쓰러졌다.

[‘A등급 악마 몬스터 처치 관여’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마의 학살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빛 속성을 이용한 A등급 악마형 몬스터 처치에 성공하였습니다.]

[빛 속성 제어술 숙련도가 대폭 상 승합니다!]

[대자연의 축복 효과로 숙련도를 추가 획득합니다.]

[빛 속성 제어술 등급이 상승했습

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수많은 메시지 창.

나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다가 가 장 밑의 메시지에 시선이 고정됐다.

……빛 속성 제어술 등급이 상승했 다고?

[빛 속성 제어술][등급 : 1(0%)]

[지속 효과]

►속성 숙련

빛 속성 마력 사용 시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등급이 상승할수록 빛 속성의 마력 이 상승합니다.

보스 레이드가 끝나고. 나와 윤하 영은 바닥에 앉아 휴식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 오른 빛 속성 제어술 을 확인하고 있었다.

둥급이 1로 상승했다.

그렇다는 건 이제 ‘형태 없는 정령 의 유산’ 없이 빛 속성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반지를 빼내어 빛 속성을 구 현해보았다.

그러자 내 손위로 빛 속성 구체가 구현되었다.

‘대박.’

단순히 빛 속성을 얻은 것뿐만이 아니라 특성까지 생겼으니 숙련 등

급에 따라 빛 속성의 힘이 여기서 더 강해질 여지도 있었다.

단점이 있다면 마력 소모가 무속성 을 구현할 때보다 더 심하다는 점이 지만 그래도 이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에 얻을 속성은 무엇 으로 해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차례다.

개인적으로는 전기나 얼음 속성이 끌리긴 한다.

전기는 1:1 상황에서 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얼음은 유틸적인 부분에서 뛰어나니까.

“흐음.”

내가 고민에 잠기자 옆에서 윤하영 이 내게 말을 걸었다.

“오늘 던전을 끝까지 돌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네.”

“그러게.”

그건 나도 예상 못 했다.

한 달 사이에 윤하영의 멸마의 힘 이 이렇게 강해졌을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그래도 마지막 보스 몬스터는 좀 위험했지?”

“웅. 아마 한두 달 전에 도전했으

면 무조건 실패했을걸.”

역시 원작에서 난이도가 제대로 나 오지 않은 던전은 조심해야 할 필요 가 있다. 이번에 또 느꼈다.

“그래도 마지막에 멸마의 힘을 크 게 구현한 건 정말 좋은 판단이었 어. 정말 실력이 쭉쭉 느네.”

“헤헤.”

“수고했어.”

“아니야. 선우 네가 더 수고했지. 시선 끌어줬잖아.”

윤하영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녀를 따라 피식 웃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럼 보상을 확인하러 가볼까?”

그렇게 우리는 보상이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거대한 보물 상자 하나 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 그것을 열었다.

안에는 작은 상자 하나와 붉은 빛 의 돌로 만들어진 팔찌 하나가 있었다.

[악마의 힘으로 봉인된 상자(으??)]

종류 : 상자

설명 : 봉인되어 있다.

[항마석 팔찌 (B)]

종류 : 팔찌

설명 : 항마석(降魔石)으로 제작된 팔찌

[지속 효과]

►항마의 기운

마인, 악마 족에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마인, 악마 족에게 10% 추가 데미 지를 줍니다.

내구 : B

악마 테마의 던전 답게 보상도 악 마와 관련된 보상이 나왔다.

상자와 팔찌. 상자는 봉인이 걸려 있는데 봉인이 견고해 푸는데 꽤 시

간이 필요할 것 같다.

“상자랑 팔찌네? 효과가 뭘까?”

아이템의 능력을 확인할 수 없는 윤하영이 혼자 중얼거렸다.

“상자는 봉인이 걸려있어서 풀어봐 야 알 것 같고, 팔찌는 항마석으로 만들어진 팔찌야.”

“항마석?”

내 말에 윤하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팔찌는 네가 갖는 게 좋겠다.”

항마석 팔찌.

악마나 마인 상대로 눈에 띄지 않

는다는 특이한 옵션을 갖고 있었다.

멸마의 힘을 가진 윤하영이 마인의 표적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지 금, 어쩌면 최고의 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분명 이 아이템은 윤하영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되겠지.

“이거 내가 받아도 돼? 던전 발견 은 선우 네가 한 거잖아.”

“상관없어. 너한테 꼭 필요한 거니 까. 이 팔찌에는 마인들로부터 관심 을 덜 받게 하는 효과가 있거든.”

내 말에 윤하영이 놀란 표정을 지 었다.

“정말? 그런 효과도 있구나. 신기 하다.”

윤하영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듯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팔찌를 바 라봤다.

언제봐도 나에 대한 신뢰가 장난 아니다. 한세연도 이 정도는 아닐 거 같은데.

“대신 이 상자는 내가 가질게. 안 에 뭐가 들었는지는 풀어봐야 알겠 지만.”

“응. 당연히 선우 네가 가져야지.”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팔 내밀어봐.”

내 말에 윤하영이 팔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항마석 팔찌를 걸었다.

그러자 붉은 보석에서 약한 빛이 번쩍였다. 제대로 효과가 적용되었 다는 중거였다.

윤하영은 한참 동안 팔찌를 바라보 더니 나를 향해 해맑게 웃었다.

“팔찌 이쁘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이번에 획득한 상자의 봉인을 풀고 있었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흐르고 잠시 멈춰 상 자를 내려봤다.

“……생각보다 봉인이 단단한데.”

결계와 다르게 봉인술을 해제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외부자의 혜택이 마력과 관련된 무 언가를 해제하는데 능하다고 하나 만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봉인 술은 외부자의 혜택을 이용하면 쉽 게 풀어낼 수 있긴 하다.

문제는 이 상자에 걸린 봉인술이 마도구로 만들어진 봉인술이라는 것.

봉인 마도구를 이용한 봉인술은 ‘열쇠’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억지로 풀어내는 건 외부자의 혜택 을 이용하더라도 상당히 어려운 일 이다.

“으음.”

열쇠가 없더라도 봉인 해제 키트가 있으면 더 쉽게 봉인을 풀어낼 수

있겠지만 키트는 가격도 비싸거니, 그렇다고 포인트로 구매하자니 또 아까웠다.

결국 내 선택지는 직접 해제하는 것밖에 없었다.

꽤 시간은 걸리겠지만.

“3일쯤 걸리려나.”

시간 날 때마다 하루에 4시간씩 풀어준다는 조건으로 3일 정도 걸릴 것 같다.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풀어줘야 지.

상자를 옆으로 치웠다. 봉인 해제 도 좋지만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손가락에 끼어 있는 반지, ‘형태 없는 정령의 유산’을 보았다.

지금 이 반지에는 빛 속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오늘 빛 속성을 완전 습득했기에 새로운 속성을 담아야 할 때다.

뭐가 좋을까.

반지에 멸마의 힘이라도 담을 수 있다면 고민할 것도 없겠지만, 멸마 는 속성이 아니라 특성이다.

거기다 특성의 가격이 무려 80만 포인트.

이 세계에 숨겨진 빌런이 마인과 악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멸마의 힘

을 구매하는 것은 조금. 아니, 많이 아깝다.

“흐음.”

역시 새로 얻을만한 특성이라 하면 다시 생각해봐도 얼음과 전기인데.

둘의 장점으로 비교하자면 공격성 과 안전성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공격성과 안정성……

솔직히 장점만 보았을 때, 지금 내 상황에서는 전기 속성이 더 좋기는 하다.

세계에 숨어있는 강력한 빌런들 상 대로 안전성으로 승부하는 건 가망 이 없기 때문이다.

안정성은 내가 상대보다 확실히 우 위에 있을 때나 효과가 있다.

하지만 무작정 전기 속성을 고르자 니 몇 가지 불안감이 있었다.

바로 전기 속성이 가지는 여러 단 점 때문이다.

우선 전기 속성은 강한 파괴력을 가진 만큼 마력 소모가 어마어마하 다. 그리고 안정된 형태를 구현하기 가 어려워 자신이 구현한 마법에 오 히려 감전당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도 있었다.

그래서 다른 속성보다 더욱 속성 적응 훈련이 중요시되는 게 바로 전

기 속성이었다.

전기에 적응이 되면 자신의 마법에 감전당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진화의 적응으로 얻은 전기 내성이라는 특성이 있었는데.

[전기 내성 (D)]

분류 : 특성

설명 : 당신의 육체가 전기에 저항 하는 힘이 강해집니다.

[지속 효과]

►전기 인간

마력이 1 상승합니다.

전기 속성 내성이 10% 상승합니다.

“흐음.”

전기 내성 10%.

전기 속성을 다루기에는 많이 부족 한 수치였다. 하지만 이것을 잘 이 용하면 금방 전기 속성을 다룰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화와 적응 특성으로 얻는 특성은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전기 고문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속성 내성을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해볼까.”

적응형 특성을 위한 자해행위는 이 전에도 한번 해봤다.

지금도 못 할 이유는 없었다.

물론 마비 독은 한번 찔리고 푹 자고 일어나면 그만이었지만 전기 독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기에 더욱 각오를 해야 한다.

꿀꺽.

“그래, 해보자.”

한편, 유아연은 자운의 추적을 잠 시 멈추고 오랜만에 특무팀 본부를 찾았다.

과거 5년 정도 특무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었지만, 여명의 칼날 활동 을 시작한 이후로 교류가 거의 없었 기에 2년 만의 방문이었다.

“오랜만에 왔는데 크게 달라진 건

없네요.”

유아연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김덕현은 피식 웃었다.

“고작 2년 가지고 무슨.”

“2년. 꽤 긴 시간이에요. 당장 2년 전만 해도 무선 마력 충전 키트같은 물건이 없었는데.”

“……그걸 또 따지네. 그만해라. 진 지병 옮는다.”

“아무튼, 테리사는 어떻게 할 거예 요?”

유아연의 질문에 김덕현이 팔짱을 끼었다.

“일단 법대로 국제 마법 재판소에 넘겨야지. 6급 범죄자니까 결과는 뻔하겠지만. 그리고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녀석들한텐 피의 맹세가 걸려 있어. 뭔가를 캐내고 싶어도 녀석들 한텐 소용없다.”

“……알아요. 그냥 어떻게 할지 앞 으로의 계획이 궁금한 거예요.”

“협회의 일이니까 그만 궁금해해 라. 외부인인 네게 전부 설명해줄 의무도 없어.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난 네게 좋은 감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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