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있어서 얼굴도 안 보였어.”
“대체 넌 아는 게 뭐냐?”
“뭐라고?”
“자자, 그만해. 그건 나중에 차차 알아보고 물건이나 확인해보자고.”
분위기가 과열되자 스카가 환기를 위해 짝짝 손뼉을 쳤다.
“그래, 물건이나 확인하자. 일단 여 기 내가 챙긴 그분의 물건.”
나타샤가 품 안에서 ‘부러진 혹검’ 을 꺼내 중앙의 테이블에 올려놓았 다. 반으로 갈라진 흑검이 올라오자 작은 환호성이 터졌다.
“드디어 그분의 물건을……
“다시 생각해도 헤파이스토스의 망 치를 얻지 못한 게 아쉽네.”
진이 부러진 혹검을 보며 혼자 중 얼거렸다.
사라진 신비의 힘을 되살릴 수 있 는 그 망치라면 부러진 혹검, ‘혹천 (黑天)’의 힘 일부를 되살릴 수 있 었을 텐데.
“됐어. 신경 쓰지 마. 신비의 힘을 되살리는 유물이 그거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
베르트의 말에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근데 마나의 핵은 누구한테 있 어‘?”
“나한테 있어.”
베르트가 아공간 마도구에서 환한 빛을 뿜어내는 구슬을 꺼냈다.
“이게 성유물인 마나의 핵인가.”
“소문만큼 대단하긴 하네. 마나의 기운이 눈에 보일 정도야.”
“바로 실험해보자.”
베르트는 마나의 핵을 들고는 동굴 깊숙이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자 복잡한 마공학 부품
이 주렁주렁 달린 거대한 대포 형태 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포의 이름은 ‘대마도정화기 기’.
일반적인 마법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강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 인 류 최악의 마법 병기라 기록되어 있 는 신비의 아이템이었다.
베르트는 대마도정화기기 뒤에 있 는 작은 홈에 마나의 핵을 끼워 넣 었다.
우우우웅.
동시에 마나의 핵에서 강한 빛이 일렁이더니 대마도정화기기에서 가 공할만한 에너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나의 핵에 담긴 무한의 마나를 빠른 속도로 흡수하는 것이었다.
“된다.”
베르트는 그것을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당장이라도 고대 마법 병기의 파괴 력을 실험해보고 싶었지만 괜히 허 공에 쏘아내다가 협회의 마력 감지 시스템에 걸릴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럴 순 없었다.
그래도 베르트는 병기에 흡수되는 마력을 보며 확신했다.
이 병기의 파괴력은 자신들의 상상 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이것으로 자운은 자신들의 궁극적 인 목표에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되 었다.
비록 동료 한 명을 잃었지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이미 각오한 일이 었다.
이른 아침, 나는 신비를 뜨는 국자 를 사용할 무기를 찾기 위해 시내의 유명 장비 판매점을 찾았다.
S등급 이상의 무기를 얻기 위해서 는 보통 경매나 물물 교환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A등급 이하의 무기는 일반 무기점에서도 가끔씩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무기를 찾으십니 까?”
안으로 들어서자 점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네.”
“어떤 종류의 무기를 찾으십니까?”
“검입니다. 등급은 A.”
내게는 과거 용병 체험 때 마인으 로부터 얻은 B둥급 검이 하나 있었다.
같은 종류의 무기와 다른 등급이라 는 조건이 있어 A등급의 검이 필요 했다.
“A등급 검 말씀이십니까?”
“네.”
점원은 나를 묘한 눈으로 홀어봤 다.
마법사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무 기가 검인 만큼 A등급의 검은 못
해도 40억이 넘는 비싼 가격에 팔 린다.
그런 비싼 값의 무기를 구매하려는 사람이라면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마법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나를 바라본 거겠지.
“구매 목적이십니까?”
“네, 물론입니다.”
“알겠습니다. 따라오시죠. A 등급 무기는 따로 전시 중이라.”
나는 그를 따라 걸어갔다.
길을 따라 쭉 걸으니 수많은 무기 가 전시된 장소에 도착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에 있는 검들이 모두 A등급 감정을 받은 것들입니다. 성능은 밑 에 품질 확인서를 확인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아이템 감정을 위해서 는 감정소를 통해 품질 확인을 받아 야 한다.
물론 나에게는 외부자의 혜택이 있 어 상관은 없다.
“흐음.”
외부자의 혜택으로 둘러보는데 전 부 품질 확인서에 적힌 성능과 같았 다.
전부 진품이라는 증거였다. A등급 무기답게 성능은 모두 쓸만했다.
쭉 둘러보고는 검 하나를 집었다.
“이걸로 할게요.”
50억이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A등 급의 검을 구입했다. 곧바로 사람이 없는 건물 계단으로 이동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번에 구 매한 검을 뽑아내었다.
스르/릉.
[청월검 (A)]
종류 : 검
설명 : 달빛을 머금은 검.
[지속 효과]
►꿰뚫는 힘
마력에 둘러싸인 적을 공격하면
30%의 추가 피해를 줍니다.
마력 증폭력이 15% 상승합니다.
내구 : A
파괴력 : B
마력 증폭력을 15%나 상승시켜주 고 마력에 둘러싸인 적에게 30% 추가 피해를 입힌다.
마력에 둘러싸였다는 건, 호신강기 나 마력의 장막을 이용해 수비 중인 적에게 30%의 피해를 입힐 수 있 다는 이야기다.
지금 가진 검과 잘 어울릴 것 같 아서 이것으로 선택했다. 무엇보다
무난하고 어디든 어울리는 옵션인 거 같아서.
나는 다음으로 용병 체험 때 얻은 검을 살폈다.
[흩어지는 칼날(B)]
종류 : 검
설명 : 마력 시동형 검.
[사용 효과]
►칼날 분리
마력 주입 시, 칼날이 10개로 분리 되며 허공에 떠오릅니다.
칼날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 입니다.
체력과 근력이 5상승합니다.
내구 : A
파괴력 : B
무기 옵션은 내가 생각하던 그것이 맞다. 이걸 어떻게 써먹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써먹을
날이 왔다.
“그럼 해볼까.”
나는 신비를 담는 국자를 꺼냈다.
마력을 불어넣자 국자에 환한 빛이 뿜어지며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청월검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청월검에서 마치 연기 같은 흰색의 무언가가 빠져나오더니 국자에 담기기 시작했다.
저 연기가 아마 검에 담긴 ‘신비’ 일 것이다.
신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다가 국자를 ‘흩어지
는 칼날’에 가져다 대었다.
우우웅……
눈이 부실듯한 환한 빛.
이내 국자에 담겨있던 신비의 연기 가 국자 아래로 흘러내려 가더니 흩 어지는 칼날에 담겼다.
[‘신비의 제작사’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6,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자 신비 의 힘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검을 확인했다.
[홀어지는 칼날(A)]
종류 : 검
설명 : 마력 시동형 검.
[지속 효과]
►꿰뚫는 힘
마력에 둘러싸인 적을 공격하면 30%의 추가 피해를 줍니다.
마력 증폭력이 15% 상승합니다.
[사용 효과]
►칼날 분리
마력 주입 시, 칼날이 10개로 분리 되며 허공에 떠오릅니다.
칼날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 입니다.
체력과 근력이 5상승합니다.
내구 : A
파괴력 : B
“됐다.”
성공이다.
다만 A등급과 B등급의 효과가 합 쳐져 S둥급으로 상승하지 않을까 조 금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아마 이런 독특한 성능을 두 개 가진 검은 아주 희귀할 테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표를 하나 이뤘으니 이제는 다음 단계다. 내가 향한 곳은 아이템 감정소였다.
늦은 밤.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스마트 폰으로 경매 사이트, ‘유데이’에 접 속했다.
즐겨찾기란을 누르자 내가 등록한 검이 떠올랐다.
보아하니 지금 가격은 32억.
경매 종료까지는 아직 7일이 남았 다.
“홈. 70억 이상에 팔리면 좋겠는 데.”
청월검 하나를 50억 주고 구매했 는데 30%는 이득 봐야 하지 않을 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곤 계좌를 확 인했다.
계좌에는 30억가량의 돈이 남아있었다.
남은 7일간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늘 그랬듯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하려는 일도 무기가 먼저 팔려야 하니 시간 여유는 있 다.
마침 선구자의 밤 영향으로 한성 그룹계열 주가가 많이 내려가긴 했다. 지금 사두면 손해는 안 본다.
“아, 지금 장 마감됐구나.”
쩝. 어쩔 수 없지. 내일 아침을 기 약하는 수밖에.
그렇게 멍하니 스마트 폰을 내려놓 는데 갑자기 진동이 울렸다.
[유데이]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판매자님. 물건이 너 무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직접 구 매하고 싶습니다.]
뭔가 싶었는데 경매가 아닌 직거래 를 하고 싶다는 거다. 온라인 경매 중에 가끔 이런 사람이 있다고 한다.
경매 물건을 판매자에게 연락해서 싸게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나는 곧바로 답장했다.
[경매로 사세요.]
물론 가격만 맞춰준다면 나도 수수 료를 생각해서 경매 물품을 취소하 고 직거래로 팔겠지만, 경매 물품의 가격을 맞춘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경매 낙찰금이 내 생각에는 꽤 높게 나올 거 같거든.
나는 스마트 폰을 치우고 냉장고로 걸어가 맥주 한 캔을 꺼냈다. 그러 자 다시 진동이 울렸다.
[얼마 원하십니까?]
끈질기네.”
[직거래 안 합니다. 100억 주면 모 를까.]
[100억이면 돼요?]
“엉?”
100억을 준다고?
잠시 당황해서 멍한 눈으로 인터넷 화면을 보는데 다시 쪽지가 왔다.
[무기 꼭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
습니다』
«흐 ” TH .
100억이라.
[좋습니다. 날짜는요?]
거래 날짜는 4일 뒤 목요일로 미 뤄졌다.
구매자가 현금을 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4일 뒤 목 요일은 마법사관학교의 개학 날짜 였다. 그래서 모든 수업이 끝나는, 여유로운 시간에 만남을 약속했다.
아무튼, 지금 나는 상당히 한가하 다. 거래가 밀리면서 자연스럽게 계 획해둔 일들이 일주일 뒤로 밀려졌 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학을 4일 앞둔 시점.
나는 북한산 근처에서 오랜만에 반 가운 얼굴을 만났다.
“선우야!”
윤하영은 한 달 동안 달라지지 않
은 밝은 미소로 내게 뛰어왔다.
“잘 지냈어?”
“웅. 선우 너는?”
“나도 잘 지냈지.”
이제 슬슬 윤하영을 챙겨줄 때가 됐다.
선구자의 밤 이후로 자운 관련 에 피소드는 잠시 휴식에 들어가고 슬 슬 마인 관련 에피소드가 시작될 때 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원작에서도 윤하영이 멸마 의 힘을 각성하던 시기가 2학년 2 학기 였으니까.
“던전 오랜만이네.”
윤하영이 감상에 젖은 목소리로 중 얼거렸다.
“한 달 만인데 뭐.”
“에이, 한 달이면 충분히 길지.”
“그런가. 맞다. 방학 동안 훈련은 열심히 했어?”
“응, 몬스터 필드 돌아다니면서 쉬 지 않고 했지. 덕분에 실전 경험이 엄청 쌓였어.”
윤하영이 우쭐거리는 목소리로 말 했다.
“몬스터 필드?”
“우리 집 강원도에 있잖아. 주변에 몬스터 출몰 지역이 꽤 있어.”
“ 아.”
강원도는 산지가 많아 몬스터 필드 와 던전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농축된 자연의 마력이 산을 둘러싸고 있어 ‘악몽의 안개’와 같 은 마력 재해도 자주 일어나는 위험 한 지역이었다.
물론 인간들이 거주하는 안전 민간 구역이 따로 있어 그녀의 집이 몬스 터의 습격을 받을 일은 없다.
“근데 너 혹시 몬스터 필드 혼자 돌아다닌 건 아니지?”
내 말에 윤하영이 눈을 깜빡였다.
“웅? 혼자 다녔는데?”
그 말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얘가 제정신이 아닌가?
“뭐? 너 제정신이야? 누가 위험하 게 몬스터 필드에서 혼자 훈련하 래?”
“어, 어?”
내가 정색하며 말하자 윤하영이 당 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조금 가엽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이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랬어?”
“아, 아니야. 그렇게 위험하게 하지 는 않았어.”
“위험하지 않긴. 강원도 필드에 안 위험한 곳이 어딨는데.”
“그, 그건 그렇지만……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강원도의 몬스터 필드는 다른 몬스 터 필드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것으 로 유명하다.
프로 마법사들도 혼자서는 잘 안 가는 곳에서 윤하영이 혼자 훈련했 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했다.
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더라 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것 역시 내가 윤하영의 훈련을 도우면서 생긴 나비 효과 중 하나겠 지.
나는 윤하영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훈련하는 건 좋아. 다 좋은데 안 전한 환경 해서 훈련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