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8화 (108/535)

앞으로의 전개를 생각했을 때 엄청 난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중후반부 에 큰 위협이 되는 자운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지도 모르고.

“근데 이거 장난 아니네.”

저번 레이드에서도 느꼈지만 이번 에 얻은 스킬, 룬의 속박의 효과가 상당하다.

S등급의 빌런을 몇 초간은 꼼짝 못 하게 할 만큼 강력했으니까.

물론 몇 가지 단점이 있기야 하다.

우선 상대가 혼자여야 하고 상대방 을 속박했을 때 내 대신 공격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거기다 소모되는 마력이 어마어마 해 대자연의 심장을 발동해야 겨우 8초쯤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을 감안해도 룬의 속박이 가진 힘이 좋다는 것올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 힘을 이용해 무려 중후반부 중요 빌런을 조기 퇴장시켰으니까.

하지만 이 스킬을 너무 자주 사용 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이다.

룬의 속박은 어디까지나 룬의 일족 의 비전 마법.

자운에 의해 멸족당했다고 알려진 룬의 일족 생존자가 나중에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등장까지는 아직 긴 시 간이 남았다. 일단 학교 졸업부터 해야 하니까.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밀린 메시지를 확인했다.

[S급 빌런, ‘테리사’ 체포에 관여했 습니다.]

[스토리에 큰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4 상승합니다.]

[‘S등급 빌런 체포’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8,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정의 실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비밀의 영웅’ 업적을 달성했습니

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커다란 사건을 해결한 것답게 포인 트 벌이가 짭짤했다.

나는 밀린 메시지를 치우고는 텔레 비전을 켰다.

「이번 테러 사건의 범인은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테러 조직, 자운 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자운 일 당은 ‘선구자의 밤’ 행사에 전시된 자운의 전 리더, 진천우의 검을 훔

치고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법사 협회에서는 현재 조사관들을 파견해 조사에 나섰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나오고 있었다. 그 뒤로 선구 자의 밤을 주최한 한세진에 대한 비 난도 나왔다.

생각해보니 이번 사건으로 한세진 은 원작보다 더 큰 실패를 했다.

원작에서의 한세진은 던전 사업에 손을 대지 않아 무리하게 선구자의 밤을 크게 벌리지 않았으니까.

이번 사건은 분명 한세진에게 큰

타격을 줬을 것이다. 어떤 나비효과 가 일어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

“그럼 슬슬 이번에 얻은 걸 사용해 볼까.”

나는 이번에 획득한 ‘헤파이스토스 의 망치’를 꺼냈다.

사라진 신비의 힘을 되살릴 수 있 는 망치.

이것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이미 정 해두었다. 애초에 내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은 이것 하나뿐이니까.

바로 영국 잡화점에서 얻었던 망가 진 국자.

[망가진 국자(유물)]

설명 : 망가진 국자. 고치면 신비 의 힘이 다시 깃든다.

“흐음.”

과연 어떤 효과를 가진 유물일까.

유물이니 꽝은 없을 거 같은데.

나는 헤파이스토스의 망치에 마력 을 주입했다. 그러자 망치에 은은한 빛이 깃들기 시작했다.

이제 이것으로 가볍게 고치려는 아 이템을 두들기면 된다.

“ 해볼까.”

긴장되는 순간.

나는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망치를 국자에 두들겼다.

우우우웅……

동시에 국자에 일렁이는 빛.

이내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망가진 국자의 형태가 서서히 변하

기 시작한 것이다.

“오오.”

번쩍!

이내 눈이 부시는 강렬한 빛과 함 께 망치의 빛이 사라졌다.

[‘유물 수리’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4,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된 건가?”

[신비를 뜨는 국자〈유물)]

설명 : 신비를 뜨는 국자.

[지속 효과]

►신비 부여

‘신비를 뜨는 국자’에 마력을 주입 하여 아이템의 능력 하나를 담습니다. 담은 능력을 다른 아이템에 부 여합니다.

*한 아이템에 최대 1번까지 부여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분류의 아이템끼리 옮길 수

있습니다.

*같은 등급의 능력을 담을 수 없 습니다.

*성유물과 유물, 그리고 s등급 이 상에 담긴 신비의 힘은 옮길 수 없 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30일

내구 : B

“오?”

예상보다 더 독특한 아이템이 나왔다.

신비를 뜨는 국자. 말 그대로 아이 템에 담긴 신비의 힘을 다른 아이템 에 이식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한 아이템에 최대 1번이라……

자세히 읽어보니 그것 외에도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다.

밸런스를 위해 제한을 둔 건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 이진 않았다.

한 아이템에 새로운 능력을 추가 부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엄청

난 이점이니까.

뭔가 옮길만한 아이템이 없나 생각 해보는데 당장은 없었다.

같은 분류의 아이템끼리만 옮길 수 있다는 제한이 걸려서였다.

“아이템을 구해봐야겠네.”

30일이라는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 으니 빨리빨리 옮기는 게 좋겠지. 아이템은 돈만 있으면 언제든 구할 수 있긴 하니까.

“문제는……

돈이 없다.

집도 사고, 경매까지 하다 보니 가

지고 있던 돈 대부분을 탕진했다.

지금 수중에 남은 돈은 50억.

물론 50억도 큰돈이다.

A등급. 아니, 비주류의 S등급 아이 템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을 만큼 큰돈이니까.

문제는 이 50억을 지금 사용해버 리면 앞으로 돈을 불리는데 큰 제약 이 생긴다는 것이다.

“ 에휴.”

역시 돈이 문제다.

큰돈을 벌어도 나보다 더 큰돈을 움직이는 경쟁자가 있는 한 돈은 끝

없이 부족하다.

특히 최근 겪었던 지하 경매를 통 해 그것을 강하게 느꼈다.

자운은 몇천억의 자금을 들고 왔지 만 나는 고작 백억이 넘는 돈밖에 들고 있지 못했으니까.

만약 내게 ‘마나의 핵’을 구매할 돈이 있었더라면 아마 자운은 마나 의 핵과 부러진 흑검. 둘 중 하나를 포기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겠지.

결국 돈이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돈을 좀 크게 벌어야겠는데.”

단순히 100억 200억을 버는 게 아 니라. 그보다 몇십 배는 더 큰 돈을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

그러려면 지금처럼 주식으로 돈을 버는 건 한계가 있다.

개미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개미 니까.

결국 더 큰 돈을 만지기 위해서는 개미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단순히 미래의 지식으로 주식을 하 는 것보다 더 돈을 잘 버는 방 법…….

시간 대비, 확률, 노력. 그 모든 것 을 계산했을 때 가장 안정적인 선 택.

생각은 길지 않았다. 몇 주 전부터 생각해둔 계획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일은 기초자금이 필요한 일.

그러려면 신비를 뜨는 국자를 사용 하는 건 좀 더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

“……가 아니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니 신비를 뜨는 국자를 이

용한다면 오히려 더 큰 돈을 벌 수 도 있었다.

두 개의 성능을 가진 아이템을 제 작해서 판매한다면 단번에 큰돈을 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한 계획을 실천 할 기초자금을 단번에 만들 수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돈이 더 필요하겠는데.”

이왕 아이템을 제작할 거, 비싼 아 이템에 사용하는 것이 수익을 생각 했을 때 훨씬 좋을 것이다.

그러려면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구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진 50억으로 는 조금 애매했다.

나는 한세연에게 다짜고짜 전화를 걸었다.

“한세연 씨.”

— 진우 씨? 오늘 잘 들어갔어요?

갑자기 훅 들어오는 다정한 안부 인사에 조금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 넵. 잘 들어갔습니다.”

—다행이네요. 엄청 큰 사건이 터 졌길래 걱정했어요.

“한세연 씨는 잘 들어갔습니까?”

—네, 그쪽이 안전한 곳에 있으라 했잖아요. 덕분에 저는 안전하게 있 었어요.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아, 그래서 뭐 때문에 연락하신 거 예요?

한세연도 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전화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이

러면 나도 편하게 말할 수 있다.

“돈을 빌려줬으면 합니다.”

—돈이요? 얼마나요?

“30억 정도면 됩니다.”

-……30억이요?

내가 너무 뻔뻔하게 말한 걸까. 한세연의 목소리에서 황당함이 느

껴졌다. 나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이자까지 섭섭하지 않게 쳐서 갚

겠습니다.”

—30억…… 음. 일단 알았어요. 이 자는 됐고 지금은 늦었으니 내일 드 리면 될까요?

오.

솔직히 빌릴 자신은 있었지만 몇 번의 설득은 해야 될 거라 생각했는 데.

생각보다 쿨하게 빌려준다.

“네, 부탁합니다.”

—그런데 30억은 어디다 쓰게요?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이요? 알았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우 씨는 믿을 수 있죠.

“넵.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한세연답지 않은 갑작스러운 외침 에 의문이 들었다.

“네? 더 할 말 있습니까?”

-……아뇨. 다음에 식사나 한번 하자고요.

“아. 난 또 뭐라고. 그래요. 항상 얻어먹었으니 이번엔 제가 살게요.”

—후후. 그래요. 기대할게요.

“넵.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네에.

뚝.

“후우.”

이것으로 기초 자금은 해결됐다.

이서준은 자신의 거주지인 거대한 저택에 돌아왔다.

어릴 적부터 이서준을 키워온 할아 버지, 김진철의 거주 공간이었다.

저택 안에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는 데 김진철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 양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거대한 테러 사건이 터졌 는데 마법사 협회장인 그가 한가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이서준은 아무도 없는 넓은 거실을 혼자 걷다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털썩 앉아 오늘 있 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폭발 테러, 죽어가는 사람들, 자운 의 등장.

그리고 자운의 일행 한 명을 체포 할 수 있게 만들었던 의문의 속박 마법.

오늘 하루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 었기에 이서준은 아직도 그 시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수많은 의문이 그의 머릿속에서 헤 엄쳤다.

왜 자운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부러진 흑검을 노렸을까. 그 정체불 명의 속박 마법은 누구의 것인가.

그렇게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있 다가 스마트 학생 수첩을 켰다.

인터넷에 접속해 자운을 검색하자 선구자의 밤에 있던 테러 사건을 비 롯해 과거에 저지른 수많은 악행과 범죄 기사가 떠올랐다.

자운의 피해자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도 있었다.

그들에 의해 가족을 잃은 수많은

사람의 고통과 원망 섞인 글들이 눈 에 보였다.

자운이 다시 활동을 시작한 지금, 이들과 같은 피해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서준은 화면을 보며 혼자 생각했다.

지금 이 시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 이 있을까.

……없다.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무력하다.

세간에서는 나를 천재라고 칭송하 고 있지만, 정작 이런 잔악무도한 범죄자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 특히 그것을 강하게 느꼈다.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가족, 친구.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때, 인터넷 창이 꺼지며 전화가 울렸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힘들 때마다 항상 힘이 되어주는 소꿉친구, 이현주였다.

자운 일행들은 무사히 아지트에 돌 아을 수 있었다.

평소 서울에 자주 숨어 지내는 아 지트가 아닌, 산속 어딘가의 동굴에 만든 비밀 아지트였다.

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에 얻은 ‘마나의 핵’을 실험할 특별한 보물이 이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다들 수고했어.”

“혹시 다친 녀석 있냐?”

“나. 여명의 칼날 놈들이랑 싸우다 가 팔 부러졌어.”

“치료는?”

“당연히 했지.”

“쯧. 허약한 녀석들. 이래서 강화계 를 익혀야 한다니까.”

스카가 다친 멤버를 보며 한심하다 는 듯 중얼거렸다. 베르트는 앞으로 나서더니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모여봐.”

베르트의 말에 8명이 한곳에 모였

다.

“이번에 테리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는 알고 있지?”

순간 공기의 흐름이 무거워졌다.

친하게 지내오던 동료를 앞으로 볼 수 없다는 건 잔혹한 성격을 가진 그들에게도 슬픈 일이었다.

“들었어. 에휴. 심지어 공장에서 당 했다며. 거기선 누굴 만나도 안 질 자신이 있다고 뻥뻥 소리치더니

스카가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테리사는 잡힌 거야, 죽은

거야?”

“그건 모르지. 근데 만약 잡혔어도 우리에게 ‘피의 맹세’가 걸려있으니 배신의 걱정은 없어. 맹세에 깃든 강제력은 그 무엇도 풀어낼 수 없으 니까.”

“그렇기는 한데……

“맞다. 백은성. 너 수염 녀석 정체 정말 몰라?”

진이 백은성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 었다.

“어, 몰라. 애초에 마법사 중에 수 염 있는 녀석이 얼마나 많은데. 그 리고 인천 때 그 녀석 모자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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