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7화 (107/535)

그들의 뒤에는 여명의 칼날과 특무 팀이 추격해오고 있었다.

그들 역시 자운에 못지않은 최정상 의 마법사들이었기에 떼어내기가 쉽 지 않았다.

본래 자운의 계획은 물건을 회수한 뒤, 연막을 터트려 일반 사람들 사 이에 섞여서 도망치는 것이었다. 하 지만 나타샤가 속박 마법에 걸리고 그 외 여러 사고가 터지며 일이 꼬 였다.

“그러게. 설마 이렇게까지 많은 인

원이 대기하고 있을 줄은 생각 못 했는데.”

“흩어질까?”

“그래, 일단 흩어지는 게 좋겠어.”

“오케이.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연락해.”

“알았어!”

파앗!

그렇게 자운 일당들은 빠르게 흩어 졌다.

그들을 쫓던 여명의 칼날과 협회 일원들은 잠시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인원을 나눠 다시 그들을 따라갔다.

특무팀의 김덕현은 혼자 붉은 머리 의 여성, 테리사를 따라갔다.

“아씨. 하필 저놈이 쫓아오네.”

테리사는 자신을 뒤따라오는 김덕현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들을 추격하는 인물 중, 유아 연과 함께 가장 까다롭고 강한 상대 였다.

다른 녀석이었으면 그냥 1:1로 싸 워버리는 것도 고려했겠지만 s등급 마법사 중에서도 최상위권 실력자인 김덕현에게 그랬다가는 꼼짝없이 잡 힐 것이 분명했다.

“좀 꺼져!”

테리사가 화염의 가시를 뒤로 방출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김덕현 은 손에 쥔 장창을 가볍게 휘두르며 가시를 막아냈다.

“쳇!”

이대로라면 김덕현에게 잡힐 확률 이 높았다. 테리사는 귀에 달린 통 신 마도구에 마력을 불어넣어 말했다.

“아무래도 그곳으로 유인해야겠어. 이대로라면 도망치는데 끝이 없겠 어.”

-상황 설명해봐.

베르트가 말했다.

“김덕현이 나한테 붙었어. 다행히 김덕현 한 명이야.’’

—위치는?

“북쪽 공장으로 달리는 중.”

— 알았어. 바로 지원 갈게. 15분만 버텨.

15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다.

아니, 그 장소에만 도착할 수 있다 면 오히려 자신이 김덕현을 쓰러트 릴 가능성도 있었다.

“개새끼. 넌 이제 죽었어.”

그렇게 테리사는 6분가량을 도망쳤

다. 김덕현은 지칠 줄 모르는 움직 임으로 그녀에게 바짝 붙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한 공장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휴. 겨우 도착했네.”

테리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베르트. 공장에 도착했어. 이제 슬 슬 전투해야 할 것 같아.”

-알았어. 무리하지마. 10분만 버 텨.

“으흐흐. 넌 딱 걸렸다.”

테리사가 웃었다. 김덕현은 창을 쥔 채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뭐가 그렇게 신났지?”

“여긴 내 구역이거든.”

테리사의 손 위에서 강력한 마력 덩어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력은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허공 위에서 꿈틀이더니 바닥에 흡수되었다.

우우우웅.

동시에 바닥이 혼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덕현이 서 있던 바닥에 거 대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넌 함정에 빠졌다는 거 야. 멍청아!”

반투명한 마력 에너지가 바닥에서 튀어 오르더니 김덕현 주변을 감쌌 다. 설치형 결계였다. 김덕현은 잠시 당황한 얼굴로 결계를 향해 창을 휘 둘렀다.

쾅!

그러나 테리사가 미리 심혈을 기울 여 만들어 놓은 결계는 약간의 기스 만 생길 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덕현은 그것을 보며 이를 악 물 었다.

“……발현계인 줄 알았는데. 보조 계였나?’’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간다.

눈앞의 상대가 자운의 멤버인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13년 전 자운의 일행이 아닌, 새로 합류하게 된 멤버였기에 상대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김덕현은 알지 못했다.

“귀찮게 됐군.”

마법사 세계에서 그런 말이 있다.

‘도망치는 보조계 마법사 뒤를 따 라가지 마라.’

가장 기본적인 실수를 해버렸다.

그 순간 결계 속에서 무언가 작은 마법 덩어리가 구현되더니 그에게 쏘아지기 시작했다.

김덕현은 여유롭게 공격을 막아내 었다.

“뭐냐 이건? 이걸 공격이라고 한 거냐?”

“쳇. 역시 이 정도로는 쓰러트릴 수 없는 건가?”

테리사가 김덕현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 지?”

“홍. 기다려라. 곧 일행들이 이곳에 올 거니까. 그때 죽여주마.”

“그래? 한 번에 잡을 수 있어서

오히려 좋겠군.”

“……허세 부리긴.”

그때.

어딘가에서 강한 마력이 느껴졌다.

김덕현과 테리사는 동시에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김덕현의 뒤로 검을 쥔 한 남성이 뛰어오고 있었다.

테리사는 그 얼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서준?”

이서준은 빠른 속도로 그녀에게 다 가가더니 검을 휘둘렀다.

“크윽!”

테리사는 몸을 날려 간신히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결계 유지에 신경을 기울이 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했다.

“……이서준. 죽고 싶지 않으면 선 넘지 마라.”

“닥쳐! 지금 네놈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알아?!”

이서준이 분노에 찬 시선으로 테리 사를 노려보며 외쳤다.

테리사는 그런 이서준을 바라보더

니 입을 열었다.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우리보고 어쩌라는 거지?”

“……이런 쓰레기가!”

이서준의 신형이 사라졌다.

이내 눈 깜빡할 사이에 테리사의 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검에서 빛의 마력이 뿜어지며 테리사를 향해 휘 둘러졌다.

후우웅!

하지만 테리사는 이번에도 이서준 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었다.

그리고 가볍게 화염의 가시를 구현 해 이서준에게 쏘아냈다.

콰앙!

“크윽!”

이서준은 호신강기를 이용해 가까 스로 화염의 가시를 막아냈다. 그러 나 약간의 타박상이 생기는 것은 어 쩔 수 없었다.

테리사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자신 의 팔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검을 피해냈다고 생각했는 데 깊은 상처가 생겼다. 조금만 늦 었더라면 팔이 그대로 잘려나갈 떤 했다.

“……놀랍긴 하군. 18살의 실력이 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야.”

테리사가 팔에서 홀러나오는 피를 마력을 이용해 지혈하며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날카로워진 눈으로 이서준을 노려봤다.

“그나저나 선 넘지 말라고 했을 텐 데.”

“이서준. 물러서라.”

전투를 지켜보던 김덕현도 이서준 을 말렸다. 하지만 이서준은 여전히 검의 마력을 거두지 않았다.

“대화가 안 통하는군. 네 상대로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상황이 이러면 나도 어쩔 수 없지.”

테리사가 한 손에 뜨겁게 타오르는 거대한 화염 가시를 새롭게 구현했다. 죽이지는 않겠지만 다시 덤비지 는 못하게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느껴지는 또다른 마력의 기운을 그녀는 감지했다.

“뭐지?”

이상함을 느낀 그녀는 천천히 주변 을 둘러보았다. 마력이 느껴지지만, 이상하게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사방에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그녀가 서 있는 바닥에 강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바 닥에서 여러 개의 빛줄기가 올라오 더니 그녀의 몸을 향해 빠르게 날아 들었다.

“뭐, 뭐야?!”

테리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 하며 피하려 했다.

하지만 빛줄기는 빠른 속도로 테리 사의 팔과 다리를 붙잡으며 신체를 조여갔다.

“크윽! 이, 이게 무슨!”

테리사는 주변을 살폈다. 김덕현과 이서준도 이 마법의 정체를 모르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이 마법은 저 두 사 람과 관련이 없는 자의 것이라는 뚯 이었다.

“……대체 누가?”

그때 김덕현을 가두던 결계가 사라 지기 시작했다.

정체모를 마법으로 인해 결계를 유 지하던 테리사의 마력 공급이 끊겼 기 때문이다.

테리사는 속박 마법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힘을 다 내었다.

“개 같은!”

그러나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마 법인 건지 도저히 풀어질 생각을 하 지 않았다.

“뭐, 뭐냐고 이게!”

S등급의 보조계 마법사인 자신도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속박 마법.

본능적으로 그녀는 깨달았다.

이 마법은 일반적인 마법과 다르다 는 걸.

그리고 얼마 안 가, 그녀는 이 마 법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평생 보조계 마법을 수련해온 그녀 였기에 이 마법을 알 수 있었다.

“크윽!”

그녀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귀 에 부착된 통신 마도구에 마력을 주 입했다.

“베르트. 잘 들어. 곧 연락이 끊길 거야. 이곳으로 오지마.”

—무슨 일이야? 너 설마 잡혔어?

“어, 녀석 중에 특이한 마법을 사 용하는 녀석이 있어. 꼭 알아둬.”

-……특이한 마법? 뭔데?

“룬의 일족의 비전 마법이야.”

-룬의 일족이라고?

테리사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자신의 몸을 속박하는 빛줄기의 마력을 느꼈다.

이내 빛줄기와 이어지는 희미한 마력의 방향을 찾아냈다.

그녀는 언덕 위로 고개를 돌렸다. 예상대로 그곳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녀석의 외형은 수염, 그리고......

콰아앙-!

거대한 마력이 폭발했다.

—수염, 그리고

삐이 이익!

통신이 끊겼다.

자운의 아지트 내부에서 침묵이 감 돌았다. 남은 자운의 멤버, 다섯 명 그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테리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침착함 을 잃지 않았으며 자신이 맡은 역할 을 다 했다.

베르트는 침통한 얼굴로 통신 마도 구를 책상 위로 내려놓더니 입을 열 었다.

“통신이 끊겼어.”

“젠장!”

진이 분노에 찬 움직임으로 벽을 강하게 내리쳤다.

동시에 벽에 금이 가며 움푹 패였다.

“정말로 당한 건가?”

“그런 것 같아. 테리사가 스스로 잡혔다고 말했었으니까.”

“……테리사가 잡히다니.”

“다른 애들은? 다른 애들은 괜찮 아‘?”

“얘기 들어보니까 잘 따돌린 것 같 아.”

“그건 다행이네.”

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테리사가 마지막에 했던 말. 룬의 일족이라고 했지?”

“응. 맞아.”

룬의 일족.

과거 뛰어난 보조계 능력으로 크게 이름을 알렸던 일족이었다. 그들이 사용하던 결계술과 봉인술은 아직까

지도 많은 보조계 마법사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룬의 일족이라면 멸족된 게 아니 었나? 분명 17년 전에 우리 손으 로……

“그런데 왜 룬의 일족 이야기가 나 온 거지?”

“생존자가 남은 거겠지.”

“그럼 우리한테 원한을 갖고 접근 한 건가?”

은발의 여성, 헤더가 중얼거렸다.

“됐어. 신경 쓰지 마. 뭐, 우리한테 원한을 갖고 있는 녀석들이 한 둘이 어야지. 불의 마녀를 봐. 그 또라이

는 완전 우리 스토커 수준이잖아.”

“야. 다 조용히 해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가만히 있던 백은성이 갑자기 앞으 로 나섰다.

“테리사가 마지막에 한 말 못 들었 어‘?”

“그게 왜.”

백은성이 눈을 찌푸렸다.

“수염이라고 했어.”

“수염이 왜.”

진이 물었다.

“저번 인천에서 생명의 잔을 홈치 고 달아난 그 녀석도 수염이 있었 어. 같은 녀석 아니야?”

백은성의 말에 진이 눈을 찌푸렸다.

“.…”설마.”

자운의 멤버 중 하나인 테리사를 체포하는데 성공했지만 김덕현은 아 직 많은 의구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니까, 웬 빛줄기가 나타나서

테리사를 속박했다는 거예요?”

“어.”

정현수의 질문에 김덕현이 짧게 대 답했다.

“그리고 그 마법을 사용한 사람은 소리도 없이 사라졌고?”

“그래.”

“흐음. 뭔가 신기하긴 하네요. 거기 다 테리사 정도의 마법사를 꼼짝 못 하게 할 정도면 꽤 고등급의 마법인 것 같은데.”

“내 말이. 그런 마법을 다룰 수 있 는 자라면 분명 이름이 알려져 있을 텐데. 어떻게 생각나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지?”

“혹시 여명의 칼날 소속 아니에요? 그쪽도 이번에 참가했잖아요.”

“걔들은 아니야. 아까 유아연이랑 만나서 얘기 나눴어.”

“그래요?”

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서준은 어딨어요?”

“몰라. 기자들한테 어디로 끌려가 서 인터뷰하는 거 같던데.”

“쯧. 걔도 참 바쁘네.”

김덕현과 정현수는 사교 회장 주변 을 걷다가 삼엄한 경비 가운데에 있

는 거대한 차량으로 들어갔다.

차량의 뒷문을 열자 마력 차단 구 속구에 묶인 붉은 머리의 여성이 보 였다.

눈, 코, 입, 귀 등 모든 감각 기관 을 차단해놨기에 얼굴을 볼 순 없었다.

김덕현은 그녀의 입에 달린 구속구 를 풀어냈다.

“테리사, 이렇게 꽁꽁 묶인 소감이 어때?”

김덕현의 말에 테리사의 한쪽 입꼬 리가 올라갔다.

“흐흐. 흥분되고 좋아. 이대로 더

괴롭혀줬으면 좋겠어.”

“미친년.”

“아니면 이대로 죽여주던가.”

“웃기는 소리. 우리가 너 같은 미 친 살인마를 쉽게 죽여줄 거 같나? 누구 좋으라고?”

“……생각해보니 이대로 잡혀가는 것도 괜찮겠네. 어차피 네놈들 나를 ‘그곳’에 끌고 갈 생각이 아닌가? 흐흐. 오히려 영광이군!”

테리사의 대답에 김덕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휴. 역시 대화가 안 통하네. 얘 단단히 미쳤어.”

김덕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다시 테리사의 입을 막았다.

사건은 빠르게 진압되었다. 다른 자운의 멤버들은 결국 성공적으로 혹검을 홈치고 달아났다.

이렇게 보면 실패로 느껴질 수 있 지만 두 가지의 큰 수확이 있었다.

하나는 자운의 목표 아이템 중 하 나였던 ‘헤파이스토스의 망치’가 내 손에 들어온 것과 또 하나는 자운의

멤버 중 하나인 ‘테리사’가 체포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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