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5화 (105/535)

1800억이라는 말이 들리자 한세연 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다시 패드를 입력하자 그녀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18번, 1900억 나왔습니다!]

나는 패드를 내려놓고 한세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게 마지막입니다.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럼에도 한세연의 얼굴은 불안감 으로 가득했다.

[18 번, 1900억! 1900억! 최고가

1900억! 더 부르실 분 안 계십니 까?]

사회자는 계속해서 1900억을 연호 했다.

한세연은 초조한 얼굴로 상황을 지 켜봤다. 그때 사회자의 표정이 놀라 움으로 물들며 크게 외쳤다.

[26번! 2000억 나왔습니다! 2000 억!]

그 말에 한세연의 긴장된 표정이 풀어지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나는 유리창 밖의 사회자를 보며 씨익 웃었다.

모두 계획대로 되고 있다.

원작 묘사에 따르면 자운이 이번 경매에 준비한 돈은 2천억 원.

자운은 이번 경매에서 두 개의 물 건을 노리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가 장 우선은 ‘마나의 핵’이었다.

방금 모든 돈을 사용했으니 남은 물건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 경매 물건은 내 차지다.

자운이 배정받은 지하 경매장 26 번 방.

원하던 물건 낙찰에 성공했지만, 방 안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18번 저거 뭐 하는 놈들이야?”

베르트가 황당해하는 얼굴로 중얼 거렸다.

진 역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게. 진짜 뭐 하는 놈들이지? 조마조마했네.”

“아니, 18번 뭐 하는 녀석이길래 이 쓰잘데기없는 성유물에 1900억 이나 부르냐고.”

마나의 핵.

무한에 가까운 마력이 담긴 성유물 이지만 그 무한의 마력을 효과적으 로 활용할 방법이 없어 성유물 중에서도 가치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들이 예상했던 낙찰 금액은 800 억.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무려 2배 가 넘는 2000억에 낙찰하게 되었다.

“이상하지 않아?”

“뭐가?”

“아니, 마치 우리가 딱 2천억을 준 비해놨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1900

억에서 끊었잖아.”

“우연이겠지. 일단 앞자리 숫자가 달라지면 느끼는 부담이 달라지니 까.”

진의 말에 베르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여기 경매장 사람들 싸 그리 죽일 뻔했네.”

“그러게. 다음 계획에 차질이 생길 뻔했어.”

“그래도 낙찰에 성공해서 다행이 야. 예상보다 지출이 크긴 했지만.”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베르트는 경매 물품 리스트를 확인 하다가 말했다.

“‘헤파이스토스의 망치’는 결국 포 기해야 하는 건가.”

“어쩔 수 없지. 탐나는 물건이긴 하지만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니까.”

“쩝. 그래도 아쉽네.”

헤파이스토스의 망치.

신비의 힘을 잃은 망가진 아이템에 다시금 신비의 힘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는 유물이었다.

자운이 가진 수많은 보물 중에 신 비의 힘을 잃은 유물도 다수 있었기

에 예전부터 탐을 내고 있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느끼던 때.

사회자의 외침이 다시 들렸다.

[이번 상품은 유물! ‘헤파이스토스 의 망치’입니다! 아이템에 사라진 신비의 힘을 고칠 수 있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어? 나왔다.”

[20억부터 출발합니다!]

사회자가 크게 외쳤다.

[6번, 25억 나왔습니다!]

[12번, 30억! 2번, 35억!]

경매를 지켜보던 진이 조용히 중얼 거렸다.

“으. 돈만 있었으면 우리가 100억 통 크게 부르고 가져갔는데.”

“18번 녀석들 때문에 이게 뭐냐

진짜.”

그때 진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애들한테 전화 왔다.”

“받아봐.”

진은 주머니에서 동그란 통신 마도 구를 꺼내더니 귀에 걸었다.

“어, 왜?”

-진, 경매는 어떻게 되고 있어?

“일단 마나의 핵은 낙찰했어.”

—얼마에 가져갔는데?

“2000억. 돈 다 써서 겨우 챙겼 어.”

—뭐? 너무 비싼 거 아니야? 그럼 헤파이스토스의 망치는?

“포기해야지.”

—음, 알았어. 그럼 너네 일정은 다 끝난 거지?

“웅. 마나의 핵 받고 바로 올라갈 게.”

—알았어. 우리도 준비 거의 완료 됐어.

“어어.”

뚝.

전화를 끊었다. 진의 통화를 지켜

보던 베르트가 물었다.

“뭐래?”

“준비 다 됐대.”

“그래? 그럼 우리도 바로 물건 수 령 하러 가자.”

“응.”

그때 사회자의 커다란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18번, 90억! 90억! 최고가 90억 나왔습니다! 더 부르실 분 안 계십 니까?]

“……또 18번이네.”

[5, 4, 3, 2, 1! 낙찰되었습니다!]

“쩝.”

탐나던 물건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또또

—I —I .

그때 뒤에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26번 회원님. 물건 수령을 위해 따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여기 물품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강철로 된 낡은 망치를 손에 쥐었다.

드디어 원하던 물건을 얻었다.

무려 90억이라는 거금을 지불했지

만 그래도 아깝거나 하지는 않았다. 돈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벌 수 있으 니까.

[헤파이스토스의 망치(유물)]

분류 : 망치

설명 : 대장장이 신이 사용하던 망 치

[사용 효과]

►신비 수리

망가진 아이템에 사라진 신비의 힘 을 불러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30일

*성유물에 담긴 신비의 힘은 불러 올 수 없습니다.

내구도 : SS

헤파이스토스의 망치.

망가진 아이템에 사라진 신비의 힘 을 고칠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이었다.

성유물에 담긴 신비의 힘은 고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애초에 성 유물을 고칠 일은 거의 없으니 큰 단점은 아니었다.

좀 더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한가 하게 여유 부릴 틈은 없었다.

지하 경매가 끝났으니 다음 사건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헤파이스토스의 망치를 미리 준비해둔 가방에 넣는 척하며 아공 간에 넣었다.

“이제 다 끝이죠?”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몸 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네, 다 끝입니다.”

“그래요. 이제 올라가죠.”

나와 한세연은 계단을 올랐다. 한 세연이 가면을 쓴 얼굴로 힐끔힐끔 내게 시선을 던졌다.

“왜요?”

“아뇨. 신기해서요. 오늘 경매의 입 찰 금액도 다 예상했던 거죠?”

“뭐, 대충 그렇습니다.”

“그럼 26번 사람 수중에 딱 2천억 이 있던 걸 안 거예요? 그쪽이 낙 찰한 물건도 사실 26번이 노리던 물건이고?”

“음, 글쎄요.”

“ 쳇.”

내 성의 없는 대답에 한세연이 혀 를 찼다.

“알았어요. 안 물을게요. 그래서 오 늘 사교 행사 도중에 난장판이 된다 면서요. 그건 언제예요?”

나는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 시각 9시 25분. 사건이 터지 는 시각이 10시니 이제 약 30분의 시간이 남았다.

“30분 정도 남았어요.”

“……뭔가 구체적이네요.”

그렇게 중얼거리던 한세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나 하나 속이려고 지금까지 모든 상황을 계획한 거 아니죠?”

농담하듯 말했지만, 한세연의 목소 리에 담긴 걱정이 느껴졌다. 그 모 습을 보자 괜히 놀리고 싶어져서 놀 란 척 대답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사실 전부 한세 연 씨를 속이려고 설계한 건데.”

“……장난치지 마요.”

한세연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에 느껴지는 떨림을 보아하니 진짜로 걱정되는 모양이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장난이에요.”

짧은 대답이지만 한세연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지하 경매장의 계단 을 타고 호텔 룸의 벽장으로 나왔다.

가면을 벗자 얼굴에 느껴지던 답답 함이 사라졌다.

한세연은 거울을 보며 자신의 용모 를 정리했다. 정리 안 해도 충분히 이쁜데.

그렇게 용모 정리를 끝낸 한세연이 나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그럼 돌아갈까요.”

“그래요.”

나와 한세연은 방 밖으로 나왔다.

복도를 쭉 걷자 오케스트라의 연주 음악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사교 행사장에 가까워졌다 는 증거였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말 했다.

“그럼 여기서 헤어져요.”

“여기서요? 음. 그래요. 이따 사건

이 끝나면 또 봬요.”

“그래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한 세연도 내게 맑은 미소를 보이더니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다가 그녀를 다시 불렀다.

“한세연 씨.”

내 부름에 한세연이 발걸음을 멈추 었다. 그리고 의문에 찬 얼굴로 뒤 를 돌았다.

“여기 많이 위험해질 거예요. 안전 한 곳에 숨어있어요. 괜히 다치지 마시고.”

한세연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입 을 열었다.

“그거 걱정해 주는 거예요?”

“당연하죠.”

내 대답에 한세연이 부드러운 미소 를 지었다.

“알았어요. 안전한 곳에 숨어있을 게요.”

사건 발생 30분 전.

마도구로 외형을 바꾼 백은성은 과 일을 집어삼키며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음. 이거 맛있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놀러 온 거 아니야.

그의 귓가에 여성의 음성이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베르트였다.

“알았어. 알았어.”

백은성은 주변을 쭉 둘러봤다.

“그리고 아까부터 말하지만, 경계 할만한 사람은 딱히 보이지 않아.”

—그래도 잘 살펴. 불의 마녀가 이 번 행사에 참가했다는 정보가 있어. 그리고 한성그룹에서도 꽤 실력 있 는 용병들을 경비로 고용했다고 하 더라고. 꽤 위험한 일이 될 거야.

“이번 테러는 난이도가 꽤 있네.”

—야! 조용히 말해. 남들이 듣겠어.

“어어. 알았어.”

그렇게 백은성은 행사장을 계속 걸 었다. 늘 같은 평범한 행사장의 분

위기였다. 앞으로 어떤 사건이 터질 지 모르는 둣 사람들은 웃으며 사교 를 즐기고 있었다.

“유명한 사람들이 꽤 보이네.”

언론에 자주 얼굴을 보이는 유명 기업인들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어? 장수기도 있다.”

—장수기라면 한성가의 검귀?

“어. 와.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인데 포스 장난 아니네. 스카보다 쌔 보 이는데.”

—스카 앞에서 그런 말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건 당연하고.”

뚜벅뚜벅.

그때 백은성의 눈에 한 남성의 뒷 모습이 들어왔다.

갈색 머리를 한 남성이었다.

“……뭔가 익숙한데.”

어디서 봤더라.

백은성은 체형만으로 사람을 떠올 릴 만큼 예민한 감각을 지닌 자였다.

분명 저 뒷모습과 비슷한 체형을 만나본 기억이 있었다.

그게 누구였지?

그렇게 생각에 잠기는 순간.

그의 눈앞에 익숙한 얼굴의 한 남성이 지나갔다. 동시에 백은성의 관 심이 그곳으로 향했다.

“저기요! 혹시 이서준 학생 아니십 니까?”

‘선구자의 밤’은 아까와 같은 호화 로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곳에 어떤 난장판이 일어 날지 전혀 모르는 눈치다.

나는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생각했다.

사건이 터지는 장소는 진천우의 아 이템이 보관된 전시관.

원작의 전개와 같다면 경매를 성공 적으로 마친 자운은 마지막으로 진 천우의 흑검을 회수하기 위해 이 사 교장을 테러할 것이다.

물론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그들은 성공적으로 진천우의 혹검을 회수하 겠지만, 나는 이번 테러 사건을 그 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곳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는 이상, 가만히 구경할 수

만은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번 사건에 적극적으 로 개입할 예정이다.

목표는 최소 한 명의 자운의 멤버 를 잡아내는 것.

물론 내 힘으로는 그들에게 어떤 피해도 입힐 수 없겠지만 이곳 선구 자의 밤에는 나 대신 녀석들을 찔러 줄 검이 많다. 그들올 적극 이용하 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흐음.”

그렇게 전시관 방향으로 쭉 길을 걷는데 전시관 위 2층 계단에서 익 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이서준이 었다.

이서준의 대화 상대는 한 손에 술 잔을 쥐고 있는 젊은 남성이었는데 그에게서 묘한 수상함이 느껴졌다.

원작의 흐름과 같다면 저 남성은 아마 그 자일 것이다.

나는 그에게 ‘인물 간파’를 사용했다.

이름 : 백은성

나이 : 35

종족 : 인간 상태 : 평안 마력 등급 : S 관심도 : 0

역시.

원작대로 백은성은 이서준에게 접 근했다. 마도구를 이용해 외형을 바 꿨지만 ‘인물 간파’를 속일 순 없었다. 나는 마력으로 청력을 강화해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저기 전시된 아이템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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