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래요. 그럼 입주날인 금요 일에 봬요.
“넵.”
수요일.
기말시험이 끝나 자유로운 학교 분 위기 속에서 방과 후 특별반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늘 특별반 수업은 2인 1조로 마 법 대련을 진행했다.
기존 스파링 대련과 같이 대련 이 후, 서로의 부족한 점을 피드백해주 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아무래도 상위권 학생들이 모인 특 별반이다 보니 대련의 수준이 기존 학년 수업과는 확실히 달랐다.
특히 이서준.
장예의 죽음으로 짝을 잃은 이서준 은 특별반 담당 교사, 박정완과 겨
루게 되었는데 이 둘의 대련을 보기 위해 많은 특별반 학생들이 개인 대 련 실의 창틈 사이로 구경하고 있었다.
“와. 서준 선배님이 진심으로 전투 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도 않네요.”
최서윤이 이서준의 대련을 보며 놀 란 듯 중얼거렸다.
나는 그들을 힐끔 보고는 최서윤에 게 말했다.
“저기는 신경 끄고 우리 대련이나 하자.”
실전 대련은 성장에 있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10대 학생들처럼 실전 경험 이 부족한 경우에는 더더욱 중요했다.
그야 당연한 게, 이 세계에서는 가 진 마력의 체급보다 경험과 노하우 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한 마력 등급을 갖고 있 다고 한들,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 면 모든 게 꽝이다.
최서윤은 이서준의 생존을 위한 강 한 조력자가 되어줘야 하니 그녀의 성장을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할 필요 가 있었다.
“넵! 그럼 지금 바로 할까요?”
최서윤이 내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웅. 일단 자리부터 옮기자.”
마법이 다른 사람에게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련은 반드시 개인 대련실에서 진행해야 한다.
나와 최서윤은 개인 대련실 안으로 들어섰다.
최서윤은 가볍게 몸을 풀더니 내게 말했다.
“으, 기대된다. 선배님이랑도 한번 겨뤄보고 싶었는데.”
“1위께서 60위랑 겨뤄보고 싶었다 고?”
내 장난 섞인 말에 최서윤이 작게 웃었다.
“또 약한 척하시네. 선배님 이번 기말시험 3위 찍었잖아요. 심지어 릴리 로즈같은 거물들도 있었는데.”
“홈, 이번 기말시험 결과가 괜찮긴 했지.”
이론 1위에 실기 최종 3위.
지금까지 내 최고 성적이니까.
이번 시험 결과로 종합 몇 위에 오를지 벌써 기대됐다.
최서윤은 나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말했다.
“선배님, 100%로 덤벼도 되죠?”
“되겠냐? 나 죽으라고?”
다른 녀석들이면 몰라도 최서윤 같 은 녀석이 전력으로 덤비면 나도 버 티기 힘들다.
물론 마나 엘릭서나 대자연의 심장 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전력으로 덤 벼도 어느 정도 내가 받아줄 수 있 겠지만, 순정 상태의 나는 그녀의 전력을 받아주기에 마나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아, 선배님 또 약한 척!”
최서윤이 눈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뭐래. 쓸데없는 소리 말고 덤벼.”
“……알았어요. 그럼 한 70%로 덤 빌게요. 괜찮죠?”
“70은 좀 그렇고 55로 하자.”
내 대답에 최서윤이 씨익 웃었다.
“60으로 갈게요. 그럼 바로 시작할 게요!”
최서윤은 곧바로 마력을 끌어모았 다. 허공에서 차가운 공기가 얼어붙 더니 얼음의 창 하나가 구현되었다.
얼음의 창은 나를 향해 빠르게 날 아들었다.
슈우우웅!
나는 곧바로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 해 공격을 피해냈다.
고작 60%지만 윤하영과 겨룰 때 와는 느낌이 달랐다.
훨씬 빠르고, 날카로웠다.
나는 공격을 피해내자마자 최서윤 을 향해 달려들었다. 최서윤은 침착 하게 바닥을 얼리며 내 이동을 방해 했다.
나쁘지 않은 센스였다.
이런 얼음 바닥에서는 기동성이 저 하 될 테니까.
그러나.
얼음 바닥이라고 달릴 수 없는 건 아니다.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상황 에서도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훈련을 받는다.
“핫!”
나는 바닥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녀는 얼음의 창을 구현해 내게 휘둘렀다.
후웅!
나는 몸을 푹 숙이며 공격을 피해 냈다. 발현계를 주특기로 삼는 최서 윤이지만 육체 능력도 상당히 뛰어 났다.
공격을 피한 나는 양팔에 마력을 끌어모아 그녀를 밀치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내 바로 앞 바닥에서 얼음 기둥이 빠른 속도로 튀어 올랐다.
겨우 몸을 뒤로 젖혀 공격을 피해 냈다. 하마터면 당할 뻔했다.
나는 그대로 그녀에게서 거리를 벌 리며 떨어졌다.
“……대단하네.”
감탄이 나왔다. 1학년이지만 과연 1위는 1위라는 건가.
그녀는 빙 속성 마법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전투를 보여주고 있었다.
지형 변화와 마력의 고체화를 이용 한다양한 형태 변화 구현.
그녀가 실전에 강하다는 설정이 있 었지만 직접 겨루어 보니 내 생각보 다 훨씬 뛰어난 수준이었다.
특히 방금 얼음 기둥 공격만 따지 면 프로 마법사 수준이라 아마 평범 한 학생이었다면 그대로 당했겠지.
그렇게 조용히 그녀의 마법에 감탄 하고 있을 때. 최서윤이 떨리는 목 소리로 외쳤다.
“와!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이 거 내 필살기였는데 이걸 피해?”
약 5분가량의 짧은 대련이 끝나고. 나와 최서윤은 나란히 앉아 잠시
휴식을 하고 있었다.
“피드백을 해드려야 하는데 너무 잘 싸우셔서 제가 드릴 수 있는 피 드백이 없는 거 같아요. 근데 강화 계로 전투 풀어나가려고 하신 것 같 은데 일부러 그러신 거죠?”
무릎을 끌어안은 최서윤이 내게 고 개를 돌리며 말했다.
“어, 맞아. 대부분 발현계 마법사는 강화계로 좀만 휘저어도 정신 못 차 리니까. 그런데 잘 대처했네. 잘했 어.”
정말로 잘 대처하긴 했다. 타고난 마력의 체급으로 찍어누르는 유아라
와 달리 최서윤의 전투는 스타일리 쉬하고 멋졌으니까.
나와 비슷한 유형의 발현계 마법사 라 더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내 칭찬에 최서윤이 기분 좋은 둣 미소를 지었다.
“헤헤. 그런데 선배님은 발현계 마법사 맞아요? 어떻게 그렇게 강화계 위주로만 푸는데 잘 싸워요?”
“글쎄다.”
“반웅이 그게 뭐예요. 저 그래도 나름 1학년 1위인데.”
최서윤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흐음. 근데 이제 곧 방학이네요. 방학 때 뭐하실지는 계획 짜셨어 요?”
다음 주 수요일이 방학이니 이제 딱 일주일의 시간이 남았다.
“뭐, 대충 계획은 짰어.”
“그래요? 어디 놀러 가거나 그래 요?”
“……아니, 그렇게 한가한 건 아니 고. 너는?”
내 질문에 최서윤이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아마 본가에서 방학 특
훈을 받을 예정이요. 방학은 편하게 좀 쉬고 싶은데.”
“흐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니까.
“……힘내라.”
“아 맞다! 선배님 그거 아시죠?”
“뭐?”
“방학에도 특별반 수업 계속 진행 하는 거.”
“알지.”
이것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
“방학 특별반 수업 불참하면 2학기 특별반 선정할 때 불이익이 있다던 데. 너무하지 않아요?”
“그렇게 정했다는데 어쩔 수 없지. 방학에도 나오는 수밖에. 대신 한 번만 나오면 되잖아.”
“그렇긴 하죠. 근데 본가랑 학교 위치 거리가 먼 애들은 불만이 많더 라고요.”
딱하긴 하지만 거기까지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나저나 2학기 특별반 하니 몇몇 사건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사건들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방
학 기간에 반드시 특별반 수업에 참 여해야겠지.
나는 2학기에 있을 사건들을 머릿 속으로 그렸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수요일 목요일…… 그리고 한 주의 마지막인 금요일.
드디어 기다리던 아파트 입주 날이 되었다.
모든 수업을 마친 나는 곧바로 김 진우로 분장해 서울 중심가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15분가량 이동해 도 착한 곳은 거대한 주상복합단지.
마법 훈련장 같은 다양한 마법 시 설들이 건물 내부에 있어 유명 마법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 진 곳이었다.
“이야. 엄청 멋지네.”
밤하늘을 밝히는 화려한 조명들.
건물 주변에 달린 최첨단 마공학 기술들까지.
감탄을 자아냈다.
나는 단지를 계속해서 걸었다.
처음엔 길이 조금 복잡하게 느껴졌 지만, 막상 또 걸어보니 생각보다 단순했다.
“여긴가.”
나는 한세연이 찍어준 주소를 보며 거대한 아파트를 올려보았다. 동에 적힌 숫자가 같은 것을 보아하니 제 대로 도착한 것 같다.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1충 구석에 선글라스를 낀 여성, 한세연이 보였다.
“한세연 씨.”
“아, 김진우 씨.”
한세연이 나를 발견하더니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일찍 오셨네요?”
“아뇨, 저도 방금 왔어요. 자, 안으 로 들어가요. 아, 맞다. 그전에 이거 받으세요.”
한세연이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고급스럽게 생긴 카드 하나와 특수 한 문양이 그려진 종이였다.
“이건 아파트 키고, 이건 아파트 주민 인식 마법 부여서예요.”
“ 아.”
주민 인식 마법.
뭔지 대충 알고 있었다. 이전 삶에 도 아파트를 구매하고 나서 이 마법
부여서를 받은 적이 있었으니까.
이 주민 인식 마법은 이름 그대로 몸에 마법 각인을 넣어 주민임을 증 명하게 해주는 장치였다.
이것만 있으면 아파트 키가 없어도 자유롭게 집을 드나들 수 있었다.
물론 아파트에서 나가게 되면 이 인식 마법은 자동으로 사라진다.
나는 아파트 키와 주민 인식 마법 부여서를 받았다.
마법 부여서에 마력을 불어 넣자, 문양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내 손등 에 달라붙었다.
손둥의 문양은 곧바로 사라졌다.
제대로 각인이 됐다는 증거였다.
“최신식 마법 기능인데 바로 알아 보고 사용하시네요.”
한세연이 의아함이 담긴 말투로 내 게 말했다.
“마법 쯤이야. 어떤 기능인지는 딱 보면 알죠.”
“음. 진우 씨라면 그렇긴 하겠네 요.”
한세연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올라가죠.”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충에 도착했다.
1502호의 문에 손을 얹자 사라졌 던 손둥의 마법 각인이 빛을 내며 문이 덜컥 열렸다.
“오. 넓네요. 깨끗하고.”
내부는 30평쯤 되어 보였다. 나 혼 자 살기에 조금 넓긴 했지만 이 정 도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가구가 다 채워져 있네 요?”
입주 첫날인데 마치 누가 살던 공 간처럼 가구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그렇다고 가구에 생활의 흔적이 남 아있는 것도 아니었다. 중간중간 포 장도 제대로 뜯겨있지 않은 걸 보아 하니 전부 새것인 듯했다.
“이 가구들은 제가 채워 넣은 것들 이에요. 보니까 허전해서요. 아, 가 구들은 집들이 선물이에요.”
집들이 선물로 가구를 다 채워 넣 었다고?
역시 한세연.
씀씀이부터 남다르다.
“고맙습니다. 너무 만족스럽네요.”
내 말에 한세연은 빙긋 웃더니 식
탁으로 다가갔다.
“그럼 간단하게 정보 공유 겸 축하 파티나 할까요?”
한세연이 종이 가방에서 와인을 꺼 내더니 씨익 웃었다.
시간이 지나 밤 10시. 한세연은 집 으로 돌아갔다.
그나저나 아까 한세연을 보아하니 살짝 취해서 혼자 실실 웃던데 괜히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조금
걱정이 들었다.
그래도 수행비서를 호출해 함께 이 동하는 것을 봤으니 신경 쓰지 않아 도 괜찮겠지.
아, 그리고 예상 못 한 수확도 있었다.
[등장인물 ‘한세연’에게 당신에 대 한 관심도가 상승합니다.]
[둥장인물 ‘한세연’의 당신에 대한 관심도 Lv : 2]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한세연의 관심도가 상승한 것.
술김에 이상한 농담 겸 말장난을 쳤더니 빵 터지며 관심도가 상승했다.
정말 개그 취향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모 르겠다.
뭐, 포인트를 벌었으니 좋게 생각 하려 한다.
나는 멍하니 창밖의 화려한 야경을 보다가 한세연이 준비한 서류를 훑 어봤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세연이 저번 에 내가 부탁한 범죄자들 정보를 추 가로 획득해 정리해놨다.
이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흐음.”
서류에는 범죄자들의 정보와 동선 등이 좀 더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내 생각보다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 어 조금 놀랍기도 했다.
방학 중 비는 일정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됐는데 아무래도 이들 을 잡으며 인과율이나 포인트를 쌓 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지.
그리고 많은 범죄자를 잡다 보면 내 명성도 오를 것이고, 내 명성은 곧 포인트로 이어지니까 일석이조이 기도 하고.
물론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방학 중에 일어나는 주요 등장인물과 관 련된 몇몇 에피소드에 끼어드는 것 이니 어디까지나 남는 시간을 이용 해 활동해야 한다.
나는 식탁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아파트 입주도 했겠다 이 아파트의 편의 시설을 둘러보기 위함이었다.
듣기로는 2층에 마법사 전용 훈련
장이 있다고 하니 먼저 들려봐야지.
그렇게 모자를 꾹 눌러쓰고 문밖으 로 나왔다.
김진우의 이름으로 아파트에 들어 왔기에 수염과 안경은 계속 착용한 상태였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 는데 옆집에서 문이 벌컥 열렸다.
“흐아암.”
하품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여성 이 걸어 나왔다.
“ 엉?”
여성은 나를 바라봤다. 나도 그녀
를 바라봤다.
낯익은 얼굴.
순간 내 몸이 얼어붙으며 본능적으 로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옆집 산다는 사람이 저 사람이었 어?
“오. 옆집에 이사 온 사람인가 보 네? 아까 아침에 이삿짐 올라가는 거 같던데. 이사 온 게 맞구나.’’
“……넵. 오늘 입주했습니다.”
나는 평소보다 목소리를 굵게 해서 대답했다. 물론 시선을 피하는 건 잊지 않았다.
“어우. 목소리가 엄청 걸쭉하네. 담 배 많이 피우나보다. 쯧. 담배 냄새 울 집에 새어 나오면 가만 안 둔 다~ 진짜로 죽일 수도 있어.”
다짜고짜 반말하는 말투도 그자와 완전히 같았다.
“……비흡연자라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제 목소리가 원래 이렇습니다.”
“흐음. 그래? 수염도 덥수룩한 거 보니 담배 많이 피울 것 같은데.”
“……그건 편견이죠. 수염이랑 담 배랑 무슨 상관입니까?”
“그건 그렇긴 하지.”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와 여 성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버튼을 누르려 하자 여성이 내 손 길을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