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1화 (91/535)

이벤트 종료 시각까지 약 30초.

이제 곧 이벤트도 끝이니 더 찾지 않아도 되겠지.

10, 9, 8, 7, 6, 5, 4, 3, 2, 1……

[이벤트, ‘숨은 보물찾기’가 종료되 었습니다.]

“끝났다!”

[순위를 발표합니다.]

[1 위 김선우 (발견 보물 수 : 22)]

[2위 Lilly Rose (발견 보물 수 :

12)]

[3위 유아라 (발견 보물 수 : 8)]

[‘Lilly Rose’ 님의 순위는 2위입니

다.]

[보물을 12개 발견하셨으므로 520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순위 보너스로 320포인트를 추가 획득합니다.]

“와! 1등이다! ……가 아니라. 뭐 야 이거?”

릴리는 눈앞에 떠오른 순위표를 보 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1등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바로 김선우.

“뭐야 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 보이자 그녀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김선우? 얘가 왜 여깄어?

그런데 녀석이 발견한 보물의 수가 심상치 않았다.

“.…”22개?”

혹시 자신이 헛것을 본 게 아닐까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다시 봐도 분명한 22개.

자신이 발견한 보물의 수보다 거의 2배에 가까운 개수였다.

“이, 이게 가능해?”

릴리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상식적으로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22개나 되는 보물을 찾아내는 게 가능하긴 한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이번 이벤트에서만큼은 자신이 1위 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 데.

이게 무슨……

“김선우……

그러고 보니 한국 마법사관학교에서 김선우가 몇몇 과목에서 이서준 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던 기록이

있었다.

그녀는 단순히 한국 마법사관학교 의 수준이 크게 떨어져서 그렇게 됐 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순위를 보아하니 그게 아니었나 보다.

김선우가 1위를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진짜 어이가 없네.”

이거 1등 할 수 있는 거 맞나?

아무래도 현재 포인트 1위는 유아 라일 확률이 높은 것 같은데.

만약 이서준이 아닌 유아라에게 1

등을 빼앗긴게 외부에 알려진다 면……

생각하기도 싫다.

“……약탈을 해야겠네.”

시험 종료까지 약 18시간이 남았 다.

슬슬 다른 학생들도 포인트가 제법 쌓였을 터.

약탈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 이긴 했다.

“근데 이서준 얘는 뭐하길래 계속 안 보이는 거야‘?”

릴리는 순위표를 다시 둘러보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심지어 100위권까지 확인했는데도 이서준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얘 설마 30층을 노리고 있 나?”

에이 설마.

50년간 단 한 번 클리어됐던 곳인 데.

거길 노린다고?

생각해보니 불가능할 건 또 없었다.

50년간 단 한 번뿐이긴 했지만 분

명 30층에 도달한 자가 존재했었으 니까.

그리고 이서준은 현재 역대 최고라 불리는 천재.

녀석이라면 정말로 30층에 도달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하.”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없다.

그저 이서준이 30층에 도달하지 못하게 비는 수밖에.

밤 11시 50분.

시험 종료까지 약 12시간 남은 지 금, 나는 19층의 테마 스테이지와 몬스터들을 처치하며 포인트를 차곡 차곡 쌓고 있었다.

아직 19충에 도달한 학생이 많지 않아 포인트 획득 구역을 독식하며 꽤 짭짤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 시작되는 이벤트도 꽤 높 은 성적을 달성하며 어느덧 내 보유 포인트는 2,700을 넘어섰다.

이 정도면 아무리 못해도 20위권 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늘 부족한 마나가 아쉽다.

내게 마나량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 면 훨씬 많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었을 텐데.

하다못해 마나 엘릭서를 남 눈치 없이 섭취할 수 있었더라면…….

“어쩌겠어.”

마나가 부족해서 아쉬웠던 적이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는 다시 발걸 음을 옮겼다.

그때 머릿속에 탑의 의지가 울렸다.

[새로운 ‘레드 플레이어 리더’가 탄 생했습니다!]

레드 플레이어 리더.

레드 플레이어 중 가장 많은 포인 트를 약탈한 사람을 뜻한다.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을 켜고 ‘레 드 플레이어’ 목록을 확인했다.

[레드 플레이어 목록]

[1. Lilly Rose : 5,200포인트]

[2. 박인환 : 4,500포인트]

[3. 조민석 : 3,900포인트]

역시 내 예상대로 새로운 레드 플 레이어 리더는 릴리 로즈였다.

약탈로만 무려 5,200포인트나 벌어 내는 미친 성적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 저 중 3,000포인트가 한국

마법사관학교의 학생들을 약탈하며 얻은 걸 거다.

릴리 로즈가 내게 말했던 ‘다음에 만나면 적’이라는 말은 바로 이것을 의미한 것이었다.

“호 ”

仁! .

하지만 이제 곧, 모든 학생의 포인 트 순위를 완전히 뒤바꿀 마지막 이 벤트가 시작된다.

지금 당장은 릴리 로즈를 포함한 레드 플레이어들이 앞서나가고 있지 만, 이벤트가 시작되는 즉시, 상황은 역전될 것이다.

물론 원작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이 이벤트가 시작될 당시, 이서준 은 30층에 도전하며 혼자 다른 장 르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으니까.

“슬슬 시작할 때가 됐는데.”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각 11시 59분.

이제 1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귓가에 탑의 의지가 울렸다.

[잠시 후 마지막 이벤트, ‘최후의 밤’이 시작됩니다.]

드디어 시작됐다.

모든 학생의 순위를 크게 뒤바꾸게 할 가장 중요한 이벤트.

[5, 4, 3, 2, 1……]

[‘최후의 밤’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부터 6시간 동안, 약탈을 시 도해도 ‘레드 플레이어’에 등록되지 않습니다!]

나는 ‘레드 플레이어 목록’의 릴리 로즈를 선택했다.

동시에 릴리의 실시간 위치가 화면 에 떠올랐다.

[Lilly Rose]

[+레드 플레이어 리더+]

[현재 위치 : 12충, 정령의 호수]

“가볼까.”

새벽 2시.

릴리 로즈는 12층의 ‘정령의 호수’ 에서 검을 휘두르며 전투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10명에 가까운 학생이 협동해서 공격해오고 있었다.

“쳇!”

마지막 이벤트, 최후의 밤이 시작 되자 학생들은 레드 플레이어 리더 인 릴리 로즈의 포인트를 약탈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레드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합리한 상황이었다. 설마 레드 플 레이어 페널티를 없애버리는 이벤트 를 열 줄이야.

“하아앗!”

하지만 그렇게 나쁜 상황도 아니었다. 직접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포인 트를 획득하는 것도 귀찮았는데, 이 렇게 제 발로 찾아와 주니 포인트를 쌓는 게 아주 손쉬워졌다.

숫자만 많았지 그렇게 강한 녀석들 도 아니었으니까.

푸욱!

[‘김혁수’를 처치했습니다.]

[3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으! 끝도 없네!”

후우웅!

결국, 끝없는 습격에 릴리는 잠시 후퇴하기로 결단했다.

보아하니 저 멀리서 이서준의 친

구, 신영준이라는 녀석이 달려오고 있었다. 자신이 알기로는 신영준은 한국 마법사관학교의 3위.

지금 상태에서 그와 겨루게 된다면 패배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쳇!”

릴리는 모든 마력을 하체에 집중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내 달렸다.

파앗!

릴리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앞으로

달려가자 그녀를 따라다니는 학생들 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그녀의 뒷모 즙을 바라봤다.

“어? 도망친다!”

“와. 뭐 저리 빨라?”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릴리는 자신을 뒤따라오던 녀석들 을 따돌리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쿵쾅쿵쾅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거대한 나무 뒤에 등을 기댔다.

“……휴.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시계를 보아하니 새벽 3시.

이벤트 종료까지 약 4시간이 남았

다. 하지만 너무 많은 포인트를 쌓 았기에 이벤트가 종료되더라도 이런 현상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어쩔 수 없겠지. 이런 상황도 전부 각오했으니까.

릴리는 스마트 학생 수첩으로 자신 의 점수를 확인했다.

[8,450점]

“대박.”

잠깐 사이에 무려 8,450포인트로 늘어났다.

이 정도 포인트라면 이서준이 30 충에 도달하지 않는 한, 1등은 따놓 은 당산이었다.

“……방심하지 말아야지.”

지금 당장은 녀석들을 잘 따돌리긴 했지만, 레드 플레이어의 위치는 스 마트 학생 수첩을 통해 계속 알려지 고 있었다.

또 어떤 강자가 자신을 노릴지 모 르니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 다.

그때 였다.

릴리의 털끝이 일어섰다. 오한이 들며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했다. 순간적으로 옆으로 몸을 꺾었다. 머 리에서 내리는 지시가 아닌, 본능적 인 움직임이었다.

콰아아앙-!

동시에 그녀가 앉아 있던 나무가 무언가에 부딪히며 폭발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했지만, 금 세 정신을 차리며 옆으로 쭉 달렸다.

콰앙! 콰앙! 콰아앙!

마법이 어둠 속에서 계속 쏘아졌다. 마법 안에서 느껴지는 정교한 제어 능력에 그녀는 긴장했다.

대체 누구지? 누구길래 이런 마법 을...

“하아앗!”

릴리는 마법 구체를 빠른 속도로 피하며 멀리서 마법을 쏘는 의문의 적을 향해 달려갔다.

마법은 계속해서 날아들었지만, 마

력을 머금은 검을 휘두르며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마법을 배어나겠다.

그렇게 녀석의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

어둠에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는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후우우웅!

하지만 공격에 실패했다.

발현계 마법사라고는 믿기 힘든 근 접 대처 능력을 보이며 피해낸 것이다.

스으으 _

그때 녀석의 손에 새로운 마법 구 체가 구현되었다. 아무런 속성이 담 기지 않은 정순한 마력이 담긴 구 체.

녀석이 손을 뻗자, 릴리는 구체의 방출을 예측하고 회피하려는 움직임 을 취했다.

그러나.

녀석은 마법을 방출하지 않았다.

“......어?”

그 구체를 쥔 손으로 그녀의 몸에 가져다 댈 뿐이었다.

한번 타이밍을 빼앗기자 그녀는 무 방비 상태가 되었다.

동시에 그녀의 배 주변에서 폭발이 터졌다.

콰아아아앙!

“끄아악!”

충격파와 함께 바닥을 구르는 릴 리.

폭발 직전에 모든 마력을 사용해

호신강기를 둘렀기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배에서 느껴지는 끔 찍한 고통은 어쩔 수 없었다.

“큭!”

릴리는 고개를 들며 자신을 공격한 자의 모습을 살폈다.

어둠 속에 가려 얼굴이 제대로 보 이지 않았다.

그때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떠 오르며 녀석의 얼굴을 서서히 비췄 다.

동시에 릴리의 두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남성이 서 있었다.

“……김선우?”

릴리는 놀란 눈으로 어둠 속의 남 자, 김선우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기억에 의하면 김선우는 한국 마법사관학교 종합 60위.

하지만 그가 방금 보인 전투능력은 절대 60위권의 실력이 아니었다.

“……너, 너, 너 뭐야?”

너무 놀라서 릴리는 자신이 말을 더듬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김선우는 릴리를 내려보더니 아무렇 지 않게 말했다.

“뭐냐니. 조만간 보자고 했었잖아.”

“아, 아니, 그 의미가 아니라! 너 60위 아니야? 어떻게 그 실력에 60 위야?”

릴리의 물음에 김선우가 대답했다.

“그래서 순위 올리려고 널 찾아온 게 아니겠어?”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미안한데 내가 지금 시간이 20초

밖에 안 남아서.”

“.…”응?”

김선우가 손을 들어 올렸다. 동시 에 그의 손 위로 강렬한 마력이 휘 몰아치더니 동그란 구체를 형성됐 다.

김진우는 마법 구체가 떠오른 손을 릴리의 머리를 향해 뻗었다.

눈부신 섬광이 번쩍였다.

그 강렬한 빛에 릴리는 눈을 질끔 감았다.

이내 이어지는 귀를 찢는 거대한 폭음. 동시에 머리가 사라질 것 같 은 기분 나쁜 고통이 퍼졌다.

고통은 금세 사라졌다. 마치 다치 기 전의 몸으로 돌아온 것처럼.

릴리는 질끈 감은 눈을 천천히 떴 다.

새하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익숙한 방. 그녀는 금세 이 곳이 어딘지 깨달았다.

1층 스테이지.

그리고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나 죽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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