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5화 (85/535)

나는 슬금슬금 그들 사이에서 빠져 나왔다.

그럼 먼저 앞장서서 가볼까.

그렇게 먼저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 간.

우우웅

한 학생이 어둠 속에서 마법을 구 현해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어? 보인다!”

“저기 김선우 혼자 앞장 서 있는 데‘?”

“뭐해, 뛰어!”

앞이 보이자 50명에 가까운 학생 들이 동시에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탈출하는 순서로 점수가 주어지기 때문에 다들 급한 발걸음으로 뛰었다.

나도 그들에게서 뒤처지지 않게 앞 으로 달려나갔다.

“별거 아닌데?”

“그러게? 마법 하나만 있으면 잘 보이네.”

그렇게 한 5분가량을 뛰었을까. 갑 자기 동굴의 공간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으 추워!”

“뭐야 이건?”

갑작스러운 극한의 추위에 몇몇 학 생들이 몸을 움츠렸다. 이 훈련의 첫 스테이지인 ‘빙하 지대’가 시작 된 것이다.

지금 이곳의 온도는 대략 영하 10

도.

두꺼운 옷 없이는 견디기 힘든 추 위다.

사실 몸이 춥다고 해서 저렇게 몸 을 움츠리면 오히려 더 손해다.

그만큼 탈출 시간도 길어질 것이고 결국 괴로워하는 시간만 더 늘어나 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는 않겠 지.

“쯧.”

물론 내가 할 소리는 아니긴 하다.

나는 정신력이 아닌 진화와 적응으

로 얻은 ‘냉기 저항’ 특성빨로 여유 를 유지하고 있는 거니까.

요컨대 이런 말이었다.

나는 이 극한 환경 적응 훈련에서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 상대가 이서준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20분가량 쉬지 않고 달렸다.

어느 순간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옆에서 함께 달리던 이서준도 나와 같은지 달리기를 멈추었다.

“……후.”

나는 힐끔 옆에서 숨을 고르며 천 천히 걷는 이서준을 바라봤다.

진짜 미친놈.이다. 나는 진화와 적 웅의 특성 덕에 버틸 수 있었지만, 이서준은 아니었다.

오직 정신력 하나로 나와 같은 거 리를 달린 것이었다.

“……돌았네.”

“으, 뭐가?”

이서준이 벌게진 코를 훌쩍이며 말

했다.

“무슨 이런 정신력이 있나 싶어 서.”

“웃기네. 그러는 너는?”

이서준의 말에 나는 조용히 읊조렸다.

“……야. 나는 너만큼 정신력이 뛰 어나지 못해.”

“무슨 소리야. 나보다 훨씬 잘 버 티는 거 같…… 에취! 으. 진짜 춥 네.”

이서준의 저런 모습을 보니 시험의 경쟁자임에도 어째서인지 응원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육체뿐만이 아니라 정신력에서도 그 누구에게 절대 뒤처지지 않는 모 습.

하긴, 내가 원작 소설을 끝까지 읽 게 된 것도 이서준의 이런 모습 때 문이었지.

“조금만 힘내. 곧 용암 지대가 나 올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이서준이 자신의 양팔을 끌어안으 며 물었다.

“딱 봐도 그럴 것 같잖아. 추위 다 음은 더위. 안 그래?”

“흠. 일리는 있네.”

그러더니 이서준이 나를 흘겨보며 말올 이었다.

“그런데 경쟁자한테 힘내라니. 너 무 여유로운 거 아니야?”

“흐흐. 그러게. 내 주제에 선을 넘 긴 했네.”

나는 장난스레 대답했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유아라는 화염 마법에 의지해 천천히 앞으로 나아

가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 끝에 사이좋게 걸어가 는 이서준과 김선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그녀는 이를 악 물었다.

이대로라면 3위다.

아무리 못해도 2학년 전체 2위의 자존심이 있지 3위는 자신에게 용납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육체 능력에서 저 둘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김선우…… 쟤는 진짜 뭐야.”

발현계 마법사인 주제에 이서준과 육체 능력에서 크게 밀리지 않다니.

어떻게 저런 괴물 같은 녀석이 다 있는지 정말로 신기할 지경이다.

“실력을 숨기는 건 포기했나.”

분명 한 달 전만 해도 저렇게 대 놓고 티 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 하아......

괜히 한숨이 나왔다.

평소 경쟁심이 많은 그녀는 항상 자신의 적수는 이서준뿐이라고 생각 해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요즘은 이서준 보다 김선우가 더 신경 쓰였다.

그가 가진 실력도 그랬지만, 어쩌 면 2위가 아닌 3위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도 있었다.

혹시 이번 기말시험에서 김선우에 게 밀리기라도 한다면…….

“진짜 싫다.”

늘 이서준을 넘어 1위를 노리던 자신이었는데 그 자신감은 대체 어 디 가고 2위라도 유지하고 싶어 하 게 된 걸까.

극한의 추위 속에서 괜히 서글퍼졌다.

“정신 차리자.”

유아라는 투지를 불태웠다.

한 10분쯤 걷자 내 예상대로 빙하 지대가 끝나고 용암 지대가 시작되 었다.

뜨거운 화염이 주변을 뜨겁게 달구 며 엄청난 더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허억허억......

아직 더위에 관한 적응형 특성은 없었기에 나도 슬슬 괴로움을 느끼

기 시작했다.

숨이 막히고 땀은 계속해서 뚝뚝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한 10분쯤 지났을까.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의 육체가 극한의 더위에 적 웅합니다!]

[적응형 특성, ‘더위 적응(F)’이 추 가됩니다.]

“......됐다.”

“응? 방금 뭐라고 했어?”

내 작은 중얼거림에 이서준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힘들다고.”

“ 아.”

내 말에 이서준은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

그나저나 특성을 얻었더니 더위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물론 더위는 여전히 남아있긴 했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나는 내가 획득한 특성을 바로 확

인했다.

[더위 적응(F)]

분류 : 특성

설명 : 당신의 육체가 더위에 적응 하는 힘이 강해집니다.

[지속 효과]

►태양인

마력이 1 상숭합니다.

더위 내성이 50% 상승합니다.

화염 속성 저항이 5% 상승합니다.

효과 자체는 ‘냉기 저항’ 특성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마력 1과 더위 내성 50%.

그리고 화염 속성 저항.

새로운 특성을 얻게 된다는 것은 어찌 됐든 이득이다.

“흐흐.”

그렇게 나와 이서준은 10분가량을 계속 걸었다. 더위 적응 특성 덕에 어느덧 체력도 슬슬 회복되었다.

귀환자의 손목시계와 그 외 다른 체력 회복 특성의 효과가 있었기에 이런 빠른 회복을 할 수 있었다.

나는 힐끔 내 옆의 이서준을 바라 보았다.

더위에 지친 듯 땀에 푹 젖어 있었다.

다리의 움직임도 느릿느릿 한 게 아무래도 나와는 달리 체력이 회복 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런 더위 속에서 체력이 회복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하지.

“난 먼저 간다.”

“응‘?”

툭 던지듯 내뱉은 말에 이서준이 고개를 들었다.

“뭐야. 너 체력 회복됐어?”

“응. 어느 정도는.”

“말이 안 되네 진짜. 어떻게 이 더 위 속에서 체력이 회복돼?”

나는 씨익 웃었다.

“그러게. 아무튼, 2등 웅원할게. 힘 내라.”

나는 격려의 의미로 이서준의 어깨 를 툭툭 쳐줬다.

이서준은 그저 황당해하는 시선으

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럼 간다.”

나는 앞으로 다시 뛰어갔다.

끔찍했던 극한 환경 훈련이 끝났 다.

결과는 무난한 1등.

장안철은 또 신기록을 세웠다면서 황당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2등은 이서준이

되었다.

3등은 유아라. 4등은 신영준. 5등 부터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 극한 환경 적응 훈련 은 단순히 훈련 성적뿐만이 아니라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더위 적웅을 포함한 여러 새로운 적응형 특성을 획득하게 되었기 때 문이다.

나는 기숙사로 돌아와 이번에 획득 한 적응형 특성들을 살펴봤다.

[전기 내성 (D)]

분류 : 특성

설명 : 당신의 육체가 전기에 저항 하는 힘이 강해집니다.

[지속 효과]

►전기 인간

마력이 1 상승합니다.

전기 속성 내성이 10% 상숭합니다.

[숨참기 (D)]

분류 : 특성

설명 : 당신의 육체가 숨참기에 적 응합니다.

[지속 효과]

►초인 정신

체력이 2 상승합니다.

마력이 1 상승합니다.

호흡 회복 속도가 20% 상승합니다.

숨 참기 가능 시간이 20% 상승합니다.

최근 얻지 못했던 새로운 적응형 특성을 3개나 얻어서 상당히 만족스 러웠다.

그리고 숨참기 특성 같은 경우는 체력이 2나 달려있어 능력치 면에선 꽤나 쓸만했다.

특히 호흡 회복 속도 같은 경우에 는 달리기 같은 체력 활동 이후에 안정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이었다.

나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고는 눈 앞의 모든 창을 치웠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생각 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2주 뒤에 영국에서 있을 수학여행 겸 기말시 험이었다.

“……영국이라.”

영국은 한국과 같이 세계 5대 마 법 선진국 중 하나이다.

마법 선진국은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이렇게 총 5개의 국가를 일컫는데

영국 같은 경우는 다양한 신화와 전 설 속 아이템들이 숨겨져 있어 마법 선진국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엑스칼리버라던가 루의 창이라던 가…….

물론 이런 신화 속 아이템들을 내 가 노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 게도 대부분 주인이 있거나 국가에서 따로 보존하고 있는 상태다.

“그나저나 이제 그 애들도 나오겠 네.”

바로 영국 마법사관학교 소속의 새로운 등장인물들.

이 중 몇 명은 이서준의 적이 되

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인물은 이서준 의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나름 원작 스토리의 비중을 차지하 는 인물들이었기에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그들과의 관계를 잘 이용한다면 포 인트를 꽤 괜찮게 벌 수 있지 않을 까?

나는 2주 뒤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짜기 시작했다.

화요일 오후 9시.

마법사관학교 뒷마당에 있는 야외

훈련장에서 바람을 가르는 검의 소

리가 울려 퍼졌다.

검을 휘두르는 남자의 정체는 이서준.

그는 오늘도 평소와 같이 야외에서 검술 훈련을 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검을

쥔 그의 손에 담긴 힘이 전보다는

더 강하다는 것이다.

“후우.”

오랜 훈련을 멈추고 이마에 땀을 닦아 냈다. 그리고 벤치로 터벅터벅 걸어가 그곳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이서준은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 했다. 그러다가 어이없는 웃음이 터 졌다.

“재밌네.”

학교생활에 조금씩 지루함을 느끼 고 있던 차에 새로운 재미가 찾아왔다.

재미가 맞는 표현인가. 에 대해 생각하자면 재미보다는 걱정과 불안감

에 더 가까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서준은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김 선우……

이번에도 1등을 빼앗겼다. 이게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또 신기록을 세웠다고 하는 데 학교의 신기록을 대체 몇 개나 갈아치우는 것인지……

물론 본인도 학교의 기록을 수없이 갈아치우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주 특기인 강화계 관련 분야에서였다.

하지만 김선우는 주특기인 발현계 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도 수많은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흐음.”

그래도 다행인 점은 성적이 크게 반영되는 중요한 시험에서는 아직 자신이 1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다.

물론 작년만 해도 거의 모든 시험 을 본인이 1등을 차지했었기에 하나 씩 1등을 놓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은 조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 고 있었다.

“신기하네.”

어떻게 저리 빠르게 성적이 상승할

수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테리다.

무엇이 됐든, 지금 김선우는 자신 에게 큰 자극이 되는 존재가 되었다 는 것이다.

“ 후우......

이번 영국에서 있을 기말시험.

절대 지지 말아야지.

이번에도 무조건 1등을 수성해야 지.

아 참. 이번엔 영국 마법사관학교 애들이랑 함께 시험을 본다던데 그 럼 경쟁자가 더 늘어나는 건가.

그렇게 혼자 생각하다가 벤치 옆에 놓인 스마트 학생 수첩이 울렸다.

[야 긔 긔 영국 마법사관학교 2학년 1위 인터뷰 봤냐?]

신영준이었다.

영국 마법사관학교 2학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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