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기말시험이 점수 제일 큰데.”
장안철은 조용히 하라는 의미에서 교탁을 가볍게 두들겼다.
“자자, 조용. 기말시험은 2주 뒤에 치러진다. 그러니 다들 미리미리 잘 준비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1학기의 중요한 일정이 하나 더 남아있다. 바로 수학여행이다.”
“어? 수학여행?”
“와. 대박!”
수학여행이라는 말에 학생들 사이 에서 아까와 다르게 기뻐하는 반웅 이 터졌다.
장안철은 학생들은 쭉 둘러보더니 피식 웃었다.
“이번 수학여행지는 영국으로 결정 났다.”
“와! 해외다!”
“영국? 근데 영국에 볼 게 있나?”
“영국에 신화 박물관 있잖아.”
다시 소란이 일자 장안철이 말을 이었다.
“자자 조용. 다들 들뜬 건 이해하 지만 지금은 내 말에 집중해주길 바 란다. 이번 수학여행 일정은 3박 4 일로 결정됐다.”
“오.”
장안철의 당부에 아까와 같은 소란 은 생기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학 생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때 한 학생이 번쩍 손을 들었다.
“수학여행 날짜는 언제인가요?”
“마침 말하려 했다. 수학여행은 2 주 뒤다.”
“......네?”
질문을 한 학생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방금 기말시험을 2주 뒤에 본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맞다. 기말시험 역시 2주 뒤에 치 러진다.”
장안철의 대답에 학생이 고개를 갸 웃했다.
“그럼 일정이 겹치잖아요.”
“당연히 겹친다. 이번 기말시험은 영국에서 치러질 거니까.”
“네? 기말시험을 영국에서 치른다 고요?”
조용히 하라는 장안철의 당부는 잊 혀졌는지 다시 학생들 사이에서 소 란이 터졌다.
장안철은 그들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 기말시험은 영국 마법사관학교와 합동으로 치러질 것이다.”
“네‘?”
모든 수업이 끝나고 나는 체력 단 련실로 향했다.
2주 뒤에 있을 기말시험에 대비해 미리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서였다.
기말시험은 중간시험과 달리 성적 에 큰 변동이 일어날 만큼 많은 점 수를 주기 때문에 이번엔 무조건 상 위권 성적을 노릴 생각이었다.
목표는 최소 10등.
“후우.”
나는 단련실에서 중량 기구를 들고 있었다.
최근 금선과의 섭취로 능력치가 크 게 상승해 이전보다 훨씬 무거운 고 중량을 들 수 있게 되었다.
“끄아아앗!”
[‘마력 중량 3대 1100’ 업적을 달 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후우.”
업적을 달성했다. 만족스러움에 살 짝 미소를 짓다가 봉을 다시 걸어 놨다. 그렇게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려는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김선우 쟤 진짜 대박이다. 중량이 며칠 사이에 엄청 늘었네.”
“그러게.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인가‘?”
“쟤는 저런 근력으로 왜 발현계를 하고 있대냐?”
못 들은 척하고 있었지만 일단 칭 찬이었기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고 보니 나를 향한 학생들의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몇 달 전만 해도 깔보는 둣한 시선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오후 8시 40분.
방송까지 20분의 시간이 남았다.
나름 방송 첫 데뷔인데 본방을 안 볼 수가 없지. 슬슬 가볼까.
나는 체력 단련으로 땀에 젖은 몸
을 가볍게 씻기곤 기숙사로 돌아왔다.
맥주와 간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 고 소파에 앉았다.
티비를 켜자 본방이 시작되었다.
—마법사관학교의 김선우 학생은 이른 아침부터 둥교합니다.
나레이션이 울리며 내 얼굴이 나왔다. 티비로 보니 괜히 민망함이 느 껴졌다.
“홈홈. 근데 내가 좀 카메라 빨을
못 받네.”
실물이 훨씬 나은데 이걸 못 담다 니.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자운의 아지트.
진은 소파에 누운 채 예능 프로를 보며 한참 깔깔 웃고 있었다.
주말에 바빠서 못 본 주말 예능을 유료 결제로 몰아보는 중이었다.
그때 베르트가 진에게 다가갔다.
“야, 진. 리모컨 줘봐. 나 볼 거 있 어.”
“어? 안돼. 나 이거 봐야 해.”
“쓰읍!”
베르트가 진이 보고 있던 리모컨을 빼앗았다. 진은 황당해하는 얼굴로 베르트를 바라봤다.
한참 재밌게 보고 있는데 리모컨을 빼앗다니 이게 대체 어느 나라 예절 인지……
베르트의 고향이 어디였더라. 진은 혼자 생각했다.
베르트는 그를 무시하고는 채널을
돌렸다.
-오늘도 도서관으로 향하는 김선 우 학생. 그의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엉? 김선우? 뭐야 쟤 다큐도 찍 었어?”
“웅, 그런가 봐.”
“근데 이거 왜 보는 거야?”
“뭔가 미심쩍은 게 있나 싶어서. 김선우 쟤 수상한 게 한둘이 아니잖 아.”
“에이, 근데 진짜 특무팀이나 여명
의 칼날 소속이면 저런 다큐를 찍을 까?”
“찍을 수도 있지. 오히려 더 그럴 듯하게 위장하기 위해서.”
“……그건 좀 과한 생각인 것 같은 데.”
진은 1분간 티비를 보더니 흥미를 잃은 둣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휴. 너 혼자 봐라.”
그렇게 진은 혼자 아지트 안을 걷 다가 스마트폰을 쥐었다.
그리고 백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새끼는 왜 5일째 전화를
안 받아. 진짜 생명의 잔 들고 도망 쳤나?”
그때 였다.
띠리리리링一!
어디선가 벨소리가 들렸다. 분명 백은성의 벨소리였다.
“……뭔데.”
벨소리는 금방 끊겼다. 그리고 백 은성에게 걸었던 전화도 동시에 끊 겼다.
진은 뒤를 돌아 아지트의 문으로
걸어갔다.
벌컥 문을 열자 잘생긴 외모의 남 자, 백은성이 서 있었다.
“……안뎡.”
“야. 너 뭐야? 왜 5일간 연락 씹었 어?”
백은성은 우물쭈물한 얼굴로 가만 히 있었다. 진은 눈을 찌푸리더니 백은성을 아지트 안으로 들여보냈 다.
“어? 백은성?”
그때 노트를 들고 진지한 눈으로 김선우 다큐를 분석하던 베르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뭐야? 왜 연락 안 됐어? 특무 팀에 쫓기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 는지 알아?”
걱정했다는 말에 백은성은 마음속 으로 더 괴로움을 느꼈다.
물이 무서워서 빼앗겼다고 하면 얼 마나 화낼까.
결국, 백은성이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미안.”
“됐고. 여태 어디 있다가 이제 온 거야?”
베르트의 질문에 백은성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근처 호텔에서 지냈어.”
“너 뭐 숨기는 거 있지? 일단 생 명의 잔부터 내놔봐. 뉴스 보니까 제대로 수거한 거 같더만.”
백은성은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있었다.
그런 백은성의 행동을 멍하니 보던 베르트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뭐냐? 너 설마.”
베르트의 외침에 백은성이 다시 한 번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미안 다른 놈한테 뺏겼어.”
“진짜? 아니 너 미쳤어? 뭔 하면 뺏길 수가 있어?!”
베르트가 버럭 화를 내었다.
생명의 잔은 자운의 목표를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빼앗기다니.
앞으로의 계획에 큰 차질이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짓을
위해
그걸
생길
“뻬앗은 놈 얼굴은 봤어?”
백은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못
봤어. 아, 그건 알아. 콧수염이 있었 어.”
“콧수염?”
콧수염이 있는 마법사가 누가 있더 라. 베르트는 혼자 생각하다가 고개 를 저었다.
세계에 수염 있는 마법사가 한 둘 이어야지.
“근데 네가 때앗길 정도면 꽤 센 놈이었나 보네. 정체가 뭐지?”
“……그게 센 놈은 또 아니었어. 한 B급? A급? 정도로 보이는 녀석 이었거든.”
“그런데 왜 땟겨?”
베르트는 순수한 궁금증을 담아 물 었다.
“녀석이 바닷속으로 도망가 버렸거 드 w
“……야이 미친놈아. 진짜냐?”
옆에서 조용히 듣던 진이 상황 파 악이 끝난 듯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알잖아. 나 물 무서워하는 거. 수 영 못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베르트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둣 멍한 표정을 짓다가 헛웃음을 터 트렸다.
하. 진짜 어이가 없네?”
—김선우 학생, 체력 능력도 꽤 좋 으시네요?
—네, 체력 단련은 꾸준히 하고 있 거든요. 이론도 중요하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는 것들이라 서 항상 쉬지 않고 훈련하고 있어 요.
티비에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백은 성은 고개를 돌렸다.
몇 주간 이서준을 감시할 때 간간 이 보았던 김선우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묘한 데자뷰가 느껴졌다. ‘……저 체형 뭔가 눈에 익은데.’
— 2화에서 계속.
다큐는 2화를 암시하며 끝이 났다.
음악과 함께 2화 예고편이 홀러나왔다. 편집을 꽤 그럴싸하게 해서 그런지 벌써부터 재밌었다.
참고로 방송은 총 5부작으로 매주
한편씩 나온다고 한다.
그때 였다.
[‘방송 출연’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5124명의 사람이 당신에게 흥미 를 갖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주요 등장인물 6명이 당신의 방송 출연에 즐거워합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와. 대박.”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들에 입이 벌 어졌다.
한순간에 2만 포인트를 벌어냈다.
이렇게 단번에 큰 포인트를 벌어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첫 방송 만에 이 정도의 포인트라. 만약 5화 분량까지 방송이 나온다면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얻게 될지 가 늠이 되지 않았다.
“다큐 촬영하기 잘했네. 흐흐.”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스마트 학생 수첩을 확인했다. 아까부터 나를 향 한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었다.
솔직히 누군지도 모르는 애들도 많 았다.
그런 애들은 전부 거르고 어느 정 도 친분이 있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메시지를 읽었다.
[김선우거거거진짜 컨셉 실화임?거
[와. 니 말투 진심 느끼하더라; 진 짜 대본이냐?]
[선배님.. 저 중간에 보다 껐어요. 속이 안 좋아서요.. 설마 5부까지 이러나요? (토하는 이모티콘)]
[선우야! 너 잘 나왔더라! 카메라 빨 잘 받던데?!흐호]
나는 대충 메시지를 읽어 넘겼다.
솔직히 컨셉이니 대본이니 느끼하 다니, 다른 악평은 크게 신경 쓰이 진 않았다. 이런 반응쯤이야 어느 정도 예상하기도 했고.
하지만 마지막 윤하영 메시지가 조 금 거슬렸다.
[선우야! 너 잘 나왔더라! 카메라 빨 잘 받던데?!흐흐]
“……뭔 소리야. 실물이 훨 나은 데.”
다큐 첫 방송의 여파는 컸다.
시청률이 잘 나온 건 아니었지만, 나름 몇몇 소수의 사람 사이에서 인 기를 끌었다.
그리고 학교 학생 대다수가 다큐를 본 모양이다.
아무래도 전교생 수가 450명밖에 되지 않다 보니 얼굴을 알아보기도 쉬웠고, 또 나에게 여러 가지 사건 이 있어 나를 모르는 학생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김선우 선배님!”
“선우야 안녕!”
나를 보면 반갑게 인사하는 학생들 도 꽤나 많아졌다.
이것저것 명성 포인트가 쌓여 5,000포인트 정도를 추가로 벌어내 기도 했다.
이런 유명세는 나쁘지 않았다.
만약 마인이나 자운같은 빌런의 눈 에 띄게 된다면 좋은 상황은 안 생 기겠지만, 이론 성적 1위라는 유명 세로는 그들의 눈에 띌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자! 오늘 훈련은 극한 환경 적응 훈련이다!”
그리고 화요일의 오후.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훈련인 극한 환경 적응 훈련이 시작되었다.
극한 환경 적웅 훈련이란 이름 그 대로 뜨거운 용암 지대라던가, 차가 운 빙하 지대 등 극한의 환경에서 버티며 가장 빠르게 동굴을 탈출하 는 훈련이었다.
몇몇 학생들 사이에서는 장애물 달 리기 경주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돌겠네. 이거 진짜 힘들다는데.”
“나 추위 진짜 못 견디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엄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심정도 이해가 된다.
나 역시 회귀 전에 이 훈련을 경 험한 적이 있었으니까.
추울 땐 엄청 춥고 더울 땐 엄청 덥다. 또 중간중간 특이한 함정들이 있어 끔찍한 고통에 휘말리기도 한다.
진짜 죽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워 서 그날의 기억은 몇 년이 지난 아 직까지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다들 잘 견딜 수 있을 거다. 이 환경 적응 훈련은 다른 훈련에 비해 많이 힘들긴 하겠지만, 이 훈련을 통해 먼 미래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장안철은 학생들의 엄살이 이어지 자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자, 마지막으로 규칙을 설명하겠 다. 규칙은 아주 간단하다! 동굴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순으로 점수가 매겨진다! 물론 빠르게 통과하고 싶 다고 통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번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신력이다.”
장안철의 말대로 이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신력이다.
아무리 강인한 육체를 지니고 있다 해도 정신력이 견디지 못하면 극한 의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장안철의 안내에 따 라 외부 훈련장 포탈 게이트 앞에 섰다.
“포탈을 타고 이동하면 곧바로 특 수 제작된 동굴에 입장하게 될 것이다. 동굴에 도착하는 즉시 시험 시 작이다.”
학생들은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 덕였다.
“자! 그럼 모두 포탈 안으로 들어 가라!”
장안철의 외침에 나를 포함한 모든 학생이 빠르게 포탈 안으로 들어갔 다.
번쩍!
강한 빛과 함께 장소가 바뀌었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깜깜한 동굴.
일반 사람이라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단 한 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 는 공간이었다.
“뭐야? 앞이 안 보이는데?”
“아 이걸 어떻게 해?”
“아! 밀지 좀 마!”
50명의 학생이 어둠에 앞이 보이 지 않자 몸을 부대끼며 불만을 토론 했다.
물론 나는 적웅형 특성이 있어 어 둠 속에서도 앞이 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