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3화 (83/535)

약 70명의 길드원이 사망하고 약 60명가량의 길드원이 체포되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이라 특무 팀에서도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데 힘을 썼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봐.”

강경찰은 혜성 길드의 수장, 정태 찬을 앞에 두고 조사를 하고 있었다.

온몸이 너덜너덜해져 당장 치료가 필요해 보였지만, 그 전에 이 사건 의 원인부터 알아야 했다.

“몰라…… 녀석들이 빼앗아갔

어…… 시발 놈들……

“뭘 빼앗아가?”

“내 물건……

혼이 반쯤 나간 얼굴로 정태찬이 중얼거렸다.

“그 물건이 뭔데?”

“생명의 잔……

“생명의 잔?”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혼자 곰곰이 생각하던 강경찰은 그것의 정체를 깨달았다.

“아, 예전에 도난됐던 유물?”

“맞아……

“그거 너희가 훔쳐 간 거였냐?”

“……응. 우리 맞아. 그런데 빼앗겼 어.”

“누구한테? 골드윈 녀석이야?”

정태찬은 고개를 저었다.

“몰라. 누군지.”

강경찰은 생각에 잠겼다.

골드윈 일당은 거의 대부분 체포했다. 하지만 그들의 품을 뒤졌을 때, 생명의 잔으로 보이는 물건은 보이 지 않았다.

그렇다면 골드윈 일당이 아닌 다른 인물의 짓인가?

아니면 도망친 골드윈 일당?

“얼굴은? 얼굴은 기억하나?”

“얼굴도 안 보였어.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있었거든.”

“ 모자를?”

“그리고…… 수염. 수염이 있었어.”

“모자에 수염이라……

이것만으로는 사람을 특정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수염이 있다는 건 나이대가 있는 마법사라는 거겠지.

“녀석이 사용했던 마법은?”

“몰라. 기억 안 나.”

“대략적으로 떠오르는 걸 말해봐.”

“아마. 아마 무속성이었을 거야. 형 태는 잘 모르겠고.”

무속성? 강경찰은 고개를 갸웃했다. 흔한 속성은 아니었다.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 알겠다.”

강경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태찬은 그를 힐끔 올려보더니 실 성한 듯 웃었다.

“……그 새끼 꼭 잡아줘. 진짜 개 같이 억울하니까.”

한편, 최서윤과 유아라는 현장 어 딘가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상황 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시각은 10시 10분.

야간 순찰 시간은 모두 끝났지만, 큰 사건이 터지다 보니 이렇게 계속 앉아 있어야 했다.

“오늘 진짜 위험했네요. 설마 어제 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줄 생각 못 했는데.”

“그러게. 그래도 큰일은 생기지 않 아서 다행이야.”

강경찰과 김선우가 떠나고.

단둘이 남았던 그녀들은 특무팀의 지원을 기다리는 도중, 골드윈의 일 당 몇 명과 마주쳤었다.

다행히 상대가 C등급 수준이라 큰 문제 없이 제압할 수 있었다.

만약 그중에 B등급 이상의 마법사가 섞여 있었더라면 좀 더 위험한 상황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다시 생각해도 떨리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김선우 선배님은 어디 가 신 걸까요?”

최서윤이 멍하니 밤바다를 바라보

며 중얼거렸다.

김선우는 사건 종료가 된 지 30분 이 지났음에도 영 모습을 보일 생각 을 하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건지 슬슬 걱정까지 들기 시작했다.

괜히 저 싸움에 끼어들다가 크게 다치거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때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의 한 남성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선배님?”

남성은 다름 아닌 김선우였다.

옷은 멀쩡한데 땀 때문인지 아니면 바다에서 헤엄이라도 친 건지, 머리 에 젖은 물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어디 아프기라도 하는지 얼 굴의 낯빛도 좋지 않았다.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잠깐 바람 좀 쬈어.”

“네? 바람이요?”

김선우의 뜬금없는 말에 최서윤은 황당함을 느꼈다.

뭐라 한마디를 하려는 순간 그들의 뒤로 강경찰이 등장했다.

“아, 모두 모였네요. 모두 밤늦게까

지 수고했어요. 여기 일은 저희한테 맡기시고 이만 돌아가시면 될 것 같 아요.”

강경찰이 조금 피곤해 보이는 미소 로 말했다.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특무팀 요원 들은 오늘 밤새 일을 할 모양이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 세요.”

최서윤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모습을 본 강경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사건의 잔당들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시고요.”

“네에.”

강경찰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 고 다시 셋만 남았다.

무거운 침묵이 가라앉았다. 유아라 와 최서윤은 김선우에게 여태 어디 에 있었는지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그의 낯빛이 어두웠기에 함부로 말 을 걸기가 꺼려졌다.

결국, 먼저 침묵을 깬 것은 김선우 였다.

“피곤하네. 빨리 돌아가자.”

“아오! 열 받아!”

인천 앞바다에서 백은성이 분노에 찬 외침을 내질렀다.

이번 일은 정말 자신 있었는데 정 말로 어이없이 실패로 끝나버렸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혼자 잘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 쳤었는데 동료들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아 진짜 그거 누구지?”

백은성은 생명의 잔을 갖고 도망쳐

버린 녀석의 모습을 떠올렸다. 깊게 모자를 눌러 쓰고 있어 얼굴도 제대 로 보지 못했다.

기억나는 건, 하관의 수염뿐.

“그 수염 녀석. 진짜 뭐 하는 새끼 야?!”

골드윈 소속? 아니면 혜성 길드 소속?

“……정태찬 반응을 보면 혜성 길 드 소속은 아닌데.”

그럼 골드윈 소속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도 뭔가 수상한 점 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자신을 보자마자 실력 차이를 느낀 듯 고민 없이 전력으로 도망친 점도 있었지만, 가장 수상했던 점은 바로 자신이 헤엄을 못 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둣 바다로 뛰어내렸다 는 것이다.

“진짜 그걸 어떻게 안 거지?”

백은성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가 헤엄을 치지 못한다는 걸 알 고 있는 녀석은 정말 극소수인 데…….

우연은 아닐 테고.

설마 자운에 배신자가?

“♦.....아니야.”

동료는 의심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운의 철칙이었다. 배신자 는 없다. 그것을 기본으로 깔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해가 안 되네.”

그때 였다.

부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백은성 의 스마트폰이 전화 알람을 울렸다.

전화번호부에는 ‘베르트’라는 이름 이 적혀 있었다.

“아......

백은성은 입안이 바짝 마르기 시작 했다. 오늘의 일을 보고하면 어떤 욕을 먹게 될지 전혀 감이 오지 않 았다.

그리고 욕보다 무서운 것이 자신을 향한 동료들의 조롱과 실망이었다.

결국, 전화를 끊었다. 동료들에게 이번 일을 보고하기에는 아직 마음 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때 였다.

부우웅.

전화 알람이 다시 울렸다.

뚝. 다시 전화를 끊었다.

부우웅. 전화 알람이 다시 울렸다.

“하……

골드윈 길드와 혜성 길드의 싸움은 기사와 뉴스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 갔다.

또 이 싸움의 원인으로 꼽히는 생 명의 잔이 언급되며 생명의 잔을 누 가 가져갔는가에 대한 많은 추측이

오갔다.

당연하겠지만 마법사관학교 학생의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 도 없었다.

대부분 범죄 조직답게 조직원 중 하나가 배신한 게 아니냐. 라는 의 견이 주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마법사관학교 마인 암 살 사건 등, 최근 일어난 미스테리 한 사건들의 범인이 전부 똑같은 사 람이 아니냐는 날카로운(?) 지적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 의견은 가볍게 묵살당하며 수많은 사람의 조롱을 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홀러 금요일 저녁.

3일간의 체험 활동을 마치고 기숙 사로 돌아왔다.

나는 지금 소파에 앉아 체험 활동 동안 얻은 내용을 확인하고 있었다.

[‘범죄 조직 검거’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7,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2개의 빌런 조직 검거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인과율이 1 상승합니다.]

무려 7천 포인트를 획득했다.

최근 포인트 벌이가 시원찮았던 것 을 생각하면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나는 눈앞의 메시지 창을 치우고 아공간을 열어 생명의 잔을 꺼냈다.

“흐음.”

생명의 잔을 가져오는 것까지는 좋 았는데 이 잔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

생명의 잔은 성유물인 성배의 재료 이다.

성배는 특정 조건 하에 죽은 자도 살릴 수 있을 만큼의 기적을 행할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이었다.

지금 당장은 쓸모없겠지만 성배를 완성시킬 수 있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근데 성배를 내가 완성할 수 있으 려나.”

생명의 잔을 성배로 만들기 위해서 는 몇 가지 재료가 더 필요하다.

그중 가장 획득 난이도가 높은 것 은 ‘근원의 씨앗’이라는 유물이다.

근원의 씨앗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 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장소는 지금의 내가 갈 수 없었다.

조건이 필요하다.

그 조건을 충족하기에는 내 힘은 너무나도 부족했다.

“이제 어떻게 되려나.”

생명의 잔을 잃은 지금.

자운은 앞으로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가.

성배는 원작에서도 꽤 중요하게 다 뤄지는 물건이었다.

자운의 궁극적인 목표와 맞물려 있 는 중요한 물건 중 하나였기 때문이

다.

물론 효과는 좀 떨어지겠지만 성배 를 대체할 아이템이 있기는 하다. 그러니 자운이 목표를 잃은 것은 절 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녀석들은 꽤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거라는 거 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템 을 떼앗겼고 앞으로의 계획에도 차 질이 생겼으니까.

“흠……

역시 시간을 벌었다는 게 중요하겠 지.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테이블

위의 맥주를 마셨다.

‘‘크

시 원하다.

시간은 빠르게 홀러 월요일이 되었다.

이른 아침 둥교를 하자 신영준이 내게 반갑게 다가왔다.

“야 김선우! 이번 길드 싸움 사건, 너희 구역이었다며?”

“아 정말?”

신영준의 옆에 있던 이서준이 반응 했다.

“넌 어째 매번 사건을 몰고 오냐?

무슨 탐정 만화 주인공이냐?”

이서준이 장난치듯 내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황당함 에 헛웃음이 나왔다.

모든 사건의 원흥께서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뭐야. 너 왜 웃어?”

“아니, 그냥 어이가 없어서.”

“뭐가 어이가 없는데?”

“……에휴. 말해도 넌 모른다.”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하 자 이서준이 눈을 찌푸렸다.

“아, 뭔데? 왜 말을 하다 말아.”

그렇게 가볍게 투닥이고 있는데 교 실 뒷문이 열리며 윤하영이 등교했다.

“얘들아 안녕!”

윤하영이 활기찬 미소와 함께 반갑 게 인사했다.

“어, 안녕.”

윤하영은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는 내게 다가왔다.

“선우야, 너 다큐 찍은 건 방송 언 제 해?”

“아, 맞다. 얘 다큐 찍었헜지? 큭

큭 ”

신영준이 장난스레 웃었다. 뭐가 웃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얘는 원 래 저러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예고편 장난 아니더라. 카메라 보 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해요.’ 그거 진짜 느끼하던데 대본이냐?”

“시끄러.”

“그래서 방송 언제 하는데?”

언제 였더라.

사실 다큐를 찍었다는 것도 잠시 잊고 있었다.

“......오늘?”

“ 오늘?”

이서준이 물었다.

“어, 아마도 오늘 오후 9시.”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 학생 수첩

을 켰다.

다이어리를 확인해보니 오늘이 맞

다.

“오늘 맞아.”

“오. 본방 사수할게.”

과연 시청률이 얼마나 나오려나.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서준이 나온 다큐는 무려 4%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애초에 그건 이서준이니까 가능한 거였으니까.

나는 0.2%만 나와도 정말 감지덕 지할 것 같다.

그 정도만 나와도 꽤 짭짤한 포인 트를 획득할 수 있을 테니.

그때 문이 열리더니 장안철이 들어 왔다.

학생들은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갔 다.

“자, 아침 조회를 하겠다.”

“네!”

“다들 알고 있겠지만 1학기 마지막

인 기말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장안철의 말에 드디어 올 것이 왔 다는 생각이 들었다.

2학년 1학기 기말시험.

지금까지 보았던 시험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말시험이라는 말에 학생 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 벌써?”

“와. 시간 빠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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